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28화입니다! 오늘은 4대 명문 중 백가와의 에피소드네요. 맘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뒤에서 니편내편 편을 갈라 정치질을 하는 것 보단 나은 것같아요ㅎㅎ 물론 대놓고 식사 초대를 해버리는 아주 고품격(?)인 방식이지만 참고로 저는 현재 굿노벨에서 주 3회씩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어요. 이미 완결을 낸 원고여도 재 검토하며 올리고 있고, 동시에 차기작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어서 템포를 조절하며 달리는 중이랍니다. 오늘도 제 작품을 찾아주시고 구독해 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화에서 만나요!
제 41화. 가주님의 비밀스러운 시장 나들이연가의 아침은 평소와 다름없이 나들갈하게 시작되었다. 오늘 월린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한결 가벼웠고, 눈가에는 설렘이 서려 있었다. 어젯밤 침대에 누워 유현의 생일을 고민하며 보낸 시간들이 오늘 이 외출을 향한 준비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월린은 아침 식탁을 정리하던 시종 하민을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하민아, 오늘 나랑 시장 구경 좀 갈까?"그 한마디에 하민은 들고 있던 쟁반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평소 가주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던 연호와 유현이 아닌,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가, 가주님? 저,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천한 제가 감히 가주님과 함께 시장을… 아아, 오늘이 제 생일인가 봅니다! 세상에, 가주님의 그 고귀한 걸음에 제 발자국을 나란히 올리다니, 이 하민, 오늘 당장 제 몸을 불사질러 가주님의 안위가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게 온 사방을 살피며 따르겠습니다!"하민의 주접스러운 충성심에 월린은 픽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다독였다. 그녀는 오늘 시장 나들이를 위해 평소의 격식 있는 의복 대신, 활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잃지 않은 연한 하늘빛 치마에 몸을 감쌌다. 그러고는 마치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새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본가를 나섰다.시장으로 향하는 길, 월린의 마음은 온통 유현에게 가 있었다.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서서 벅찬 감동을 가누지 못해 붕 뜬 듯 걷는 하민에게 넌지시 물었다."하민아, 너는 ‘남자’란 무엇이라 생각하니?"갑작스러운 질문에 하민은 잠시 멈춰 섰다가, 가주님을 향한 숭고한 눈빛을 빛내며 답변했다."남자란… 가주님의 그림자가 되어야 하고, 가주님의 한숨조차 놓치지 않으며, 가주님이 밟으시는 길에 가시가 있다면 제 등을 깔아서라도 평탄하게 만들어야 하는 존재 아니겠습니까?""…그건 너무 비장하잖아."월린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녀에게 남자, 특히 자신의 남편들은 단순한 가신이 아니었다. 때로는 든든한 방패였고,
제 40화. 보이지 않는 정성: 신체검사(下)어제 시녀와 시종들의 검사를 무사히 마친 오늘은 연가의 가장 핵심적인 무력인 무사들의 신체검사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귀족의 무사는 단순한 사병이 아니다. 황실의 전령을 수행하거나, 가문의 대문을 지키고, 유사시에는 가주의 목숨을 담보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자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행동력과 체력은 곧 연가의 국력이었다.검사소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훈련을 마친 무사들이 웃통을 벗은 채 줄을 서 있었다. 땀방울이 흐르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들, 흉터가 가득한 등판 그리고 거친 숨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전생의 일에만 치여 남자를 멀리하고 살았던 월린은 그 풍경에 잠시 숨이 멎을 뻔했다.'홀리... 세상에, 이게 내 가문의 무사들이라고?' 월린은 속으로 황홀경에 빠졌지만, 곧바로 입술을 앙다물고 표정을 굳혔다.'정신 차려, 최가민. 아니, 월린. 너는 연가의 차기가주! 그리고 세 남편을 둔 어엿한 유부녀야!'그때, 월린의 귀에 무사들의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야, 오늘 가주님이 직접 오신다는데 자세 똑바로 해. 어제는 시녀들만 보시더니 우리 차례가 되니까 심장이 다 뛰네.""긴장하지 마. 가주님 손잡고 치료받는 거 생각 안 해봤냐? 어제 내 옆자리 녀석이 엄청 부러웠거든. 나도 빨리 내 차례가 왔으면 좋겠다.""하긴, 가주님 얼굴 한번 뵙기도 힘든데 이렇게 가까이서... 훈련 좀 더 빡세게 할걸 그랬나 봐. 그러면 몸이 더 좋아 보였을 텐데."무사들은 짐짓 어깨에 힘을 주며 근육을 과시했다. 월린은 엄숙한 표정으로 검사소 중심에 앉았다. 무사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올 때마다 월린은 그들의 상태를 아주 꼼꼼하게 살폈다. 월린은 굳은살 하나, 오래된 칼자국 하나를 세심하게 기록하며 의료진을 도왔다. 그러다 팔뚝에 남은 낡고 깊은 칼자국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여기는 어쩌다 이렇게 깊게 베인 거예요? 훈련 때 생긴 상처 같은데, 제대로 치료를 안 한 건가요? 이런 건 흉터가 문제
제 39화 연가(連家)의 연례행사 : 신체검사(上)사흘 뒤, 연가와 청가 각 본가 마당에는 이틀간 진행되는 신체검사를 위한 임시 검사소들이 줄지어 설치되었다. 원래는 무사들만 1년 주기로 하려던 것을, 월린의 제안으로 시종과 시녀들까지 포함해 가문의 모든 식구를 챙기기로 한 참이었다.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월린은 이른 아침부터 가장 먼저 검사소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의 옆에는 연호와 유현이 대기하며 검사소의 질서를 차분히 유지했다."좋았어! 자, 그럼 시작할까?"첫 번째 순서는 시녀들의 검사였다. 시녀들은 가주를 모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여겼는데, 직접 마주 앉아 건강을 진단받는다는 사실에 다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월린은 직접 시녀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눈을 맞췄다."요즘 속은 좀 어때요? 며칠 전 차를 나르다 손목이 아픈 것 같던데, 혹시 무리한 건 아니고요?"월린은 시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살폈다. 굳은살의 위치, 잦은 노동으로 인한 근육의 경직도를 하나하나 눈으로 확인했다."여기는 어쩌다 긁힌 거예요? 아유, 쓰라렸겠네. 의원님, 여기 소독약이랑 연고 좀 먼저 발라주세요."월린의 다정한 손길과 세심한 배려에 시녀들은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오후부터는 시종들의 검사가 시작되었다. 시종들은 시녀들보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을 많이 하기에 관절이나 허리 상태를 더 세밀하게 봐야 했다. 월린은 시종들의 어깨와 근육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이때, 시종 하민이의 차례가 되었다. 감수성이 풍부해 가주님을 향한 남다른 동경을 품고 있던 하민이는 잔뜩 긴장한 채 자리에 앉았다."하민아, 요새 많이 힘들지? 고생 많아."월린이 손을 따뜻하게 잡고 다독이자, 하민이는 참았던 눈물을 툭 터뜨리고 말았다."가주님... 흑,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시간을 내주시고..."하민이는 가주님의 다정한 온기에 감격해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월린은 당황하지 않고 달래며 등을 다독여주었다."아이구, 괜찮아,
제 38화 청가(靑家) 의 초대청연국의 산맥은 늘 푸른 안개에 잠겨 있다.그중에서도 청가의 본가는 세상과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듯 서늘하고 고고한 기운을 내뿜었다. 4대 귀족 중 가장 오래된 뿌리를 가진 청가는 예법이 까다롭고, 지붕 하나를 올릴 때도 지맥의 흐름을 읊으며 풍수적 배치를 완벽히 계산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묘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연가'만을 조용히 초대했기 때문이다. 이는 4대 귀족의 서열 안에서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묶였음을 세상에 알리는 강력한 선언이었다.연가의 대문 앞, 타국에서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월린의 부모영인과 연진이 마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딸을 보자마자 가주라는 체면도 잊은 채 달려와 으스러지게 껴안았다."아이고, 우리 월린! 이 어미 없이 가주 노릇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 내 새끼!"영인의 진한 애정 공세에 월린은 뺨을 부비며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은 그 뒤에 묵묵히 서 있는 두 사내, 연호와 유현을 보았다. 과거 딸의 목숨을 지키던 전속 호위무사가 이제는 딸의 침소와 안살림을 짊어진 남첩이 되었다는 사실에 복잡한 심경이 교차했으나 연가의 기틀을 다져준 그들에게 정중한 목례를 건네며 완벽하게 예우했다.청가 본가에 도착하자, 청가의 가주 청설과 그의 부인이 입구에 서 있었다. 그 엄숙한 가주들도 월린을 보자마자 눈가에 부드러운 주름을 잡았다."어서 오시오, 월린. 그간 강녕했는가."청설의 목소리는 낮고 무게감이 있었다. 사랑채에 들어서자 네 명의 어른은 차를 마시며 대화를 시작했다. 청설의 정실 남편 기원이 월린의 손을 다정하게 덮어주며 나직이 말했다."월린아, 우리끼리 나라의 시사나 가문의 복잡한 살림 이야기를 나누면 너도 지루할 게다. 우린 오랜만에 밀린 이야기나 할 테니, 정원이나 구경하고 오렴. 청가 정원이 오늘따라 절경이니."월린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연호와 유현을 대동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가의 정원은 그 자체가 거대한 예술
제 37화 주인공과 남첩들의 함께 맞이하는 밤 연가의 집무실은 며칠째 흑단 바치가 비파 현을 때리는 묵직한 파열음으로 가득 찼다. 월린은 새로 얻은 바치를 손에 쥐고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연습에 몰두했다."예음아, 들어봐! 이 바치는 무게 중심이 완벽해. 이 텐션, 이 타격감! 락 스피릿이 비파의 몸통을 뚫고 나오는 기분이야!"월린의 연주는 날이 갈수록 거칠고도 화려해졌다. 예음은 가주의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비파 줄을 튕기는 가녀린 손목과 어깨가 붉게 부어오르는 것을 보고 마음을 졸였다."가주님, 손목의 핏줄이 팽팽하게 서 있습니다. 무리한 연주는 가주의 건강뿐만 아니라, 이 고귀한 비파의 줄마저 끊어먹을 것입니다."그때, 연가의 전속 의원인 지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월린의 붉어진 어깨와 손목을 바라보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히 월린의 옆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비파를 내려놓게 했다."가주님, 아무리 예술혼이 불타올라도 몸을 돌보지 않으시면 속상합니다. 이러다 손목 인대가 상하면 앞으로 연주를 하고 싶어도 못 하십니다. 조금만 진정하시지요."지은의 진심 어린 걱정에 월린은 찔린 듯 머쓱하게 웃으며 꼬리를 내렸다."알았어요, 조금만 살살 조절해서 할게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그 직후, 연호와 유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 무사의 손에는 각각 가주의 피로를 풀어줄 약재가 달인 탕약과 따뜻한 수건, 최고급 화유가 들려 있었다."가주님, 보약을 드셔야 합니다." (연호)"어깨를 풀어드려야 하니, 이쪽으로." (유현)연호와 유현은 서로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언의 신경전이 집무실의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월린이 중재에 나섰다."둘 다 진정해!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연호는 손힘이 좋으니까 어깨 마사지를 맡고, 유현이는 섬세하니까 내 비파 악보 넘기는 걸 도와줘!"두 무사는 그제야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집무실에는 월린이 앉아 비파
제 36화 비파 덕후 가주를 위한 두 무사의 선물연가의 집무실, 오늘도 어김없이 괴이한 소리가 담장을 넘었다.뚱땅, 뚱땅, 콰광!비파의 선율이라기보다는 전장에서 방패를 내리치는 듯한 둔탁한 타격음이었다. 월린은 비파 위에 밥주걱을 세워 쥔 채, 온몸으로 락 스피릿을 불태우며 비파의 현을 사정없이 뜯고 있었다.하지만 가주의 독특한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새로운 악보까지 구상했던 예음조차 눈가에 미세한 실룩거림이 일었다.'그래... 내가 가주님의 뜻을 따르기로 맹세했거늘... 저것 또한 저분만의 깊은 뜻이 있겠지...'머리로는 이해하려 애썼지만, 귓가를 강타하는 이색적인 타격음 앞에서 도저히 성자의 경지에 오르기는 힘들었다.그녀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이 웅장한(?) 연주가 끝나기만을 경건하게 기도할 뿐이었다.연가 집무실 쪽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고요하고 우아한 비파의 선율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연무장에서 땀을 식히며 지나가던 연호와 유현은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다. 창호지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흡사 징을 치거나 전장에서 방패를 내리치는 듯한 둔탁한 타격음소리였다. 두 무사는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가주께서 즐거워하시는 그 '음악'이, 비록 세간의 미학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두 사람의 눈에는 그저 눈부신 광경일 뿐이었다. 하지만, 월린의 기행을 깎아내리려는 연가의 외부 세력이나 시기하는 눈초리들이 언제 어디서 혀를 찰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형님."유현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무뚝뚝한 그의 말투에는 가주를 향한 맹목적이고도 처절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가주님께서는 가주님만의 세계를 구현하시는 중입니다. 허나, 저 밥주걱이 월린님의 고귀한 손을 더럽히고, 타인의 입방아에 오르게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가주의 체통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연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지만, 손끝은 이미 검집을 꽉 쥐고 있었다."옳은 말이다. 우리가 할 일은, 가주님의 그 열정을 가장 완벽하게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