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23분.은서율은 제작사 담당자에게서 받은 기획안을 읽고 있었다.《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를 6부작 미스터리 드라마로 확장한다는 제안이었다.“주인님, 이거 보세요.”최태혁이 그녀 옆에 앉았다.“무슨 문제 있어?”“여주인공이 마지막에 남자 주인공의 정체를 알아내는 걸로 바뀌었어요.”태혁은 기획안을 넘겼다.“원작에서는 자기 이름을 되찾는 게 결말이잖아.”“맞아요. 그런데 이대로라면 평범한 추리물이 돼요.”“제작사에 의견을 말해봐.”서율은 잠시 고민했다.“처음부터 너무 까다로운 작가로 보이지 않을까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중요한 부분을 지키는 건 까다로운 게 아니야.”오후 1시 40분.제작사와의 첫 화상회의가 시작됐다.“작가님, 원작의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서율은 가볍게 인사했다.“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담당자가 기획안을 띄웠다.“6부작으로 확장하려면 인물 간 갈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그 부분은 이해합니다. 다만 결말의 방향은 유지하고 싶어요.”“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걸까요?”“주인공이 남자의 비밀을 밝혀내서 구원받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역을 떠나는 이야기였으면 합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담당자는 메모를 남겼다.“그렇다면 남자의 비밀은 중간 회차에서 해결하고, 마지막은 주인공의 선택에 집중하는 방식도 가능하겠네요.”서율의 표정이 밝아졌다.“네. 그 방향이라면 좋겠습니다.”오후 5시 16분.회의를 마친 서율은 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주인님,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됐어요.”“다행이네.”“그런데 정식 계약 전에 확장 시놉시스를 요청하셨어요.”“분량은?”“6부작 전체 줄거리요. 우선 2주 안에 검토용으로 보내달래요.”태혁은 잠시 생각했다.“자료를 보내기 전에 사용 범위부터 확인해.”“네. 저도 그게 걱정됐어요.”“그리고 혼자 다 떠안을 필요는 없어.”서율은 웃었다.“주인님, 이제 회사 일이 줄어드셨다고 제 매니저까지 하시려고요?”
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