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단추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도현의 과거에서 또 다른 것이 나왔다. 차명희가 오래된 금고를 정리하던 날이었다. 서류 몇 묶음과 오래된 보석 상자, 이미 효력이 끝난 계약서들 사이에서 얇은 편지 묶음 하나가 발견됐다. 누렇게 바랜 봉투. 수신인은 모두 같았다. [차명희.] 발신인은 도현의 아버지였다. 처음에는 차명희도 열어볼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이미 수십 년 전의 편지였고,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맨 아래쪽 봉투 하나에 작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내가 먼저 죽으면 도현에게 보여줘.] 그래서 차명희는 그날 저녁 우리를 불렀다. 도현은 편지 묶음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이건 읽지 않겠습니다.” 차명희가 눈썹을 올렸다. “왜?” “부모님 사생활입니다.” “네 아버지가 죽으면 너한테 보여 주라고 적어놨어.” 도현의 손이 멈췄다. “직접요?” “응.” 차명희가 가장 아래 있던 봉투를 내밀었다. 겉면에 정말 그 문장이 적혀 있었다. 도현은 한참 동안 봉투를 받지 않았다. 나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손을 내밀었다. “어머니도 읽으셨습니까?” “옛날에 받은 건데 뭘.” “내용 전부 기억하십니까?” “대충.” 차명희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도현은 첫 번째 편지를 펼쳤다. 처음 몇 줄은 평범했다. 함께 갔던 식당 이야기. 차명희가 늦게까지 그림을 그렸던 날. 둘이 결혼을 고민하던 시절의 짧은 기록. 그러다 도현의 시선이 한 문장에서 멈췄다. [명희야, 나는 네가 나 없이도 잘 살까 봐 겁난다.] 도현의 손이 그대로 굳었다. 나도 문장을 읽었다. 너무 익숙했다. 표현만 달랐을 뿐. 도현이 예전 수없이 보여 줬던 불안과 닮아 있었다. 내가 자기 없이도 괜찮을까 봐. 자기가 필요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내가 다른 도시에서도 잘 지낼까 봐. 그래서 가까이 두고 싶어 했던 마음. 도현은 아무
Last Updated : 2026-08-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