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플레이 가이드라인 (Play Guideline): Capítulo 651 - Capítulo 660

817 Capítulos

《651화 : 지워진 얼굴의 주인》

오전 10시 21분.은서율은 정이현이 보내온 3화 구성표를 읽고 있었다.“작가님, 검게 지워진 얼굴의 정체를 언제 밝힐까요?”이현의 질문에 서율은 잠시 고민했다.“3화 끝에서요. 대신 그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왜 지웠는지가 중요했으면 해요.”“주인공이 직접 지운 걸로 확정할까요?”“아직요.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렇게 믿게 된 것일 수도 있잖아요.”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단체사진 뒷면에 글씨를 남기죠.”서율이 물었다.“어떤 글씨요?”이현은 화면에 한 문장을 적었다.《우리가 다시 만나더라도, 네가 먼저 아는 척하지 마.》서율의 눈이 반짝였다.“좋아요. 그런데 필체가 주인공 것과 같으면 더 재미있겠어요.”오후 1시 43분.제작사에서 새로운 일정표가 도착했다.한유리 측과 출연 조건을 협의하는 동시에 6부작 제작 예산을 다시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특히 기차역 세트 제작비가 예상보다 높았다.서율은 담당자에게 물었다.“실제 폐역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요?”“몇 군데 후보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현장 답사가 가능해지면 연락드릴게요.”서율은 정이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은서율: 폐역 답사 일정이 잡히면 같이 가실래요?정이현: 좋죠. 실제 공간을 보면 장면이 더 구체적으로 떠오를 것 같아요.오후 4시 36분.최태혁은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서율아, 잠깐 나올래?”“왜요, 주인님?”거실에는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다.서율이 뚜껑을 열자 지난번에 고른 회전의자가 들어 있었다.“어머! 벌써 왔어요?”“응. 조립해 줄게.”서율은 설명서를 집어 들었다.“이번에는 제가 할래요.”“정말?”“네. 주인님은 옆에서 도와주세요.”30분 뒤.서율은 나사 하나를 들고 고개를 갸웃했다.“주인님, 이건 어디 들어가는 거예요?”태혁이 설명서를 살폈다.“등받이 고정 나사.”“그럼 지금까지 등받이 없이 앉을 뻔했네요?”태혁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설명서를 먼저 봐야지.”서율은 그의 팔을 살짝 때렸다.“웃지 마세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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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화 : 사라지기를 부탁한 사람》

오전 10시 18분.은서율은 정이현과 3화 마지막 장면을 검토했다.“작가님, 지워진 사람이 주인공을 살리려고 사라졌다는 설정은 좋은데요.”이현이 물었다.“그럼 주인공은 왜 그 사실을 잊었을까요?”“자신이 직접 약속했기 때문이에요.”“무슨 약속이요?”서율은 대본을 펼쳤다.여자: “내가 널 기억하면 어떻게 되는데?”상대: “네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할 거야.”여자: “그곳이 어딘데?”상대: “네가 겨우 빠져나온 곳.”이현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누군가 주인공을 감금했던 건가요?”“그렇게 단순한 사건은 아니었으면 해요. 주인공이 스스로 벗어나기로 결심했던 관계일 수도 있잖아요.”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4화에서는 그 관계를 보여주죠.”오후 1시 32분.제작사에서 폐역 답사 일정이 확정됐다는 연락이 왔다.서율과 이현, 미술감독이 함께 현장을 확인하기로 했다.“작가님, 실제 역사를 활용할 수 있으면 세트 제작비를 많이 줄일 수 있대요.”이현의 말에 서율이 웃었다.“그럼 좋겠네요. 저는 0번 보관함을 실제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열쇠도요?”“네. 은색 열쇠요.”서율은 노트에 작은 그림을 그렸다.손바닥에 들어오는 낡은 열쇠.손잡이에는 숫자 0이 새겨져 있었다.오후 4시 47분.최태혁은 서율과 함께 동네 사진관에 들렀다.지난번 찍은 즉석사진을 넣을 작은 앨범을 찾기 위해서였다.“주인님, 이거 어때요?”서율이 짙은 남색 앨범을 들어 보였다.“좋은데.”“표지에 글씨도 새길 수 있대요.”“뭐라고 쓸까?”서율은 잠시 고민했다.“《우리의 평범한 날들》이요.”태혁은 미소 지었다.“마음에 들어.”서율이 앨범을 주문하는 동안 태혁은 진열된 사진들을 구경했다.그중 오래된 흑백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서율아, 이것 좀 봐.”사진에는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찍힌 가족들이 담겨 있었다.“같은 배경인데 시간이 다르네요.”“응. 사람들은 바뀌어도 장소는 남아 있네.”서율은 사진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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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화 : 존재하지 않는 승객》

오전 10시 24분.은서율과 정이현은 폐역 답사를 위해 제작진과 만났다.낡은 역사는 예상보다 잘 보존돼 있었다.매표소 유리에는 오래된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대합실에는 나무 의자 4개가 놓여 있었다.“여기에 0번 보관함을 설치하면 좋겠어요.”서율이 벽 한쪽을 가리켰다.미술감독이 줄자로 폭을 재며 말했다.“가능합니다. 촬영할 때는 저쪽 벽을 일부 가리면 되고요.”이현은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문을 바라봤다.“작가님, 마지막 장면은 저기서 찍으면 어떨까요?”서율이 문밖을 살폈다.녹슨 철로 너머로 잡초가 무성했다.“좋아요. 주인공이 떠나기로 선택하는 장소니까요.”오후 12시 16분.현장을 둘러보던 서율은 역무실에 남아 있는 낡은 시계에 눈길을 주었다.시곗바늘은 4시 17분에 멈춰 있었다.“이거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미술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유자 허락을 받으면 가능해요.”이현이 물었다.“왜 하필 시계예요?”“사진 속 그림자가 이상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서율은 수첩을 펼쳤다.“같은 시각에 촬영했다고 기록된 사진인데 그림자 방향이 다르다면, 누군가 날짜뿐 아니라 시간도 조작한 거잖아요.”이현은 웃었다.“그럼 주인공이 사진의 조작을 직접 밝혀낼 수 있겠네요.”오후 4시 38분.답사를 마친 서율은 최태혁과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태혁은 작은 재즈 공연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주인님!”“왔어?”“여기가 오늘 데이트 장소예요?”“응. 네가 지난번에 라이브 공연 보고 싶다고 했잖아.”서율은 그의 팔짱을 꼈다.“기억하고 계셨어요?”“당연하지.”공연장 안에서는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두 사람은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잠시 뒤 연주자가 관객에게 신청곡을 받았다.서율이 태혁을 바라봤다.“주인님, 신청해 볼까요?”“좋아.”“무슨 곡으로요?”태혁은 잠시 생각하다 그녀에게 귓속말했다.서율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그거 정말 좋아요.”오후 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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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화 : 세 번째 출구》

오전 10시 17분.은서율은 정이현과 4화 마지막 장면을 다듬고 있었다.“세 번째 출구에 자물쇠가 없다는 설정, 마음에 들어요.”이현이 말했다.“그런데 시청자들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느끼지는 않을까요?”서율은 대본을 넘겼다.“그래서 행동으로 보여주려고요.”“어떻게요?”“주인공이 첫 번째 출구의 열쇠를 꽂아요. 열리지 않죠. 두 번째도 마찬가지고요.”“그다음은요?”“세 번째 문 앞에서는 열쇠를 찾다가 멈춰요. 손잡이를 돌려보니 그냥 열리는 거예요.”이현이 웃었다.“그 장면은 대사 없이도 전달되겠네요.”서율은 마지막 지문을 적었다.《여자는 열린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일보다, 아무도 자신을 붙잡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낯설었다.》오후 1시 28분.제작사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작가님, 폐역 촬영 장소 사용 승인이 나왔습니다.”“정말요?”“네. 다만 선로 쪽은 안전 문제로 촬영이 제한되고, 대합실과 역무실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서율은 안도했다.“그 공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그리고 한유리 배우의 출연 계약도 최종 조율 단계입니다.”서율은 전화를 끊고 정이현에게 소식을 전했다.은서율: 폐역 사용 승인 났어요!정이현: 드디어 0번 보관함을 실제로 볼 수 있겠네요.오후 4시 52분.최태혁은 서율과 함께 작은 향수 공방에 도착했다.“주인님, 오늘은 향수 만들기예요?”“응. 서로에게 어울리는 향을 골라보자.”서율은 여러 향을 맡아보다 우디 계열의 시향지를 집었다.“이건 주인님 같아요.”“왜?”“차분한데 오래 남는 향이라서요.”태혁은 부드러운 꽃향이 섞인 향을 골랐다.“이건 너.”“저는 왜요?”“처음에는 산뜻한데, 가까이 있을수록 따뜻해.”서율은 얼굴을 붉혔다.“주인님, 그런 말씀은 반칙이에요.”오후 7시 36분.완성된 향수병에는 서로의 이름이 새겨졌다.서율은 태혁의 손목에 향수를 살짝 뿌렸다.“주인님, 마음에 드세요?”태혁은 향을 맡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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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화 : 네 번째 방문자》

오전 10시 32분.은서율은 정이현에게 수정된 4화 대본을 보여주었다.“주인공이 명부에 직접 이름을 쓰는 장면을 마지막에 넣었어요.”이현은 화면을 읽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런데 네 번째 방문이라는 사실은 언제 밝힐까요?”“이름을 쓰고 나서요.”서율은 다음 장면을 펼쳤다.《여자는 자신의 이름을 적고 펜을 내려놓았다.》《그 순간 명부 아래쪽에서 오래된 도장이 발견됐다.》《방문 횟수: 4회》이현이 웃었다.“누군가 이미 네 번째 방문을 예상했다는 뜻이네요.”“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오후 1시 46분.제작사에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작가님, 한유리 배우의 출연 계약이 체결됐습니다.”서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정말요?”“네. 6부작 주연으로 확정됐습니다.”담당자는 말을 이었다.“다음 주에 대본 리딩 일정을 조율할 예정입니다. 제작비 최종 승인도 진행 중이고요.”통화를 마친 서율은 정이현에게 소식을 전했다.은서율: 한유리 배우님 출연 확정됐대요!정이현: 드디어 우리 주인공이 생겼네요!서율은 한참 동안 휴대전화를 바라봤다.자신이 혼자 썼던 짧은 이야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오후 5시 18분.최태혁은 서율의 연락을 받고 꽃다발을 들고 돌아왔다.“주인님!”서율이 현관으로 달려왔다.“축하해, 서율아.”태혁이 꽃다발을 건네자 서율은 환하게 웃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준비하셨어요?”“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서율은 꽃을 받아 들고 그의 품에 안겼다.“주인님, 저 오늘 정말 행복해요.”“알아. 목소리부터 다르더라.”그녀는 고개를 들었다.“오늘은 제가 주인님한테 상 드릴래요.”“무슨 상?”“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남편상.”태혁은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 상은 매년 받고 싶은데.”“그럼 매년 심사할게요.”오후 8시 24분.두 사람은 거실에서 작은 축하 파티를 열었다.서율은 케이크에 초 하나를 꽂았다.“주인님, 이건 드라마 첫 주연 배우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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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화 : 그녀에게만 알려준 이름》

오전 10시 18분.은서율은 노트 한가운데 이름 하나를 적었다.윤해온.정이현이 화면 너머로 물었다.“주인공 이름 정하셨어요?”“네. 윤해온이요.”“뜻이 있나요?”“따뜻한 곳으로 돌아온다는 느낌이 좋아서요.”이현은 이름을 소리 내어 읽었다.“윤해온. 한유리 배우님하고도 잘 어울리겠네요.”“다만 극 중에서는 공개하지 않아요.”“알겠습니다. 배우님께만 전달할게요.”서율은 이름 아래 작은 문장을 덧붙였다.《윤해온은 자신이 누구였는지보다 앞으로 누구로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여자다.》오후 1시 24분.제작사 연습실에서는 첫 대본 리딩 준비가 한창이었다.서율과 이현이 도착하자 한유리가 먼저 다가왔다.“작가님, 이름 받았어요.”서율이 웃었다.“마음에 드세요?”“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유리는 대본을 펼쳤다.“해온이는 자기 이름을 잊은 걸까요, 아니면 일부러 말하지 않는 걸까요?”“처음에는 잊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중에는 알고도 말하지 않기로 하죠.”“왜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그 이름으로 살던 시절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정했으니까요.”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마지막에 명부에 이름을 적는 건 과거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겠네요.”“맞아요. 그 이름을 다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거예요.”오후 3시 07분.리딩이 시작됐다.유리는 장례식장 장면에서 대본을 내려놓았다.“제 이름으로 장례식을 치르려면, 적어도 저한테는 물어봤어야죠.”상대 배우가 대사를 받았다.“손님, 고인과 어떤 관계십니까?”유리는 잠시 침묵했다.“그걸 저도 알고 싶어서 왔어요.”서율은 고개를 들었다.원고에는 없던 대사였다.감독이 손뼉을 쳤다.“좋네요. 이 대사는 살려봅시다.”이현이 서율에게 속삭였다.“이제 정말 해온이가 말하는 것 같아요.”서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6시 42분.최태혁은 리딩을 마친 서율을 데리러 왔다.“주인님!”그녀가 달려와 팔짱을 꼈다.“오늘 어땠어?”“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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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화 : 마지막 관문》

오전 9시 42분.은서율은 정이현과 6부작 구성안의 마지막 페이지를 검토했다.“작가님, 결말은 이대로 제출할까요?”이현이 물었다.서율은 화면을 천천히 읽었다.윤해온은 0번 보관함에서 자신의 과거를 확인한다.하지만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마지막에는 승객 명부에 스스로 이름을 적고 역을 떠난다.“네. 이 결말로 가요.”“투자사에서 조금 더 극적인 반전을 요구할 수도 있어요.”“그럼 다른 장면에서 긴장감을 높이죠. 마지막 선택만큼은 바꾸고 싶지 않아요.”이현은 미소 지었다.“저도 동의해요.”두 사람은 최종 구성안을 제작사에 전달했다.오후 1시 16분.제작사 회의실에서는 제작 승인 심의가 진행됐다.서율은 이현과 나란히 앉아 질문을 받았다.“마지막에 남자 주인공과 재회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서율이 대답했다.“재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재회를 결말의 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 거예요.”“두 사람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남겨두는 건가요?”“네. 다만 해온이가 그 사람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먼저 보여주고 싶습니다.”한 심의위원이 구성안을 넘겼다.“그럼 마지막 장면의 감정적 절정은 어디입니까?”서율은 마지막 페이지를 가리켰다.“해온이가 자기 이름을 적는 순간입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이현이 덧붙였다.“그 장면까지 6화에 걸쳐 쌓아온 선택들이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오후 4시 38분.회의를 마친 서율은 건물 밖에서 최태혁을 만났다.“주인님!”태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땠어?”“할 말은 다 했어요.”“잘했네.”“그런데 결과는 아직 모르겠어요.”태혁은 서율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오늘은 결과 생각하지 말고 나랑 가자.”“어디요?”“예약해 둔 곳이 있어.”서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또 비밀이에요?”“응.”오후 6시 12분.태혁이 데려간 곳은 작은 영화관이었다.상영관 앞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최태혁 · 은서율, 우리들의 10년》“주인님…… 이게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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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화 : 첫 촬영까지 21일》

오전 9시 36분.은서율은 제작사에서 보낸 일정표를 확인했다.《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첫 촬영까지 21일.폐역 촬영 3일, 장례식장 세트 촬영 2일. 이후 실내 촬영이 이어지는 일정이었다.정이현에게서 전화가 왔다.“작가님, 드디어 촬영 날짜가 나왔네요.”“그러게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그런데 1화에 수정할 부분이 생겼어요.”“어디요?”“장례식장에 등장하는 조문객 역할이요. 단순한 엑스트라가 아니라 중요한 단서를 가진 인물로 만들자는 의견이에요.”서율은 대본을 펼쳤다.“그럼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사람으로 하죠.”오후 12시 48분.제작사에서는 첫 촬영을 앞두고 의상과 소품을 점검했다.한유리는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작가님, 어떠세요?”서율은 그녀를 살폈다.“정말 해온이 같아요.”유리는 웃으며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그 순간 작은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미술팀이 준비한 기차표였다.출발역도 도착역도 없는 표.가운데에는 숫자 0만 찍혀 있었다.유리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작가님, 이걸 주머니에서 처음 발견하는 장면을 넣으면 어떨까요?”서율은 잠시 생각했다.“좋아요. 대신 누가 넣었는지는 해온이도 모르는 거예요.”“그럼 장례식장에서 발견한 뒤 바로 확인하나요?”“아니요. 누군가를 피해 밖으로 나왔을 때요.”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처음으로 자신이 이곳에 오도록 유도됐다는 걸 의심하겠네요.”오후 5시 19분.최태혁은 서율과 함께 집 근처 서점에 들렀다.“주인님, 오늘은 제가 책 골라드릴게요.”“어떤 책?”“회사랑 전혀 상관없는 거요.”서율은 여행 사진집을 꺼내 들었다.태혁이 웃었다.“이번에는 어디로 보내려고?”“아직 안 정했어요. 같이 고르려고요.”두 사람은 사진집을 펼쳤다.바닷가의 하얀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여기 어때요?”태혁이 물었다.서율은 사진을 바라보다 웃었다.“좋아요. 대신 이번에도 일정표는 없어요.”“알았어.”“주인님이 길을 잃으시면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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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화 : 첫 촬영 전의 변수》

오전 10시 12분.은서율은 제작사에서 보내온 인터뷰 질문지를 검토하고 있었다.그때 정이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작가님, 촬영 일정에 변동이 생겼어요.”“무슨 일이에요?”“폐역 건물의 전기 설비를 추가 점검해야 한대요. 첫 촬영 장소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답니다.”서율은 일정표를 펼쳤다.“그럼 장례식장부터 촬영하면 안 될까요?”“제작팀에서도 그 방향을 검토 중이에요.”“대본 순서대로 찍는 건 아니니까 괜찮겠네요.”“네. 다만 장례식장 장면에 출연하는 배우들 일정을 다시 맞춰야 해요.”서율은 펜으로 첫 촬영 날짜에 동그라미를 쳤다.오후 1시 38분.제작사 회의실에서는 장례식장 세트 최종 점검이 진행됐다.한유리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다 서율에게 다가왔다.“작가님,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물론이죠.”“해온이가 방명록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직접 이름을 쓰려고 했으면 좋겠어요.”서율은 고개를 갸웃했다.“그런데 6화에서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쓰잖아요.”“맞아요. 그래서 1화에서는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는 거죠.”서율의 표정이 밝아졌다.“좋아요.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겠네요.”유리는 웃었다.“처음에는 쓰지 못했던 이름을 마지막에는 스스로 쓰는 거니까요.”서율은 즉시 대본 여백에 동작을 추가했다.오후 5시 26분.최태혁은 집으로 돌아온 서율을 맞았다.“오늘은 어땠어?”“주인님, 첫 촬영 장소가 바뀔지도 몰라요.”“많이 걱정돼?”“조금요. 준비한 게 많으니까요.”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오늘은 머리 좀 식히러 나가자.”“어디로요?”“볼링장.”서율이 눈을 크게 떴다.“주인님, 볼링 잘 치세요?”“대학교 때 몇 번 쳤어.”“그럼 대결해요!”오후 7시 14분.첫 번째 게임에서 태혁은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와! 주인님!”서율이 박수를 쳤다.“생각보다 잘하시는데요?”“생각보다?”“아니, 원래 잘하실 줄 알았어요.”서율은 웃으며 공을 들었다.하지만 공은 천천히 굴러가더니 옆 도랑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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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화 : 첫 번째 테이크》

오전 7시 42분.은서율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오늘은 《없는 역에서 내리는 여자》의 첫 촬영일이었다.거실로 나오자 최태혁이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주인님, 저 너무 일찍 일어났죠?”“긴장돼서?”“네. 제가 촬영하는 것도 아닌데요.”태혁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첫 촬영이잖아. 긴장할 만하지.”“주인님도 같이 가실 거죠?”“응. 대신 현장에서는 방해 안 하고 기다릴게.”서율은 그의 품에 안겼다.“오늘은 손 좀 많이 잡아주세요.”“얼마든지.”오전 9시 18분.촬영장에 도착하자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장례식장 세트에는 흰 국화가 가득했고, 한유리의 영정사진이 제단 중앙에 놓여 있었다.정이현이 서율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작가님! 드디어 오늘이네요.”“그러게요. 믿기지 않아요.”한유리도 분장을 마친 채 다가왔다.“작가님,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서율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제가 더 잘 부탁드려요.”잠시 뒤 감독이 외쳤다.“1화 첫 장면 준비하겠습니다!”서율은 태혁 옆에 앉았다.모니터가 켜졌다.오전 10시 06분.“레디, 액션!”한유리가 장례식장 문을 열었다.베이지색 코트 자락이 흔들렸다.그녀는 조문객들 사이를 지나 영정사진 앞에 섰다.한참 동안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그리고 천천히 방명록을 펼쳤다.펜을 들었다.그러나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내려놓았다.“저기…….”조문객들이 돌아봤다.“제 이름으로 장례식을 치르려면, 적어도 저한테는 물어봤어야죠.”촬영장에 정적이 흘렀다.“컷!”감독이 모니터를 확인했다.“좋습니다. 한 번만 더 갈게요.”서율은 자신도 모르게 태혁의 손을 꽉 잡았다.그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네. 너무 좋아서요.”오후 1시 37분.점심시간이 되자 서율은 한유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작가님, 방명록에 펜을 내려놓는 순간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왜요?”“해온이가 자기 이름을 모르는 건지, 쓰기 싫은 건지 계속 고민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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