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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2 00:02:09

마지막 배송 확인과 주문 정산까지 끝내고 나니 창밖이 다시 어두워져 있었다.

수요일 오후 9시 20분.

소율과 도현은 직원들을 먼저 돌려보낸 뒤 각자의 현관으로 관사에 들어왔다. 복도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도현이 세탁실을 건너 201호 관리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대답이 없었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조심스럽게 열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소율은 소파 한쪽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외투만 벗어 놓았을 뿐, 구두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였다.

도현이 소리를 죽여 다가갔다.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구두를 벗기자 발끝이 힘없이 내려왔다.

"이렇게 졸리면 들어와서 바로 침대에 눕지 그랬어."

대답은 없었다. 눈 밑에 옅은 그늘이 내려앉은 얼굴을 보니 깨울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는 소파 아래에 구두를 가지런히 놓고 담요를 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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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간의 계약 연애   259화

    마지막 배송 확인과 주문 정산까지 끝내고 나니 창밖이 다시 어두워져 있었다.수요일 오후 9시 20분.소율과 도현은 직원들을 먼저 돌려보낸 뒤 각자의 현관으로 관사에 들어왔다. 복도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도현이 세탁실을 건너 201호 관리 문을 두드렸다.똑. 똑.대답이 없었다.문이 잠겨 있지 않아 조심스럽게 열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소율은 소파 한쪽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외투만 벗어 놓았을 뿐, 구두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였다.도현이 소리를 죽여 다가갔다.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구두를 벗기자 발끝이 힘없이 내려왔다."이렇게 졸리면 들어와서 바로 침대에 눕지 그랬어."대답은 없었다. 눈 밑에 옅은 그늘이 내려앉은 얼굴을 보니 깨울 마음도 들지 않았다.그는 소파 아래에 구두를 가지런히 놓고 담요를 펼쳤다. 어깨까지 덮어 준 뒤 몸을 일으키려는데, 넥타이 끝이 아래로 당겨졌다.소율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붙잡고 있었다."우웅... 어디... 가요...""202호. 당신 자는 것만 보고 가려고 했어.""으응... 가지 마요..."잠에 젖은 목소리였지만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도현이 다시 소파 가장자리에 앉자 소율은 그제야 눈을 조금 떴다."오늘은 차 과장님보다... 남편이 더 필요해요."낮 동안 수십 번 불렀던 직급을 내려놓고, 지금은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었다.도현이 그녀의 손에서 넥타이를 풀어 내는 대신 손등을 감쌌다."처음부터 남편으로 온 건데. 당신이 잠들어서 말도 못 걸었어.""그럼 지금 걸어요.""한소율 씨, 302상자 완판 축하합니다."

  • 14일간의 계약 연애   258화

    오전 7시 49분.판매 수량은 299에서 멈췄다.마감까지 14분.포장실에 남은 사람들은 휴대전화와 주문 화면을 번갈아 봤다. 아까까지 끊이지 않던 전화도 하필 이 순간 조용했다.준호가 팔짱을 낀 채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한 상자 때문에 못 채웠다고 하면 평생 생각나겠는데요. 제가 사면 안 됩니까?""생산자가 사면 판매 수량만 채우는 거잖아요. 조금 더 기다려 봐요."소율은 그렇게 말했지만 손에 든 펜을 내려놓지 못했다.도현은 마지막 배송표를 확인하며 시계를 봤다. 남은 시간은 12분으로 줄었다.따르릉!전화벨이 울리자 해나가 거의 몸을 던지듯 수화기를 잡았다."네! 해담마켓입니다!"너무 큰 목소리에 상대가 놀랐는지 해나가 급히 한 톤 낮췄다."아, 네. 주문 맞으시죠? 천천히 말씀하세요. 저희 안 급해요. 전혀 안 급해요."말과 달리 그녀의 빈손은 어서 수량을 알려 달라는 듯 허공을 마구 휘젓고 있었다.직원들이 숨을 죽인 채 그 손만 봤다.해나의 손가락이 하나 펴졌다.그러더니 두 개가 더 올라왔다.세 상자.소율이 곧바로 주문서를 열었다. 이름과 주소가 입력되고 결제 안내가 끝났다. 잠시 뒤 화면 오른쪽 위 숫자가 바뀌었다.[판매 완료 302상자]띠링!알림음이 유난히 크게 울렸다."넘었다!""와아아!"누군가 외친 순간, 포장실이 뒤집혔다.직원들이 두 손을 들고 환호했다. 생산자 한 사람은 옆 사람의 등을 세게 두드렸고, 준호는 모자를 벗어 허공에 흔들었다.해나는 통화 중이라

  • 14일간의 계약 연애   257화

    10센티미터. 20센티미터.그의 주먹이 올라가는 순간 브레이크등이 붉게 켜졌다."멈추십시오. 이제 핸들을 끝까지 왼쪽으로 돌리고 앞으로 오시면 됩니다."트럭이 다시 움직였다. 헛돌던 바퀴가 매트를 딛고 경사로 위로 올라왔다.덜컹.차체가 반듯하게 서자 해나가 조수석 문을 열고 긴 숨부터 내쉬었다."하아... 포장지 구해 오다가 저희가 먼저 포장될 뻔했어요.""윤 대리님. 그 말은 지금 웃어야 합니까?"도현이 진지하게 묻자 해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차 과장님은 한 차장님부터 보고 판단하세요. 차장님이 웃으시면 웃는 거예요."짐칸에서 내려오던 소율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웃어도 될 것 같아요. 다친 사람도 없고, 포장재도 무사하니까요."그제야 도현의 굳은 입가가 풀렸다. 해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혀를 찼다.최명숙이 운전석에서 내려 짐칸을 두드렸다."부부처럼 눈 맞추지 말고 이것부터 내려요. 새벽에 사람 깨워 놓고 구경할 시간 있어요?"순간 해나의 어깨가 움찔했다.소율과 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짐칸 양쪽에 섰다. 사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한 말이 아니라,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을 보고 흔히 붙이는 표현이었다.그걸 아는 해나만 괜히 심장이 철렁했다."사, 사장님. 요즘은 부부도 저렇게 손발 안 맞아요. 그냥 본사에서 같이 오래 일하셔서 그래요.""내가 뭐 물어봤니? 너부터 상자 들어.""네..."해나는 입을 다물고 상자 묶음을 들었다. 비밀을 지키겠다고 나선 사람이 먼저 일을 키울 뻔했다.트럭에서 포장재가 내려오자 직원들이 곧바로 줄을 만들었다. 상자를 펴는 사람, 완충지를 까는 사람, 상품을 넣는 사람, 송장을 붙이는 사람이 한 줄로 섰다.강준호와 생산자들도 남은 물량을 품목별로 옮겼다."이쪽 작은 감자는 김태식 농가 스티커입니다! 큰 상자랑 섞지 마세요!"소율이 품목표를 읽자 도현이 해당 스티커 묶음을 먼저 밀어 줬다. 그녀가 손을 내밀기도 전이었다.다음에는 소율이 빈 상자 여섯 개를 도현 앞

  • 14일간의 계약 연애   256화

    같은 시각, 해담마켓 사무실에서는 차도현이 관리자 기록을 세 번째로 대조하고 있었다.퇴사자 계정은 외부에서 접속한 흔적이 없었다. 지사 밖에서 들어왔다면 남아야 할 원격 접속 기록도, 외부 게이트웨이를 지난 기록도 보이지 않았다.대신 계정이 움직인 시각마다 지사 내부망 주소가 찍혀 있었다.도현이 접속 기록을 별도 저장 장치에 복사했다. 아직 어느 컴퓨터인지까지는 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했다.누군가 지사 안에서, 3개월 전에 퇴사한 사람의 계정을 사용했다.그가 온라인 판매 담당 직원에게 화면을 보여 줬다."이 주소와 연결된 단말기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본사 자산 관리 쪽에서 받아야 해요. 지금 요청해도 담당자가 아침에 볼 텐데요.""긴급 장애 건으로 올려 주세요. 접속 기록은 수정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존해 주시고요.""네. 그런데 이거... 지사 안에서 건드린 거예요?"직원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도현은 섣불리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내부망을 사용한 기록까지 확인했습니다. 단말기 위치가 나오기 전에는 누구도 짐작하지 마십시오.""알겠습니다."직원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요청서를 올렸다.도현은 곧바로 다른 화면을 열었다. 포장재가 도착해도 배송차가 없으면 상품은 포장실에 그대로 남는다. 새벽 긴급 배차 견적은 이미 평소의 두 배를 넘어가고 있었다."이 금액으로 차를 새로 부르면 남는 게 없겠는데요."출고 담당 직원이 견적서를 보며 혀를 찼다."새 차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이 지역 배송을 마치고 빈 차로 돌아가는 노선을 찾죠.""이 시간에 그걸 어디서 찾아요?"도현은 기존 운송 기록에서 오늘 이 지역을 지난 차량을 추렸다. 목적지에 짐을 내린 뒤 물류센터로 복귀하는 차들이 있었다. 돌아가는 길이 해담마켓 배송 방향과 겹치는 차량부터 기사 연락처를 확인했다.첫 번째 전화는 받지 않았다.두 번째 기사는 이미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뒤였다.세 번째 통화에서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지금은 빈 차로

  • 14일간의 계약 연애   255화

    동해인쇄의 셔터는 예상대로 단단히 내려와 있었다.해나가 건물 위층을 올려다보며 초인종을 눌렀다.딩동. 딩동.불이 켜진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다시 눌러도 안에서는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거봐요. 이럴 줄 알았어요. 사장님이 잠들면 천둥이 쳐도 안 일어난다고 했거든요.""윤 대리님은 번호 알고 있죠?""전화는 꺼 두신다니까요. 그래도... 해 봐야죠."해나가 전화를 거는 동안 소율은 셔터 옆에 붙은 안내문을 읽었다. 긴급 주문 연락처 아래에 휴대전화 번호와 집 전화번호가 따로 적혀 있었다.소율이 집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한참 뒤, 위층에서 희미한 벨 소리가 들렸다.따르릉. 따르릉.불 꺼진 창문을 올려다보던 해나가 눈을 크게 떴다."저 번호는 처음 봤어요.""긴급 주문용이라고 써 있네요.""히한하네? 전에 직원들한테는 절대 걸지 말라고..."세 번째 신호가 이어지자 마침내 창문에 불이 켜졌다. 잠시 뒤 수화기 너머로 잠에 잔뜩 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누구요. 지금 몇 신 줄 알아요?"해담마켓 한소율입니다. 급하게 필요한 포장재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잠깐만 이야기 나눌 수 있을..."–내일 아침에 와요."아침이 되기 전에 물건을 포장해서 보내야 합니다. 창고에 있는 빈 크라프트 상자와 띠지를 사고 싶습..."–없어요.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이럴거면서 긴급 주문용은 왜 붙여놨는가.해나는 휴대전화를 든 채 입을 벌렸다."있는데. 저번 주에 제가 직접 봤는데.""없다는 말보다, 팔고 싶지 않다는 뜻 같네요."소율은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이번에는 창문이 바로 열렸다. 헝클어진 머리의 여자가 두꺼운 가디건을 걸친 채 얼굴을 내밀었다."못 들었어요? 내일 오라니까!""사장님, 저 윤해나예요! 해담마켓에서 일하는 해나요!""너도 알 만한 애가 새벽에 사람을 깨워?"최명숙 사장은 해나를 알아보고도 셔터 쪽으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소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야간 작업비까지 정

  • 14일간의 계약 연애   254화

    우지끈.포장실 한쪽에서 마른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마지막 완충지를 펴던 직원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반으로 접힌 종이 사이에는 아직 상품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한 차장님. 이게 끝이에요. 아래 창고에도 없어요."한소율이 빈 선반을 확인했다. 평소 출고량에 맞춰 쌓아 둔 포장지는 낮부터 빠르게 줄었고, 조금 전 들어온 전화 주문까지 더해지며 바닥을 드러냈다.탁자 위 전화기는 그런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따르릉!직원이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들었다."네, 해담마켓입니다! 주문이시면 성함부터... 네? 세 상자요? 잠시만요! 끊지 마세요!"옆자리에서는 윤해나가 다른 전화를 받으며 손가락으로 주문 수량을 표시했다. 세 상자. 전화를 받은 직원도 똑같이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팔 물건은 남아 있는데, 보낼 방법이 막혔다.소율이 벽시계를 올려다봤다.수요일 오전 2시 7분.목표까지 남은 물량은 90상자였고, 약속한 시간은 6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주문을 받아도 포장을 끝내지 못하면 새벽 배송차에 실을 수 없었다."지금 있는 걸로 몇 상자까지 가능해요?""뜯어 놓은 것까지 합치면 스무 상자 정도요. 그것도 완충지를 반만 써야 해요.""반으로 줄이지 마세요. 상품이 상하면 판매한 의미가 없어요."소율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근처에서 포장재를 구할 수 있는 곳부터 찾죠. 늦어도 1시간 안에는 가져와야 해요. 그래야 포장해서 첫 차에 실을 수 있어요."해나가 수화기를 어깨로 받친 채 고개를 들었다. 통화 중이라 입으로는 대답하지 못하고, 빈 종이에 큼지막하게 글씨부터 썼다.[동해인쇄]그 밑에는 더 크게 덧붙였다.[그런데 사장님이 밤에는 절대 문 안 열어요!]소율이 종이를 읽는 사이, 해나는 주문을 마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지사에서 쓰는 종이 띠지랑 상품 스티커를 거기서 받아요. 빈 크라프트 상자도 창고에 있다고 했고요. 그런데 사장님이 밤 9시만 넘으면 전화를 꺼 버려요.""전화 말고 찾아가면요?""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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