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이 끝난 뒤에도 우리는 바로 호텔을 나서지 않았다.아침 햇빛이 창가까지 들어왔고, 도현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나는 침대 끝에 앉아 오늘 일정을 확인하려다 휴대전화를 내려놨다.휴가 마지막 이틀.도현이 갑자기 말했다.“48시간 동안 직함을 쓰지 맙시다.”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뭐라고 부르는데?”“이름.”“의장님도 금지?”“네.”“총괄님도?”“네.”“그럼 차도현 씨?”“가능합니다.”“한서윤 씨?”“네.”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주인님은?”도현이 멈췄다.아까까지 너무 쉽게 대답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생각했다.“그건 직함이 아니라 관계 안의 호칭입니다.”“치사해.”“왜 치사합니까?”“도현 씨한테 유리한 것만 예외잖아요.”“당신이 싫다면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이번에는 또 바로 선택권을 넘겼다.나는 괜히 입술을 삐죽였다.“그럼 제가 원할 때만.”도현의 시선이 조금 깊어졌다.“좋습니다.”48시간 동안 회사 메신저도 로그아웃했다.노트북은 캐리어 안에 넣었다.도현은 비서에게 단 하나의 조건만 남겼다.긴급한 안전사고나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연락하지 말 것.나는 카렐과 한예린에게 같은 내용을 보냈다.그리고 메신저 앱을 닫았다.첫날은 좋았다.아무 연락도 없었다.점심을 늦게 먹고.강가를 걷고.호텔 근처 작은 시장도 둘러봤다.도현이 엽서 한 장을 골랐고, 나는 이상한 모양의 유리컵을 샀다.“그걸 왜 삽니까?”“예쁘잖아요.”“손잡이가 없는데 뜨거운 걸 어떻게 마십니까?”“차가운 거 마시면 되죠.”도현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래도 계산할 때 내 손에서 빼앗지는 않았다.“왜 안 말려요?”“당신 돈입니다.”“그럼 마음에 안 들어도?”“네.”“많이 성장했네.”“48시간 동안 직함 금지라면서 평가도 합니까?”“평가는 직함 아니거든요.”첫날 밤까지는 평화로웠다.문제는 둘째 날 아침부터였다.도현은 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협탁을 더듬었다
Last Updated : 2026-08-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