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Kapitel 581 – Kapitel 590

817 Kapitel

《581화 : 주인님을 위한 비밀 초대장》

오후 2시 17분.“주인님, 토요일 일정 비워두세요.”은서율은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말했다.차태혁은 노트북에서 시선을 들었다.“토요일?”“네.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요.”“6시간이나?”“네.”“무슨 계획인데?”서율은 휴대전화 화면을 재빨리 가렸다.“비밀이에요.”태혁이 눈썹을 올렸다.“어제부터 계속 비밀이군.”“주인님도 저한테 맨날 그러시잖아요.”“그건 그렇지.”서율은 예약 확인 문자를 다시 읽었다.《프라이빗 테마 체험 예약이 확정되었습니다.》그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이번에는 단순히 명령을 주고받는 플레이가 아니었다.차태혁이라는 남자가 평소의 여유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이 준비한 세계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그녀는 예약 페이지의 주의 사항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참가자별 역할과 의상은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모든 체험은 사전 동의하에 진행됩니다.역할극 중에도 언제든 중단할 수 있습니다.서율은 화면을 껐다.“주인님.”“응.”“토요일에는 평소처럼 정장 입고 오시면 안 돼요.”“그럼?”“편한 옷이요. 갈아입을 수도 있으니까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설마 또 운동하는 곳은 아니겠지?”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아니에요.”“그럼 뭔데?”“가시면 알아요.”태혁은 노트북을 덮었다.“은서율.”“네?”“요즘 나한테 비밀이 많아졌군.”서율은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장난스럽게 속삭였다.“주인님이 가르쳐주신 거예요.”태혁은 낮게 웃었다.“내가?”“네. 상대방을 궁금하게 만드는 방법이요.”그녀는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러니까 토요일까지 참으세요.”토요일 오후 3시 48분.태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건물을 올려다봤다.“……여기?”서율은 환하게 웃었다.“네!”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외곽에 자리한 대형 실내 테마 스튜디오였다.건물 외벽에는 고풍스러운 문양과 함께 커다란 간판이 걸려 있었다.《미드나잇 시어터 — 몰입형 역할극 체험》태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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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화 : 사라진 사람의 이름》

오후 5시 41분. 철컥. 보관실 안쪽에서 열린 문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은서율은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내려다봤다. 브로치를 착용한 여자. 검은 잉크로 지워진 얼굴. 그리고 사진 아래 적힌 문장. 《이 사건에서 사라진 것은 브로치가 아니다.》 “주인님.” 서율이 차태혁을 돌아봤다. “이거 아무래도 실종 사건 같은데요?” 태혁은 여전히 수집가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었다. “탐정님께서 직접 확인하셔야겠군요.” “끝까지 안 알려주실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것과 진실이 같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서율은 입술을 삐죽였다. “아, 진짜. 주인님은 이런 역할 너무 잘 어울리세요.” 태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서율은 사진을 수첩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작은 호텔 객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침대와 화장대, 오래된 여행 가방. 창문에는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벽에는 날짜가 표시된 달력이 걸려 있었다. 10월 18일. 서율은 달력을 바라봤다. “오늘 날짜네?” 태혁이 뒤따라 들어왔다. “우연일까요?” “아니요. 분명히 단서예요.” 서율은 방을 둘러봤다. 화장대 위에는 빗과 손거울이 있었고, 서랍에는 작은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그녀는 여행 가방을 먼저 열었다. 안에는 옷가지 대신 봉투 3개가 들어 있었다. 각각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수집가에게. 호텔 지배인에게. 나를 찾아올 사람에게. 서율은 마지막 봉투를 집었다. “이건 제 거겠죠?” 태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탐정님께서 판단하시죠.” “그럼 열어볼게요.” 봉투 안에는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나를 찾으러 온 사람에게. 사람들은 내가 브로치를 훔쳐 달아났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 밤 내가 가져간 것은 브로치가 아니다. 내가 가져간 것은 내 이름이다. 서율은 눈을 깜빡였다. “이름을 가져갔다고?” 그녀는 편지를 계속 읽었다.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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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화 : 서로의 하루를 바꾸는 선택》

토요일 오후 1시 24분.“주인님, 아직도 목적지 안 알려주실 거예요?”은서율은 조수석에서 차태혁을 바라봤다.“도착하면 알게 돼.”“이번에는 정말 처음 해보는 거 맞죠?”“그래. 나도 처음이야.”서율은 창밖을 살폈다.차는 번화가를 벗어나 조용한 주택가로 들어서고 있었다.잠시 뒤 도착한 곳은 작은 2층 건물이었다.입구에는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다.《하루 교환소》서율이 고개를 갸웃했다.“하루를 교환한다고요?”태혁은 차에서 내리며 대답했다.“오늘 우리가 할 일이야.”오후 1시 41분.건물 안에는 작은 상담실과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직원이 두 사람을 안내했다.“오늘 예약하신 프로그램은 ‘서로의 하루 설계하기’입니다.”서율은 테이블에 놓인 안내문을 읽었다.상대방에게 평소와 다른 하루를 선물하세요.직원이 설명을 이어갔다.“두 분이 각각 상대방의 하루를 설계합니다. 단,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골라야 해요.”서율은 태혁을 돌아봤다.“주인님, 이거 재미있겠는데요?”“그래서 예약했지.”“그런데 어떻게 정해요?”직원은 작은 카드 상자를 열었다.“먼저 각자 3장의 카드를 선택합니다. 이후 서로의 선택을 확인하고 실제로 수행할 활동을 결정하시면 됩니다.”서율은 카드들을 살펴봤다.휴식, 도전, 취미, 배움, 모험, 대화.그녀는 잠시 고민했다.‘주인님한테 필요한 게 뭘까?’태혁은 평소 계획적이었다.어떤 일을 하든 미리 준비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쉽게 당황하지 않았다.서율은 ‘휴식’ 카드를 집었다.이어서 ‘즉흥’과 ‘새로운 취미’를 골랐다.태혁도 카드 3장을 선택했다.직원이 두 사람 앞에 작은 봉투를 놓았다.“이제 상대방에게 준비한 카드를 넣어주세요.”서율은 카드를 봉투에 넣었다.“주인님, 제 거 보고 놀라시면 안 돼요.”태혁은 미소 지었다.“기대할게.”오후 2시 3분.두 사람은 서로의 봉투를 교환했다.서율은 태혁이 고른 카드를 꺼냈다.도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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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화 : 주인님의 첫 번째 독백》

오후 2시 48분.“은서율, 다 썼어?”차태혁은 무대 옆 의자에 앉아 서율을 바라봤다.“거의 다요.”서율은 마지막 문장을 적고 종이를 접었다.“그런데 주인님.”“응.”“제가 쓴 대사가 마음에 안 드시면 말씀하셔도 돼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읽어보고 결정하지.”서율은 대본을 건넸다.태혁은 첫 문장부터 천천히 읽었다.《나는 오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그의 시선이 다음 문장으로 내려갔다.《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두렵다.》마지막에는 서율이 새로 적은 문장이 있었다.《나는 늘 강한 사람이고 싶었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날도 있었다.》태혁은 종이를 내려놓았다.“이걸 내가 연기하면 되는 거지?”“네.”“왜 이런 내용을 썼어?”서율은 잠시 망설였다.“주인님은 항상 자신감 있으시잖아요.”“그렇지.”“그래서 반대되는 모습도 보고 싶었어요.”태혁은 대본을 다시 살펴봤다.“좋아. 해보지.”오후 3시 2분.작은 무대에 조명이 켜졌다.직원은 태혁에게 무대 중앙의 표시를 안내했다.“대본을 보셔도 괜찮습니다. 감정 표현은 자유롭게 해주세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율은 객석 첫 번째 줄에 앉았다.조명이 조금 어두워졌다.태혁은 무대 중앙에 섰다.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그저 대본을 들고 잠시 숨을 골랐다.그리고 입을 열었다.“나는 오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서율은 그를 바라봤다.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두렵다.”태혁은 잠시 말을 멈췄다.서율이 적어놓은 쉼표보다 조금 긴 침묵이었다.“나는 늘 강한 사람이고 싶었다.”그가 종이에서 시선을 들었다.“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익숙하지 않다.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서율은 눈을 깜빡였다.그 문장은 자신이 쓴 대본에 없었다.태혁은 다시 말을 이었다.“하지만 가끔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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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화 : 주인님이 바꾸려는 규칙》

오후 6시 38분.“주인님, 아까 말씀하신 선택이 뭔데요?”은서율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차태혁을 돌아봤다.태혁은 손에 들고 있던 작품 상자를 거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벌써 궁금해?”“당연하죠.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고 하셨잖아요.”“우선 옷부터 갈아입어.”서율은 입술을 삐죽였다.“또 기다리래.”태혁이 웃었다.“도망가는 것도 아닌데.”“알겠어요. 10분만요.”서율은 침실로 들어갔다.태혁은 상자를 열어 오늘 만든 작품을 꺼냈다.높이가 다른 작은 의자 2개.그리고 한쪽이 살짝 열린 철사 문.그는 작품을 나란히 놓았다.잠시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서율이 돌아왔다.“어? 벌써 꺼내셨어요?”“여기 두려고.”서율은 테이블을 살펴봤다.“우리 방에 가져가도 예쁠 것 같은데요?”“이건 집에 두자.”“왜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오늘 이야기가 집에서 시작되는 거니까.”서율은 그의 옆에 앉았다.“이제 말씀해 주세요.”태혁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앞으로 한 달에 1번은 우리 둘 다 아무런 플레이도 계획하지 않는 날을 만들자.”서율은 눈을 깜빡였다.“플레이를 안 하는 날이요?”“그래.”“그냥 평범하게 데이트하는 거예요?”“그럴 수도 있고, 집에서 쉬어도 되고.”태혁은 테이블 위의 작은 의자를 가리켰다.“오늘처럼 서로 처음 해보는 걸 골라도 되겠지.”서율은 잠시 고민했다.“그런데 주인님.”“응.”“우리는 평소에도 데이트하잖아요.”“알아.”“그럼 뭐가 달라지는 거예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날만큼은 서로에게 특별한 역할을 기대하지 않는 거야.”서율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내가 항상 주도해야 할 필요도 없고, 네가 나를 즐겁게 해주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그냥 차태혁하고 은서율로 보내는 날.”서율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러다가 미소 지었다.“그거 좋네요.”“그래?”“네. 그런데 조건 하나 추가해도 돼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말해.”“그날은 서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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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화 : 최태혁이 후회하는 선택》

오후 8시 42분. 거실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은서율은 차태혁의 옆에 앉아 그가 꺼내려는 이야기를 기다렸다. “주인님이 후회한 선택이요?” 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하기 전 일이야.” “많이 오래됐어요?” “6년쯤 됐지.”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검은 노트를 바라봤다. “그때 나는 함께 일하던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긴 적이 있어.” “어떤 일이었는데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어.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처음부터 직접 기획한 일이었지.” 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혁은 말을 이었다. “함께 일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사람이 계약 내용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했어.” “왜요?” “조건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거였지.” 서율은 그를 바라봤다. “그럼 다시 확인하셨어요?” 태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요?” “그때는 내가 옳다고 확신했거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이미 여러 번 검토했고, 일정도 정해져 있었어. 지금 변경하면 전체 계획이 늦어진다고 생각했지.” 서율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그대로 진행하셨어요?” “그래.” “결과는요?” 태혁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상대방이 지적했던 문제가 실제로 발생했어.” 서율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많이 손해 보셨어요?” “금전적인 손해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지.” “뭔데요?” “그 사람이 나를 더는 믿지 않게 됐어.” 서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혁은 손가락으로 노트 모서리를 가볍게 눌렀다. “내가 틀렸다는 사실보다, 상대가 문제를 알려줬는데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게 오래 남더군.” 오후 8시 57분. “그분이랑은 어떻게 됐어요?” 서율이 물었다. 태혁은 잠시 생각했다. “일이 끝난 뒤 따로 만났어.” “사과하셨어요?” “그래.” “받아주셨고요?” “사과는 받아줬지만, 다시 같이 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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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화 : 무대 위에서 지킬 약속》

오후 9시 51분.은서율은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한참 고민했다.《두 분이 무대 위에서 반드시 지키고 싶은 약속을 하나 적어주세요.》“주인님,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요.”차태혁은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왜?”“그냥 재미있게 참여하겠다고 쓰기에는 너무 평범하잖아요.”“그렇다고 거창할 필요도 없지.”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천천히 문장을 입력했다.《서로의 대사가 예상과 달라도 끝까지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태혁은 화면을 확인했다.“괜찮네.”“정말요?”“우리한테도 어울리는 말이고.”서율은 웃었다.“그럼 이걸로 신청할게요.”그녀가 제출 버튼을 누르자 접수 완료 안내가 나타났다.《무대 참여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선정 결과는 공연 3일 전 안내됩니다.》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이제 기다리면 되겠네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선정되지 않아도 공연은 보러 가자.”“당연하죠.”서율은 오래된 티켓 2장을 다시 꺼냈다.“이번에는 꼭 같이 보는 거예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약속할게.”3일 뒤, 오후 4시 18분.서율은 집필하던 원고를 저장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휴대전화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특별 재공연 관객 참여 프로그램 선정 안내》서율은 급히 메시지를 열었다.《축하드립니다. 신청하신 2인 관객 참여 프로그램에 선정되셨습니다.》“어?”그녀는 화면을 다시 읽었다.그리고 서재 문을 열었다.“주인님!”태혁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야?”“우리 뽑혔어요!”서율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태혁은 문자를 확인했다.“정말 됐네.”“그러니까요!”그런데 서율이 안내문을 아래로 내리자 추가 내용이 나타났다.《참여자는 공연 당일 1시간 전까지 도착해야 하며, 현장에서 간단한 동선 연습을 진행합니다.》《공연 중 배우의 질문에 즉흥적으로 대답하는 장면이 포함됩니다.》서율은 태혁을 바라봤다.“주인님, 우리 진짜 무대에서 말해야 하나 봐요.”“그렇네.”“안 떨리세요?”태혁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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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화 : 목적지 없는 기차 여행》

토요일 오전 9시 18분.“주인님, 정말 아무것도 예약 안 하셨어요?”은서율은 기차역 전광판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차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응. 오늘은 네가 말한 대로 해보려고.”“숙소도요?”“당일치기니까 숙소는 필요 없지.”“맛집도 안 찾아보셨어요?”“안 봤어.”서율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와, 주인님이 이렇게 나오실 줄은 몰랐어요.”태혁이 웃었다.“내가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이었나?”“네. 엄청요.”서율은 전광판을 다시 바라봤다.강릉, 대전, 전주, 부산.여러 목적지가 표시되어 있었다.“어디로 갈까요?”태혁은 그녀에게 물었다.“네가 가고 싶은 곳은?”서율은 잠시 고민했다.그러다가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제가 정하지 않을래요.”“그럼?”“둘이 동시에 하나씩 골라봐요.”태혁은 전광판을 살펴봤다.“좋아.”“하나, 둘, 셋!”“전주.”“강릉!”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다르네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어떻게 하지?”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전광판 아래에 있는 출발 안내를 가리켰다.“둘 중 먼저 출발하는 기차를 타요.”태혁은 시간을 확인했다.강릉행은 오전 10시 12분.전주 방향 열차는 오전 10시 34분이었다.“강릉이 먼저네.”서율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강릉!”태혁은 휴대전화로 좌석을 확인했다.다행히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남아 있었다.“표 있다.”“진짜요?”“응.”“그럼 바로 예매해요!”오전 10시 16분.기차가 출발했다.서율은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주인님, 저 기분 이상해요.”“왜?”“아침까지만 해도 어디 갈지 몰랐는데 지금 강릉 가고 있잖아요.”태혁은 미소 지었다.“그러게.”서율은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오늘 여행 기록할 거예요.”“뭘 적으려고?”“처음 해본 것들이요.”그녀는 첫 줄에 적었다.《1. 목적지를 역에서 정했다.》태혁은 수첩을 내려다봤다.“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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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화 : 파도 앞에서 읽은 편지》

오후 3시 42분. “주인님, 아직도 안 보여주실 거예요?” 은서율은 차태혁이 들고 있는 편지지를 힐끗 바라봤다. “응. 조금만 기다려.” “한 줄만요.” “안 돼.” 서율은 입술을 삐죽였다. “오늘은 주인님이 비밀이 많으시네요.” 태혁은 웃으며 편지지를 접었다. “그동안 네가 나한테 비밀로 준비한 것도 많잖아.” “그건 그렇지만요.” 두 사람은 안목해변에 마련된 작은 야외 행사장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앞에는 마이크 1개가 세워져 있었다. 진행자가 참가자들에게 안내했다. “편지는 2분 이내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꼭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서율은 태혁의 팔을 붙잡았다. “주인님, 떨리세요?” “조금.” “진짜요?” “사람들 앞에서 너한테 편지를 읽는 건 처음이니까.” 서율은 그를 올려다봤다. “그럼 저만 보고 읽으세요.” 태혁은 미소 지었다. “그러려고.” 오후 4시 7분. 앞선 참가자들의 낭독이 끝나고 태혁의 이름이 불렸다. “다음은 차태혁 님입니다.” 태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율은 두 손을 모으고 그를 바라봤다. 태혁은 마이크 앞에 섰다. “아내에게 쓴 편지입니다.” 서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태혁은 편지지를 펼쳤다. “서율아.” 바람이 종이 끝을 살짝 흔들었다. “나는 오늘 아침까지도 우리가 어디로 갈지 몰랐어. 솔직히 조금 불편했지.”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네가 기차역에서 웃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태혁은 서율을 바라봤다. “나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보다 네가 무엇을 발견하는지 보는 게 더 즐거웠어.” 서율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앞으로도 내가 모르는 길을 네가 먼저 발견하면, 기꺼이 따라가 볼게.” 그는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대신 가끔은 나도 길을 잃을 테니, 그때는 내 손을 잡아줘.”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서율이 가장 먼저 박수를 쳤다. 태혁은 편지를 접고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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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화 : 돌아오는 기차에서》

오후 6시 24분. 기차가 출발하자 은서율은 창가에 머리를 기댔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탓인지 다리가 조금 뻐근했다. “피곤해?” 최태혁이 물었다. “조금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다음에는 좀 덜 걸어야겠네.” “아니요. 다음에는 더 걸을 수도 있는데요?” 태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또 무슨 계획을 세운 거야?” 서율은 가방에서 여행 수첩을 꺼냈다. “아까 말씀드린 비밀 있잖아요.” “응.” “힌트 하나 드릴까요?” “들어보지.” 서율은 수첩에 단어 3개를 적었다. 《낯선 동네 / 각자의 시간 / 다시 만나기》 태혁은 글씨를 읽었다. “각자의 시간?” “네.” “여행 가서 따로 움직이자는 거야?” 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 1시간만요. 서로 다른 곳에 가서 각자 재미있는 걸 찾아오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다시 만나서 자기가 발견한 걸 소개해 주기!” 태혁은 잠시 생각했다. “괜찮은데.” 서율은 눈을 크게 떴다. “반대하실 줄 알았어요.” “왜?” “주인님은 같이 움직이는 걸 더 좋아하시니까요.” 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로 보낸 시간이 있어야 서로 들려줄 이야기도 생기겠지.” 서율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 꼭 해봐요.” 오후 7시 3분. 서율은 수첩을 덮고 태혁의 어깨에 기대었다. “주인님.” “응.” “오늘 편지 읽으실 때요.” “왜?” “길을 잃으면 손잡아 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서율은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그 말이 계속 생각나요.” 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 “저는 주인님이 길을 잃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나도 처음 가는 길에서는 헤매.” “알아요. 이제는요.” 서율이 웃었다. 그때 객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잠시 뒤 승무원이 통로를 지나갔다. 서율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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