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은 당당했다. 그 당당함이 오히려 친구들의 의심을 잠재우는 강력한 약이 되려는 걸까. 광수가 입을 열었다. “그럼 둘이 왜?” 유진은 웃으며 옆에 앉은 날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모가 놀러 오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깜짝 놀라게 해드리려고 연락도 없이 불쑥 왔는데, 이모가 여행 중이더라고요.” 매끄럽게 이어졌다. 사실이 아닌 대답이. “그래서 그냥 가려고 했는데, 삼촌이 밤늦게 혼자 가는 건 위험하다고 바래다준다고 하셔서요.” 계속 침묵을 유지한 채 식탁 중앙에 놓인 유진의 휴대폰을 보던 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 옷은요?” 순간, 기억이 스쳤다. 진우는 채영의 원피스를 알고 있었다. ㅡ와, 누나 진짜 예쁘세요! 난 나도 모르게 바짓단을 쥐었다. 그러자, 유진이 식탁 아래로 내 손을 잡았다. 심장이 뛰었다. “모르시죠? 저희 이모들 종종 똑같은 옷 사서 입어요. 가족 모임 때 입으려고. 또 유일한 여자 조카인 제게도 보내주시거든요.” 이어서 유진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 “왜요, 당장 안방에서 이거랑 똑같은 원피스 가지고 나올까요?” 진우가 당황했다. “아, 아뇨. 죄송합니다.” 유진은 옅은 한숨을 쉬었다. “저, 이모랑 좀 닮지 않았어요?” 광수와 진우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유진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나를 봤다가, 다시 유진의 이목구비를 훑었다. “…그러고 보니.” 광수가 중얼거렸다. “제수씨 눈매, 얼굴형이랑 똑같아.” 진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유진의 날 선 기세에 한풀 꺾인 모양새였다. 아니다. 원피스는 채영의 옷이 맞다. 무엇보다 유진은 오늘 온 것도 아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된다. 그런데, 그 사실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어쨌거나, 이 녀석들이 납득하고 있을 때 서둘러 매듭을 지어야 한다. “진짜 채영 씨 조카 맞다니까 그러네. 오해야. 그러니까 빨리ㅡ” 친구들에게 가라고 하려던 그때, 유진이 잡고 있던 내 손을 세게 쥐었다. “…?” 광수가 무릎을 탁 치며
Last Updated : 2026-08-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