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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บทที่ 401 - บทที่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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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화. 거울 속에서 먼저 본 것

도현이 서재 문을 열어둔 채 안에서 뭔가를 옮기고 있었다.서윤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다가 소리를 들었다.“뭐 해요?”대답이 없었다.대신.드르륵.무거운 게 바닥 위를 움직이는 소리.서윤은 가방을 소파 위에 올리고 서재로 갔다.문 앞에서 바로 멈췄다.“이게 뭐야.”도현이 세워놓은 건.사람 키보다 조금 큰 전신거울이었다.테두리가 거의 없는.단순한 거울.원래 침실 옷장 안쪽에 작은 거울은 있었지만.이 정도로 큰 건 처음이었다.“거울.”“그건 알아.”“그럼 왜 묻습니까.”“갑자기 왜 샀냐고.”도현이 거울 각도를 조금 조정했다.“그림 볼 때 쓰려고.”“그림을 왜 거울로 봐.”“좌우 뒤집어서 보면 이상한 부분이 잘 보입니다.”서윤은 잠깐 거울을 봤다.자기 모습.그 옆에 서 있는 도현.둘 다 그대로 비쳤다.“오.”“왜.”“생각보다 크네.”도현은 거울에서 한 걸음 떨어졌다.“이 정도는 돼야 전신이 보입니다.”서윤은 거울 앞으로 갔다.코트도 아직 벗지 않은 상태.회사에서 돌아온 그대로.“여기 세워둘 거예요?”“아마.”“내가 옷 볼 때도 써도 되지?”“거울인데 왜 허락을 받습니까.”“주인님 거니까.”도현의 시선이 거울 속 서윤에게 갔다.“집에 있는 건 같이 쓰는 겁니다.”서윤이 웃었다.“그 말 좋네.”“요즘 당신은 뭘 말해도 좋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다 좋은 건 아니거든.”“예를 들어.”“지금처럼 분석하는 거.”도현이 아주 조금 웃었다.“알겠습니다.”서윤은 코트를 벗었다.의자 등받이에 걸어놓고.다시 거울을 봤다.도현은 바로 뒤쪽에 서 있었다.눈이 마주친 건.직접이 아니라.거울 안에서였다.몇 초.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윤이 먼저 물었다.“왜 봐요.”“당신도 봅니다.”“나는 거울 보는 거고.”“거울 속 저를.”들켰다.서윤은 웃었다.“조금.”“왜.”“그냥.”도현의 눈썹이 올라갔다.서윤이 바로 정정했다.“뒤에 서 있으니까.”“그게 이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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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화. 먼저 닫힌 문

서윤이 집에 들어왔을 때.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도현은 보이지 않았다.“도현 씨?”대답 대신.서재 쪽에서 짧은 소리가 났다.탁.문 닫히는 소리.서윤은 가방을 내려놓고 그쪽을 봤다.“뭐 해요?”이번에는 대답이 왔다.“잠깐만 기다리십시오.”“왜.”“정리할 게 있습니다.”서윤은 눈썹을 올렸다.도현이 자기 서재 문을 닫는 건 드문 일이었다.회사 통화라도 하나.그렇게 생각하고 코트를 벗었다.그런데.휴대폰은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화면도 꺼져 있었다.서윤은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일 분.이 분.결국.“진짜 뭐 해.”문이 열렸다.도현이 나왔다.손에는 종이 한 장.“뭐예요?”“아무것도 아닙니다.”“그럼 왜 문까지 닫았어.”도현은 종이를 뒤집어 들었다.“당신이 보면 안 되는 거라서.”서윤의 눈이 바로 커졌다.“내가 보면 안 되는 거?”“네.”“왜.”“아직 안 끝났습니다.”“그림?”도현이 잠깐 그녀를 봤다.“비슷합니다.”“보여줘.”“안 됩니다.”“조금만.”“안 됩니다.”너무 단호해서.서윤은 오히려 웃었다.“주인님이 숨기는 거네.”“숨기는 게 아니라.”도현은 종이를 다시 서재 안에 두고 나왔다.문을 닫았다.이번에는 잠그지는 않았다.“완성되면 보여드리겠습니다.”“언제.”“모릅니다.”“또 몰라.”“네.”서윤은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그를 봤다.“나 오늘 저 문 계속 신경 쓰일 것 같은데.”“그러십시오.”“안 말려?”“제가 닫았습니다.”도현의 시선이 서재 문으로 한번 갔다가.다시 서윤에게 왔다.“궁금해하는 것도 예상했습니다.”숨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하….”도현이 바로 알아챘다.“왜.”“또 먼저 정했잖아.”“문 닫는 걸?”“응.”“그게 좋습니까.”서윤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조금.”도현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렇군요.”*저녁은 배달이었다.둘 다 늦게 들어온 날.도현은 식탁에 찜닭 그릇을 놓고.서윤은 밥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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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화. 먼저 건넨 쪽

서윤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현은 이미 침실에 없었다.협탁 위에는 물컵만 놓여 있었다.그 옆.접힌 종이 한 장.서윤은 베개에 기대앉은 채 종이를 집었다.[아홉 시 회의. 먼저 나갑니다.]끝.서윤은 종이를 뒤집어봤다.아무것도 없었다.“이게 다야?”혼잣말을 하다가.괜히 웃었다.요즘 도현이 뭔가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 게 익숙해졌는데.그래도.이렇게 메모 한 줄만 남기고 먼저 나간 건 오랜만이었다.서윤은 휴대폰을 들었다가.다시 내려놨다.굳이 답장할 필요는 없었다.어차피 몇 시간 뒤면 회사에서 볼 테니까.*오전 회의는 예상보다 짧게 끝났다.서윤이 회의실에서 나오자.복도 건너편에서 도현이 걸어오고 있었다.다른 이사 두 명과 함께였다.서윤은 그대로 지나가려 했다.도현도 회사에서는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한 총괄.”“의장님.”짧게.그게 전부였다.그런데.스쳐 지나가는 순간.도현의 손에 들린 파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베이지색.모서리가 조금 구겨진 얇은 파일.어젯밤 서재에 들고 들어갔던 종이와 비슷한 색이었다.서윤은 순간 뒤를 돌아봤다.도현은 이미 몇 걸음 지나간 뒤였다.그런데.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딱 한 번.고개를 돌렸다.눈이 마주쳤다.서윤은 바로 입술을 다물었다.도현의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대로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갔다.“진짜 신경 쓰이게 하네.”서윤이 작게 중얼거렸다.뒤에서 예린이 말했다.“뭐가.”서윤이 깜짝 놀라 돌아봤다.“언제 왔어요?”“방금.”“아무것도 아니에요.”예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 말 요즘 안 쓰기로 하지 않았어?”“누가.”“차 의장.”“그걸 왜 한예린이 알아.”“당신이 전에 말했잖아.”서윤은 잠깐 멈췄다.“내가?”“응.”“언제.”“기억 안 남.”“그럼 됐어요.”예린은 웃으며 지나갔다.*저녁.서윤이 집에 먼저 들어왔다.서재 문은 열려 있었다.그 순간.걸음이 자동으로 그쪽으로 갔다.도현은 아직 오지 않았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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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화. 낮춘 숫자를 다시 올리라는 사람

회의실 공기가 처음부터 좋지 않았다.서윤은 화면에 떠 있는 숫자를 한 번 보고.맞은편에 앉은 이사를 봤다.“그래서.”그가 말했다.“다음 분기 목표를 다시 상향하자는 겁니다.”현재 목표보다 11퍼센트 높은 수치.파리와 뮌헨의 신규 계약을 동시에 늘리고.프라하 운영팀이 임시로 낮춘 승인 속도도 원래대로 되돌리는 안이었다.서윤은 펜을 내려놓았다.“근거가 뭡니까.”“시장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시장 말고.”“네?”“우리 조직이 그 속도를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근거.”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옆에 앉은 예린은 자료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맞은편 이사가 말했다.“지난 분기 자발적 이탈이 거의 없었습니다.”“한 분기입니다.”“그래도 지표는 좋습니다.”“그래서 사람을 다시 최대치로 쓰자는 겁니까?”“최대치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서윤은 화면을 가리켰다.“여기.”파리 신규 계약 증가율.뮌헨 확장 일정.프라하 검토 건수.“이 세 개를 동시에 올리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됩니다.”그 이사가 표정을 굳혔다.“한 총괄은 계속 보수적으로만 가려는 겁니까?”“아니요.”서윤은 바로 대답했다.“지속 가능한 만큼만 가려는 겁니다.”“그러다 기회를 놓치면요?”“놓치는 기회보다.”이번에는 예린이 고개를 들었다.서윤은 그대로 말했다.“한 번 망가진 운영 체계를 복구하는 비용이 더 큽니다.”몇 초.아무도 말하지 않았다.그때.회의실 끝에 앉아 있던 도현이 입을 열었다.“한 총괄.”서윤이 고개를 돌렸다.“네, 의장님.”회사에서의 목소리.딱딱하고.깔끔했다.도현은 물었다.“현재 목표를 유지할 경우 예상 매출 차이는.”서윤은 준비한 숫자를 바로 말했다.“상향안 대비 약 6.4퍼센트 낮습니다.”“운영비.”“8.1퍼센트 낮습니다.”“추가 채용.”“상향안은 최소 열두 명. 현행은 세 명 이하입니다.”“오류율 추정은.”“상향안 쪽이 더 높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직 모델링 중입니다.”도현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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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화. 답을 알려주지 않는 사람

첫 멘토링 대상은 프라하가 아니었다.파리였다.서윤은 화상회의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잠깐 눈을 가늘게 떴다.클레어 뒤랑.파리 운영기획팀 부팀장.서른둘.최근 두 분기 동안 신규 계약 조정안을 가장 많이 작성한 사람 중 하나였다.화면이 켜지자 클레어가 먼저 인사했다.“안녕하세요, 한 총괄.”“네. 편하게 하세요.”“조금 긴장됩니다.”“왜요.”“한 총괄이 멘토라서요.”서윤은 바로 노트북 옆에 놓인 메모를 봤다.[답을 대신 주지 말 것.]인사팀에서 보낸 문장이 아니라.자기가 회의 직전에 직접 적어놓은 문장이었다.“그럼 긴장한 채로 시작하죠.”클레어가 잠깐 웃었다.“네.”“오늘 가져온 주제는요?”화면에 자료가 공유됐다.파리 쪽 대형 브랜드와의 신규 계약.계약 자체는 매력적이었다.문제는 일정.브랜드 쪽이 요구하는 오픈 시점에 맞추려면 현재 파리 인력만으로는 부족했고, 최소 두 팀이 한 달 가까이 야근해야 했다.클레어가 말했다.“저는 거절하는 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서윤은 바로 물었다.“왜요.”“현재 인원으로는 무리입니다.”“그럼 끝났네요.”클레어가 멈칫했다.“네?”“무리면 거절하면 되잖아요.”“그런데 매출이 큽니다.”“그럼 무리라는 판단이 바뀝니까?”클레어가 입을 다물었다.서윤은 본능적으로 말을 이어가려 했다.이 정도 계약이면 세 가지 대안이 있고.일정 조정을 먼저 제안하고.그게 안 되면 범위를 분할하고.그것도 안 되면 신규 채용 비용까지 계산해서—입을 열기 직전.자기가 써놓은 메모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답을 대신 주지 말 것.서윤은 입을 다물었다.클레어가 기다렸다.몇 초.서윤이 물었다.“그러면 지금 선택지가 몇 개 있다고 봐요?”클레어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화면을 내려다봤다.“거절하거나.”“네.”“받거나.”“그게 전부예요?”“아마.”서윤은 또 답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느꼈다.아니.중간이 있잖아.일정을 바꾸고.범위를 나누고.브랜드 쪽 부담을 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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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화. 통과되지 않은 안건

도현의 안건이 부결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오후 세 시였다.서윤은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뭐가 부결됐다고요?”예린이 태블릿 화면을 넘겼다.“기술·전략 부문 신규 투자안.”“의장님 거?”“응.”“전부?”“아니. 세 개 중 하나.”서윤은 화면을 받아 들었다.유럽 물류 예측 시스템 고도화.기존 시스템을 교체하는 게 아니라, 향후 삼 년 동안 단계적으로 새 플랫폼으로 옮기는 안이었다.도현이 몇 달 전부터 검토하던 내용이었다.그런데.표결 결과.찬성 넷.반대 다섯.보류 하나.“왜.”“초기 비용.”예린이 말했다.“지금 회사가 성장 목표도 낮췄는데 굳이 큰 선투자를 해야 하냐는 거지.”“장기적으로는 비용 줄어들잖아요.”“차 의장도 그렇게 설명했겠지.”“그런데 졌다고?”예린이 서윤을 봤다.“이사회에서 의장이 내는 안이라고 다 통과되는 건 아니잖아.”그건 맞았다.오히려.그래야 했다.그런데도 이상했다.도현은 회사 안에서 늘.결과를 만드는 사람처럼 보였다.적어도 서윤에게는 그랬다.“표정이 왜 그래.”예린이 물었다.“아니.”“처음 봐?”“뭘.”“차 의장 안건 떨어지는 거.”서윤은 잠깐 생각했다.“직접 본 건 처음인 것 같아.”“그럼 오늘 집에서 위로 잘해줘.”서윤이 바로 그녀를 봤다.“왜 내가.”“남편이잖아.”“의장님이 안건 하나 떨어졌다고 위로받을 사람 같아요?”예린이 웃었다.“그건 모르지.”서윤은 태블릿을 돌려줬다.그런데.업무를 다시 시작하고도.조금 신경이 쓰였다.*도현을 실제로 마주친 건 다섯 시가 넘어서였다.이사회실 앞.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씩 나왔다.도현은 맨 마지막이었다.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자료를 접고.옆에 있던 이사에게 짧게 무언가를 말한 뒤.고개를 들었다.서윤과 눈이 마주쳤다.“한 총괄.”“의장님.”서윤은 잠깐 망설였다.“회의 끝나셨어요?”“네.”“저녁 일정은.”“없습니다.”“아.”도현의 시선이 잠깐 그녀에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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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화. 다시 올리지 않은 날

도현은 정말 안건을 다시 올리지 않았다.다음 날 오전.서윤은 우연히 이사회 자료 배포 목록을 확인하다가 그걸 알았다.새 수정안 없음.추가 회의 요청 없음.별도 검토 요청도 없음.딱 하나.기존 안건 상태만.[재검토 예정]그뿐이었다.서윤은 화면을 한참 보다가 휴대폰을 들었다.메시지를 보낼까.[진짜 하루 더 보는 거예요?]쓰고.지웠다.회사 일이었다.그리고.도현이 알아서 하기로 한 일이었다.서윤은 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그때 카렐이 파일을 들고 들어왔다.“파리 수정안입니다.”“여기 둬요.”카렐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런데 바로 나가지 않았다.서윤이 고개를 들었다.“왜.”“한 총괄.”“네.”“요즘 일부러 안 묻는 연습 합니까.”서윤의 눈썹이 올라갔다.“뭘.”“원래면 지금 바로 ‘어떻게 됐어요, 누가 승인했어요, 일정은요’ 세 개 정도 물었을 텐데.”서윤은 파일을 내려다봤다.정말.아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당신이 설명하러 온 거잖아요.”“맞습니다.”“그럼 하면 되지.”카렐이 잠깐 웃었다.“그러니까 달라졌다고요.”“또 평가.”“관찰.”“그 말도 누가 전에 했는데.”“한예린 상무 아닙니까.”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둘이 내 얘기 해요?”“가끔.”“왜?”“한 총괄이 재밌어서.”“나가요.”카렐이 웃으며 파일을 펼쳤다.“파리는 단계 오픈안으로 갑니다.”서윤의 손이 멈췄다.“클레어 안?”“네.”“브랜드가 받았어요?”“조건부로.”서윤은 바로 다음 질문을 하려다가.한 번 멈췄다.카렐이 그걸 봤다.“왜.”“당신이 계속 말해요.”“아.”카렐이 고개를 끄덕였다.“브랜드 쪽에서 첫 단계 범위를 15퍼센트 늘리는 대신, 두 번째 오픈은 삼 주 늦추기로 했습니다. 인력 증원은 없습니다.”“야근.”“평균 주당 세 시간 이내 예상.”“그 정도면.”서윤이 파일을 넘겼다.“괜찮겠네요.”“네.”“클레어는?”“직접 협상했습니다.”이번에는.서윤이 바로 웃었다.“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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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화. 한 번만 더

밤 열한 시가 넘었다.침실에 들어온 서윤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도현을 돌아봤다.도현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려던 그의 손목을 서윤이 잡았다.“하지 마요.”도현이 멈췄다.“제가 할래.”서윤이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넥타이 매듭을 천천히 끌어내리고 목에서 빼냈다.바닥으로 떨어진 넥타이를 둘 다 보지 않았다.서윤의 손은 이미 셔츠 단추로 향하고 있었다.하나.둘.도현은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그 시선이 피부에 닿는 것처럼 뜨거웠다.“왜 가만히 있어요?”“당신이 먼저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계속 그럴 거예요?”“원한다면.”서윤은 세 번째 단추까지 풀었다.벌어진 셔츠 사이로 손을 넣었다.맨살에 손바닥이 닿는 순간 도현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서윤이 웃었다.“참고 있죠.”“네.”“많이?”“상당히.”그 솔직한 대답이 서윤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발끝을 들어 입을 맞췄다.한 번.다시 한 번.세 번째에는 도현의 입술을 오래 붙잡았다.도현은 여전히 그녀를 만지지 않았다.결국 먼저 참지 못한 건 서윤이었다.입술을 떼자마자 말했다.“이제 잡아요.”도현의 손이 즉시 허리를 감쌌다.서윤의 몸이 단숨에 끌려왔다.“아….”짧은 숨이 새었다.아까까지 기다리던 남자와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움직임이 달라졌다.도현이 그녀를 끌어안은 채 깊게 입을 맞췄다.서윤의 손이 그의 벌어진 셔츠 안으로 들어갔다.뜨거운 피부와 단단하게 긴장한 몸이 손바닥에 잡혔다.도현의 손도 더 이상 허리에만 머물지 않았다.서윤은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더 가까이 붙었다.“침대로 가요.”이번에는 서윤이 먼저 말했다.도현이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서윤은 웃으며 그의 셔츠를 잡아당겼다.“지금.”몇 걸음 뒤 서윤의 다리가 침대 끝에 닿았다.도현이 그녀를 받아 함께 침대 위로 몸을 기울였다.서윤의 머리카락이 베개 위로 흐트러졌다.도현의 셔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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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화. 끝난 뒤에도

아침에 먼저 눈을 뜬 건 서윤이었다.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이 침대 끝에 길게 걸려 있었다.서윤은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옆에 누운 도현을 바라봤다.평소처럼 반듯하지 않았다.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이불은 허리께까지 아무렇게나 내려가 있었다.어젯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서윤은 가만히 손을 뻗었다.도현의 이마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넘겼다.한 번.다시 한 번.그러자 도현이 눈도 뜨지 않은 채 말했다.“자는 사람을 왜 계속 만집니까.”서윤의 손이 멈췄다.“안 잤어요?”“방금 깼습니다.”도현이 눈을 떴다.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서윤을 한동안 바라봤다.“왜 그렇게 봐요?”“어제와 달라 보여서.”“뭐가.”“지금은 아주 얌전합니다.”서윤의 눈이 가늘어졌다.“누구 때문에 늦게 잤는데.”“한 번만 더 하자고 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그건 잊어요.”“기억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서윤이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 절반을 가렸다.도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부끄럽습니까?”“아니거든요.”“그럼 얼굴 보여주십시오.”“싫어요.”도현이 이불을 억지로 내리지는 않았다.대신 가까이 누운 채 기다렸다.결국 먼저 이불 밖으로 나온 건 서윤이었다.“왜 안 내려요?”“싫다고 했으니까.”“이럴 때만 말 잘 듣지.”“어젯밤에도 꽤 잘 들었습니다.”서윤이 그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툭 밀었다.도현이 낮게 웃었다.그 웃음 때문에 서윤도 결국 웃었다.어젯밤과 달랐다.뜨겁게 서로에게 매달리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상할 만큼 평범했다.그 평범함이 서윤은 좋았다.관계를 가진 다음 날이라고 해서 갑자기 무언가를 정의할 필요도 없었다.그저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뜨고,상대의 흐트러진 얼굴을 보고,어젯밤 일을 가지고 놀릴 수 있었다.도현이 먼저 침대에서 일어났다.“물 가져오겠습니다.”서윤이 그의 손을 잡았다.“도현 씨.”“네.”“나도 갈래.”둘은 함께 주방으로 나왔다.도현이 물을 따르는 동안 서윤은 식탁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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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화. 기다리게 한 사람

오후 여섯 시 사십 분.서윤은 현관 거울 앞에서 귀걸이를 바꾸고 있었다.벌써 세 번째였다.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현이 물었다.“아까 것이 더 낫지 않았습니까.”서윤이 거울 너머로 그를 봤다.“그걸 왜 이제 말해요?”“지금 물어봤으니까요.”“그럼 다시 바꿔야 하잖아요.”서윤이 귀걸이를 빼려 하자 도현이 다가왔다.“그냥 두십시오.”“왜요?”“지금 것도 예쁩니다.”도현의 손이 서윤의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겼다.손끝이 귓가를 스쳤다.별것 아닌 접촉인데 서윤의 어깨가 움찔했다.아침에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오늘 저녁에.문제는 그 말을 해놓고 도현이 하루 종일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서윤이 돌아섰다.“도현 씨.”“네.”“일부러 이러는 거죠?”“뭘 말입니까.”“아침에 말해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거.”도현이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신경 쓰였습니까?”“조금.”“조금?”서윤이 입을 다물었다.도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많이군요.”“됐어요. 가요.”서윤이 먼저 현관문을 열었다.도현이 데려간 곳은 작은 야간 전시관이었다.지난주 서윤이 휴대폰을 보다가 한 번 말했던 곳이었다.밤에만 조명을 켜는 건축 모형전.“이걸 기억했어요?”“가고 싶다고 했잖습니까.”“그냥 지나가면서 한 말이었는데.”“저한테는 지나가는 말이 아니었습니다.”전시장 안은 조용했다.서윤은 어느 순간 아침의 일을 잊었다.모형 사이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고, 도현과 창문의 위치를 두고 쓸데없이 진지한 논쟁도 했다.마지막 전시물 앞에서 서윤이 말했다.“난 이 집.”“이유는?”“침실 창문이 커요.”“밖에서 보입니다.”“커튼 치면 되죠.”도현이 모형을 바라보다 물었다.“밤에도?”서윤이 그를 돌아봤다.시선이 마주쳤다.그제야 알아차렸다.저 남자가 지금 집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도현 씨.”“왜요.”“지금 일부러 그런 거죠?”“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태연했다.서윤은 더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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