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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러브 옴니버스 10: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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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편: 중대장님, 작전 외 연애는 불법 아닙니까?>

* 독사의 비밀 수첩  민도진 상병은 자신의 군 생활이 이토록 가혹하게 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필이면 육군 지상 작전의 최전선이자, 대대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독사' 강채희 대위가 이끄는 3중대에 배속된 것부터가 불행의 서막이었다. 강채희 대위는 완벽주의자였다. 흐트러짐 없는 단독군장, 칼날처럼 날카롭게 세워진 전투복 주름, 그리고 부대원들의 영혼을 탈탈 털어버리는 날카로운 눈빛까지. 그녀의 사전에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민도진 상병, 오늘 중대장실 정비 상태가 이게 뭔가? 책상 모서리에 먼지가 앉아 있는 것이 내 눈에만 보이는 건가?" "죄송합니다!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관등성명을 대며 허리를 꼿꼿이 세운 도진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말년이 가까워지는 상병 꺾인 짬밥에 왜 내가 중대장실 청소까지 도맡아야 하는가? 다들 독사의 눈길을 피해 도망치 바빴기에, 만만하고 군기 빠져 보인다는 이유로 도진이 총대를 맨 결과였다.  강 대위가 야간 순찰을 위해 방탄모를 쓰고 나간 뒤에야 도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성격 한 번 화끈하게 괴팍하시네. 나중에 어떤 남자가 데려가려나?" 투덜거리며 행주로 책상을 닦던 도진의 시선이 반쯤 열린 서랍 틈새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군대에서 흔히 쓰는 국방색 수첩이 아닌, 알록달록한 핑크색 스프링노트가 비죽 나와 있었다.  '응? 저게 뭐지? 강 대위님 소지품에 저런 끔찍하게 귀여운 물건이 있었다고?' 도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보면 안 된다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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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의 두 손은 도진의 어깨를 짚고 있었고, 두 사람의 얼굴은 입술이 닿을 듯 가까웠다. 숨결이 서로의 피부에 닿을 정도의 거리였다.  "중대장님, 괜찮으십니까?" 도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채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며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진동이 도진의 가슴으로 그대로 전해졌다.  '이 상황, 내가 어제 노트 3페이지에 썼던 [공작님이 영애 위로 넘어지는 신]이랑 너무 똑같잖아?' 채희는 붉어진 얼굴로 도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군기 빠진 상병인 줄만 알았는데, 가까이서 본 민도진의 얼굴은 콧날이 날카롭고 눈빛이 깊어 꽤 잘생겨 보였다.  도진 역시 제 위에서 얼어붙은 채희를 보며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언제나 얼음처럼 차갑던 독사 중대장의 몸이 생각보다 가녀리고 따뜻했으니까.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혀들었다. 군대라는 삭막한 공간, 잠긴 중대장실 안에서 두 사람만의 기묘하고도 위험한 작전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 전담 행정병 임명 작전   민도진 상병은 어제저녁 중대장실에서 있었던 불의의 사고를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칼날 같은 독사 중대장이 자신의 몸 위로 겹쳐 쓰러졌을 때의 그 기묘한 촉감과, 터질 것처럼 뛰던 그녀의 심장 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쳤지. 아무리 전역이 몇 달 안 남았어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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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녀 주인공 사이의 아슬아슬한 거리감입니다. 방금처럼 말입니다." 도진이 타이핑을 하려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자,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졌다. 채희는 어제 자신을 받쳐주던 도진의 단단한 가슴팍과 넓은 어깨가 다시금 의식되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으음, 알았다. 일등 행정병의 조언이니 참고하도록 하지. 아무튼 이 작업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한다. 알겠나?" "걱정 마십시오. 제 전역증이 무사히 나올 때까지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도진이 싱긋 웃으며 경례를 붙였다. 그 능글맞으면서도 든든한 미소에 채희는 왠지 모르게 심장이 간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만의 비밀스러운 협력 관계가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다. 도진의 날카로운 피드백 덕분인지, 채희가 노벨에 연재 중인 소설의 성적은 눈에 띄게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민 상병! 내 소설이 드디어 투데이 베스트 5위에 진입했다!" 행정반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채희가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소녀처럼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귀여운 여성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중대장님. 제 의견이 효과가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전부 민 상병 덕분이다. 포상이라도 주고 싶은데, 대대장님 눈치도 보이고 마땅한 핑계가 없군." "포상은 괜찮습니다. 대신 다음 화 콘티 짤 때 제 아이디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십시오." "좋다. 오늘 야간 근무가 끝나면 중대장실에서 본격적으로 다음 에피소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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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이 능글맞게 웃으며 경례를 붙이자, 채희는 민망한지 짐짓 펜을 만지작거리며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그날 이후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중대장실에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소설 콘티를 짤 때 주고받는 대사 하나하나가 마치 서로를 향한 진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두 사람의 관계를 뒤흔들 거대한 계기가 찾아왔다. 3중대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야간 혹한기 전술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훈련은 야간 거점 방어 및 철수 작전이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 알겠나?" 연병장에 모인 중대원들 앞에서 채희는 다시 차가운 독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2월의 산속, 위장크림을 검게 바른 채희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전담 행정병인 도진은 무전기를 멘 채 그녀의 바로 뒤를 지켰다.  훈련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진행되었다. 산악 지형을 이동하던 중, 갑작스럽게 기상 악화가 겹치며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진눈깨비가 눈을 찌르고 강풍이 불어닥치자, 무전기 너머로 지지직거리는 소음만 가득할 뿐 본부와의 통신이 뚝 끊겨버렸다.  "중대장님, 본부와 통신 두절입니다. 가시거리도 5미터가 안 됩니다." 도진이 안테나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채희는 지형지물을 확인하려 지도와 나침반을 꺼냈지만, 거센 바람에 눈발이 날려 분간이 불가능했다.  "쯧, 일단 지형을 확보해야 한다. 민 상병, 내 뒤를 바짝 따라와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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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편: 중대장님, 작전 외 연애는 불법 아닙니까?>

동굴 밖에서 서치라이트 불빛과 함께 수색대의 외침이 산을 울렸다. 번쩍이는 불빛에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대형을 이탈하듯 멀어졌다. 채희는 황급히 군장을 챙기며 얼굴을 붉혔고, 도진 역시 헛기침을 하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구조되기는 했지만, 그날 밤 동굴 속에서 싹튼 이상 기류는 두 사람의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자국을 남겨버렸다.  * 사회에서 만난 독사님  혹한기 훈련이 끝나고 부대로 복귀한 뒤, 3중대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중대장실 내부의 공기가 180도 바뀌었다. 눈만 마주쳐도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기 바빴고, 소설 원고를 교정할 때면 서로의 손끝이 살짝만 스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동굴 속에서의 그 아슬아슬했던 순간이 두 사람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던 와중, 도진에게 구원의 줄기가 내려왔다. 훈련 중 중대장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대장 표창과 함께 4박 5일의 포상 휴가를 받게 된 것이다.  위병소를 나서며 도진은 깊은 청량감을 만끽했다. 드디어 군대라는 삭막한 공간을 벗어나 자유를 누린다는 해방감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휴가 셋째 날 도진의 평화로운 일상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서울의 한 대형 서점. 입대 전 취미였던 웹소설 단행본 코너를 둘러보던 도진의 눈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뒷모습이 들어왔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에 화이트 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아담한 가방을 멘 세련된 실루엣의 여성. 군복을 벗어던진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대도시의 커리어 우먼이었다.하지만 도진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척추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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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진 씨 덕분에 노벨 연재 소설 반응이 폭발적이다. 독자들이 댓글로 남주의 매력이 미쳤다고 난리야. 다음 화에는 남주와 여주의 첫 키스신을 넣으려고 하는데... 사실 내가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채희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무심코 내뱉은 말에 도진은 사레가 들릴 뻔했다.  "쿨럭, 예? 경험이 없으시다고요?" "그래! 육사 다닐 때부터 훈련하느라 바빴고, 임관해서는 부대 관리하느라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나? 모태솔로인 게 죄는 아니지 않나!" 채희가 억울하다는 듯 뺨을 부풀렸다. 엘리트 대위의 치명적인 약점이 모태솔로라니. 도진은 기가 막히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어제 동굴에서의 일도... 처음이었습니까?" 도진이 목소리를 낮추며 넌지시 묻자, 채희의 얼굴이 와인보다 더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포크를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그, 그건... 응급처치였잖아." "저는 응급처치 치고는 꽤 설랬는데 말입니다." 도진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채희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레스토랑의 은은한 조명 아래, 도진의 깊은 눈빛이 채희의 심장을 세차게 두드렸다. 군대라는 장벽이 사라진 지금, 도진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청계천 거리를 걸었다. 어스름한 저녁노을이 지고 화려한 조명들이 켜지기 시작하자, 거리는 제법 로맨틱한 분위기로 변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오자 채희가 어깨를 웅크리며 손을 모아 입김을 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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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던 채희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지만, 이내 특유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냉정하게 말했다. "어, 그래. 민 상병. 무사히 잘 복귀했군. 사회 물 빼고 바로 업무 시작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중대장실 문이 닫히자마자 채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사실 그녀 역시 휴가 기간 내내 도진의 생각에 밤잠을 설치던 참이었다. 코트 주머니 속에서 단단하게 얽혀오던 그의 손가락, 그리고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주던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미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였다. 계급과 규율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중대장이 부하 병사에게 사적인 감정을 품는다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채희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차갑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숨 막히는 침묵과 공적인 대화만이 오갔다. 도진은 변해버린 채희의 태도에 가슴이 답답했지만, 그녀의 입장 또한 이해했기에 묵묵히 전담 행정병의 임무와 소설 타이핑 작업에만 집중했다. 도진의 조언 덕분에 채희의 노벨 소설은 연일 조회수 대박을 터뜨리며 전체 랭킹 상위권에 알박기를 시전 중이었지만, 정작 작가와 편집자(도진) 사이의 로맨스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었다. 교착 상태를 깨뜨린 것은 대대적인 부대 회식 날이었다. 분기별로 열리는 합동 회식 자리에서 3중대는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이며 삼삼오오 분위기를 돋웠다. 계급장 떼고 편하게 마시라는 대대장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행정반 간부들과 병사들 사이에 술잔이 바쁘게 오갔다. 채희 역시 중대장으로서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연거푸 술잔을 비워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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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역 딱 두 달 남았습니다. 말년 병장 시간 금방 갑니다." "두 달이... 얼마나 긴데..." "금방 지나갑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회인 민도진으로 당당하게 서서, 채희 씨가 노벨에 쓰는 그 소설 속 공작보다 훨씬 더 멋지게 고백할 테니까요."  도진의 진지한 다짐에 채희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가로등 빛을 받아 반짝이는 도진의 눈빛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채희는 그의 품이 너무 따뜻하고 든든해서, 자신도 모르게 도진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진짜지...? 거짓말하면... 완전군장 연병장 백 바퀴다..." "예, 약속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울지 마십시오." 도진은 부드러운 손길로 채희의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주었다. 술기운과 설렘이 뒤섞인 아슬아슬한 밤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 마침내 서로를 향해 완벽하게 조준되었다. 계급장의 벽을 뛰어넘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비록 내일 아침이면 채희는 기억이 안 나는 척 다시 독사로 변신할지도 모르겠지만, 도진은 상관없었다. 이미 그녀의 진짜 마음을 알아버렸으니까.   * 비밀 연애 작전 개시  회식 다음 날 아침, 중대장실의 문을 두드리는 도진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과연 그녀가 어제의 그 뜨거웠던 고백과 눈물을 기억하고 있을지, 아니면 알코올의 힘을 빌려 전면 부인할지 확인해야 할 시간이었다.  "충성. 상병 민도진, 행정 업무 보고차 입실하겠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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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서류에 고정한 채, 발끝으로 묘한 스킨십을 전해오는 채희의 엉뚱하고도 과감한 행동에 도진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엄격한 군대라는 공간이 주는 스릴과, 오직 둘만 아는 비밀 신호가 더해지자 연애의 텐션은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짜릿하게 타올랐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비밀 연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겉으로는 그 누구보다 엄격한 중대장과 행정병이었다. 대대 간부들이 함께하는 회의나 훈련장에서는 눈빛 하나 섞지 않았고, 채희는 오히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도진에게 더 엄격하게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민도진 상병, 오늘 행정반 양식 정리가 이게 뭔가? 다시 작성해서 17시까지 중대장실로 가져오도록." "예! 알겠습니다!" 중대원들이 "독사 중대장님이 민 상병을 엄청 굴린다"며 도진을 불쌍하게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연기였다.  17시 정각, 도진이 서류를 들고 중대장실로 들어와 문을 닫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휴, 민 상병. 아까 오전에 내가 너무 세게 말해서 서운했나?"  채희는 문이 닫히자마자 의자에서 일어나 도진에게 다가왔다.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도진의 옷깃을 매만지는 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전혀 말입니다. 오히려 중대장님의 연기력에 감탄했습니다. 포상으로 이거 하나 주십시오." 도진이 자신의 뺨을 톡톡 건드리자, 채희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까치발을 들어 도진의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쪽 하는 맑은 소리와 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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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편: 중대장님, 작전 외 연애는 불법 아닙니까?>

* 위기와 질투  중대장실 내부를 감싼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 이 진 대위의 시선은 굳건하게 서 있는 도진과, 책상 위의 결재판을 다급하게 정리하는 채희의 손끝을 집요하게 쫓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간부로서의 직감, 그리고 남성으로서의 질투심이 그의 뇌리를 강하게 스쳤다. "어... 이 대위님. 예고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채희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목소리를 냈지만, 미세한 떨림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이 대위는 군모를 벗어 탁자에 내려놓으며 도진을 매섭게 째려보았다. "작전과에서 시달된 합동 훈련 지침 때문에 잠시 들렀는데... 내가 방해가 된 모양이군. 3중대는 중대장과 행정병이 참 '밀접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 같아?"  밀접하다는 단어에 힘을 주는 그의 어조에는 뼈가 있었다. 도진은 관등성명을 대며 꼿꼿이 군기를 잡았지만, 속으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진 대위가 평소 채희에게 사적으로 접근하려다 매번 까였다는 사실은 3중대 행정반에서도 파다한 소문이었다. "민도진 상병, 자네는 잠시 나가 있어라. 중대장님과 긴히 대화할 게 있으니." 이 대위가 명령조로 말하자 도진은 채희의 눈치를 살폈다. 채희는 눈빛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행정반에 있겠습니다." 도진이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까지 이 대위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의 등 뒤에 꽂혀 있었다.  중대장실 밖으로 나온 도진의 가슴속에서 시커먼 질투의 불길이 치솟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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