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17분.은서율은 정이현과 4화 마지막 장면을 다듬고 있었다.“세 번째 출구에 자물쇠가 없다는 설정, 마음에 들어요.”이현이 말했다.“그런데 시청자들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느끼지는 않을까요?”서율은 대본을 넘겼다.“그래서 행동으로 보여주려고요.”“어떻게요?”“주인공이 첫 번째 출구의 열쇠를 꽂아요. 열리지 않죠. 두 번째도 마찬가지고요.”“그다음은요?”“세 번째 문 앞에서는 열쇠를 찾다가 멈춰요. 손잡이를 돌려보니 그냥 열리는 거예요.”이현이 웃었다.“그 장면은 대사 없이도 전달되겠네요.”서율은 마지막 지문을 적었다.《여자는 열린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일보다, 아무도 자신을 붙잡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낯설었다.》오후 1시 28분.제작사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작가님, 폐역 촬영 장소 사용 승인이 나왔습니다.”“정말요?”“네. 다만 선로 쪽은 안전 문제로 촬영이 제한되고, 대합실과 역무실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서율은 안도했다.“그 공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그리고 한유리 배우의 출연 계약도 최종 조율 단계입니다.”서율은 전화를 끊고 정이현에게 소식을 전했다.은서율: 폐역 사용 승인 났어요!정이현: 드디어 0번 보관함을 실제로 볼 수 있겠네요.오후 4시 52분.최태혁은 서율과 함께 작은 향수 공방에 도착했다.“주인님, 오늘은 향수 만들기예요?”“응. 서로에게 어울리는 향을 골라보자.”서율은 여러 향을 맡아보다 우디 계열의 시향지를 집었다.“이건 주인님 같아요.”“왜?”“차분한데 오래 남는 향이라서요.”태혁은 부드러운 꽃향이 섞인 향을 골랐다.“이건 너.”“저는 왜요?”“처음에는 산뜻한데, 가까이 있을수록 따뜻해.”서율은 얼굴을 붉혔다.“주인님, 그런 말씀은 반칙이에요.”오후 7시 36분.완성된 향수병에는 서로의 이름이 새겨졌다.서율은 태혁의 손목에 향수를 살짝 뿌렸다.“주인님, 마음에 드세요?”태혁은 향을 맡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네가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20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