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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러브 옴니버스 10: Chapter 21 - Chapter 30

88 Chapters

21

연서는 급하게 다른 재료 도매상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업체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차갑게 거절했다. "라떼르라고 하셨죠? 죄송하지만 저희는 물량이 없습니다.""거기에는 물건 못 줍니다. 바쁘니까 끊으세요." 세 군데가 넘는 업체에서 거절을 당하자 연서는 결국 참았던 눈물이 핑 돌았다.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손가락 하나에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했다.  연서가 카운터 구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을 때, 태오가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췄다. 태오는 연서의 붉어진 눈시울과 떨리는 손을 보고 모든 상황을 눈치챈 듯했다. 그의 눈빛이 슬픔과 분노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할아버지가 하신 짓이 맞죠? 저 때문에 사장님이 이런 수모를 겪으시는 거군요."태오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그는 자신의 출신이 연서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에 깊은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연서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눈물을 훔쳤다."태오 씨 탓이 아니에요. 대기업이 원래 이렇게 치사하게 구는 줄은 알았지만, 막상 당하니까 좀 속상해서 그래요. 미안해요, 내가 사장인데 단단한 모습을 못 보여줘서." 연서의 약한 모습에 태오는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늘 당차고 씩씩하게 자신을 이끌어주던 사장님이었다. 돈을 밝힌다고 투덜대면서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회장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던 멋진 여자였다. 그런 그녀를 더 이상 울게 둘 수는 없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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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위기를 넘긴 두 사람은 내기의 승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완전히 쐐기를 박을 신메뉴를 개발하기로 했다. 연서는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태오에게 제안했다. "태오 씨, 우리 내일 하루는 아침 일찍 교외로 나가서 시장 조사 겸 바람 좀 쐬고 와요. 매일 카페에만 갇혀 있으니까 새로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 것 같아요."  연서의 데이트 신청 같은 제안에 태오는 눈을 반짝이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사장님! 어디든 사장님과 함께라면 대환영입니다!"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도심을 벗어나 푸른 녹음이 가득한 근교의 유명 디저트 거리를 찾았다. 평소의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세련된 셔츠와 슬랙스를 입은 태오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마네킹 그 자체였다. 연서 역시 평소의 헐렁한 옷 대신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나와 묘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다양한 카페의 음료와 디저트를 맛보았다.  "이 음료는 비주얼은 좋은데 맛이 너무 달아서 금방 질리네요." 연서가 노트를 펴고 꼼꼼하게 메모를 하자, 태오는 연서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다정하게 말했다. "우리 카페의 스모어 쿠키와 어울리려면 상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청량감이 있는 음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최고급 허브를 블렌딩한 에이드 같은 종류로요."  태오의 날카로운 지적에 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시장 조사를 가장한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며 서로의 취향과 생각을 끊임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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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딱 세 타임, 한 타임당 선착순 다섯 팀만 예약을 받을 거예요. 태오 씨가 정성껏 내린 커피와 제가 구운 수제 쿠키를 제공하되, 그 시간만큼은 오직 그 다섯 팀만을 위한 프라이빗 공간으로 운영하는 거죠."  연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태오의 앞치마 입은 실루엣 사진과 함께 감각적인 포스터를 게재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어 가히 폭발적이었다. 오직 선택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는 희소성과, 잘생긴 수석 바리스타의 일대일 대면 서비스라는 매력이 여심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단 3초 만에 한 주간의 모든 타임이 매진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쓰리스타 커피의 직원들이 밖에서 아무리 쿠폰을 흔들어대도, 예약 성공 문자를 쥔 손님들은 당당하게 라떼르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 티타임을 맡은 바리스타 강태오입니다. 귀한 시간 내어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태오가 예약제 손님들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손님들은 한 번에 단 다섯 팀만 수용하는 아늑한 공간에서, 태오가 직접 눈앞에서 선보이는 화려한 핸드드립 쇼를 감상했다. 매장 안은 조용하면서도 깊은 감탄사로 가득 찼다. "세상에,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마시는 커피랑은 차원이 달라요."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행복해요. 돈이 전혀 아깝지 않네요." 손님들의 자발적인 후기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산불처럼 번져나갔다. 고급화 전략이 완벽하게 성공하면서, 라떼르의 일일 매출은 프랜차이즈의 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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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카운터 앞에 멈춰 서서 지팡이를 가볍게 땅에 짚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연서와 태오를 차례로 훑어보았다. "한 달의 시간이 모두 지났구나. 그래, 대기업의 자본과 시스템을 상대로 이 보잘것없는 골목 카페에서 기적이라도 일으켰느냐?" 강 회장의 고압적인 질문에 연서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포스기 화면을 강 회장 쪽으로 당당하게 돌려 보였다. 그리고 최종 매출 정산 영수증을 건넸다. 김 실장이 재빨리 영수증을 받아들고 패드에 기록된 쓰리스타 커피의 최종 매출과 대조하기 시작했다. 영수증을 확인하던 김 실장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고,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김 실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 회장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회장님, 믿기 힘들지만 사실입니다. 카페 라떼르의 최종 매출이 쓰리스타 커피 직영점의 매출을 약 12만 원 차이로 앞질렀습니다. 마지막에 저쪽에서 단체 주문 편법까지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쪽의 순수 방문 고객 매출이 그것을 압도했습니다."  김 실장의 보고에 강 회장의 미간이 묵직하게 굳어졌다. 평생 사업 전선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해 본 적 없는 대기업의 수장이, 고작 이십 대 초반의 손자와 평범한 카페 사장 여자에게 완벽하게 허점을 찔린 것이었다. 강 회장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면을 노려보았다. 매장 안에는 숨이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고, 연서는 긴장감에 태오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태오는 연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강 회장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침묵을 깨고 강 회장의 입에서 껄껄거리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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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편: 얼굴 천재 알바생의 달콤한

"태오 씨, 회사에서는 공과 사를 구별해야죠." 연서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태오는 귀엽다는 듯 연서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여기는 대표실이고 문도 잠갔으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라떼르 골목 매장으로 가요.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부르셨거든요." 태오의 말에 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모든 기적의 시작점이었던 낡은 골목길의 카페 라떼르를 찾았다. 가맹 사업이 시작된 이후로도 연서는 이 상징적인 공간을 그대로 보존해 두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하얀 머리를 정갈하게 넘긴 강 회장이 이미 카운터 앞 좌석에 앉아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강 회장은 두 사람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너라. 대기업의 후계자 수업을 걷어차고 나간 손자 녀석이, 고작 한 달 만에 버젓이 브랜드를 성공시켜 투자금을 회수할 줄은 몰랐구나." 강 회장의 목소리에는 손자에 대한 깊은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태오는 강 회장의 앞에 정중하게 서서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께서 기회를 주신 덕분입니다. 그리고 제 곁에서 저의 진짜 가치를 알아봐 주고 이끌어준 연서 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태오가 연서의 손을 더욱 꽉 쥐며 확고한 의지를 보이자, 강 회장은 지팡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허허 웃었다."오냐, 내 이미 약속하지 않았더냐. 네 정략결혼은 영원히 무효다. 이제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한 이 아이와 함께 개척해 나가거라." 강 회장의 공식적인 인정에 연서는 가슴 가득 차오르는 울컥함을 느꼈다. 돈을 벌기 위해,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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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편: 흑막 전 남친이 내 결혼식을 망치러 왔다.>

* 버려진 연인의 습격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아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날이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오늘 그녀가 결혼하는 상대는 대기업 JS 그룹의 후계자, 류지후였다. 철저한 정략결혼이었다. 무너져가는 아버지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채아는 자신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심했다. "신부님, 입장하실 시간입니다." 도우미의 말에 채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려한 버진 로드 위에 서자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단상 위에서 지후가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미소 뒤에 숨겨진 추악하고 방탕한 본성을 채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정말 이대로 내 인생은 끝인 걸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서글픈 질문이 떠올랐다. 그 순간, 3년 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녀를 버리고 떠난 첫사랑, 강도진의 얼굴이 스쳤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그는 채아의 부모에게 모욕을 당한 뒤 흔적도 없이 잠적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차가운 이별 통보뿐이었다. 채아가 지후의 손을 잡고 단상 위에 섰다. 주례사의 지루한 낭독이 이어졌고, 마침내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신랑 류지후 군과 신부 한채아 양은 서로를 평생의 동반자로 맞이하겠습니까?" 지후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이제 채아의 차례였다. 하지만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목구멍이 턱 막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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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이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니까." 반전의 서막이 올랐다. 채아는 자신이 알던 순수했던 연인이 거대한 흑막이 되어 돌아왔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이 화려한 결혼식의 파탄은, 두 사람의 잔혹하고도 격정적인 로맨스의 시작에 불과했다.  * 가짜 결혼식의 파국  도진의 손에 이끌려 버진 로드를 역주행하는 채아의 발걸음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순백의 웨딩드레스 자락이 거칠게 대리석 바닥을 쓸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객석은 이미 거대한 혼돈의 도가니였다. 수군거리는 소리,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 그리고 등 뒤에서 들려오는 지후의 분노에 찬 고함이 넓은 식장을 가득 채웠다. "이봐, 강도진! 감히 내 결혼식을 망치고 무사할 줄 알아? 당장 그 더러운 손 놓지 못해?" 지후가 얼굴을 붉히며 쫓아오려 했지만, 도진의 경호원들은 거대한 벽처럼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지후의 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JS 그룹의 파멸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도진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채아의 손목을 꽉 쥔 자신의 손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이 손을 다시 잡기까지 정확히 3년이 걸렸어.' 도진의 눈동자에 깃든 불꽃은 차가우면서도 위험할 정도로 뜨거웠다.  채아는 도진에게 끌려가면서도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를 버렸다고?3년 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연락을 끊고 잠적한 사람은 분명 강도진이었다. 그의 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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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금된 진실  리무진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고급 펜트하우스의 지하 주차장에 멈춰 섰다. 도진은 여전히 채아의 손목을 움켜쥔 채 그녀를 차 밖으로 이끌었다. 무거운 웨딩드레스 자락이 거칠게 대리석 바닥을 쓸며 엉망이 되었지만, 도진은 배려할 생각이 없는 듯 완강한 걸음걸이로 앞장섰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숨이 막힐 정도로 넓고 차가운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모노톤의 가구들과 대리석 바닥은 온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도진은 거실 한가운데에 채아를 거칠게 밀치듯 놓아주었다. 중심을 잃고 소파 위로 쓰러진 채아는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도진은 답답한 듯 자켓 단추를 풀며 바 테이블로 걸어가 위스키를 잔에 따랐다. 얼음이 투명한 유리잔에 부딪히며 내는 달그락 소리가 적막한 거실을 날카롭게 깨뜨렸다.  "여기가 어디야?" 채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도진은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켠 뒤,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네가 앞으로 지내게 될 네 감옥이자, 내가 새로 만든 세상이지. 이곳에서 넌 내 허락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 "도진아,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아까 차 안에서 한 말, 정말 오해야. 난 너한테 그런 모진 문자를 보낸 적이 없어. 절대로."  채아는 억울함과 슬픔에 목이 메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를 원망하며 눈물로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가 자신을 매정하게 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도진 역시 깊은 상처를 입고 복수심을 키워왔다는 사실이 가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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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하는 거지?" 도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가웠다. 채아는 뒤를 돌아보며 붉어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퍼가 안 내려가. 손이 안 닿아서 그래."  도진은 잠시 채아를 응시하다가, 한숨처럼 짧은 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그가 들고 있던 옷을 소파에 던져두고 채아의 등 뒤로 섰다. 거대한 그의 체구가 채아의 등을 완전히 덮어버리자, 채아는 저도 모르게 긴장으로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도진의 뜨거운 숨결이 파여 있는 등줄기에 닿아 소름이 돋았다. 도진의 단단한 손가락이 채아의 등에 닿았다. 그의 손길은 거칠 줄 알았으나, 의외로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얽힌 레이스 끈을 풀어나갔다. 지퍼를 천천히 내리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채아의 하얗고 매끄러운 살결이 드러날수록 도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알던 강도진은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차가운 사람이 아니었어." 채아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도진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 가난뱅이 도진이는 3년 전에 죽었어. 네가 보낸 문자 한 통으로 짓밟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단 말이야."  도진은 지퍼를 완전히 내린 뒤 채아의 어깨를 붙잡아 자신을 마주 보게 돌려세웠다. 드레스 상단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채아는 앞자락을 손으로 움켜쥐어야 했다. 도진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깊은 상처와 집착이 일렁이고 있었다. "너 정말 그 문자가 내 진심이라고 믿는 거야? 3년 동안 나를 봐왔으면서, 내 마음이 고작 쉽게 변할 만큼 가벼웠다고 생각한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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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편: 흑막 전 남친이 내 결혼식을 망치러 왔다.>

* 탐색과 각성  입술이 맞부딪히는 순간, 채아는 온몸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아찔한 착각에 빠졌다. 도진의 입술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뜨거웠고, 숨결을 빼앗아 가는 움직임은 지독하리만큼 거칠고 난폭했다. 그것은 지난 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억눌러왔던 갈망의 폭발이었으며, 그녀를 향해 품고 있던 원망의 깊이를 증명하는 잔인한 증거였다. 채아는 가냘픈 손을 들어 도진의 단단한 어깨를 붙잡았다. 그를 거부하거나 밀어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자신을 더 깊숙이 안아주기를, 이 뜨거운 살을 맞댄 온기를 통해 자신의 변함없는 진심이 그에게 무사히 닿기를 바라는 간절한 몸짓이었다. 도진은 채아의 입술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그녀의 얇은 허리를 부서질 듯이 강하게 감싸 안았다. 실크 원피스의 부드러운 감촉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가냘픈 체구는 그의 거대한 품속에 완벽하게 가두어졌다. 채아의 입술 사이로 애달픈 신음이 가늘게 흘러나오자, 도진의 이성은 더욱 격렬하게 흔들렸다. 3년 동안 매일 밤 그녀의 이름을 곱씹으며 증오하고 저주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특유의 맑은 향기가 코끝을 찌르자 가슴속 깊은 곳에 쇠사슬로 봉인해 두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고개를 들었다.  '왜 나는 아직도 이 여자의 가벼운 손길 한 번에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는 걸까?' 도진은 자괴감과 분노가 기묘하게 뒤섞인 감정으로 채아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채아가 나지막한 비명을 지르며 그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도진은 그녀의 가쁜 숨소리를 귓가로 들으며 간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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