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Kabanata 11 - Kabanata 20

40 Kabanata

11화. 감춰진 덫

다음 날 아침, 펜트하우스의 차가운 정적을 깨고 초인종 소리가 작게 울렸다.태혁이 문을 열자, 그가 오랫동안 신뢰해 온 전담 보안팀장과 매니저가 긴장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섰다.태혁은 서율을 서재 겸 침실에 머물게 한 채, 거실에서 짧고 단호하게 지시를 내렸다."서율 씨 아버님이 계신 병원 보호 조치부터 강화하세요.전담 보안요원 두 명을 병실 앞에 상주시키고, 의료진 외의 출입은 사전에 승인된 인원만 허용하도록 조치합니다. 비용은 모두 내 쪽으로 처리하고.""알겠습니다, 이사님. 바로 조치하겠습니다."보안팀장이 고개를 숙이며 지시 사항을 기록했다.옆에 서 있던 매니저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태혁 씨, 오늘 오후 예정된 영화 《가이드라인》 대역 촬영 스케줄 말인데요.제작사 쪽에서 일정 연기는 어렵다고 연락이 왔습니다.서율 씨 대신 다른 대역을 구하겠다고 하는데…….""다른 대역은 없습니다."태혁의 서늘한 목소리가 거실을 가라앉혔다."대역을 교체하면 스토커는 서율 씨가 내 보호망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다른 곳에서 접근할 겁니다.차라리 우리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현장 안으로 서율 씨를 두고 감시하는 게 맞습니다.""하지만 태혁 씨까지 동행하시면 세트장이 난리가 날 텐데요. 오늘 태혁 씨 촬영 분량은 없지 않습니까.""상관없습니다. 오늘 스케줄은 내가 직접 동행합니다."태혁은 거부할 수 없는 어조로 말을 끝맺은 뒤, 서율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달칵-문이 열리자 침대 위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서율이 태혁을 바라보았다.태혁은 서율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다정한 어조로 상황을 설명했다."오늘 오후 대역 촬영 현장에 동행합니다.""네? 태혁 씨까지 오시면 현장이 더 소란스러워질 텐데요.기자나 스태프들 눈도 있을 테고…….""상대가 노리는 건 나와 당신이 함께 있을 때 생기는 균열입니다.내 눈에 닿지 않는 곳으로 당신을 보내는 일은 없습니다."태혁은 서율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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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역지사지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뒤, 내부의 공기는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태혁은 거실 중앙에 서서 조용히 자신의 정장 재킷을 벗어 던졌다.평소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던 그의 태도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 느껴졌다.자신이 구축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서율이 하마터면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는 사실이 그의 독점욕과 통제욕을 미칠 듯이 자극하고 있었다. 서율은 소파에 앉아 가느다란 숨을 몰아쉬었다.세트장에서 의자가 부서지던 그 순간의 공포보다, 자신을 감싸 안던 태혁의 폭발적인 악력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서율 씨." 태혁이 서율의 앞으로 다가왔다.그는 소파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서율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탑배우가 자신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는 기이한 광경. 하지만 그의 눈빛에 담긴 압도적인 서늘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상대는 당신을 흔들어 내 통제력을 깨뜨리는 게 목적입니다." "……알아요. 태혁 씨가 이성을 잃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다면 판을 바꿔야겠습니다." 태혁의 손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더니, 정갈하게 접힌 검은색 가죽 리본 끈 하나를 꺼내 서율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서율은 손끝에 닿는 차갑고 부드러운 가죽 리본끈 의 감촉에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뭐예요?" "이걸로 내 손목을 묶으세요." 서율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태혁 씨 손목을요……?" "상대는 당신이 내게 일방적으로 지배당하고 갇혀 있다고 생각합니다.내가 당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려고 애쓰고 있죠.그렇다면 반대로, 당신이 나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구속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태혁은 두 손목을 한데 모아 서율의 앞으로 내밀었다.단단하고 강인한 손목, 마음만 먹으면 서율을 한 손으로 제압할 수 있는 남자가 스스로 자신의 구속 구를 바치고 있었다. "내가 당신의 통제 아래에 들어가는 척하며 상대를 완벽하게 방심시킬 겁니다.미끼가 되는 건 내가 하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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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주도권의 재구성

손목이 정갈하게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태혁의 모습은 기이할 정도로 치명적인 아우라를 풍겼다. 늘 높은 곳에서 서율을 내려다보며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던 인물이었다. 대한민국을 흔드는 탑배우이자, 그 어떤 위협 앞에서도 눈 하나 눈쩍하지 않던 남자가 지금 오롯이 서율의 손끝 하나에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서율 님." 태혁의 낮고 기품 있는 목소리가 거실의 고요를 깨뜨렸다.손목을 옭아맨 가죽 끈 위로 그의 단단한 핏줄이 도드라졌지만, 그는 단 한 터럭의 힘도 주지 않은 채 서율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계세요. 제가 움직이라고 하기 전까지는…… 시선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태혁은 곧바로 답했다.서율의 명령대로 그의 짙은 눈동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오롯이 서율의 얼굴만을 담아냈다. 항상 안대에 가려지거나, 그가 내리는 규율 속에서 수동적으로 복종할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자극이서율의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주도권을 쥔 것은 분명 서율 자신이었지만, 남자의 완전한 복종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아찔한 열감을 불러일으켰다. "스토커가 이 상황을 어떻게 확인하게 되는 거죠?" 서율이 떨리는 숨을 내쉬며 물었다. "펜트하우스의 거실 외부 카메라 네트워크는 끊었지만, 내부의 수동 웹캠 하나를 비밀리에 연동시켜 두었습니다.보안팀이 스토커가 해킹을 시도할 때 일부러 이 거실의 실시간 화면을 3초간 노출시키도록 미끼를 던질 겁니다." 태혁은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상대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차태혁이라는 인물이 당신에게 사로잡혀 통제력을 잃었다고 착각할 겁니다. 그리고 당신을 향해 지배권을 되찾으라며 조급하게 메시지를 보내오겠죠." "그 순간을 노려서 위치를 추적하는 거군요." "네. 상대를 끌어내기 위한 연극입니다. ……하지만, 서율 씨." 태혁의 시선이 깊어졌다.낮게 깔린 그의 음성 속으로 지독한 다정함이 배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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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쥐새끼의 위치

띡, 띡, 띡— 보안팀장의 긴급 호출음이 거실의 수동 내선 전화기로 울려 퍼졌다. 서율은 태혁의 손목에 묶인 가죽 끈을 천천히 풀어주었다.끈이 풀어지는 순간, 태혁의 눈빛에 머물러 있던 온화한 순종의 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상대를 완벽하게 짓밟아버릴 포식자의 서늘함이 완성되었다. 태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손목을 풀며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말하세요." [이사님, 미끼가 완벽하게 작동했습니다. 상대가 거실의 내부 화면을 3초간 훔쳐보는 순간, 미리 세팅해 둔 역추적 악성코드가 스토커의 기기로 침투했습니다.] 전화기 넘어 보안팀장의 긴박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치는 어디입니까."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영화 제작사 《아우라》의 전직 내부 스태프 작업실입니다. 신호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동하지 않고 계속해서 화면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태혁의 서늘한 눈매가 미세하게 찡그려졌다. 영화 제작사 《아우라》는 서율이 한서인 배우의 체형 대역으로 계약했던 바로 그 영화의 제작사였다. "내부자였군요." 서율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서율 씨의 개인 신상 정보와 병원 일정, 그리고 대역 계약서의 가짜 조항까지 알고 있었던 건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태혁은 벽에 걸린 정장 재킷을 집어 들며 단호하게 명령했다. "보안팀 1조는 현장으로 즉시 출동해서 현장을 봉쇄하세요. 경찰 포렌식 팀에도 연락해서 현장에서 바로 체포할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나도 직접 갑니다." [알겠습니다, 이사님.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통화가 끊기고, 태혁은 조용히 정장 재킷을 걸쳐 입었다.그러고는 소파 옆에 서 있는 서율에게 다가왔다. "서율 씨는 여기서 기다리세요. 완벽하게 정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서율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전과 다른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아니요, 같이 가요." "현장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태혁 씨가 아까 말했잖아요.저를 혼자 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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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가면이 벗겨진 순간

상암동의 오피스텔 단지. 어두운 골목길 사이에 위치한 오래된 건물 4층 작업실 앞으로 보안요원들이 일제히 집결했다.쿵-! 보안팀의 신속한 진입과 함께 작업실 문이 강제로 열렸다.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수십 대의 모니터가 기괴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고, 화면마다 서율의 과거 사진, 병원 출입 기록, 그리고 오늘 촬영장의 CCTV 화면들이 빼곡하게 올려져 있었다. "너, 너희들 뭐야! 어떻게 알고……!" 모니터 앞에서 당황해 일어서던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30대 중반의 마른 체구, 영화 제작사 연출팀의 전직 메인 조감독이었던 최 팀장이었다. 태혁은 서율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그가 풍기는 압도적인 체구와 서늘한 아우라에 최 팀장은 뒷걸음질 치다 모니터 암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최 팀장님……?" 서율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서율이 처음 대역 계약을 맺을 때 가장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던 인물이었다. "왜…… 왜 이런 짓을 하신 거예요?" 최 팀장은 광기에 어린 눈으로 서율과 태혁을 번갈아 보았다. "왜냐고? 은서율 씨, 당신은 순수하게 당신의 능력으로 발탁된 게 아니야!내가 당신의 그 완벽한 몸선과 분위기를 발견해서 이 영화 세트에 집어넣은 거라고!" 그의 목소리가 찌르는 듯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 그런데 당신은 세트에 들어오자마자 차태혁 저놈한테 홀려서 고분고분 따르기만 했지.내 통제와 지시 속에서 피어났어야 할 네가, 왜 저놈 밑에서 복종하고 있는 건데! 차태혁이 만든 규칙 따위에 길들여지는 꼴을 내가 두고 볼 수 없었어!" 그의 목적은 명확했다. 서율을 자신이 만든 가짜 계약서와 규율 속에 가두고 통제하려 했으나, 서율이 차태혁의 완벽한 보호와 진짜 통제 구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미칠 듯한 열등감과 소유욕에 사로잡혀 폭주했던 것이었다. 태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가짜 주도권에 취해 있었군." "뭐 라 고……?" "진정한 통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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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쥐새끼의 방

전직 내부 스태프 사무실은 폐업한 영화 장비 업체 건물 3층에 있었다.태혁의 차량이 건물 앞에 멈추자 보안팀장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출입구와 주변 골목을 살핀 뒤 이어폰을 눌렀다.“경찰에 자료 전달했습니다. 현장 도착까지 약 십 분입니다.”태혁은 서율의 손을 잡은 채 건물 위를 올려다봤다.불이 모두 꺼진 낡은 건물이었다. 유일하게 3층 창문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저 사람, 아직 안에 있는 거예요?”서율의 질문에 보안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IP 신호가 계속 잡힙니다. 다만 혼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태혁이 곧장 건물로 향하려 하자 서율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기다려요.”태혁의 걸음이 멈췄다.“경찰이 올 때까지 들어가지 마요.”“상대가 눈치채면 도망칠 수 있습니다.”“그래도 위험하잖아요.”서율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목을 세게 쥐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손에 얌전히 묶여 있던 손목이었다.태혁이 내려다보며 물었다.“지금 명령하는 겁니까?”서율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네. 내 허락 없이 먼저 들어가지 마세요.”태혁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알겠습니다.”그가 순순히 멈춰 서자 서율의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미끼를 위해 연출했던 주도권이었지만, 그는 지금도 그녀의 말을 하나의 규칙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그 순간 3층 창문의 불이 꺼졌다.“움직입니다.”보안팀장이 빠르게 말했다.건물 뒤편에서 금속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비상계단으로 뛰어 내려왔다. 손에는 노트북 가방이 들려 있었다.“멈춰!”보안요원들이 달려갔다.남자는 가방을 던지고 골목으로 도망쳤다. 보안요원 둘이 뒤를 쫓았다.태혁 역시 움직이려 했지만 서율이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요.”“서율 씨.”“사람들이 쫓고 있잖아요. 태혁 씨까지 갈 필요 없어요.”태혁은 달아나는 남자와 서율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내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당신 말이 맞습니다.”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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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오래된 사진

“저 사람 말이 사실이에요?”펜트하우스로 돌아오는 내내 침묵하던 서율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물었다.태혁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짧은 침묵만으로도 서율의 가슴이 서늘해졌다.“태혁 씨.”“예전에 본 적은 있습니다.”서율의 손이 천천히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오늘 처음 만난 게 아니었어요?”“당신은 나를 오늘 처음 봤을 겁니다.”“말장난하지 마요.”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지만 서율은 내리지 않았다.태혁이 문이 닫히지 않게 손을 뻗어 막았다.“언제부터 저를 알았어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칠 년 전입니다.”서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칠 년 전이라니…….”“당신이 영화 촬영장 보조로 일했을 때.”서율은 기억을 더듬었다.스물두 살 무렵, 아버지가 처음 크게 쓰러진 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중에는 독립영화 현장 진행 보조도 있었다.고작 사흘이었다.“그때 태혁 씨가 있었어요?”“내 데뷔작 추가 촬영 현장이었습니다.”서율은 그제야 흐릿한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추운 겨울날, 젖은 셔츠를 입고 몇 시간씩 같은 장면을 반복하던 남자.촬영이 끝난 뒤에도 누구 하나 담요를 건네지 않아 혼자 떨고 있던 사람.서율이 몰래 스태프용 담요와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었다.“설마…….”“이제 기억납니까?”태혁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때 그 사람이 태혁 씨였어요?”“네.”“그런데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어요?”“당신은 기억하지 못했고, 굳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그래도 처음 만난 척했잖아요.”태혁은 반박하지 않았다.서율은 답답한 마음에 그를 지나쳐 거실로 들어갔다.“내가 모르는 게 또 있어요?”“서율 씨.”“그 사람이 왜 태혁 씨가 오래전부터 저를 알고 있다고 말했을까요? 단지 담요 한 번 준 것 때문에?”태혁의 침묵이 길어졌다.서율은 직감했다.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전부 말해요.”태혁은 서재로 향했다. 잠시 후 잠금장치가 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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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진짜 대역 배우

“윤채린입니다.”문이 열리자 여자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현관 앞에 그대로 섰다.서율은 익숙한 이름에 눈을 좁혔다.첫 촬영 날, 자신 대신 정식 대역 배우로 등록되어 있던 사람.“당신이 윤채린 씨예요?”“네.”채린은 태혁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서율에게만 신분증과 서류 봉투를 건넸다.“이 안에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자료가 있습니다.”태혁이 앞으로 나섰다.“어떻게 이 주소를 알았죠?”“차태혁 씨 경호팀의 이동 경로는 업계에서 생각보다 쉽게 파악됩니다.”“누가 보냈습니까?”“아무도요. 제가 직접 왔습니다.”채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저도 더는 이용당하고 싶지 않아서요.”서율이 서류 봉투를 열었다.안에는 계약서와 통화 기록, 오래된 영화 제작 자료가 들어 있었다.그중 가장 위에 놓인 문서에는 칠 년 전 영화 제목이 적혀 있었다.태혁의 데뷔작이었다.“이게 왜…….”“당시 촬영장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채린이 말했다.“공식적으로는 단순한 장비 결함으로 처리됐지만 사실은 아니었어요.”태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누가 당신에게 그 자료를 줬죠?”“최 실장이요.”서율의 눈이 커졌다.가짜 계약을 만들고 현장에서 도망친 제작사 직원.“최 실장은 칠 년 전에도 그 영화의 막내 제작부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저한테 먼저 접근했어요. 촬영이 취소됐다고 속인 것도 그 사람이고요.”“왜 이제야 말하는 겁니까?”태혁의 질문에 채린이 씁쓸하게 웃었다.“처음에는 정말 일정이 바뀐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뉴스도 나지 않은 촬영장에서 경찰이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채린은 서류 한 장을 꺼냈다.칠 년 전 사고 보고서였다.촬영용 조명 장치가 추락했고, 한 스태프가 크게 다쳤다고 적혀 있었다.부상자 이름은 검게 가려져 있었다.서율이 물었다.“이 사람이 누구예요?”채린이 태혁을 바라봤다.“차태혁 씨의 친형입니다.”서율의 손이 멈췄다.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이 있었어요?”“있었습니다.”그의 대답이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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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교환 조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실은 텅 비어 있었다.침대 위에는 아버지가 입고 있던 환자복 상의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수액 바늘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지만 혈흔은 거의 없었다.“어떻게 환자가 사라질 수 있어요?”서율이 간호사에게 물었다.“검사를 위해 이동한다고 한 의료진이 데려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저희 병원 직원이 아니었습니다.”“CCTV는요?”“해당 시간대 영상이 삭제됐습니다.”서율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태혁이 그녀의 허리를 받치려 손을 뻗다가 멈췄다.“잡아도 됩니까?”서율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태혁의 팔이 그녀를 단단히 지탱했다.조금 전 계약서를 찢었지만, 위험 앞에서 다시 그의 온기를 찾는 자신이 혼란스러웠다.“제가 잠깐만 더 일찍 왔으면…….”“서율 씨 잘못이 아닙니다.”“제가 그 촬영에 가지 않았으면 아버지까지—”“상대는 오래전부터 준비했습니다.”태혁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든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을 겁니다.”그때 서율의 휴대전화로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발신자 표시 제한.병실 안의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태혁이 보안팀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위치 추적 장비가 준비되자 서율이 전화를 받았다.화면에는 어두운 방이 나타났다.의자에 앉은 아버지가 보였다. 눈은 감겨 있었지만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다.“아빠!”서율이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곧 카메라가 돌아가며 한 남자의 얼굴을 비췄다.이도현 감독이었다.“은서율 씨.”그는 촬영장에서 보였던 온화한 표정으로 웃었다.“아버님은 안전합니다. 진정제를 조금 투여했을 뿐이에요.”“당장 풀어줘요.”“그 전에 우리도 정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태혁이 서율 옆으로 다가왔다.“원하는 게 뭐지?”도현의 웃음이 깊어졌다.“역시 함께 계시네요, 차태혁 씨.”“나와 해결해. 서율 씨와 가족은 보내.”“그럴 수 없죠. 애초에 이 이야기는 은서율 씨로부터 시작됐으니까.”서율의 표정이 굳었다.“저와 무슨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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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마지막 촬영

칠 년 전 사고가 발생했던 세트장은 도시 외곽에 버려진 채 남아 있었다.녹슨 철문 위에는 철거 예정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깨진 창문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태혁과 서율은 약속대로 두 사람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건물 외부에는 경찰과 보안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태혁의 셔츠 단추 안쪽에는 위치 추적기와 초소형 마이크가 숨겨져 있었다.“긴장됩니까?”태혁이 물었다.서율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무서워요.”“돌아가도 됩니다.”“아니요.”서율은 그의 손을 잡았다.“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세트 안쪽으로 들어서자 낡은 조명들이 하나씩 켜졌다.마치 누군가 칠 년 전 촬영장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았다.중앙에는 의자에 묶인 아버지가 있었다.“아빠!”서율이 달려가려 하자 태혁이 팔을 막았다.“기다려요.”천장 위의 조명 장치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칠 년 전 사고와 같은 함정일 수 있었다.어둠 속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훌륭합니다.”이도현이 무대 뒤편에서 걸어 나왔다.그의 손에는 작은 리모컨과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이번에는 규칙을 잘 지키는군요.”“아버님을 먼저 보내.”태혁이 말했다.“자료는 가져왔어.”그가 들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도현의 시선이 서율에게 향했다.“당신은 참 이상한 여자예요. 칠 년 전에도 아무 힘이 없으면서 끼어들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지.”“사람이 다쳤으니까 신고하려고 했을 뿐이에요.”“그 정의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망가졌는지 알아?”서율은 헛웃음을 흘렸다.“사고를 낸 건 당신이에요.”도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사고였어.”“장비를 옮기라고 강요했고, 안전관리자가 위험하다고 막았는데도 무시했잖아요.”“입 다물어.”“그리고 사고가 나자 태혁 씨 형에게 책임을 떠넘겼어요.”도현이 리모컨을 세게 쥐었다.천장의 조명이 크게 흔들렸다.태혁이 서율 앞으로 몸을 옮겼다.“더 자극하지 마요.”“아니요.”서율은 그의 뒤에 숨지 않았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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