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9시 28분.최태혁은 감사 담당자가 전달한 업무일지 사본을 펼쳤다.6년 전 계약 체결 당일, 당시 사업본부장이 직접 작성한 기록이었다.《20:21 최 이사 통화. 계약 일정 유지 확인.》그 아래에는 또 다른 문장이 있었다.《20:46 자금 보고서 결재 처리. 추후 최 이사에게 별도 설명 필요.》태혁은 손가락으로 마지막 문장을 짚었다.“별도 설명이 필요했다면, 제가 결재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 않습니까?”감사 담당자가 대답했다.“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작성자의 의도도 확인해야 합니다.”“본인에게 물어보셨습니까?”“오늘 오후 추가 면담이 예정돼 있습니다.”태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제 기억과 일치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만으로 결론 내리지는 않겠습니다.”오전 11시 43분.후임 후보자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최 이사님, 자문위원 계약 최종 검토 의견이 나왔습니다.”태혁은 문서를 받아 들었다.월 4회 자문회의, 운영 업무 제외, 실제 경쟁 사업에 한정한 활동 제한.그가 요구했던 조건이 대부분 반영돼 있었다.“이제 서명만 남았군요.”“정말 떠나시는 기분이 어떠십니까?”태혁은 창밖을 바라봤다.“이상하게 홀가분합니다.”“섭섭하지는 않으시고요?”“섭섭하죠. 그래도 제 삶에서 다른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후임 후보자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그동안 감사했습니다.”태혁은 그의 손을 잡았다.“아직 인수인계가 끝난 건 아닙니다.”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오후 6시 17분.은서율은 거실에서 작은 화분을 옮기고 있었다.“주인님, 이쪽이 나을까요?”태혁은 외투를 벗으며 다가왔다.“창가가 좋겠어. 햇빛이 잘 들어오니까.”“그럼 여기로 결정!”서율은 화분을 내려놓고 태혁을 바라봤다.“오늘은 표정이 좋으시네요.”“자문위원 계약이 거의 마무리됐어.”“정말요?”“응. 다음 주에 최종 서명할 것 같아.”서율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안았다.“축하드려요, 주인님!”
최신 업데이트 : 2026-10-1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