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 38분.“회사에서 역할을 바꿀 기회가 생겼다고요?”은서율은 최태혁을 바라봤다.태혁은 수첩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분기부터 신규 사업 총괄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어.”“그럼 승진하시는 거예요?”“직급은 그대로야. 대신 책임지는 사업이 커지지.”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좋은 기회 아닌가요?”“그럴 수도 있지.”“그런데 왜 표정이 안 좋으세요?”태혁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그 일을 맡으면 지금보다 출장이 많아져. 주말에도 연락받을 일이 생길 거고.”서율은 그의 손을 잡았다.“주인님은 하고 싶으세요?”태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예전 같았으면 고민하지 않았을 거야.”“지금은요?”“잘 모르겠어. 잘할 자신은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어.”서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직 결정하지 마세요.”“이번 주 금요일까지 답해야 해.”“시간이 있네요.”태혁이 웃었다.“너한테는 5일이 긴 시간이야?”“주인님이 원하는 걸 생각하기에는 충분히 중요한 시간이죠.”다음 날 오전 8시 24분.서율은 아침 식탁에 작은 종이 2장을 놓았다.“주인님, 오늘은 제가 질문할게요.”“무슨 질문?”“새로운 일을 맡으면 얻는 것 3가지, 잃는 것 3가지요.”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면접 보는 기분인데.”“어제 역할 교환 연장전이에요.”태혁은 웃으며 펜을 들었다.얻는 것에는 새로운 경험, 사업 결정권, 더 큰 성과를 적었다.잃는 것에는 개인 시간, 휴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단어를 적었다.여유.서율은 그 단어를 바라봤다.“주인님, 이게 제일 아까우신 거죠?”“응. 이제 겨우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거든.”“그럼 회사에 조건을 제안해 보시면 안 돼요?”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조건?”“출장 횟수나 업무 분담 같은 거요. 무조건 수락하거나 거절할 필요는 없잖아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그 방법도 있겠네.”오후 6시 47분.퇴근한 태혁은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다.“서율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