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hapter 631 - Chapter 640

817 Chapters

《631화 : 첫 번째 관객》

오전 10시 24분.은서율은 거실 한가운데 의자를 놓았다.손에는 《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의 마지막 장면이 들려 있었다.“주인님, 준비되셨어요?”최태혁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네, 작가님.”서율은 웃음을 참으며 원고를 펼쳤다.“웃기시면 안 돼요.”“진지하게 듣겠습니다.”그녀는 숨을 고르고 첫 문장을 읽었다.“여자는 마지막 열차가 떠난 승강장에 홀로 서 있었다.”처음에는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그러나 이야기가 이어지자 서율의 표정이 달라졌다.“누군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태혁은 움직이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마지막 문장이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어땠어요?”“좋았어. 다만 마지막 문장 앞에서 조금만 쉬어봐.”“왜요?”“그 여자가 정말 자기 결정을 내렸다는 느낌이 더 강해질 것 같아.”서율은 원고에 작은 표시를 했다.“그럼 다시 해볼게요.”오후 1시 36분.첫 리허설이 열리는 소극장에 도착하자 연출가가 두 사람을 맞았다.“작가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서율은 객석을 둘러봤다.무대에는 오래된 역명판과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제가 상상했던 역이랑 정말 비슷해요.”“원고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습니다.”배우들이 자리에 앉자 연출가가 말했다.“오늘은 작가님의 낭독부터 듣겠습니다.”서율은 태혁을 돌아봤다.그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잘할 수 있어.서율은 무대 중앙으로 걸어갔다.오후 2시 08분.마지막 문장을 읽자 객석이 조용해졌다.여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작가님, 마지막에 여자가 웃는 건가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아니요. 울지도 웃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왜죠?”“처음으로 남의 기대와 상관없이 선택한 순간이니까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으면 해요.”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했어요.”연출가가 손뼉을 쳤다.“그럼 그 감정으로 마지막 장면을 다시 해보겠습니다.”서율은 객석으로 내려와 태혁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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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화 : 매진된 공연의 두 번째 기회》

오전 9시 18분.은서율은 연출가에게서 받은 추가 공연 제안서를 펼쳤다.“주인님, 공연을 2회 더 늘리고 싶대요.”최태혁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좋은 소식이네.”“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요.”“뭔데?”“추가 공연에서는 관객과의 대화를 매회 진행하고 싶대요.”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부담스러워?”“조금요.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 어떡하죠?”“같은 질문이어도 관객은 매번 다르잖아.”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렇네요.”“그리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솔직하게 말하면 돼.”서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수락할게요.”오후 1시 26분.서율은 소극장 녹음실에 앉았다.헤드폰 너머로 연출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작가님, 준비되셨나요?”“네.”빨간 녹음 표시등이 켜졌다.“이번 열차는 정해진 종착역이 없습니다.”서율은 잠시 숨을 골랐다.“돌아갈 곳은 당신이 정할 수 있습니다.”녹음실 밖에서 태혁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첫 녹음이 끝나자 연출가가 말했다.“좋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을 조금 더 천천히 읽어주시겠어요?”서율은 다시 마이크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이번에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듯 읽었다.녹음이 끝나자 연출가가 웃었다.“바로 이 느낌입니다.”오후 4시 32분.태혁은 서율과 극장 근처 골목을 걸었다.“주인님, 저 오늘 목소리 이상하지 않았어요?”“전혀.”“녹음된 제 목소리는 낯설더라고요.”“나는 익숙했는데.”“왜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매일 듣는 목소리니까.”서율이 웃었다.“그럼 가장 좋아하는 제 목소리는 언제예요?”“아침에 졸린 목소리로 나 부를 때.”“주인님!”“왜? 사실인데.”서율은 그의 팔을 가볍게 때렸다.태혁은 웃으며 그녀를 끌어당겼다.“그리고 지금처럼 웃을 때도.”오후 7시 14분.두 사람은 집에서 공연 포스터를 확인했다.추가 공연 일정이 반영된 새 포스터였다.서율은 화면을 확대했다.“주인님, 제 이름이 그대로 있네요.”“당연하지.”“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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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화 : 6부작의 조건》

오전 10시 23분.은서율은 제작사 담당자에게서 받은 기획안을 읽고 있었다.《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를 6부작 미스터리 드라마로 확장한다는 제안이었다.“주인님, 이거 보세요.”최태혁이 그녀 옆에 앉았다.“무슨 문제 있어?”“여주인공이 마지막에 남자 주인공의 정체를 알아내는 걸로 바뀌었어요.”태혁은 기획안을 넘겼다.“원작에서는 자기 이름을 되찾는 게 결말이잖아.”“맞아요. 그런데 이대로라면 평범한 추리물이 돼요.”“제작사에 의견을 말해봐.”서율은 잠시 고민했다.“처음부터 너무 까다로운 작가로 보이지 않을까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중요한 부분을 지키는 건 까다로운 게 아니야.”오후 1시 40분.제작사와의 첫 화상회의가 시작됐다.“작가님, 원작의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서율은 가볍게 인사했다.“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담당자가 기획안을 띄웠다.“6부작으로 확장하려면 인물 간 갈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그 부분은 이해합니다. 다만 결말의 방향은 유지하고 싶어요.”“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걸까요?”“주인공이 남자의 비밀을 밝혀내서 구원받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역을 떠나는 이야기였으면 합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담당자는 메모를 남겼다.“그렇다면 남자의 비밀은 중간 회차에서 해결하고, 마지막은 주인공의 선택에 집중하는 방식도 가능하겠네요.”서율의 표정이 밝아졌다.“네. 그 방향이라면 좋겠습니다.”오후 5시 16분.회의를 마친 서율은 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됐어요.”“다행이네.”“그런데 정식 계약 전에 확장 시놉시스를 요청하셨어요.”“분량은?”“6부작 전체 줄거리요. 우선 2주 안에 검토용으로 보내달래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자료를 보내기 전에 사용 범위부터 확인해.”“네. 저도 그게 걱정됐어요.”“그리고 혼자 다 떠안을 필요는 없어.”서율은 웃었다.“주인님, 이제 회사 일이 줄어드셨다고 제 매니저까지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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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화 : 서명하지 않은 이유》

오전 9시 32분.은서율은 영상화 우선협상권 계약서에 빨간 표시를 해두었다.최태혁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수정할 부분 정리했어?”“네. 우선협상 기간은 12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고 싶어요.”“후속 작품 제한은?”“삭제 요청하려고요. 영상화 협상과 제가 다른 소설을 쓰는 건 별개니까요.”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우선협상 기간에 대한 대가도 명확해야겠네.”서율은 계약서 마지막 장을 넘겼다.“그런데 주인님, 저 혼자 이런 계약을 검토해도 될까요?”“전문가에게 확인받는 게 좋겠어. 내가 아는 계약 전문 변호사를 소개해 줄게.”“주인님이 대신 협상해 주시는 건 아니죠?”태혁은 웃었다.“당연하지. 작품의 주인은 너잖아.”오후 1시 18분.제작사 담당자와 두 번째 회의가 시작됐다.서율은 준비한 수정 의견을 차례로 설명했다.“원작과 직접 관련 없는 후속 창작물까지 제한하는 조항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담당자가 잠시 자료를 확인했다.“그 부분은 저희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시놉시스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제 아이디어가 별도 동의 없이 사용되지 않았으면 합니다.”“검토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문구를 추가하겠습니다.”서율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담당자는 곧 다른 제안을 꺼냈다.“작가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네.”“6부작 대본까지 직접 집필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서율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눈을 크게 떴다.오후 5시 46분.태혁은 카페에서 서율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회의는 어땠어?”“주인님, 저보고 드라마 대본을 직접 써보래요.”“정말?”“네. 그런데 자신이 없어요. 소설하고 대본은 다르잖아요.”태혁은 그녀 앞에 따뜻한 차를 놓았다.“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지.”“그래도 6부작인데요.”“일단 1화 일부를 써보는 건 어때?”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시험 삼아 장면 하나만요?”“응. 네가 직접 해보고 결정하는 거야.”서율은 차를 한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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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화 : 첫 번째 대본의 비밀》

오전 9시 42분.은서율은 노트북 앞에서 밤새 고민한 장면을 다시 읽었다.《여자가 승차권을 뒤집자, 그곳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주인님, 이 설정 너무 복잡할까요?”최태혁은 그녀가 건넨 대본을 읽었다.“아직 태어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이야?”“과거에 존재했던 이름이 아니라, 앞으로 스스로 선택할 이름이라는 뜻이에요.”“그럼 관객이 그걸 이해할 단서가 필요하겠네.”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첫 장면에 하나 넣으려고요.”그녀는 새 문장을 입력했다.《역무원은 승차권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이곳에서는 이름을 잃어버린 사람만 내릴 수 있습니다.》태혁이 웃었다.“이제 훨씬 궁금해지는데?”“그럼 성공이에요.”오후 1시 16분.서율은 계약 전문 변호사와 수정 계약서를 검토했다.“우선협상 기간과 후속 작품 제한은 개선됐습니다.”“그럼 서명해도 괜찮을까요?”“아직 2가지가 남았습니다. 우선협상권에 대한 대가와, 제출할 파일럿 대본의 사용 범위입니다.”서율은 메모했다.“제가 쓴 대본을 계약 없이 활용할 수 없도록 명확히 하고 싶어요.”“그 내용을 별도 조항으로 넣는 게 좋겠습니다.”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제안이었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오후 5시 38분.태혁은 서율과 함께 작은 문구점에 들렀다.“주인님, 이 펜 어때요?”서율이 짙은 남색 만년필을 들어 보였다.“마음에 들어?”“네. 대본 수정할 때 쓰고 싶어요.”태혁은 펜을 받아 계산대로 향했다.“그럼 첫 드라마 대본 기념 선물.”“아직 계약도 안 했는데요?”“계약이 아니라 네 도전을 축하하는 거야.”서율은 만년필을 받아 들었다.“그럼 주인님께 첫 사인을 해드릴게요.”“어디에?”서율은 영수증 뒷면에 적었다.《첫 번째 독자 최태혁에게. 은서율.》태혁은 영수증을 지갑에 넣었다.“평생 보관해야겠네.”오후 8시 21분.서율은 대본의 첫 장면을 완성했다.낡은 역에 도착한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승차권을 발견한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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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화 : 객석의 낯선 손님》

오후 4시 18분.첫 공연을 3시간 앞둔 소극장.은서율은 대기실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주인님, 저 너무 긴장돼요.”최태혁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오늘은 네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날도 아닌데?”“제 이야기가 무대에 올라가잖아요. 배우들이 대사를 잊어버리면 어떡하죠?”“그건 배우들이 해결할 일이야.”“관객들이 재미없어하면요?”태혁은 거울 속 그녀와 눈을 맞췄다.“모든 사람이 좋아할 필요는 없어. 오늘은 네 이야기가 처음 관객을 만나는 날이니까 즐겨.”서율은 그의 손을 잡았다.“그럼 공연 끝날 때까지 제 손 잡아주세요.”“객석에 앉아 있는 동안은 얼마든지.”오후 7시 06분.객석의 조명이 꺼졌다.어둠 속에서 서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번 열차는 정해진 종착역이 없습니다.”무대 위에 희미한 불빛이 켜졌다.낡은 벤치에 앉아 있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서율은 손끝을 꼭 모았다.자신이 쓴 문장이 배우의 표정과 움직임으로 살아났다.마지막 장면.여자는 빈 승차권을 내려놓았다.“이제는 내가 어디로 갈지 정할 거예요.”그리고 서율의 녹음된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돌아갈 곳은 당신이 정할 수 있습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서율은 숨을 내쉬었다.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잘됐네, 서율아.”서율은 눈가를 훔치며 웃었다.“정말 끝났네요.”오후 8시 12분.작가와의 대화가 끝나자 연출가가 서율에게 다가왔다.“작가님, 잠깐 인사 나누실 분이 계십니다.”대기실 문이 열렸다.검은 재킷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안녕하세요. 배우 한유리입니다.”서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안녕하세요.”유리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원작을 읽고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제 작품을 읽으셨어요?”“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좋았습니다.”유리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덧붙였다.“그런데 제가 관심 있는 건 여자 주인공 역할만은 아니에요.”서율의 눈이 커졌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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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화 : 계약보다 중요한 질문》

오전 10시 35분.은서율은 제작사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맞은편에는 제작사 담당자와 투자사 관계자 2명이 자리했다.“어제 공연 잘 봤습니다.”투자사 관계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상당히 집중하더군요.”“감사합니다.”“저희는 《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를 6부작 드라마로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서율은 준비해 온 노트를 펼쳤다.“제작 일정도 정해졌나요?”“아직입니다. 우선 개발 단계부터 진행하려고 합니다.”담당자가 기획서를 건넸다.“다만 투자 검토를 위해 1화 대본과 전체 시놉시스가 필요합니다.”서율은 문서를 읽다가 질문했다.“개발 계약이 체결되면 원고료와 수정 범위는 어떻게 정해지나요?”투자사 관계자가 잠시 미소 지었다.“작가님, 계약 조건보다 먼저 작품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서율은 고개를 들었다.“저도 가능성을 믿어요. 그래서 조건을 확인하고 싶습니다.”회의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오후 12시 48분.회의를 마친 서율은 최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 저 오늘 조금 당당했어요.”“무슨 일 있었어?”“투자사에서 먼저 원고를 달라고 했는데, 계약 조건부터 확인하겠다고 했어요.”“잘했네.”“혹시 기분 나빠했을까요?”“그건 상대방이 판단할 일이야. 너는 필요한 질문을 한 거고.”서율은 웃었다.“주인님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내 덕분만은 아니지. 네가 직접 경험한 거잖아.”“그럼 오늘 저녁에 칭찬해 주세요.”“어떻게?”“비밀이에요.”태혁은 낮게 웃었다.“기대하고 있을게.”오후 6시 26분.집으로 돌아온 서율은 식탁 위에서 낯선 봉투를 발견했다.“주인님, 이게 뭐예요?”“열어봐.”봉투 안에는 작은 공연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무대 위의 배우들, 관객과 대화하는 서율, 공연이 끝난 뒤 환하게 웃는 모습까지.“언제 찍으셨어요?”“극장 공식 사진을 전달받았어.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인화했지.”서율은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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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화 : 자신의 장례식을 본 여자》

오전 8시 46분.은서율은 밤새 수정한 대본을 최태혁 앞에 내려놓았다.“주인님, 첫 장면 바꿨어요.”“벌써?”“어제 그 장례식 아이디어가 계속 생각나서요.”태혁은 대본을 펼쳤다.EXT. 공동묘지 — 비 오는 오후.검은 우산을 든 여자가 묘비 앞에 멈춰 선다.묘비에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그런데 사망 날짜는 내일이다.태혁이 고개를 들었다.“자기 장례식인데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거야?”“네. 정확히는 죽었다고 기록된 사람이에요.”“그럼 누가 장례식을 치른 거지?”서율은 웃었다.“그게 1화의 비밀이에요.”태혁은 다음 장을 넘기려 했다.서율이 얼른 원고를 빼앗았다.“여기까지!”“너무한데, 작가님.”“다 쓰면 제일 먼저 보여드릴게요.”오후 1시 24분.제작사 담당자와 통화한 서율은 수정한 도입부를 설명했다.“장례식 장면은 사용하되, 주인공이 실제로 죽었다는 설정은 피하려고 합니다.”“그럼 묘비는 어떻게 설명되나요?”“누군가 그녀의 과거를 의도적으로 지웠다는 단서예요.”담당자는 잠시 생각했다.“좋습니다. 원작의 정체성도 유지되겠네요.”“다만 정식 집필 계약 전에는 완성 대본을 제출하지 않겠습니다.”“네. 수정 계약서가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통화를 끝낸 서율은 달력에 집필 일정을 적었다.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오후 5시 37분.태혁은 서율을 데리고 작은 천문과학관에 갔다.“주인님, 여기는 왜요?”“여행 가기 전에 별자리 공부 좀 하려고.”서율은 웃음을 터뜨렸다.“별 보러 가는데 공부까지 해야 해요?”“네가 질문하면 대답하고 싶어서.”두 사람은 둥근 천장 아래 나란히 앉았다.불이 꺼지자 머리 위로 별들이 펼쳐졌다.서율은 태혁의 손을 꼭 잡았다.“주인님, 저 별은 뭐예요?”“잠깐만.”태혁이 안내 책자를 펼치자 서율이 속삭였다.“모르시는 거죠?”“지금 배우는 중이야.”서율은 그의 어깨에 기대 웃었다.오후 9시 12분.집으로 돌아온 서율은 대본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읽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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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화 : 함께 쓰자는 제안》

오전 11시 08분.은서율은 제작사 회의실에서 공동 집필 후보를 만났다.“안녕하세요. 드라마 작가 정이현입니다.”상대는 먼저 명함을 건넸다.“작가님 작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이현은 준비해 온 자료를 펼쳤다.“6부작으로 확장하면서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면 좋겠습니다.”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 방향을 생각했어요.”“다만 여자 주인공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설정을 추가하면 어떨까요?”서율의 손이 멈췄다.“쌍둥이요?”“묘비에 적힌 이름의 주인이 사실 언니였다는 반전입니다.”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렇게 되면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선택한다는 원작의 의미가 약해질 것 같아요.”이현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럼 작가님은 어떤 반전을 생각하셨나요?”“누군가 주인공의 과거를 지웠지만, 마지막에는 그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요.”이현은 잠시 침묵하다 웃었다.“그 방향이라면 저도 다른 구성을 생각해 보겠습니다.”오후 2시 17분.회의를 마친 서율은 최태혁과 점심을 먹었다.“주인님, 공동 작가랑 의견이 달랐어요.”“많이?”“처음부터요.”태혁은 물잔을 내려놓았다.“그래서 어떻게 했어?”“제가 원하는 방향을 설명했어요. 그분도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고요.”“그럼 대화는 잘된 거네.”서율은 웃었다.“예전 같았으면 그냥 맞춰줬을지도 몰라요.”“지금은?”“제 작품이니까 지키고 싶은 건 지키려고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게 좋겠어.”오후 6시 34분.집으로 돌아온 서율은 공동 집필 역할 분담안을 작성했다.원작 설정과 핵심 인물의 선택은 자신이 담당하고, 이현은 회차별 사건 구성과 영상 대본 형식을 보완하는 방향이었다.태혁이 옆에서 물었다.“서로 수정할 때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상대방이 쓴 장면을 바꾸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기로 했어요.”“좋은 방법이네.”서율은 문서를 저장했다.“그리고 최종 대본 확정 절차도 계약서에 넣으려고요.”태혁은 웃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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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화 : 두 작가의 첫 번째 충돌》

오전 10시 16분.은서율은 정이현과 첫 공동 집필 회의를 시작했다.회의실 벽에는 1화부터 6화까지의 구성이 붙어 있었다.“작가님, 3화에서 남자가 진실을 밝히는 장면을 조금 바꾸고 싶어요.”이현이 말했다.“어떻게요?”“남자가 여자를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라는 사실은 유지하되, 그 이유를 사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결과로 만드는 거예요.”서율은 고개를 갸웃했다.“선택한 결과요?”“누군가를 기억하면 자신이 사라지는 규칙이 있는 거죠.”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 설정은 흥미로워요. 그런데 남자의 희생이 너무 강조되면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밀릴 것 같아요.”이현은 펜을 멈췄다.“그럼 남자의 희생을 3화에서 끝내고, 이후에는 여자가 직접 규칙을 깨는 방법을 찾게 하면 어떨까요?”서율은 미소 지었다.“그건 좋아요.”오후 1시 38분.두 사람은 1화의 장례식 장면을 함께 수정했다.이현이 새로운 대사를 제안했다.여자: “저 사람들은 왜 제가 죽었다고 믿는 거죠?”남자: “당신이 살아 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저뿐이니까요.”서율은 문장을 읽다가 고개를 저었다.“이 대사는 너무 많은 걸 알려줘요.”“그럼 어떻게 바꿀까요?”서율은 마지막 대사를 지웠다.남자: “당신은 여기 오면 안 됐어요.”이현이 웃었다.“이쪽이 더 긴장감 있네요.”“대신 남자가 여자를 알아봤다는 건 표정으로 보여주면 좋겠어요.”두 사람은 수정된 장면을 다시 읽었다.처음으로 의견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오후 5시 24분.최태혁은 집에 돌아온 서율을 맞았다.“오늘은 어땠어?”“주인님, 공동 집필이 생각보다 어렵네요.”“많이 부딪혔어?”“네. 그런데 재미있었어요.”태혁은 그녀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그럼 좋은 하루였네.”서율은 웃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오늘은 제가 저녁 살게요.”“무슨 날인데?”“첫 공동 집필 회의 기념이요.”“그럼 메뉴도 네가 정해.”“오늘은 돈가스요!”태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8시 43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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