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서윤은 도현의 스케치북을 펼쳐보다가 마지막 장에서 손을 멈췄다.흰 셔츠. 풀어진 머리. 웃기 직전의 얼굴.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림도,선을 잡아둔 흔적도 없었다.서윤은 주방에 있는 도현을 불렀다.“도현 씨.”“네.”“이거 뭐예요?”도현이 물컵을 들고 들어왔다.서윤이 스케치북을 들어 보였다.“봤습니까.”“보라고 둔 거 아니었어요?”“숨기지는 않았습니다.”서윤은 다시 글씨를 내려다봤다.“근데 왜 그림은 없어요?”“못 그렸습니다.”뜻밖의 대답이었다.“왜요?”도현이 옆에 앉았다.“기억이 안 나서.”서윤의 눈썹이 올라갔다.“나를 그렇게 오래 봐놓고?”“셔츠도 기억나고, 머리도 기억납니다.”“그럼?”도현은 잠시 서윤의 얼굴을 바라봤다.“표정이 기억이 안 납니다.”“내 표정?”“네.”“왜?”“계속 바뀌어서.”서윤이 웃었다.“그걸 못 그리는 거예요?”“하나를 고를 수가 없습니다.”처음 거울을 보던 얼굴.자신이 흰 셔츠를 좋아한다고 하자 조금 민망해하던 얼굴.장난치던 얼굴.자신의 손을 잡아끌던 얼굴.그리고 결국 그림 연습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얼굴까지.“그래서 한 줄만 써놓은 거예요?”“네.”서윤은 스케치북을 덮었다.“그럼 연습해야겠네.”“뭘.”“사람 그리는 거.”“《사이》에서 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본편은 거기서 하고.”서윤이 소파에서 일어났다.“연습은 지금.”“지금?”“응.”서윤은 자신의 작업 공간으로 들어갔다.잠시 뒤 작은 메모지 묶음과 펜을 들고 나왔다.도현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그걸로?”“어차피 연습인데.”서윤은 식탁 의자를 끌어다 창가에 놓았다.그리고 앉았다.“5분.”“너무 짧습니다.”“그러니까 얼굴만.”서윤은 턱을 괴었다.“시작.”도현이 결국 맞은편에 앉았다.펜을 들었다.처음 몇 초 동안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서윤이 물었다.“왜 안 해요?”“움직이지 마십시오.”“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는데.”“말하면서 움직였습니다.
Last Updated : 2026-09-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