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조명이 꺼진 뒤에도 서윤은 바로 눈을 감지 않았다.커튼 틈으로 들어온 희미한 불빛 때문에 방 안의 윤곽 정도는 보였다.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차콜색 의자.화장대 거울.그리고 바로 옆의 도현.서윤은 그의 팔을 베고 누워 손가락으로 은색 팔찌를 만지작거렸다.“도현 씨.”“네.”“안 자죠?”“당신이 계속 제 팔찌를 만지고 있는데 어떻게 잡니까.”서윤이 작게 웃었다.“신경 쓰였어요?”“아닙니다.”“그럼 계속 만질래.”“그러십시오.”서윤의 손끝이 팔찌 안쪽의 글자를 따라 움직였다.그러다 갑자기 물었다.“《사이》 완성되면 첫날 밤새 있을래요?”도현이 고개를 돌렸다.“밤새?”“응.”“거기서 잠까지 자겠다는 겁니까.”“꼭 자겠다는 건 아니고.”서윤이 몸을 돌려 그와 마주 봤다.“처음 들어가는 날은 시간 안 보고 있어보고 싶어요.”책을 읽다가,음악도 듣고,바닥에 누워도 보고,새로 산 의자에도 같이 앉고.그러다 졸리면 잠들어도 괜찮았다.“아침까지?”“응.”도현이 잠시 생각했다.“좋습니다.”서윤은 만족스럽게 다시 누웠다.그런데 이번에는 도현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서윤이 그 손을 잡았다.“왜요.”“보고 싶어서.”“불도 꺼졌는데?”“보입니다.”도현의 손끝이 뺨을 천천히 쓸었다.서윤은 가만히 그 손길을 받았다.조금 전처럼 뜨겁고 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그래서 오히려 더 선명했다.손끝이 어디에 닿는지.도현의 숨이 얼마나 가까운지.자신이 어느 순간부터 그의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지도.서윤이 낮게 말했다.“아까 거울 볼 때는 이상했어요.”“뭐가.”“다 보이니까.”도현이 기다렸다.“도현 씨가 나 보는 것도 보이고, 내가 도현 씨 잡는 것도 보이고.”서윤은 그의 손을 자신의 뺨에 다시 가져다 댔다.“근데 지금은 아무것도 잘 안 보이잖아요.”“네.”“이것도 좋네.”도현의 엄지가 뺨을 한번 쓸었다.“왜.”“안 봐도 아니까.”손이 닿으면 누구인지 알고
Last Updated : 2026-09-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