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열녀문 아래 색귀: Chapter 21 - Chapter 30

110 Chapters

21화

“혼례 석 달 전부터, 우린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해원의 눈이 가늘어졌다.“내 방에 들어왔다고?”“예.”“미쳤어?”지혁은 피하지 않았다.“그때는 마님이 누군지 몰랐습니다.”“남의 처녀 방은 누군지 몰라도 들어가?”“창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서 사람이 우는 소리가 났습니다.”해원의 표정이 멈췄다.그날이었다.친정에서 혼담이 깨졌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술을 마셨던 밤.“그래서 들어왔다?”“쓰러지실까 봐.”“개수작 부리지 마.”“손 하나 안 댔습니다.”“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지혁이 붉은 댕기를 내밀었다.“이것만 가지고 나왔습니다.”해원은 댕기를 낚아챘다.“도둑이네.”“맞습니다.”“왜 훔쳤어?”지혁이 잠시 웃었다.“다시 보고 싶어서.”해원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그때부터?”“예.”쾅쾅!문밖에서 강우가 문을 두드렸다.“지혁아! 문 열어!”해원이 이마를 짚었다.“또 시작이네.”지혁은 문을 보지도 않았다.“무시하십시오.”“네 아버지잖아.”“지금은 경쟁자라면서요.”밖에서 강우가 악을 썼다.“야, 이 개자식아! 안에서 뭐 해!”지혁이 피식 웃었다.“들으셨죠?”해원도 웃었다.“부자가 나 하나 두고 이 지랄하는 게 안 창피해요?”“조금.”“그런데 왜 안 멈춰?”“아버지한테 지기 싫어서.”“결국 너도 똑같네.”지혁의 웃음이 사라졌다.해원이 그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어 올렸다.“누가 더 크니, 누가 더 잘났니, 누가 먼저 봤니. 결국 그거잖아.”“그건 아닙니다.”“아니긴.”그 순간 밖에서 강우가 소리쳤다.“해원! 저놈 말만 믿지 마!”해원이 문 쪽을 봤다.“또 뭐예요?”“석 달 전 그날, 지혁보다 내가 먼저 네 방에 갔어!”지혁이 벌떡 일어났다.“아버지!”해원의 눈빛이 바뀌었다.“문 열어.”“마님.”“열라고.”지혁이 마지못해 빗장을 풀었다.문이 열리자 강우가 들어왔다.“저 새끼가 네 방에 들어간 건 나 때문이야.”“무슨 뜻이에요?”강우가 지혁을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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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지혁이 너를 포기하게 만들면, 자기가 다시 내 여자가 되겠다고.”해원은 강우를 한참 바라보다가 웃었다.“어머님이요?”“그래.”“아들 혼담 깨려고 옛남자한테 자기 몸까지 걸었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하나?”“그럼 뭐라고 해요? 순애보?”강우가 입을 다물었다.해원은 문을 벌컥 열었다.밖에서 귀를 세우고 있던 지혁이 그대로 굳었다.“다 들었지?”“……예.”“네 어머니 미쳤네.”“알고 있습니다.”그때 계단 아래에서 최씨 부인이 올라왔다.“강우야!”해원이 박수를 쳤다.“아주 타이밍도 좋네.”최씨 부인이 강우의 멱살을 잡았다.“네가 그걸 왜 말해!”강우가 손을 떼어냈다.“언제까지 숨길 건데?”“그건 우리 둘 일이다!”해원이 끼어들었다.“내 혼담을 깨려고 벌인 짓인데 왜 둘 일이에요?”최씨 부인이 해원을 노려봤다.“넌 빠져.”“내 혼담인데?”“지혁이는 너한테 안 어울렸어.”“왜.”“저 아이가 너한테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지혁의 표정이 굳었다.“어머니.”“그래! 네가 장터에서 저년 한번 보고 정신 못 차렸잖아!”해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아들 여자를 뺏었어요?”“뺏은 게 아니다!”강우가 비웃었다.“그럼 나한테 왜 와서 울었어?”“닥쳐!”“지혁이 해원과 혼인하면 평생 자기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고 했잖아.”해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잠깐.”그녀가 최씨 부인 앞에 섰다.“어머님.”“왜!”“아들한테 질투한 거예요?”최씨 부인의 눈이 흔들렸다.해원은 기가 막혀 웃었다.“미친년.”짝!최씨 부인의 손이 해원의 뺨을 후려쳤다.지혁이 바로 어머니 손목을 잡았다.“그만하십시오.”“놔!”“싫습니다.”“저년 때문에 나한테 이래?”“마님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가 미쳐서 이럽니다.”최씨 부인의 얼굴이 무너졌다.“너까지?”강우가 혀를 찼다.“연옥아, 추하다.”“넌 닥쳐!”“아들 혼담도 깨고, 며느리 사내도 감시하고, 내 앞에서는 아직도 내가 네 남자인 것처럼 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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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저 사람은 네 친정어머니 남자야.”해원의 손이 우진의 손 안에서 멈췄다.“뭐라고요?”최씨 부인이 숨을 몰아쉬었다.“네 어미 윤씨가 몇 해 전부터 몰래 만나던 사내다.”해원은 천천히 우진을 돌아봤다.“사실이에요?”우진은 도망치지 않았다.“예.”강우가 헛웃음을 흘렸다.“이 집 여자들은 남자 취향도 대물림하나?”해원이 바로 쏘아봤다.“당신은 닥쳐요.”지혁이 우진 앞으로 나섰다.“그럼 마님 어머니와 아직도 만납니까?”“아니.”“언제 끝났는데요?”“반년 전.”해원의 눈썹이 올라갔다.“내 남편 죽던 때네.”우진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우연입니다.”“이 집에서 우연이라는 말 제일 안 믿겨.”그 순간 주막 밖에서 익숙한 여자의 고함이 터졌다.“정우진!”해원이 눈을 감았다가 웃었다.“미치겠네. 진짜 왔어.”친정어머니 윤씨가 치맛자락을 걷어쥐고 뛰어들었다.우진을 본 순간 눈이 뒤집혔다.“네가 왜 저년 손을 잡고 있어?”해원이 피식 웃었다.“저년?”윤씨가 움찔했다.“해원아, 그게 아니라.”“딸보다 남자부터 보였어요?”“손 놔.”“누가요?”“너!”해원은 오히려 우진의 팔짱을 꼈다.“싫은데.”윤씨의 얼굴이 시뻘게졌다.“이 미친년아! 그 사람은 안 돼!”“왜요? 어머니 것도 아닌데.”“우진이는 나랑—”“잤어요?”주막이 조용해졌다.윤씨의 입이 벌어졌다.해원이 웃었다.“왜 다들 꼭 그 대목에서 벙어리가 돼?”우진이 먼저 대답했다.“예. 만났습니다.”윤씨가 그를 노려봤다.“우진아!”“숨길 일도 아니잖습니까.”“입 닥쳐!”해원이 박수를 쳤다.“좋네. 시어머니는 옛남자 줄줄이, 친정어머니는 우진 씨.”최씨 부인이 비웃었다.“그러는 네가 제일 많이 만났지.”해원이 바로 돌아봤다.“적어도 전 남의 남자라고 숨기진 않았어요.”윤씨가 해원의 팔을 잡았다.“집에 가.”“왜요?”“엄마 말 들어.”“어머니는 내 말 들은 적 있어요?”윤씨의 손이 굳었다.해원은 그 손을 떼어냈다.“내 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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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그러니 이번엔 딸 차례인가 싶어서 왔지.”해원은 문석을 한참 바라보다가 웃었다.“미친놈.”윤씨가 먼저 달려들었다.“문석아, 입 닥쳐!”최씨 부인도 동시에 소리쳤다.“저 인간 말 믿지 마라!”해원은 두 여자를 번갈아 봤다.“왜 둘 다 이렇게 급해요?”문석이 주막 안으로 들어왔다.“둘 다 나한테 차였거든.”“뭐?”윤씨가 그의 팔을 후려쳤다.“누가 누구를 차!”최씨 부인도 이를 갈았다.“네가 먼저 매달렸잖아!”문석이 헛웃음을 흘렸다.“연옥아, 넌 혼인 전날까지 나랑 도망가자고 했고.”최씨 부인의 얼굴이 붉어졌다.“닥쳐!”“윤씨 부인은 남편 제삿날에도 나 보러 나왔지.”이번에는 윤씨가 문석의 멱살을 잡았다.“이 개망나니가!”해원이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세상에. 어머니들끼리 같은 남자 놓고 싸운 거예요?”윤씨가 버럭했다.“너는 빠져!”“왜요? 이제 제 차례라면서요.”우진이 해원 앞을 막았다.“저 사람 가까이하지 마십시오.”해원이 눈썹을 올렸다.“당신까지 왜.”“문석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강우가 코웃음을 쳤다.“여기 좋은 놈이 어딨다고.”지혁이 아버지를 흘겨봤다.“아버지는 자랑입니까?”“나는 적어도 두 집 안주인을 번갈아 만나진 않았어.”문석이 웃었다.“부러우면 부럽다고 해.”강우가 소매를 걷었다.“이 새끼가.”해원이 탁자를 내리쳤다.“다 닥쳐.”남자들이 조용해졌다.해원은 문석 앞으로 걸어갔다.“혼인했어요?”“안 했지.”“지금 만나는 여자?”“없고.”“우리 어머니 둘 다 정말 만났어요?”문석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윤씨 부인.”윤씨가 악을 썼다.“말하지 마!”“그다음 최연옥.”최씨 부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죽고 싶어?”문석이 웃었다.“둘이 서로 모르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셋이 딱 마주쳤지.”해원의 눈이 반짝였다.“그래서?”“머리채 잡고 난리 났어.”윤씨가 문석의 가슴을 밀었다.“그걸 자랑이라고!”최씨 부인이 윤씨를 노려봤다.“당신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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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누가 누구 애를 낳았는지부터 까보죠.”해원이 낡은 편지를 흔들자 윤씨와 최씨 부인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문석은 벽에 기대 팔짱을 꼈다.“좋아. 나도 이제 궁금하네.”윤씨가 악을 썼다.“넌 닥쳐! 네가 싸질러놓은 일부터 책임져!”최씨 부인이 바로 받아쳤다.“누가 누구한테 싸질렀다는 거야? 네가 먼저 저 인간한테 붙었잖아!”“붙긴 누가 붙어! 저 자식이 먼저 내 방에 들어왔지!”문석이 코웃음을 쳤다.“둘 다 기억을 참 자기 좋을 대로 하네.”해원이 손뼉을 쳤다.“좋아요. 하나씩.”그녀는 윤씨를 가리켰다.“어머니부터. 스물세 해 전 임신한 아이가 누구예요?”윤씨가 입을 다물었다.“설마 나?”“해원아.”“대답해.”윤씨의 눈이 흔들렸다.최씨 부인이 비웃었다.“왜 말을 못 해? 네 딸이 문석 씨 애라고 하기 창피해?”짝!윤씨가 최씨 부인의 뺨을 갈겼다.“네가 말할 처지야?”“이년이!”두 여자가 머리채를 잡고 엉켰다.해원이 한숨을 쉬었다.“아, 진짜 지긋지긋해.”지혁이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하자 최씨 부인이 소리쳤다.“넌 빠져! 네 출생부터 깨끗한 줄 알아?”지혁의 손이 멈췄다.강우가 얼굴을 굳혔다.“연옥아.”“왜? 이제 와서 겁나?”문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소리야.”최씨 부인이 웃었다.“문지혁.”그녀가 아들을 가리켰다.“쟤가 정말 네 아들인 줄 알아?”강우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뭐?”지혁도 굳었다.해원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이 집은 하루에 아버지가 몇 번씩 바뀌어요?”최씨 부인이 문석을 봤다.“스물세 해 전 내가 임신한 아이.”강우가 이를 갈았다.“설마.”“지혁이야.”마당이 얼어붙었다.문석의 웃음이 사라졌다.“뭐라고?”강우가 최씨 부인의 멱살을 잡았다.“이 미친년아, 그걸 지금 말해?”“놔!”“내 아들이 아니라고?”지혁이 욕을 뱉었다.“염병.”해원이 지혁을 봤다.“괜찮아요?”“안 괜찮습니다.”“그래도 나한테 화내지는 마요.”지혁이 헛웃음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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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너, 내 딸이다.”해원은 윤태식을 한참 바라보다가 웃었다.“그래서요?”태식의 얼굴이 굳었다.“뭐?”“내 아버지면 갑자기 내가 울면서 품에 안겨야 해요?”윤씨가 소리쳤다.“해원아!”“어머니는 닥쳐.”주막이 조용해졌다.해원은 태식을 위아래로 훑었다.“스물몇 년을 삼촌 행세해놓고 이제 와서 아버지?”“사정이 있었다.”“또 사정.”해원이 코웃음을 쳤다.“이 집 남자들은 지랄해놓고 사정 있었다면 끝인 줄 아나 봐.”태식이 이를 악물었다.“말버릇부터 고쳐.”해원의 눈빛이 바뀌었다.“뭐라고?”“아버지한테 할 말은 아니지.”해원은 술잔을 태식 발치에 내던졌다.쨍!“첫날부터 아버지 행세하면 바로 끝이야.”“윤해원!”“내가 누구랑 만나든, 어디서 자든 간섭할 생각이면 아버지고 나발이고 꺼져.”윤씨가 해원의 팔을 잡았다.“그래도 네 아버지야.”“확실해?”윤씨의 손이 멈췄다.해원이 웃었다.“봐. 또 대답 못 하잖아.”문석이 끼어들었다.“내 딸일 수도 있지.”태식이 문석의 멱살을 잡았다.“이 개자식아.”“왜? 너도 확신 없잖아.”“해원이는 내 딸이야!”“증거 있어?”강우가 혀를 찼다.“아비 후보끼리 이제 싸우네.”해원은 두 남자가 서로 밀치는 꼴을 보다가 박수를 쳤다.“둘이 계속 싸워.”“뭐?”“누가 내 아버지인지 정하고 싶으면 머리채라도 잡아. 난 관심 없어.”그녀는 주막 안을 둘러봤다.우진, 지혁, 강우까지 죄다 자신을 보고 있었다.“진짜 지겨워.”우진이 다가왔다.“나가시겠습니까?”지혁이 바로 끼어들었다.“왜 당신이 묻습니까?”“제가 먼저 물었으니까요.”강우가 비웃었다.“먼저 타령 또 시작이네.”지혁이 돌아봤다.“아버지는 빠지십시오.”“내가 왜?”“마님이 아버지 싫다고 했잖습니까.”강우의 얼굴이 굳었다.“싫다고까진 안 했어.”해원이 바로 말했다.“싫다고 했어요.”주막에서 웃음이 터졌다.강우가 해원을 노려봤다.“너 진짜 사람 쪽팔리게 한다.”“그러니까 그만 따라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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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아버지 후보가 제일 싫어하는 남자면, 오늘 밤은 이 사람으로 해야겠네.”해원이 진명의 팔을 끌어당기자 윤태식의 얼굴이 시뻘게졌다.“그 손 놔!”“왜요?”“저놈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아?”진명이 코웃음을 쳤다.“말 똑바로 해. 우리 집안이 어때서?”“네 어미가 남의 남자 홀려서 도망가려던 여자잖아!”진명의 표정이 싸늘해졌다.“그 남자가 당신이었잖아, 이 개자식아.”주막 안이 술렁였다.해원은 기가 막혀 태식을 봤다.“잠깐. 삼촌 행세하면서 우리 어머니랑 붙어먹고, 저 사람 어머니랑도 도망가려고 했어요?”“말을 왜 그렇게 천하게 해!”“행동이 천한데 말을 어떻게 고급스럽게 해줘?”강우가 웃음을 터뜨렸다.“저건 맞는 말인데.”태식이 돌아봤다.“당신은 빠져!”“싫은데.”지혁이 관자놀이를 눌렀다.“대체 여기 멀쩡한 어른은 한 명도 없습니까?”해원이 바로 말했다.“없어.”진명이 피식 웃었다.“마님은 본인은 멀쩡하다고 생각합니까?”“아니.”“좋네.”우진이 진명을 노려봤다.“말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진명이 웃었다.“왜. 네 여자야?”우진의 얼굴이 굳었다.해원이 먼저 대답했다.“아니.”“그럼 넌 빠져.”우진이 이를 악물었다.“마님.”“질투해?”“합니다.”“그럼 거기서 해.”해원이 진명의 손을 잡았다.“가요.”태식이 앞을 막았다.“못 간다.”해원의 표정이 식었다.“누가 막는데요?”“내가 네 아버지다!”“아버지인지도 확실하지 않잖아.”“윤해원!”“그리고 진짜 아버지여도 내 밤까지 정할 권리는 없어.”태식이 진명을 가리켰다.“저놈은 복수하려고 너한테 접근한 거야!”해원의 눈이 진명에게 향했다.“그래요?”진명은 잠시 말이 없었다.해원이 손을 놓으려 하자 그가 먼저 붙잡았다.“처음에는.”“처음에는?”“당신이 윤태식 딸이라는 소문 듣고 궁금했던 건 맞습니다.”“복수하려고?”“조금.”해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솔직해서 좋네.”태식이 악을 썼다.“좋긴 뭐가 좋아! 저놈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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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그러니까 오늘 밤은 절대 저를 고르면 안 됩니다.”해원은 진명을 한참 바라봤다.그리고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짝!“이 미친 새끼야.”진명의 고개가 돌아갔다.“마님.”“알고 있었어?”“확신은 없었습니다.”“확신도 없으면서 나한테 손 내밀었어?”“오늘 여기 와서 윤씨 부인을 보고—”짝!이번에는 반대쪽이었다.“그럼 그때 바로 말했어야지.”진명은 맞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죄송합니다.”“꺼져.”윤씨가 울먹이며 다가왔다.“해원아.”해원이 홱 돌아섰다.“어머니는 더 닥쳐.”“내가 설명할게.”“설명?”해원이 웃었다.“내 아버지가 태식인지 문석인지도 모르겠고, 방금까지 고른 남자는 갑자기 내 동생이고.”그녀가 탁자를 걷어찼다.“이 집 인간들은 대체 어디까지 엉켜 처먹은 거야!”윤씨가 눈물을 흘렸다.“진명이는 내가 낳은 게 맞다.”“그래서?”“하지만 네 동생은 아닐 수도 있어.”주막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진명이 고개를 들었다.“뭐라고요?”해원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이번엔 또 무슨 개소리야?”“너는 내가 낳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해원의 표정이 멈췄다.강우가 중얼거렸다.“또 시작이네.”지혁은 아예 이마를 감쌌다.“오늘 안에 가족관계 하나라도 확정됩니까?”해원은 윤씨 앞으로 갔다.“내가 누구 딸인데.”“해원아.”“말해.”윤씨가 입술을 깨물었다.최씨 부인이 갑자기 웃었다.“드디어 말하겠네.”윤씨가 눈을 부라렸다.“넌 닥쳐!”해원이 최씨 부인을 봤다.“어머님은 또 알아요?”“알지.”“말해요.”“네가 태어난 날.”최씨 부인이 입꼬리를 비틀었다.“윤씨는 아이를 낳지 않았어.”해원의 손끝이 굳었다.윤씨가 악을 썼다.“연옥아!”“왜. 이제 와서 무서워?”“그만해!”“네가 남의 딸 데려다 키운 건 사실이잖아.”해원이 윤씨를 바라봤다.“나 주워왔어?”“아니야.”“그럼 훔쳤어?”“그것도 아니야!”“그럼 대체 뭐냐고!”윤씨가 입을 열지 못했다.해원은 한참 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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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이번엔 형제끼리 싸워봐.”해원이 무혁의 팔을 더 세게 끌어안자 돌쇠의 얼굴이 시커멓게 굳었다.“형, 그 손 놔.”무혁이 피식 웃었다.“내 손이 아니라 마님 손인데?”“말장난하지 마.”“왜. 네가 먼저 잤다고 평생 네 여자라도 돼?”주막 안이 조용해졌다.해원이 눈썹을 올렸다.“돌쇠야.”“예.”“내가 네 여자야?”돌쇠가 입을 다물었다.무혁이 코웃음을 쳤다.“대답 못 하네.”돌쇠가 이를 악물었다.“내 여자라는 뜻이 아닙니다.”“그럼 왜 형한테서 빼앗으려고 하는데?”“싫으니까.”“뭐가?”“형이 마님 쳐다보는 게.”해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질투해?”“합니다.”“솔직하네.”무혁이 웃었다.“그럼 나도 솔직하게 말하지.”그가 돌쇠를 위아래로 훑었다.“넌 어릴 때부터 형 물건만 보면 탐냈어.”돌쇠가 벌떡 일어났다.“개소리하지 마.”“칼도, 말도, 여자도.”“입 닥쳐.”“이번에는 내가 네가 먼저 본 여자를 고른 것뿐이야.”돌쇠가 무혁의 멱살을 잡았다.“마님을 물건처럼 말하지 마.”무혁도 손목을 낚아챘다.“네가 지금 제일 그렇게 굴고 있잖아.”둘의 어깨가 부딪쳤다.강우가 술잔을 들며 중얼거렸다.“또 시작이네.”지혁이 한숨을 쉬었다.“아버지는 왜 즐기십니까?”“남의 형제 싸움은 재밌잖아.”우진이 고개를 저었다.“다들 미쳤군요.”해원이 탁자를 쾅 쳤다.“둘 다 손 놔.”돌쇠와 무혁이 동시에 손을 뗐다.해원은 기가 막혀 웃었다.“남자들은 형제만 만나면 왜 꼭 누가 더 세니, 누가 먼저니, 누가 더 잘났니 이 지랄이야?”무혁이 대답했다.“남자는 원래 그렇습니다.”“그럼 둘 중 누가 더 커?”돌쇠가 기침을 했다.무혁의 눈썹이 올라갔다.주막 안이 터졌다.강우가 술을 뿜었다.지혁이 얼굴을 감쌌다.“마님.”해원은 태연했다.“왜. 아까부터 서로 그렇게 잘났다고 하길래.”돌쇠의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그걸 여기서 왜 묻습니까?”무혁이 웃었다.“자신 없냐?”“형은 자신 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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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내일은 형제 둘 다 불러. 누가 먼저 나한테 질리는지 내가 직접 봐줄게.”해원의 말이 떨어지자 돌쇠와 무혁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둘 다요?”“왜. 아까는 자신 있다며.”무혁이 먼저 웃었다.“전 상관없습니다.”돌쇠가 쏘아붙였다.“형이 왜 상관없어? 마님이 나 먼저 고르면?”“그럴 일 없으니까.”“개소리.”해원이 이마를 짚었다.“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또 싸워?”다음 날 밤, 돌쇠가 먼저 별당에 왔다.머리까지 감았는지 평소 나무 냄새 대신 비누 냄새가 났다.해원은 문을 열어주며 웃었다.“일찍 왔네.”“먼저 온 사람이 유리하지 않습니까?”“누가 그래?”그때 뒤에서 무혁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러니까 넌 맨날 급해서 지는 거야.”무혁은 술병까지 들고 있었다.“형은 왜 술까지 가져와?”“마님이 술 좋아한다며.”“누가 말했어?”“철웅.”돌쇠가 이를 갈았다.“그 새끼는 왜 또 형한테 그런 걸 말해.”해원이 웃었다.“너 지금 술병한테도 질투하냐?”“아닙니다.”“얼굴은 맞는데.”무혁이 해원에게 술병을 내밀었다.“들어가도 됩니까?”“싫으면 내가 왜 불렀겠어.”둘이 방 안에 들어오자 공기가 팽팽해졌다.해원은 일부러 가운데 앉았다.“둘 중 누가 더 자신 있어?”무혁이 말했다.“저요.”돌쇠도 동시에 말했다.“접니다.”“말 맞추는 건 잘하네.”돌쇠가 형을 노려봤다.“형은 왜 자꾸 따라 해?”“내가 먼저 말했거든?”“목소리는 내가 먼저 나왔어.”해원이 술을 뿜었다.“진짜 병신들.”무혁이 돌쇠를 가리켰다.“마님, 얘는 어릴 때부터 지면 울었습니다.”“형!”“열다섯 먹고 씨름 지고도 울었지.”돌쇠의 귀가 벌게졌다.“형은 열여섯에 여자한테 차이고 사흘 굶었잖아!”무혁의 웃음이 멎었다.해원의 눈이 반짝였다.“진짜?”“아닙니다.”“맞습니다.”“닥쳐!”돌쇠가 웃었다.“그 여자가 형 보고 너무 잘난 척해서 싫다고 했습니다.”해원이 무혁을 훑었다.“그건 지금도 그렇네.”돌쇠가 박장대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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