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월터 코프 본사.도시는 여전히 떠들썩했다.뉴욕의 모든 디지털 전광판에는 크로스-카터 사가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고 있었다.패널들은 데미안의 기자회견을 장면 하나하나 뜯어보며 분석했고, 블로거들은 아리아가 피해자인지, 돈만 밝히는 여자인지, 아니면 치밀한 범죄 설계자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파파라치들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먹잇감을 빙빙 도는 독수리처럼 크로스 엠파이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하지만 아리아는 그곳에 없었다.그녀는 펜트하우스의 직원용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왔다.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스카프를 낮게 끌어내렸다.숨는 것이 아니었다.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월터 코프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유리칼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조용하고, 통제되어 있으며, 스캔들 따위는 닿지 않은 곳.이곳은 루카스의 왕국이었다.데미안의 제국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더 날카롭고 더 사나웠다.아리아를 본 접수원은 그대로 굳어버렸다.“크로스 사모님…?”아리아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그 사람 안에 있어요?”“네, 네. 사모님.”그녀는 이미 안으로 걸어가고 있었다.루카스 월터는 창가에 서 있었다.두 손은 주머니에 꽂은 채, 발아래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아리아가 들어오자 그는 천천히, 의도적으로 몸을 돌렸다.놀란 표정은 아니었다.분노하고 있었다.“크로스 사모님.”그가 차갑게 말했다.그러더니 입꼬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아니, 이렇게 불러야 하나… 미스 카터라고?”아리아는 뒤에서 문을 닫고 선글라스를 벗었다.표정은 차분했다.거의 지루해 보일 정도로.“오랜만이네, 루카스.”“그러게.”루카스는 그녀를 훑어보았다.마치 그녀에게서 작은 틈이라도 찾아내려는 사람처럼.“결혼 생활은 어때?”그가 비꼬듯 물었다.“아니면 이렇게 물어야 하나? 연기는 잘하고 있어?”아리아는 그 모욕을 무시했다.그리고 방을 가로질러 그의 책상 맞은편에 있는 가죽 의자에 여유롭게 앉았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