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 집에 있다."한경이 몸을 더 숙이자 이불에서 마른 쑥 냄새가 났다."누군데요."대부인이 눈을 감았는데, 성한 손이 며느리의 손목을 쥔 채였고 쥔 힘이 아까보다 세지도 약해지지도 않았다."어머니.""…명주야.""예.""궁에서 물건을 내릴 때는, 물건만 내리지 않는다."방문 밖에서 마루 널이 한 번 울고 그치자, 대부인의 눈이 며느리에게로 갔다가 도로 돌아왔다."…사람이 먼저 오고, 물건이 뒤에 온다."한경의 손이 이불 위에서 굳었고, 굳은 채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먼저요?""그 아이가 이 집에 든 것이 봄이었다.옥패는 그해 가을에 왔다.""그리고 겨울에."대부인이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는데, 굳은 쪽 목이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 *서하당까지 오는 데 마당을 두 번 돌았다.한 번은 길을 잘못 들어서였고 한 번은 일부러였다.마당이 넓지도 않은데 두 바퀴를 도는 동안 아무하고도 마주치지 않은 것이 이상해서, 돌다가 한 번 서서 행랑 쪽을 봤다.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봄에 사람이 오고, 가을에 물건이 오고, 겨울에 죽는다.'…나는 지금 가을이네.'여름에 서란이 왔는데, 젖은 신을 신고 중문을 넘어 들어왔고 그날 밤 육정이 그 아이를 데리고 마루 앞에 섰다.그리고 가을이 오기 전에 궁에서 옥패가 왔다.한경이 걸음을 멈췄는데, 마당 가운데였고 발밑에 아무 그림자도 없었다.'…아니야. 서란이는 아니야.'서란은 걸어서 돌아왔는데, 한 달을 어디 있었는지 말하지 않으면서 뒷문을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드려 돌아왔다.태후 사람이라고 제 입으로 말했고, 그러고도 이 집 뒷문 빗장을 열어 달라고 했다.그러니까 서란은 지웠다.그러면 남는 것이 문제였다.* * *서하당으로 돌아와 장 아래 칸 서랍을 열자 향낭이 가지런했다.옥색, 자색, 남색, 연둣빛, 다시 옥색, 흰 것.그 위에 서란이 나중에 지어 올린 것 하나가 얹혀 있었다.여섯이 일곱이 된
Last Updated : 2026-08-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