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일한 구원자, 하 준위님께. 유럽에서 당신을 그리워하며 성스러운 기도를 담아 보냅니다. 이 초콜릿을 먹고 제 축복을 떠올려 주세요. 조만간 제가 직접 그곳으로 쳐들어... 아니, 방문하겠습니다. - 당신의 영원한 수호 성녀, 소피아 올림.] "......" 정적. 바티칸에서 날아온 광기 어린 택배의 등장에, 미혜 누나와 하루 씨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하. 성녀라는 여자가 아주 글로벌하게 끼를 부리네?" "바다 건너에 있다고 방심했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네요." 이젠 2파전이 아니라 3파전이다. 수라장으로 변해가는 거실 한복판에서 내가 조용히 유서를 작성할 고민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쾅-!! 거실 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교복 마이를 풀어 헤친 희선이가 씩씩거리며 난입했다. "다들 비키라!! 태수 햄은 내끼다!!" 희선이가 가방을 집어 던지며 품에서 꺼낸 것은, 마트에서 1+1 행사로 파는 시뻘건 '가나 초콜릿' 한 다스였다. 녀석은 포장도 뜯지 않은 그 판초콜릿 뭉텅이를 내 가슴팍에 거칠게 들이밀었다. "햄! 내 용돈 털어서 샀다! 양으로 승부한다! 이거 무그면 오늘부터 내랑 사귀는 기다, 알았제!" 중학교 3학년의 당돌하다 못해 뻔뻔한 직구. 그 어이없는 투척에 살벌했던 3파전의 긴장감이 일순간 픽, 하고 김이 빠져버렸다. 미혜 누나가 이마를 짚으며 실소를 터뜨렸고, 하루 씨도 입술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아이고, 우리 희선이. 햄이 그렇게 좋나." 나는 희선이가 내민 가나 초콜릿을 툭 받아 챙기고는, 식탁 위에 놓인 미혜 누나와 하루 씨의 수제 초콜릿 박스도 양손에 하나씩 꽉 쥐었다. "정성들 뻗치셨네. 고맙게 잘 받겠습니다." 내가 덥석 세 개의 초콜릿을 다 챙기자, 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근데 햄, 답례는 없나? 화이트데이까지 우째 기다리노!" "맞아, 태수야. 우리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뭐 해줄
Last Updated : 2026-09-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