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화.대수장 태원이 서역에서 몰고 온 보물 상자가 대청마루를 채운 다음 날, 월린은 보좌관이 내민 한 권의 두꺼운 장부를 펼쳐 들었다. 연가 상단이 지난 반기 동안 올린 거상 무역의 정산서였다.전생에 방구석에서 웹소설을 쓰며 플랫폼 정산 메일을 고대하던 기억이 스쳤다. 하지만 지금 제 눈앞에 펼쳐진 숫자는 전생의 보너스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백, 천, 만, 십만…… 아니, 이게 다 금화라고?’최종 정산 금액을 확인한 순간, 월린의 뇌정지가 왔다. 평생 먹고놀며 빌딩 몇 채는 사고도 남을 우주적 규모의 액수였다. 태원이 무역 천재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가민에게는 방구석 독고다이 생활이 만든 입버릇이 있었다. 현실을 마주하면 “이것도 다 내 업이지”라며 해탈하고, 멋진 장신구나 남정네들의 피지컬을 볼 때는 “오, 짱짱맨!”을 외치는 철 지난 오타쿠식 감탄사였다.이 기묘한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가신들은 ‘고결한 고대 은어’로 여겼지만, 지금은 그런 입버릇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흥이 돋았다. 통장 잔고에 벌벌 떨던 전생의 한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째진 월린은 제이팝 밴드 음악을 들으며 내적 댄스를 추던 오타쿠 버릇대로,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고 엄지, 검지, 새끼손가락만 펴서 ‘락 스피릿(Rock Spirit)’ 수신호를 날렸다.“……!”처소 안의 공기가 일시에 얼어붙었다. 태원은 물론이고 뒤를 지키던 스물네 살의 연호와 스물한 살의 유현까지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시종 하민이었다. 하민이는 무릎을 꿇으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아씨……! 저희를 향해 그런 깊은 은혜를 내리시다니요!”“어? 아니, 하민아, 이건 그냥 기분이 째져서……”“아닙니다! 세 손가락을 뻗으신 저 고결한 자태는 ‘나는 이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청연국 역사상 가장 숭고한 사랑의 수신호가 분명하옵니다!”하민이의 오버 섞인 해석에 월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명하려던 찰나, 태원이 감격에 찬 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