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3일. 달력 상으로는 분명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건만, 부산의 하늘은 며칠째 쾌청함과는 거리가 먼 누르스름한 잿빛으로 덮여 있었다. 단순한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가 아니었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쇳내와 혀끝에 맴도는 씁쓸한 맛. 저 멀리 바다 건너편, 놈들이 득실거리는 심해나 어딘가의 기둥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넘어온 옅은 마력의 찌꺼기, 일명 '독기(毒氣)'였다. "콜록, 아따 마. 하늘 꼬라지 봐라. 숨쉬기 존나 빡세네." 아침 일찍 마당 평상에 걸터앉아 기지개를 켜던 나는, 목구멍이 칼칼해지는 불쾌감에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내 몸뚱어리는 Z급이다. 단전에 똬리를 틀고 있는 빙정(氷精)이 알아서 혈관으로 침투하려는 독기들을 차갑게 얼려 부숴버리니 생명에 지장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저 목에 먼지가 낀 것처럼 텁텁할 뿐. 하지만 일반인인 하숙집 식구들에게는 기관지염을 유발하기 딱 좋은 찝찝한 날씨였다. 드르륵. 그때, 1층 미닫이문이 열리며 앞치마를 두른 최 여사님이 마당으로 나오셨다. 여사님의 양손에는 웬 무식하게 거대한 시커먼 무쇠 쇳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이모님, 그게 뭡니까? 아침부터 웬 캡틴 아메리카노 방패를 들고 나오셨대." "방패는 무슨! 솥뚜껑이다, 솥뚜껑! 창고 구석에 짱박혀 있던 거 끄집어냈다 아이가." 여사님이 마당 한가운데 놓인 평상 옆 휴대용 가스버너 두 개를 이어 붙이더니, 그 위에 지름만 한 1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무쇠 솥뚜껑을 쿵, 하고 올려놓으셨다. "오늘이 며칠이고? 3월 3일 아이가. 삼겹살 데이! 게다가 밖을 봐라. 공기에 몹쓸 먼지구덩이가 꽉 찼는데, 이런 날엔 목구멍에 돼지기름을 쫙 발라가가 먼지를 밑으로 쓸어내려야 하는 기다." "아, 돼지기름으로 미세먼지를 씻어낸다는 그 과학적 근거 1도 없는 한국인의 민간요법이요?" 내가 피식 웃으며 태클을 걸자, 최 여사님이 들고 있던 행주를 둥글게 말아 내 등
Last Updated : 2026-09-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