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hapter 601 - Chapter 610

817 Chapters

《601화 : 오늘은 제가 주인님입니다》

오후 2시 18분.집에 돌아온 은서율은 거실 테이블 위에 체험장에서 받은 카드를 올려놓았다.“주인님, 앉아보세요.”최태혁은 소파에 앉으며 웃었다.“벌써 시작이야?”“네. 오늘은 역할 교환의 날이에요.”“어떤 역할을 바꾸는데?”서율은 준비해 둔 수첩을 펼쳤다.“오늘 하루는 제가 계획하고 결정할 거예요. 주인님은 제 의견을 먼저 들어주시는 거고요.”“그게 전부야?”“아니요.”서율은 장난스럽게 웃었다.“오늘은 제가 주인님이고, 주인님은 제 파트너예요.”태혁이 눈썹을 올렸다.“호칭까지 바꾸자고?”“네. 대신 서로 싫은 건 거절할 수 있어요.”“좋아. 그럼 오늘은 뭐라고 부르면 되지?”서율은 잠시 고민했다.“서율 님?”태혁이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습니다, 서율 님.”막상 그 말을 듣자 서율의 귀가 붉어졌다.“아, 생각보다 부끄러운데요.”“벌써 포기하시겠습니까?”“아니요! 계속할 거예요.”오후 3시 7분.서율이 정한 첫 번째 일정은 거실 가구 배치 바꾸기였다.“저 소파를 창가 쪽으로 옮기고 싶어요.”태혁은 창가를 살폈다.“그러면 햇빛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그래서 오후에만 커튼을 치려고요.”“좋아. 해보자.”두 사람은 소파를 조금씩 옮겼다.서율은 위치를 확인하며 손짓했다.“주인님, 아니, 태혁 씨. 오른쪽으로 조금만요.”“이 정도?”“네. 거기요!”가구를 옮긴 뒤 서율은 소파에 앉아봤다.창밖 풍경이 이전보다 훨씬 잘 보였다.“와, 마음에 들어요.”태혁도 옆에 앉았다.“생각보다 괜찮네.”서율은 만족스럽게 웃었다.“제가 결정하니까 좋죠?”“응.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돼?”“뭔데요?”“왜 진작 바꾸자고 하지 않았어?”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주인님이 원래 배치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어요.”“나는 네가 좋아하면 괜찮아.”서율은 그를 바라봤다.“그럼 앞으로는 먼저 물어볼게요.”오후 5시 26분.저녁 메뉴도 서율이 결정했다.그녀는 평소 태혁이 잘 고르지 않는 매콤한 해산물 요리를 주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12화 : 다시 나타난 협상 담당자》

월요일 오전 9시 42분.최태혁은 신규 거래 검토 자료를 펼쳤다.계약 상대방은 6년 전 거래했던 회사였다. 당시 협상을 맡았던 담당자가 이번에도 실무 책임자로 참여하고 있었다.태혁은 감사 담당자에게 물었다.“새 계약에도 같은 해지 조항이 있습니까?”“표현은 달라졌지만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법무 검토는 끝났습니까?”“아직입니다.”태혁은 서류를 덮었다.“그럼 검토가 끝날 때까지 계약 일정은 확정하지 마십시오.”“상대방에서 빠른 진행을 요청하고 있습니다.”“6년 전에도 그랬습니다.”담당자는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오전 11시 15분.화상회의 화면에 상대 회사의 협상 담당자가 나타났다.“최 이사님, 오랜만입니다.”“그러네요. 6년 만이군요.”상대는 자연스럽게 웃었다.“이번에는 좋은 조건으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태혁은 준비한 계약서를 펼쳤다.“그 전에 확인할 내용이 있습니다.”“말씀하시죠.”“과거 계약에서 해지 조항 수정을 거절하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협의 내용을 기억하십니까?”상대의 미소가 희미해졌다.“오래된 일이라 정확하지 않습니다.”“그렇다면 당시 주고받은 수정안을 확인하고 싶습니다.”“이번 계약과 관련이 있습니까?”“같은 위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상대가 대답했다.“확인해 보겠습니다.”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계약은 법무 검토가 완료된 뒤 다시 논의하겠습니다.”오후 6시 28분.은서율은 식탁 위에 작은 달력을 펼쳐 놓고 있었다.“주인님, 다음 주 평일 중에 시간 비는 날 있으세요?”“왜?”“놀이공원 가기로 했잖아요.”태혁은 달력을 살폈다.“수요일 오후는 비울 수 있을 것 같아.”“정말요?”“응. 오전 회의만 마치면 돼.”서율은 곧바로 수요일에 동그라미를 그렸다.“그럼 제가 입장권 알아볼게요.”태혁이 웃었다.“이번에는 네가 일정표 만드는 거야?”“아니요. 놀이기구 2개만 정하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돌아다닐 거예요.”“좋은 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02화 : 주인님이 내려놓으려는 자리》

오후 9시 38분.“회사에서 역할을 바꿀 기회가 생겼다고요?”은서율은 최태혁을 바라봤다.태혁은 수첩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분기부터 신규 사업 총괄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어.”“그럼 승진하시는 거예요?”“직급은 그대로야. 대신 책임지는 사업이 커지지.”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좋은 기회 아닌가요?”“그럴 수도 있지.”“그런데 왜 표정이 안 좋으세요?”태혁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그 일을 맡으면 지금보다 출장이 많아져. 주말에도 연락받을 일이 생길 거고.”서율은 그의 손을 잡았다.“주인님은 하고 싶으세요?”태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예전 같았으면 고민하지 않았을 거야.”“지금은요?”“잘 모르겠어. 잘할 자신은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어.”서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직 결정하지 마세요.”“이번 주 금요일까지 답해야 해.”“시간이 있네요.”태혁이 웃었다.“너한테는 5일이 긴 시간이야?”“주인님이 원하는 걸 생각하기에는 충분히 중요한 시간이죠.”다음 날 오전 8시 24분.서율은 아침 식탁에 작은 종이 2장을 놓았다.“주인님, 오늘은 제가 질문할게요.”“무슨 질문?”“새로운 일을 맡으면 얻는 것 3가지, 잃는 것 3가지요.”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면접 보는 기분인데.”“어제 역할 교환 연장전이에요.”태혁은 웃으며 펜을 들었다.얻는 것에는 새로운 경험, 사업 결정권, 더 큰 성과를 적었다.잃는 것에는 개인 시간, 휴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단어를 적었다.여유.서율은 그 단어를 바라봤다.“주인님, 이게 제일 아까우신 거죠?”“응. 이제 겨우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거든.”“그럼 회사에 조건을 제안해 보시면 안 돼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조건?”“출장 횟수나 업무 분담 같은 거요. 무조건 수락하거나 거절할 필요는 없잖아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그 방법도 있겠네.”오후 6시 47분.퇴근한 태혁은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다.“서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03화 : 대표가 제안한 새로운 자리》

다음 날 오전 9시 42분.최태혁은 대표실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어젯밤 받은 메시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향후 역할에 대해 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노크하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대표는 태혁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최 이사, 앉아요.”“부르셨습니까.”“신규 사업 총괄 건은 생각해 봤습니까?”“조건을 조금 더 협의하고 싶습니다.”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요.”태혁은 자세를 바로 했다.“말씀하십시오.”대표는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전략 자문위원 전환 제안》“지금 맡은 운영 업무를 내려놓고, 중요한 사업 결정에만 참여하는 자리입니다.”태혁의 눈썹이 움직였다.“상근직에서 물러나라는 말씀이십니까?”“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다만 회사에서 차 이사의 경험은 계속 필요합니다.”“갑작스러운 제안이군요.”대표는 잠시 웃었다.“지난번에 휴가를 반납하고 출근했을 때 기억합니까?”“네.”“그때부터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에게 일을 더 주는 게 정말 맞는 방향일까.”태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오전 11시 18분.회의를 마친 태혁은 회사 옥상 정원으로 올라갔다.자문위원 전환은 단순한 승진도, 퇴직도 아니었다.업무 부담은 줄어들지만 보수와 권한도 달라진다.무엇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온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냈다.서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최태혁: 회의 끝났어.은서율: 어떻게 됐어요, 주인님?최태혁: 생각보다 큰 제안을 받았어.은서율: 좋은 쪽이에요?태혁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최태혁: 아직 판단 중이야. 집에 가서 이야기할게.곧바로 답장이 왔다.은서율: 네. 저녁 맛있는 거 준비해 놓을게요. 오늘은 일찍 오세요.태혁은 화면을 바라보다 미소 지었다.오후 6시 23분.“주인님!”현관문이 열리자 서율이 달려왔다.“어서 오세요.”태혁은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오늘 뭐 했어?”“원고 조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04화 : 일주일에 2일은 당신의 시간》

다음 날 오전 10시 6분.최태혁은 인사 담당자와 함께 회의실에 앉았다.대표가 먼저 서류를 내밀었다.“최 이사, 어제 이야기한 자문위원 전환 조건입니다.”태혁은 계약 초안을 살펴봤다.상근 업무 종료, 월 4회 정기 자문회의, 필요시 특별회의 참석.그리고 기존 사업의 인수인계 기간은 3개월이었다.“인수인계 책임자는 제가 지정해도 됩니까?”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후임자는 함께 검토합시다.”태혁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한 가지 더 협의하고 싶습니다.”“말씀하세요.”“정기회의 외의 자문 요청은 사전에 일정을 조율하고 싶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2일은 업무 연락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인사 담당자가 메모를 시작했다.대표는 잠시 태혁을 바라봤다.“예전의 차 이사라면 하지 않았을 말이군요.”태혁이 미소 지었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이유가 있습니까?”“이제는 일을 잘하는 것만큼 오래 잘할 수 있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세부 조건을 조정해 봅시다.”오후 12시 38분.태혁은 회사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은서율에게 전화했다.“서율아, 뭐 해?”“주인님! 저 점심 먹으려고요. 회의는요?”“잘 끝났어. 조건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로 했고.”“그럼 결정하셨어요?”“최종 계약서를 확인한 다음에.”서율은 웃었다.“잘하셨어요. 오늘은 점심 드셨어요?”“아직.”“그럼 맛있는 거 드세요. 저녁은 제가 준비할게요.”태혁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서율아,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을까?”“갑자기요?”“응. 축하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좋아요. 그럼 제가 식당 골라볼게요.”“오늘은 내가 고를게.”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주인님, 쉬는 연습하신다면서요?”“식당 고르는 건 아직 할 수 있어.”오후 7시 14분.두 사람은 작은 이탈리아 식당에 마주 앉았다.서율은 태혁이 주문한 파스타를 한입 맛봤다.“맛있어요.”“다행이네.”“그런데 주인님, 자문위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05화 : 계약서에 없는 자유》

다음 날 오전 9시 23분. 최태혁은 수정 계약서를 다시 펼쳤다. 문제가 된 것은 마지막 페이지의 경업 제한 조항이었다. 《전환 후 6개월간 외부 사업 참여 및 개인 명의 신규 법인 설립 제한》 태혁은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다. “조항의 적용 범위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담당자가 대답했다. “기존 회사와 경쟁하는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입니다.” “그렇다면 경쟁 사업의 범위를 명시해 주십시오. 현재 문구대로라면 관련 없는 사업도 제한됩니다.” “법무팀과 검토하겠습니다.” 태혁은 차분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자문위원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사전 승인 대상과 단순 통보 대상도 구분해 주셨으면 합니다.” 통화를 마친 그는 메모장에 협의 사항을 정리했다. 이번에는 서둘러 서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후 12시 16분. “주인님, 점심 드셨어요?” 은서율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 이제 먹으려고.” “저 오늘 새로운 요리 해봤는데, 주인님 몫도 남겨뒀어요.” “뭔데?” “버섯 크림 리소토요.” 태혁이 웃었다. “그럼 저녁에 먹어야겠네.” “그런데 계약서는 어떻게 됐어요?” “수정 요청했어.” “잘하셨어요.” 서율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물었다. “주인님, 혹시 나중에 직접 사업하실 생각도 있으세요?” 태혁은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그런데 왜 법인 설립 제한이 마음에 걸리셨어요?” “지금 계획이 없다는 것과 앞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는 건 다르니까.” 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요.” 태혁은 웃으며 물었다. “너는 내가 회사를 나오면 뭘 했으면 좋겠어?” “일단 1주일은 아무것도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1주일이나?” “네. 제가 주인님 쉬는 법부터 가르쳐드릴게요.” 오후 6시 34분. 퇴근한 태혁은 식탁에 놓인 작은 종이를 발견했다. 《최태혁 휴식 연습표》 그 아래에는 3가지 항목이 적혀 있었다. 알람 없이 일어나기. 업무 메일 확인하지 않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06화 : 6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람》

월요일 오전 10시 17분.최태혁은 회의실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유리문 너머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6년 전, 자신에게 계약서의 문제를 경고했던 동료였다.문을 열자 상대가 먼저 일어났다.“오랜만입니다, 최 이사님.”태혁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정말 오랜만이네요.”대표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서로 아는 사이니 소개는 필요 없겠군요.”회의가 시작됐다.후임 후보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운영 방식부터 개선안을 설명했다.태혁은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그리고 한 가지를 물었다.“6년 전과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게 뭡니까?”상대는 잠시 생각했다.“이제는 문제가 보이면 경고하는 데서 끝내지 않습니다. 해결할 방법까지 준비합니다.”태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오전 11시 46분.회의가 끝난 뒤 태혁은 그를 따로 불렀다.“잠깐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두 사람은 빈 회의실에 마주 앉았다.태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때 당신이 지적했던 계약 조항, 결국 문제가 됐습니다.”상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들었습니다.”“당신 말을 제대로 검토했어야 했습니다.”“이미 지난 일입니다.”“그래도 사과하고 싶었습니다.”태혁은 상대를 똑바로 바라봤다.“내 판단을 너무 확신해서 중요한 경고를 놓쳤습니다. 미안합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상대가 희미하게 웃었다.“그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태혁도 웃었다.“저도 이렇게 늦게 말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그럼 이번에는 서로 의견이 다를 때 끝까지 이야기해 봅시다.”태혁은 손을 내밀었다.“그러죠.”오후 6시 32분.“주인님, 오늘 어떠셨어요?”은서율은 퇴근한 태혁에게 물었다.“생각보다 좋았어.”“그분 만나셨어요?”“응. 사과도 했고.”서율의 표정이 밝아졌다.“뭐라고 하시던가요?”“앞으로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끝까지 이야기하자더라.”서율은 미소 지었다.“좋은 말이네요.”태혁은 그녀 옆에 앉았다.“그리고 후임자로도 적합해 보여.”“그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07화 : 6년 전 계약서의 빈칸》

화요일 오전 9시 18분.최태혁은 대표실에 들어서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철을 발견했다.“이게 새로 확인됐다는 자료입니까?”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당시 계약 검토 과정에서 작성된 내부 보고서입니다.”태혁은 첫 장을 넘겼다.6년 전 자신이 승인했던 계약이었다.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위험 조항 수정 권고 — 최종 계약 반영 여부 미확인》“이 보고서는 처음 봅니다.”“당시 담당 부서에서 보관하고 있었답니다.”태혁은 날짜를 확인했다.계약서에 서명하기 3일 전이었다.“그럼 수정 권고가 이미 올라왔다는 뜻이군요.”대표가 대답했다.“문제는 누가 이 보고서를 확인했고, 왜 수정하지 않았는지입니다.”태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제가 승인한 계약이니 제 책임도 있습니다. 다만 보고 경로부터 확인해야겠습니다.”오전 11시 32분.태혁은 후임 후보자와 다시 만났다.“당시 경고했던 내용을 기억합니까?”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계약 해지 시 손해배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었습니다.”“그때 보고서도 작성했습니까?”“네. 그런데 최종 결재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태혁은 잠시 생각했다.“왜 저한테 직접 말하지 않았습니까?”“말씀드렸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요.”그 말에 태혁은 입을 다물었다.기억이 떠올랐다.당시 그는 바쁜 일정을 이유로 추가 설명을 듣지 않았다.“맞습니다. 제가 듣지 않았군요.”상대는 조용히 대답했다.“그래서 이번에는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동의합니다.”오후 6시 41분.“주인님, 오늘은 표정이 많이 안 좋으세요.”은서율은 태혁의 외투를 받아 들었다.“오래전 일이 생각나서.”“계약 문제요?”“응. 내가 듣지 않았던 경고가 문서로도 남아 있었어.”서율은 그를 소파로 이끌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당시 결재 기록을 확인해야 해. 실제로 어떤 손실이 발생했는지도.”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주인님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08화 : 회의록에 남겨진 이름》

수요일 오전 9시 24분. 최태혁은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서류철을 펼쳤다. 맞은편에는 6년 전 함께 일했던 동료가 앉아 있었다. “어제 보내주신 회의록, 원본도 확인됐습니까?” “네. 문서관리 시스템에 보관된 파일입니다.” 태혁은 문제의 문장을 다시 읽었다. 《수정 권고 사항은 최종 승인자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함.》 “결정한 사람이 누굽니까?” 동료가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당시 사업본부장이었습니다.” 태혁은 이름을 확인하고 미간을 좁혔다. “이 사람이 아직 회사에 있습니까?” “지난해 퇴직했습니다.” “결정 이유는 남아 있습니까?” “회의록에는 없습니다. 다만 첨부된 검토 의견이 하나 더 있습니다.” 태혁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 《계약 일정 지연 방지를 위해 위험 조항 검토를 후속 협의로 전환》 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결국 일정을 맞추려고 문제를 미뤘군요.”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석될 여지는 있지만, 당시 실제 지시 경위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 오전 11시 6분. 태혁은 대표에게 확인된 내용을 보고했다. “제 최종 승인 책임은 인정합니다. 다만 검토 의견이 결재 자료에서 제외된 경위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대표는 서류를 살펴봤다. “당시 계약으로 회사가 손실을 본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손실 내역과 의사결정 과정을 구분해서 조사해 주십시오.” 대표가 태혁을 바라봤다. “자문위원 전환 일정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계약 협의는 계속하겠습니다. 과거 문제를 확인하는 것과 제 앞으로의 역할은 별개로 판단하고 싶습니다.” 대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관련 자료는 감사 담당자가 검토하도록 하죠.” 오후 6시 52분. “주인님, 오늘은 좀 어떠셨어요?” 은서율은 식탁에 앉은 태혁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복잡했어. 그래도 조사 절차는 시작됐어.” “그럼 주인님이 전부 책임지는 건 아니에요?” “아직 결론은 없어. 누구 책임인지 단정할 단계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609화 : 그날 회의실에서 빠진 말》

목요일 오전 10시 18분.최태혁은 회사 근처 조용한 카페에 들어섰다.창가에는 6년 전 계약 검토를 담당했던 실무자가 기다리고 있었다.“오랜만입니다, 최 이사님.”“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상대는 낡은 수첩을 꺼냈다.“당시 회의에서 제가 직접 기록한 내용입니다.”태혁은 수첩을 바라봤다.“공식 회의록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까?”“네. 위험 조항을 후속 협의로 넘기자는 결정에 반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누굽니까?”“당시 법무팀 담당자입니다.”태혁은 눈썹을 좁혔다.“그 의견은 왜 회의록에 없습니까?”“회의가 끝난 뒤 작성된 최종본에서 빠졌습니다. 누가 삭제를 지시했는지는 모릅니다.”상대는 수첩의 한 페이지를 펼쳤다.《해지 조항 수정 없이 서명할 경우 분쟁 가능성 높음. 법무팀 반대 의견 유지.》태혁은 한동안 문장을 읽었다.“이 내용을 감사 담당자에게도 말씀하셨습니까?”“아직입니다. 먼저 최 이사님께 알리고 싶었습니다.”태혁은 수첩을 돌려주었다.“공식 절차에서 설명해 주십시오. 기억과 기록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오후 12시 43분.태혁은 회사로 돌아와 감사 담당자에게 면담 내용을 전달했다.담당자는 조용히 메모했다.“개인 수첩은 참고자료로 검토하겠습니다. 원본 회의록의 수정 이력도 확인하겠습니다.”“당시 법무팀 담당자와도 연락할 수 있습니까?”“재직 여부부터 확인하겠습니다.”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자신의 기억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오후 6시 37분.“주인님, 오늘은 제가 저녁 만들었어요.”은서율이 앞치마를 두른 채 현관으로 나왔다.태혁은 그녀를 안으며 웃었다.“무슨 메뉴야?”“새우볶음밥이요. 그런데 간이 조금 싱거울 수도 있어요.”“그럼 같이 먹어보고 맞추자.”식탁에 앉은 서율은 태혁의 표정을 살폈다.“오늘 그분 만나셨어요?”“응. 회의록에서 빠진 반대 의견이 있었다더라.”“그럼 일부러 숨긴 사람이 있는 거예요?”“아직 몰라. 기록이 수정된 이유부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
PREV
1
...
5960616263
...
8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