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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14일간의 계약 연애: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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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화

"그럼 생중계를 포기하자는 거냐?""범위를 정하자는 뜻입니다. 공동 취재단이 사용할 고정 카메라 1대는 본식 정원 후방의 지정 구역에 두고, 별도 이동 촬영은 막아 주세요. 생중계는 두 사람의 입장과 공식 인사, 본식 선언까지만 허용하면 됩니다. 개인 서약과 가족 인사, 폐백은 송출하지 않고요."홍보실장이 도면을 가까이 끌어당겼다."고정 카메라 구역을 이쪽으로 옮기면 신부 대기실 복도와 완전히 분리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정문 옆 통로로 들어와 본식 뒤 바로 같은 길로 나가게 되고요."보안 책임자도 고개를 끄덕였다."출입증 색을 구분하면 가족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식 촬영이 끝난 뒤에는 취재단 전원을 한 번에 퇴장시키겠습니다."회장은 소율에게서 도면으로, 다시 홍보실장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공식 인사까지만 방송하면 태성가가 숨어서 혼례를 치렀다는 말은 나오지 않겠군.""네. 공개할 부분을 먼저 명확히 보여 주면, 공개하지 않는 시간도 사생활로 존중받기 쉬워집니다."도현이 이번에는 회장을 향해 말했다."본식이 끝난 뒤에는 가까운 사람들만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 시간까지 카메라가 남아 있으면 우리가 약속한 의미가 없어집니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들었다. 조용히 있겠다더니 오래 못 가는구나.""한 팀장의 제안에 필요한 설명을 보탠 겁니다.""그걸 세상에서는 편들기라고 한다.""정확히는 공동 의사 표시입니다."회장은 아들을 한동안 바라보다 소율에게 물었다."저 말투를 매일 듣고 살 자신은 있고?"소율이 태연하게 답했다."필요할 때는 제가 문장을 짧게 정리해 드릴 수 있어요."도현의 시선이 소율에게 향했다."한 팀장까지 그러십니까?""방금은 짧아서 좋았습니다."응접실에 낮은 웃음이 번졌다. 회장도 입가를 가리지 않았다.언론 동선은 소율의 제안대로 정리됐다. 정문 앞 공식 포토 구역과 본식 정원 후방의 고정 카메라 구역만 취재진에게 열고, 가족 대기 구역과 신부 대기실 복도는 출입증부터 다르게 운영하기로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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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화

도현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소율의 선택을 기다리기로 배웠고, 지금도 그녀가 자신의 뜻을 직접 설명하도록 자리를 지켰다.잠시 뒤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폐백은 가족끼리 하지. 사진도 밖으로 돌리지 않는다.""감사합니다.""대신 신부 대기실은 내가 맡는다."도현의 시선이 곧장 날카로워졌다."무슨 뜻입니까?""말 그대로다. 예식 당일 신부 대기실 운영은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대기실 안에는 취재진도, 회사 사람도, 불필요한 진행 인력도 들이지 않아.""그건 방금 정한 보안 기준으로 충분합니다.""충분하지 않다. 본식 시작 30분 전에는 직원들도 모두 내보내고, 나와 소율만 남는다."도현이 서류에서 손을 뗐다."왜 두 분만 남아야 합니까?""결혼하는 날 할머니가 손주며느리와 단둘이 할 이야기도 있는 법이야. 설마 그 자리까지 따라 들어올 생각이냐?""내용을 먼저 알면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내용을 먼저 말하면 단둘이 이야기할 이유가 없지."두 사람의 대화가 팽팽하게 맞부딪쳤다.소율은 회장을 보았다. 표정에는 장난기가 조금 묻어 있었지만, 신부 대기실을 지키겠다는 뜻만큼은 분명했다. 소율은 회장이 가족의 일원으로서 결혼식 당일 따로 건넬 말이 있으리라고 받아들였다."좋아요. 신부 대기실은 회장님께 맡길게요."도현이 고개를 돌렸다."...한 팀장."회장의 눈매가 만족스럽게 휘었다."대신 회장님과의 시간이 끝나면 전무님이 들어올 수 있게 해 주세요. 본식 직전에는... 얼굴을 보고 싶어요.""그건 네가 결정해. 신랑 출입 금지 전통까지 내가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도현이 낮게 물었다."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제가 물어봐도 됩니까?"소율은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제가 상황보고 먼저 말할게요. 전무님은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오래 기다리고 싶지는 않지만..."회장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작게 혀를 찼다."결혼식 날에도 둘만 알아듣는 대화를 할 생각이면 시간을 따로 빼 두마."소율이 웃으며 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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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성북동 결혼식 운영 회의 1주 후, 결혼식 1주 전]결혼식까지 정확히 7일 남은 월요일 오후.서울 태성그룹 본사 기획본부 전무실에 작은 운송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상자는 성인 남자의 손바닥 두 개를 나란히 놓은 정도의 크기였다. 겉면에는 충격 감지 스티커와 개봉 방지 봉인이 붙어 있었고, 프랑스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이동한 모든 인계 시각이 문서로 따라왔다.김 실장은 여권과 사원증으로 수령인을 확인한 뒤 전용 단말기에 서명했다. 운송 직원이 봉인 상태를 함께 촬영하고 나서야 상자가 도현의 책상 위로 올라왔다."수령 절차는 끝났습니다. 수리 완료 개인 소장품으로 통관됐고, 공방에서 발급한 정비 확인서도 안에 들어 있다고 합니다."도현은 상자 네 모서리부터 살폈다."충격 기록은요?""기준치를 넘은 기록은 없습니다. 온도와 습도도 보관 조건 안에서 유지됐습니다.""운송 중 경로 이탈은 없었습니까?""없었습니다. 파리 공방에서 전담 직원이 직접 인계했고, 인천공항 도착 뒤에도 일반 화물과 분리됐습니다."김 실장은 상자를 한 번, 도현을 한 번 바라봤다."전무님,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만년필입니다.""혹시 프러포즈 때 제작하신 다이아몬드 만년필과 같은 장인의 작품입니까?""같은 장인이 손봤습니다.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고, 제게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물건입니다."김 실장은 더 묻지 않았다. 금액으로 설명되지 않는 물건이라는 뜻을 정확히 알아들었다."화상 검수는 오후 4시에 연결돼 있습니다. 필요한 서류는 옆에 두겠습니다.""고맙습니다."김 실장이 전무실을 나가자 도현은 회의용 화면을 켰다. 서울 오후 4시, 파리는 오전 9시였다. 화면이 연결되자 에밀 모로가 작업실 안쪽 의자에 앉아 막 내린 커피잔을 옆으로 밀었다.– 차 전무님, 어제 보내신 최종 확인 항목이 11개더군요."운송 관련 7개, 기능 관련 4개입니다."– 나눠서 세어도 11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결혼식까지 7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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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3주 전의 기억이 끝난 순간, 서울의 운송 상자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짙은 회색 가죽 케이스.도현은 얇은 장갑을 끼고 케이스를 열었다.낡은 만년필은 6개월 전 나무 상자에 넣어 두었던 모습 그대로였다. 클립 가장자리의 도금은 여전히 벗겨져 있었고, 소율의 손가락이 수없이 닿았던 몸체에는 가느다란 흠집이 겹쳐 있었다. 광택을 새로 입힌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달라진 부분은 펜촉. 한쪽으로 기울었던 끝이 가지런히 맞춰졌고, 굳은 잉크가 남아 있던 내부까지 말끔한 상태.상자 아래에는 에밀이 준비한 작은 잉크병과 시험지가 놓여 있었다.– 먼저 물만 채워 흐름을 확인하십시오. 오래된 몸체라 새 잉크를 바로 넣기 전에 누수부터 봐야 합니다.도현은 화면에 보이는 에밀의 지시를 따라 투명한 물을 채웠다. 흰 흡수지 위에 펜촉을 대자 맑은 선이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몸체 연결부에서도 물방울은 새지 않았다.다음은 짙은 남색 잉크.도현이 천천히 첫 획을 긋자 펜촉이 종이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예전의 얕은 긁힘 소리가 사라졌고, 잉크도 일정하게 흘렀다.그는 시험지 위에 이름 하나를 썼다.한소율.6개월 전 다이아몬드 만년필을 검수할 때도 같은 이름을 적었다. 새 펜으로 쓴 이름은 앞으로의 시간을 약속하는 문장처럼 선명했다. 낡은 펜으로 적은 이름에는 소율이 혼자 지나온 3년과, 그 시간을 뒤늦게 따라가는 자신의 마음까지 겹쳐 보였다.– 어떻습니까?"외형은 그대로고, 필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 말을 듣기 위해 2주 동안 숨도 크게 못 쉬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만년필은 반려를 받으면 다시 세공하면 됐지만, 이 펜은 한 번 잘못 건드리면 소율 씨의 흔적까지 사라질 수 있었으니까요."고맙습니다, 에밀."에밀이 화면 가까이 얼굴을 내밀었다.– 방금 감사하다고 하셨습니까?"녹화하지 않으셨다면 다시 들을 수 없습니다."– 오늘 커피가 유난히 맛있군요.도현은 펜을 시험지에서 떼어 낸 뒤 잠시 망설였다."이 펜을 매일 사용해도 됩니까?"– 사용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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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화

같은 시각, 성수동 펜트하우스.소율은 파리 지사와 오전 화상회의를 마친 뒤 서울 일정표를 정리하고 있었다. 결혼식까지 1주일은 서울에서 근무하기로 본사와 파리 지사가 미리 합의한 상태였다. 현장 판단은 쥘리앙이 맡고, 소율은 시차를 맞춘 화상회의와 전자 결재로 최종 책임을 이어갔다.오후 일정은 결혼 서약 초안 정리.소율은 서재 수납장에서 프러포즈 날 처음 펼쳤던 가죽 노트를 꺼냈다. 그 옆에는 두 만년필을 보관하던 작은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상자를 열자 오른쪽의 다이아몬드 만년필만 남아 있었다.왼쪽에는 텅 빈 홈뿐.소율은 놀라서 도현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상자 안이 흐트러진 흔적도 없었고, 잠금장치도 멀쩡했다. 집에 외부인이 들어온 기록이 없다는 사실도 공동 보안 알림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낡은 펜을 가져갈 사람은 도현뿐.그가 펜을 버리거나 함부로 옮길 리도 없었다. 프러포즈 날 도현은 그 펜을 자신이 놓친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물건이라고 직접 말했다. 게다가 사라진 시점은 도현이 파리 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떠난 3주 전과 겹쳤다.결혼식까지 남은 시간은 7일.소율은 빈자리를 손끝으로 한 번 쓸었다."결혼식에 가져가려는 거구나."그제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낡은 펜으로 서약서에 서명할 수도 있고, 턱시도 안쪽에 넣어 두기만 할 수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도현이 그 펜을 두 사람의 결혼식과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소율의 선택은 질문 대신 기다림.도현이 말할 준비가 됐을 때 직접 들으면 된다. 선물을 숨긴다는 이유로 상대의 선택까지 숨기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도현이라면 결혼식 뒤 펜의 용도와 보관 방법을 소율과 함께 정할 터였다. 대신 소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낡은 펜은 가벼웠지만 클립이 오래돼 고정력이 약했다. 도현이 턱시도 안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안에서 기울거나, 몸을 숙일 때 빠질 수도 있었다. 3년 동안 펜을 사용한 소율은 그 약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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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화

[낡은 만년필이 서울에 도착한 지 2일 후, 결혼식 5일 전]서울 수요일 오전 2시 18분.파리는 아직 화요일 오후 7시 18분이었다.침대 옆 협탁에서 짧은 진동이 울리자 소율이 첫 번째 알림에 눈을 떴다. 화면을 밝힌 이름은 줄리앙. 이 시간에 그가 개인 메신저로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드문데, 메시지 첫 줄에는 긴급이라는 단어까지 붙어 있었다.[팀장님, 핵심 협력사에서 계약 조건 변경안을 보냈습니다. 내일 오전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다음 주 사업 개시 일정을 미루겠다고 합니다.]소율은 잠이 덜 깬 눈으로도 첨부 문서의 제목부터 확인했다. 발신자는 유럽 전략 프로젝트의 핵심 물류 협력사였고, 새로 들어간 조항은 두 가지였다. 최소 물량 보장 기준을 높이는 것, 특정 비용이 오르면 협력사가 일방적으로 단가를 조정할 수 있게 만드는 것.그대로 받아들이면 태성이 위험을 대부분 떠안는다. 그렇다고 즉시 거절하기에는 다음 주로 예정된 사업 개시가 걸린 상황. 소율이 옆을 돌아보자 도현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결혼식을 닷새 앞두고도 본사 일정과 예식 준비를 함께 처리하느라, 전날 밤 자정을 넘겨서야 침대에 들어온 사람이었다.그녀는 벨 소리를 끄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빠져나와 서재 문부터 닫았다. 곧바로 줄리앙에게 영상통화를 걸자, 퇴근 시간이 지난 파리 사무실이 화면에 잡혔다. 절반쯤 꺼진 조명 아래에서 계약 담당자 두 명이 여전히 자료를 넘기는 중이었다.– 팀장님, 깨워서 죄송합니다."사과는 나중에 받아요. 상대가 조건을 바꾼 이유부터 말해 주세요."– 운송비와 인건비 상승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보내온 근거 자료로는 인상 폭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업 개시 직전에 일정 지연을 압박 카드로 쓴 것 같습니다."현장 협상은 줄리앙이 맡아요. 저는 서울에서 수정안과 최종 수용 범위만 정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상대와 주고받는 말은 전부 기록으로 남기고요."– 알겠습니다. 본사 법무팀에도 바로 연락할까요?소율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서울은 한밤중이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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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전화를 넘겨.그 말이 튀어나오기 직전이라는 걸 소율도 알아봤다. 이전의 도현이라면 이미 노트북을 돌려 세부 조건부터 읽은 다음, 본사 법무팀과 파리 지사를 동시에 움직였을 터였다. 소율이 맡은 일이라는 설명은 그 뒤에야 들었을지도 모른다.도현은 책상 모서리에 손을 짚은 채 한 번 숨을 골랐다. 막 꺼내려던 명령이 다시 목 안으로 가라앉았다."내가 지금 무엇을 하면 돼?"소율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질문은 짧았으나 그 안에 담긴 선택은 가볍지 않았다. 해결책을 빼앗지도, 그녀가 혼자 감당하게 둔 채 돌아서지도 않겠다는 뜻. 도현은 자신이 필요한 자리를 소율이 직접 정할 때까지 기다렸다."본사 법무팀의 긴급 검토가 필요해요. 유럽 계약을 맡아 본 변호사로 연결해 주세요. 그리고 2시간만 줘요. 그동안은 제가 결정할게요.""더 필요한 건?""지금은 그게 전부예요."도현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는 휴대전화를 들고 서재 밖으로 나가면서도 문을 닫지 않았다. 소율의 말이 언제든 닿을 수 있을 만큼 열어 둔 채로.5분 뒤, 본사 법무팀의 긴급 보안 회의 주소가 도착했다. 유럽 계약을 담당했던 정 변호사와 당직 책임자까지 접속한 상태였다. 그들을 연결한 도현은 서재 안으로 돌아왔으나 소율의 옆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자신의 노트북만 열었다.소율은 그제야 영상통화의 음소거를 풀었다."줄리앙, 본사 법무팀이 들어올 겁니다. 현장 자료부터 공유해 주세요."– 네, 팀장님.화면이 네 개로 나뉘자 정 변호사가 수정 조항을 훑으며 위험 요소부터 짚었다.– 상대가 요구한 대로 서명하면 단가가 올라가도 제한할 장치가 없습니다. 최소 물량을 못 채웠을 때 태성이 배상해야 할 범위도 지나치게 넓습니다."일방 조정권은 삭제하겠습니다. 대신 객관적인 비용 지수가 일정 기준을 넘을 때만 한시 조정할 수 있게 하고, 상한선을 두죠. 최소 물량은 상대의 처리 능력 보장과 묶겠습니다."– 그 조건이면 방어할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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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1. 일방적인 단가 조정은 불가.][2. 최소 물량 보장은 처리 능력 보장과 함께 적용.][3. 오늘 확정하는 것은 협상 기준이며, 최종 서명은 본사 법무 검토 후 진행.]세 개의 문장을 확인한 줄리앙에게서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이 기준으로 협력사 책임자와 만나겠습니다. 결과는 즉시 보고드리겠습니다.]모든 회의 연결이 종료되자 서재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남은 것은 시계 초침과 노트북에서 번지는 낮은 열기뿐.소율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는 순간, 긴장이 풀린 어깨가 한꺼번에 무거워졌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도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끝났어?""현장 협상은 남았어요. 그래도 제가 정해야 할 기준은 끝났어요. 줄리앙이 저 조건 안에서 상대를 설득할 거예요.""그럼 이제 물어봐도 되겠네."도현이 소율의 휴대전화를 턱짓으로 가리켰다."왜 나한테는 안 말했어?"말투는 낮았으나 추궁하는 기색은 없었다. 소율 역시 변명부터 꺼내는 대신, 침대에서 빠져나올 때 세웠던 계획을 그대로 설명했다."도현 씨가 며칠째 제대로 못 잤잖아요. 오전에는 리허설도 있고요. 이 일까지 알면 같이 밤을 새울 것 같아서, 제가 먼저 끝내려고 했어요.""그래서 당신 몫인 리허설을 혼자 취소하고, 내 몫인 걱정도 혼자 없애 주려고 했고?"그 표현 앞에서 소율의 대답이 잠시 막혔다.도현이 예전에 같은 이유를 댔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소율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좋은 뜻으로 시작한 결정은 결국 상대가 알아야 할 사실까지 가려 버리곤 했다.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이 똑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네요."소율이 천천히 눈을 들어 도현과 시선을 맞췄다."걱정하지 않게 해 주고 싶다는 이유로 정보를 숨긴 거니까요. 예전에 도현 씨가 하던 실수랑 같아요.""내가 하던 실수라는 부분은 굳이 그렇게 정확하게 확인해 줄 필요는 없는데.""반면교사는 출처를 밝혀야죠."도현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분명 웃음을 참는 표정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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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화

"리허설은 내일 오후 2시로 옮길 수 있대요.""내 일정은 이미 비워 놨어.""언제요?""법무팀 연결하고 나서. 당신이 오늘 오전에 자야 할 것 같았거든."소율의 눈썹 끝이 슬쩍 올라갔다."제 허락 없이요?""내 일정을 비운 거야. 당신 일정은 건드리지 않았고."도현이 잠깐 생각을 고른 뒤 덧붙였다."그래도 먼저 말했어야 했다면 지금 사과할게."소율은 입술을 꾹 눌렀다. 조금만 방심하면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이제는 자신의 일정을 비우는 일에도 허용 범위를 되짚는 남자라니."이번 건은 허가해 드릴게요. 잘했어요.""칭찬받기 어렵군.""학습 기간이 길었으니까요."두 사람은 예식 담당자에게 내일 오후 2시 참석이 가능하다는 답을 함께 보냈다. 리허설 변경이 확정된 뒤에야 소율의 노트북도 닫혔다.도현이 책장 위에서 검은 가죽 노트를 가져왔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두 사람이 써 온 계약 조항이 정리된 노트였고, 그 옆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만년필도 놓여 있었다."추가할 게 있어."그가 새 페이지를 펼쳐 소율 앞으로 밀어 놓았다."오늘 같은 일이 또 생기면 적용할 규칙."소율은 만년필 뚜껑을 열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빈 페이지에 한 줄을 적어 내려갔다.[긴급 상황이 생기면 먼저 알리고, 필요한 도움의 범위를 직접 말한다.]그녀가 펜을 건네자 도현의 시선이 방금 적힌 문장을 따라 움직였다."좋네. 누구 하나가 해결권을 가져가는 조항도 아니고.""알리는 사람이 도움의 범위를 정하는 거예요. 상대는 그 범위 안에서 돕고요. 상황이 바뀌면 다시 물어보고.""명확해."도현이 문장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쓰자 소율도 그 옆에 서명했다. 그렇게 새벽에 벌어진 첫 위반과 첫 수정이 같은 페이지에 나란히 남았다.노트를 덮은 도현이 소율을 돌아보며 물었다."이걸로 결혼 전 마지막 계약 위반은 처리 끝난 거야?"소율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바로 앞에 섰다."무슨 뜻이에요?""오늘 건. 내가 명령하려다 멈췄고, 당신도 바로 인정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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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

[파리 계약 비상이 정리된 지 4일 후, 결혼식 전날]성북동 본가의 정원에 봄밤이 내려앉았다.낮부터 이어진 최종 점검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났다. 정원 예식장의 좌석과 입장 동선, 비가 올 경우 사용할 실내 공간까지 확인한 운영팀은 내일 새벽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철수했다.남은 사람은 가족과 필수 보안 인력뿐.결혼식 준비가 시작되는 시간이 이른 탓에 도현과 소율은 오늘 밤 성북동 본가에서 머물기로 했다. 두 사람의 짐은 동관과 서관의 방에 따로 옮겨져 있었지만, 이혜민 회장이 정한 취침 시각까지는 함께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그 허락을 가장 진지하게 활용하는 사람은 차도현이었다.도현은 소율과 정원을 걷는 내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내일이면 같은 길을 수많은 하객 앞에서 걸어야 하는데도, 지금 처음 확인하는 장소처럼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돌계단이나 바닥의 얕은 틈이 보일 때마다 소율을 자신의 안쪽으로 옮겼다."도현 씨.""왜?""아까 운영팀이 바닥 점검까지 끝냈어요.""봤어.""그런데 왜 자꾸 저를 옮겨요?"도현이 걸음을 늦추며 소율의 구두를 내려다봤다."내일 신을 구두보다 굽이 낮아서 괜찮기는 하겠어.""질문에 대답해요.""오늘 넘어지면 내일도 아프잖아."소율은 결국 웃고 말았다. 바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다칠 가능성부터 없애려는 행동이라는 뜻이었다. 보호 본능은 여전했지만 이제는 구두를 바꾸라거나 걷지 말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소율의 뜻부터 살폈다.나흘 전 새벽, 서재 문 앞에서 명령을 삼킨 뒤 무엇을 하면 되느냐고 물었던 남자. 그는 그날의 약속을 위기 상황에서만 지킬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그럼 제가 부탁할게요."소율이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바닥만 보지 말고 저도 봐요. 오늘은 같이 걷는 시간이잖아요."도현의 시선이 곧장 그녀에게 올라왔다."알았어."그는 이번에도 변명하지 않고 걸음을 맞췄다. 소율은 내일을 위해 정돈된 정원을 도현과 나란히 걸었다. 하객용 조명은 모두 꺼져 있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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