용현은 마지못해 짧게 대답을 한 뒤, 동료 몇 사람에게 이끌려 자리를 떴다.청하는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멀어지는 용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가족 간의 정, 사랑, 우정. 살아오는 내내 청하에게 늘 부족했던 것들이었다. 돌이켜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삶이었고, 굳이 꺼내 말할 만한 것도 많지 않았다.그래도 다행이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다.비좁은 대기실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재언은 청하의 입가에 남은 웃음을 바라봤다. 표정에는 별다른 기색이 없었지만 말투는 유난히 건조했다.“네 손 데었을 때 바로 내가 데리고 가서 흐르는 물에 손부터 식혀 줬고, 의료진도 내가 불렀고, 치료비도 내가 냈는데. 서용현 PD가 대체 뭘 안심한다는 거지?”청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귀에 익게 들어 온 냉랭한 말투였다.“심 대표님 말씀은... 제가 비용을 정산해 드려야 한다는 뜻인가요?”부드럽고 담담한 말이었지만 오히려 날이 서 있었다. 재언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해?”‘이 여자 눈에는 내가 그렇게 돈이나 밝히는 쪼잔한 사람으로 보이나?’청하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이었다. 말다툼할 생각조차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준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문을 열고 나갔다.문이 닫히자 준환은 왕진 가방을 정리하며 물었다.“너희 둘, 대체 무슨 일이야?”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때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들어와.”문이 살짝 열리며 한다미가 얼굴을 반쯤 내밀었다.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대표님, 룸에 음식 새로 차려 놨어요. 아까 거의 못 드셨잖아요. 지금이라도 조금 더 드시겠어요?”재언은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아까 마음 한구석을 아주 미세하게 건드렸던 감정이, 대체 누구의 발걸음이 되돌아오기를 바랐던 것인지 재언 자신도 알 수 없었다.준환은 멀어지는 한다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남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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