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 씨, 저 전역하면 이 중대장실에 이제 저 없지 않습니까?" 도진의 뜬금없는 말에 채희의 얼굴에서 미소가 스르륵 가라앉았다. 그녀 역시 애써 외면하고 있던 가장 두려운 순간이었다.도진이 전역하고 나면, 더 이상 합법적으로 단둘이 있을 핑계가 사라진다. 독사 중대장이라는 무거운 가면을 벗고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던 이 공간이, 다시 차가운 얼음 요새로 변할 거라는 생각에 채희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렇겠지... 민 상병 없는 행정반은 많이 심심하겠군. 소설 피드백은 이제 누구한테 받나?" 채희가 짐짓 덤덤한 척 농담을 건넸지만, 손끝은 애꿎은 전투복 하단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채희의 앞으로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쥐었다. "그래서 말인데, 중대장님. 제가 마지막 작전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작전...?" 채희가 동그란 눈으로 도진을 올려다보았다. 도진의 깊고 단단한 눈빛은 군기 빠진 상병의 것이 아니라, 한 여자를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남자의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주일 뒤, 제 전역 날에 부대 앞 연병장 말고, 부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서울 한복판에서 대대적인 작전을 개시할 겁니다. 작전명은 '말년 병장의 역습'입니다." "그게 무슨..." "전역증을 받는 순간, 저는 더 이상 중대장님의 부하 병사가 아닙니다. 당당한 대한민국 민간인 남성입니다. 그러니까 그날, 군복이 아닌 가장 멋진 옷을
Last Updated : 2026-09-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