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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두 사람의 단단한 포옹 위로,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대성기획의 화려한 서막이 내려앉고 있었다. 찐따 사원의 완벽한 영웅 반전극이 마침내 사내 최고의 매력남 등극과 함께 최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모든 위기와 음모를 완벽하게 분쇄한 대성기획의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풍요로웠다. 정성그룹과의 공동 프로젝트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회사는 명실상부한 중견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 엄청난 신화의 중심에 서 있는 김준우의 위상은 이제 사내에서 신화적인 존재나 다름없었다. 출근길마다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의 눈빛에는 경외심과 동경이 가득했고, 그가 지나가는 복도마다 여직원들의 나직한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준우는 여전히 겸손하고 든든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자, 다들 주목!"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내 종무식 날, 박 사장은 싱글벙글 웃음이 멈추지 않는 얼굴로 단상에 올랐다. 그의 손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임명장이 들려 있었다.  "올 한 해, 우리 대성기획을 수많은 위기에서 구하고 회사의 가치를 수백 배로 끌어올린 주역이 있네. 이에 이사회와 정성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인사를 발표하겠네! 총무2팀 김준우 팀장을 오늘부로 대성기획의 최연소 '기획총괄 상무이사'로 임명하네!"  박 사장의 외침과 동시에 대강당 안은 떠나갈 듯한 함성과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 사원으로 입사해 채 1년도 되지 않아 상무이사라는 별을 단 전무후무한 초고속 승진이었다. 준우는 단상 위로 올라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경을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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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6편: 지옥 끝에서 다시 잡은 손>

* 이혼의 문턱, 그리고 실종  탁자 위에 놓인 흰색 서류 봉투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서류 상단에 찍힌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라는 글자가 날카롭게 은채의 시선을 찔렀다. 은채는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맞은편에 앉은 진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결국 이렇게 끝내는구나. 당신은 참 쉽다. 언제나 도망치는 게 제일 빠르지?" 은채의 목소리에는 뼈가 가시처럼 돋아 있었다. 진우는 피곤함이 가득 묻어나는 얼굴로 마른세수를 했다. 셔츠 깃은 구겨져 있었고, 눈 밑의 짙은 그늘은 그가 오랜 시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음을 증명했다. 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바라보았다.  "내가 도망친다고? 은채 너야말로 내 말은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어준 적이 있어? 내가 왜 밤새워 일하는지, 왜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올 수밖에 없는지 물어보기라도 했냐고?" "돈 벌어다 주면 다 되는 줄 알았어? 서준이랑 서아가 아플 때 당신 어디 있었는데? 내가 응급실에서 밤새 울며 전화할 때, 당신은 거래처 접대한다고 전화 끊었잖아! 그게 부모야? 그게 남편이냐고?" 은채의 목소리가 거실을 날카롭게 울렸다. 목이 메어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처절하게 들렸다. 진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날 밤, 회사의 운명이 걸린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바이어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던 자신의 비참함은 은채에게 변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주지 않는 아내가 야속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게 괴물이 되어버렸을까?' 진우는 가슴이 답답해져 넥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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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채는 신발장으로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다. 진우도 그 뒤를 따라 다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복도는 지독하리만큼 조용했다. 엘리베이터의 층수 표시판만 무심히 숫자를 바꾸고 있었다. 두 사람은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단지 내 놀이터에는 몇몇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서준이와 서아의 노란색 유치원 체육복은 보이지 않았다. 은채는 벤치에 앉아 있던 동네 주민에게 달려갔다.  "저기, 혹시 우리 서준이랑 서아 못 보셨어요? 노란색 옷 입은 쌍둥이요!" 주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머, 서준이 어머님. 오늘 애들 놀이터에 안 왔는데요? 보통 유치원 버스 내리면 바로 이쪽으로 오는데, 오늘은 못 본 것 같아요."  쿵, 하고 은채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다리가 풀려 주저앉으려는 은채를 진우가 붙잡았다. "정신 차려, 은채야. 유치원 선생님한테 전화부터 해봐." 진우의 다급한 목소리에 은채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유치원 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서준이 어머님!" "선생님, 저 서준이 엄마인데요. 혹시 아이들 오늘 버스 안 탔나요? 아직 집에 안 들어와서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서준이 아버님이 직접 데려가신다고 하셔서 아까 4시 반에 정문에서 인도해 드렸는데요?"  교사의 말에 은채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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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방금 그 전화 누구냐고! 서준이랑 서아 데려간 사람이야? 뭐라고 해?" 진우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은채의 눈에 가득 고인 눈물과 공포를 마주하자 목구멍이 턱 막혔다. 하지만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진우는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한 마디를 뱉었다. "경찰에…… 신고하지 말래. 애들을 살리고 싶으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채의 비명이 놀이터에 울려 퍼졌다.  "안 돼! 내 새끼들 어떡해! 서준아! 서아야!" 은채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흙바닥을 긁었다. 지나가던 주민들이 수군거리며 다가오려 하자, 진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했다. 지금 여기서 무너지면 정말 끝이었다. 진우는 주저앉은 은채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은채야, 일단 집으로 가자. 여기서 이러면 안 돼. 범인이 우리를 보고 있을지도 몰라. 어서!" 진우의 말에 은채는 공포 어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파트 단지의 수많은 창문과 우거진 나무 사이사이가 모두 범인의 눈처럼 느껴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부축한 채, 유령에 쫓기듯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 들어왔다.  현관문이 쾅 닫히고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무겁게 번뜩였다. 거실 탁자 위에는 아까 두 사람이 다투며 던져두었던 이혼 서류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불과 몇 십 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이라 여겼던 그 서류가, 지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종이 부스러기에 불과했다. 은채는 거실 한구석에 있는 쌍둥이의 장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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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6편: 지옥 끝에서 다시 잡은 손>

은채가 사진을 꼭 쥔 채 진우를 바라보았다. 진우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5년 전이라면 쌍둥이가 태어난 해였다. 자신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은채 역시 임신과 출산으로 집안일에만 전념하던 시기였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거대한 죄를 지은 기억이 없었다. "나도 모르겠어. 5년 전에 우리가 무슨 일을 했다고……." "잘 생각해 봐! 당신 회사에서 무슨 비리라도 저지른 거야? 아니면 누구한테 사기라도 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왜 우리 애들을 데려가서 이런 짓을 해!" "아니야! 난 평생 성실하게 일만 했어. 당신이 더 잘 알잖아!"  진우는 미칠 것 같았다. 범인은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의 '죄'를 원하고 있었다. 은채는 사진 속에서 겁에 질려 우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을 느꼈다. 5년 전. 그 시기는 두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진우와 은채 사이에 깊은 균열이 시작된 해이기도 했다. "잠깐만…… 5년 전 가을……."  은채의 눈동자가 커졌다. 무언가 불길한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진우 역시 은채의 표정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은채야, 왜 그래? 무슨 생각 나는 거 있어?" 은채는 입술을 바르르 떨며 사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과거의 파편들이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제각각 맞춰지기 시작했다. 범인이 말한 '5년 전의 진실'이 무엇인지, 어렴풋한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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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 은채야. 우리가 싸우면 범인이 제일 좋아해. 냉정해져야 해. 5년 전 가을,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정말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은채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탁자 위에 백지를 펼쳐놓고 5년 전의 기억들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5년 전 10월, 쌍둥이가 백일을 맞이했어. 그 무렵에 당신이 하던 프로젝트가 뭐였지?" 은채의 질문에 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우리 팀이 주도하던 친환경 건자재 유통 계약이 있었어. 대형 납품 건이었는데, 마감 직전에 중소 업체 하나가 단가 경쟁에서 밀려 부도가 났었지. 사장이 우리 회사 로비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었는데……." 진우의 눈이 커졌다.  "그 사장 이름이 뭐였지? 분명 기억이 날 듯한데……." 그때 은채가 백지에 적힌 글자를 보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 진우 씨. 그 사장 이름이 문제가 아니야. 그 시기에 우리 이사했잖아! 이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전에 살던 빌라 계약 만료되던 날 기억 안 나?" 진우의 머릿속에도 벼락이 치듯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5년 전 10월 말, 이사를 가기 위해 짐을 싸던 날이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던 악덕 집주인과 심한 말다툼이 있었다. 당시 진우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집주인을 강하게 압박했고, 결국 집주인은 급하게 돈을 마련하느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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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가 다급하게 은채의 팔을 붙잡았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오직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폐건물의 입구를 스산하게 비추고 있었다. 범인이 어디서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바로 그때, 진우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진우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왔군. 건물 2층 대연회장으로 올라가라. 5년 전 너희가 가장 크게 웃었던 그 자리에 선물이 있다." 뚝.  짧은 명령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두 사람은 침을 삼키며 손전등 기능을 켠 휴대폰을 앞세워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먼지가 코를 찔렀다. 발을 디딜 때마다 깨진 유리가 서걱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폐건물에 크게 울려 퍼졌다.  계단을 올라 2층 대연회장 문을 열자, 사방에 널린 쓰레기더미 사이로 5년 전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한쪽 벽면에 찢어진 채 걸려 있는 '강서준·강서아 백일 축하'라는 글자가 빛바랜 채 두 사람을 맞이했다. "저기 봐!" 은채가 연회장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라이트 불빛이 닿은 곳에는 낡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분홍색 보온병과 접힌 종이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은채는 비틀거리며 의자로 달려가 보온병을 움켜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보온병이었다. "이거…… 내가 오늘 아침에 서아한테 챙겨준 보온병이야. 서아가 좋아하는 보리차가 들어있어."  은채는 보온병을 품에 안고 오열했다. 아이들이 불과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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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소리가 탁 끊기며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진우는 은채의 손을 꽉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빛에 이전과 다른 단단한 결의가 깃들었다. "집으로 가자. 가서 그 자조서인지 뭔지 써서 내자.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아이들, 내 손으로 반드시 찾아올 거야."  "응. 같이 가요." 과거의 아픈 기억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원망을 거두고, 오직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단 하나의 심장으로 연대하기 시작했다.   * 범인의 정체와 좁혀지는 포위망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이전의 무거운 침묵과는 공기가 전혀 달랐다. 원망과 불신으로 가득 찼던 공간에는 오직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부모의 처절한 집념과 서로를 향한 미안함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진우는 운전대를 쥔 손에 힘을 주었고, 은채는 조수석에서 범인이 남긴 종이와 보온병을 꼭 쥔 채 생각에 잠겼다.  "진우 씨." 은채가 갈라진 목소리로 먼저 정적을 깼다. "그 부도났다던 중소기업 사장님 아들…… 이름이 혹시 기억났어?"  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5년 전 가을의 기억을 샅샅이 뒤틀어 쥐었다. 당시 회사의 지시로 작성했던 대외비 보고서, 그리고 로비에서 피를 토하듯 울부짖던 중년 남성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기업 이름이 '태성 건재'였어. 사장 성함은 배태성 씨였고. 내가 쓴 결함 보고서 때문에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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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채의 날카로운 지적에 진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타거나 멀리 이동했다면 유치원 앞 cctv나 도로 단속 카메라에 걸렸을 위험이 커. 범인은 분명 이 아파트 단지 근처, 혹은 우리가 잘 아는 등잔 밑에 아이들을 숨겨두고 우리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거야!"  두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포위망이 좁혀지는 느낌이었다. 범인은 먼 곳에 있는 괴물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며 조소하고 있는 바로 곁의 악마였다.  진우는 서둘러 자조서 작성을 마무리했다. 출력된 종이를 탁자 위에 얹어두는 순간, 정확히 밤 11시 50분에 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타이밍이 소름 끼치도록 정확했다. 범인이 이 집안 내부를 보고 있거나, 최소한 아파트 복도에서 동태를 살피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진우는 침을 삼키며 스피커폰을 켰다. 은채는 진우의 팔을 꼭 쥐며 함께 귀를 기울였다.  "시간을 아주 잘 맞췄군. 자조서는 준비되었나?" "다 썼다, 배민우 씨." 진우가 범인의 진짜 이름을 나직하고 강한 어조로 불렀다. 수화기 너머의 노이즈가 일순간 멎었다. 기계음 뒤로 거친 숨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났음에도 범인은 이내 비틀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군, 강진우 과장. 아니, 살인자 새끼." "내 죄는 달게 받겠다. 당신 아버님 일은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내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어! 자조서는 여기 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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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6편: 지옥 끝에서 다시 잡은 손>

"당신은 먼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범인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척하면서 시간을 벌어줘. 난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으로 뛰어서 지하 3층으로 내려갈 거야. B3층 C구역은 평소에 차들이 잘 안 대는 외진 곳이니까, 내가 기둥 뒤로 우회해서 당신을 지킬게." 진우의 계획은 위험했지만,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은채는 심호흡을 하며 눈물을 닦아냈다. 5년 동안 쌓아왔던 남편에 대한 원망, "나 홀로 독박 육아를 하며 외로웠다"는 서글픔이 이 순간만큼은 단단한 신뢰로 치환되었다. 비록 이혼 서류를 마주했던 부부였지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서로에게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동반자였다. "진우 씨, 조심해야 해. 꼭…… 우리 애들 찾아서 같이 돌아오는 거야." "응. 약속할게. 절대 당신이랑 우리 애들 혼자 두지 않아. 내가 미안했어, 은채야."  진우는 은채의 손을 한 번 꽉 쥐어준 뒤, 자조서를 소화전 안에 밀어 넣고 비상구 문을 향해 소리 없이 달렸다. 은채는 홀로 남겨진 복도에서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딩동. 지하 3층입니다.'  문이 열리자 기계음 섞인 안내방송이 지독하게 으스스하게 울렸다. 지하 3층 주차장은 불 꺼진 가로등처럼 군데군데 센서등만 깜빡일 뿐, 사방이 기괴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은채는 서준이의 키링을 손에 꼭 쥔 채 C구역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 구두 굽 소리가 높은 천장을 때리며 울려 퍼졌다. "배민우 씨! 나 왔어요! 시키는 대로 혼자 왔다고요!" 은채가 허공을 향해 외쳤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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