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Chapter 81 - Chapter 90

163 Chapters

81화: 세뱃돈 쟁탈전(vs 선발대) 1

쿠아아아앙-!!!! ​음속을 돌파하는 소닉붐과 함께 레비아탄이 부산의 하늘을 수직으로 찢어발기며 솟구쳐 올랐다. 목표는 저 멀리 칠흑 같은 한파가 도사리고 있는 북쪽, 베링해협. 대기권 하층부를 돌파하며 기체 외벽에 맺히던 수증기가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어 흩날리는 찰나였다. ​[형님! 레이더에 이상 반응!] ​레비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던 투명한 겨울 하늘이 잉크를 엎지른 듯 시커멓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뭐야? 벌써 도착했을 리가 없잖아!" ​고도 5,000미터 상공. 북극에서 불어와야 할 극소용돌이(Polar Vortex)의 일부가 비정상적인 제트기류를 타고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단숨에 점프해 부산 상공으로 직하하고 있었다. 기상 이변을 넘어선, 명백한 마력의 탁류. ​우르르릉-! 쾅! ​시커먼 먹구름 속에서 시퍼런 번개가 뱀처럼 똬리를 틀며 번뜩였다. 그리고 그 구름의 장막을 뚫고 기괴한 형상들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식별 코드: A급 해수 - 뇌전 해파리(Lightning Jellyfish) 떼] [수량: 약 10,000기 이상. 부산 도심을 향해 낙하 중!] ​물속을 헤엄쳐야 할 해파리들이, 짙은 수증기와 마력을 머금은 먹구름을 바다 삼아 허공을 유영하고 있었다. 반투명한 푸른빛의 갓 아래로 수십 가닥의 촉수가 늘어져 있었고, 그 촉수 끝마다는 수만 볼트의 고압 전류가 지지직거리며 스파크를 튀겼다. ​"북쪽의 바람개비 자식이, 본대 오기 전에 선발대부터 던진 거군." ​문제는 저놈들이 떨어지는 궤적이었다. 수만 마리의 해파리 떼가 일제히 하강하며 뿜어내는 전기장이 부산 전역의 전자기기를 먹통으로 만들고 있었다. ​[경고! 도심지 전력망 과부하! 이대로면 대규모 EMP(전자기 펄스) 폭풍이 지상을 타격합니다!] ​"미친, EMP라고? 안 돼!"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거창한 국가 기반 시설의 붕괴 따위가 아니었다. 전기가 끊기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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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세뱃돈 쟁탈전(vs 선발대) 2

​고막을 찢는 굉음. 시력을 마비시키는 섬광. 하지만 얼음으로 코팅된 타워는 끄떡없었다. 막대한 전기에너지는 저항 없이 타워를 타고 흘러내려, 레비아탄으로 고스란히 흡수되고 있었다. ​[크하하하! 형님! 배 터지겠다! 완전 고속 충전이야!] "소화 불량 걸리기 전에 빼야지. 간다!" ​번개의 궤적이 타워로 고정되어 놈들의 공격 수단이 봉쇄된 찰나. 나는 조종간을 거칠게 당기며 타워를 딛고 하늘로 도약했다. ​파아앗-! ​레비아탄의 몸을 감싸고 있던 보라색 아우라가, 방금 흡수한 막대한 번개 에너지를 머금고 눈부신 청백색으로 타올랐다. ​[기술: 아크 체인 카타클리즘 (Arc Chain Cataclysm)] ​"싹 다 갈아버려!" ​공중으로 치솟은 레비아탄이 양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손끝에서 뻗어 나간 수십 가닥의 뇌전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놈들의 번개보다 훨씬 밀도 높고 파괴적인 Z급의 일격. 채찍이 먹구름 속을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뇌전 해파리들의 반투명한 몸체가 풍선 터지듯 펑펑 터져 나갔다. ​"키에에엑-!!" ​허공에 흩뿌려지는 푸른 체액과 찢겨진 촉수들. 하지만 그 잔해마저 땅에 닿기 전에 내 빙정의 냉기에 얼어붙어 뾰족한 얼음조각으로 변해버렸다. ​퍼억-! 콰직-! ​나는 아예 놈들의 군집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거대한 강철의 어깨로 놈들을 들이받고, 무릎으로 쳐올리며 무식한 물리력으로 공간을 청소해 나갔다. 아름답고 우아한 마법? 그런 건 필요 없다. 압도적인 질량과 속도, 그리고 타격감. 이것이 방주의 선장, 하태수의 방식이다. ​10분. 부산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었던 뇌전 해파리 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전투 종료. 적 선발대 섬멸 완료.] "휴우..." ​나는 레비아탄을 조종해 먹구름이 걷힌 겨울 하늘 한가운데 멈춰 섰다. 타워를 감싸고 있던 얼음도 서서히 증발하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도심의 전력망도, 보일러도 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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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세뱃돈 쟁탈전(vs 선발대) 3

준위 임관 후 받은 첫 월급, 거기에 온갖 생명 수당과 위험 수당, 군주 토벌 보너스까지 합쳐진, 그야말로 금융 치료의 정수. 봉투의 두께가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 하숙집 꿈나무들. 앞으로 나와라."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희선이와 히나가 빛의 속도로 내 앞 방석으로 슬라이딩해 무릎을 꿇었다. 방금 전 어른들에게 했던 절보다 각도가 15도는 더 깊고 날렵한, 완벽한 자본주의적 큰절이었다. ​"하태수 준위님! 새해 복 마이 받으시지 말입니다! 올 한 해도 뼈를 묻겠습니다!" "태수 오빠! 무병장수하시고 만수무강하세요! 오빠가 제 우주이자 빛입니다!" ​두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화려한 수식어에 거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두툼한 봉투 두 개를 녀석들의 손에 쥐여주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사고 치지 말고. 알았냐?" "와... 대박..." ​봉투 안을 살짝 들여다본 희선이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노란색 5만 원권이 빳빳하게 뭉텅이로 들어있는 걸 확인한 녀석의 입이 귀에 걸렸다. 히나 역시 놀란 토끼 눈을 하며 봉투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햄... 이래 마이 주면 내 햄한테 평생 노예 계약해야 되는데, 괜찮나?" "됐고, 맛있는 거나 사 먹어라." ​그때였다. 희선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폰을 꺼내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했다. ​"이 은혜, 그냥 넘길 수 없다! 햄, 내 이 돈 두 배로 불릴 자신 있다! 애교 배틀 갑니다!" "뭐? 야, 하지 마. 눈 베려."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빵빵한 비트의 음악이 거실을 울리기 시작했다. 최근 뉴튜브에서 유행한다는 그 음악. 희선이가 양손을 머리 뒤로 넘기고 허리를 좌우로 튕기기 시작했다. ​"딴딴따단- 딴딴따단-" ​일명 '제로투 댄스'. A급 각성자의 압도적인 코어 근육과 동체 시력을 엉뚱한 데 낭비하며 현란하게 골반을 튕기는 희선이의 모습에 식구들이 포복절도했다. ​"아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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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얼어붙은 뇌신(vs 칼라드볼그) 1

​[2026년 1월 1일. 오후 4시 30분 / 베링해협 상공] ​"우두둑... 끼기기긱-" ​레비아탄의 두꺼운 초합금 장갑이 비명을 질렀다. 음속을 돌파하며 북쪽으로 쏘아져 온 지 불과 세 시간 남짓. 방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남쪽 나라의 햇살을 받던 기체 외벽은, 이제 시리도록 푸른 성에로 뒤덮여 쩍쩍 갈라질 듯한 파열음을 내뱉고 있었다. ​[경고. 외부 기온 영하 55도. 체감 온도 영하 80도 돌파.] [기체 관절부 유압액 동결 주의. 시스템 보호를 위해 히터 가동률을 최대로 올립니다.] ​"야, 레비. 덥다. 콕핏 내부 히터 좀 꺼라. 땀 차겠다." [뭐?! 덥다고?! 바깥은 다 얼어붙는 지옥인데?] "난 EX급 빙정을 뱃속에 품고 사는 놈이잖아. 영하 80도면 그냥 한여름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은 은행 들어온 기분인데. 아주 쾌적하고 좋구만." ​내 뻔뻔한 대답에 레비아탄이 어이없다는 듯 시스템 팬을 웅웅 돌렸다. 나는 오히려 방한 슈트의 지퍼를 반쯤 내리며 여유를 부렸다. 차가운 한기가 콕핏 미세한 틈으로 스며들었지만, 내 단전의 빙정은 이 혹한을 '위협'이 아닌 '고향의 공기'처럼 달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추위? 그딴 건 일반인들이나 느끼는 거다. ​[형님은 빙정 덩어리라 좋겠지만, 난 기계잖아! 내 무릎 관절 유압액이 슬러시가 되게 생겼다고!] "그럼 네 특기 있잖아. 네 몸에 전류 흘려서 자체 발열해. 태초의 뇌전 군주라는 놈이 가오가 있지, 고작 날씨 좀 춥다고 징징대냐." [...하, 진짜 악덕 포주 같은 형님. 알았어, 출력 올린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칠흑 같은 어둠, 그리고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하얀 눈보라뿐. 베링해협 특유의 극야(Polar Night) 현상에, 놈이 몰고 온 기상 이변이 더해져 세상은 완벽한 흑백의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레이더는?" [먹통이야! 마력 폭풍이 너무 심해서 반경 100미터 밖은 스캔이 안 돼!] "그럼 눈으로 직접 찾는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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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얼어붙은 뇌신(vs 칼라드볼그) 2

​"물리 방어력은 없으면서, 물리 공격력은 더럽게 쎄네. 양심 없는 새끼." ​나는 조종간을 거칠게 당기며 뱃속의 빙정을 쥐어짰다. 방어가 끝나기 무섭게, 레비아탄의 손끝에서 절대영도의 한기를 머금은 얼음 칼날, [빙검(Ice Sword)]이 허공에 길게 뽑혀 나왔다. ​"실체가 없으면, 강제로 얼려서 썰기 좋게 만들어주마!" ​팟-! 부스터를 한계까지 점화하며 쏟아지는 돌풍을 정면으로 뚫고 돌진했다. 눈앞을 가리는 진공 칼날들을 빙검으로 쳐내며, 놈의 마력 코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용돌이의 눈을 향해 검을 내리꽂았다. ​[기술: 영구 동토의 참(斬)] ​쩌저저적-!!! ​내 빙검이 닿은 궤적을 따라, 휘몰아치던 진공의 기류가 그 회전하는 형태 그대로 굳어버리기 시작했다. 공기 중의 수분과 기압이 내 강제적인 마력에 의해 얼어붙으며, 폭풍의 한쪽 팔이 거대한 투명 얼음 조각상으로 변모했다. ​"어떠냐! 이래도 재생해 보시지!"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놈의 바람 기둥을 무릎으로 걷어차 산산조각 내버렸다. 거대한 빙하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놈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키에에에엑-!!" ​칼라드볼그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해수면의 바닷물을 폭포수처럼 끌어올렸다. 잘려 나간 단면에서부터 거대한 사이클론이 다시 융기하더니, 바다의 수분을 끝없이 집어삼키고 더욱 거대하고 흉폭한 형태의 돌풍으로 덩치를 불렸다. 때리면 때릴수록 수분을 머금고 팽창하는 악순환. ​"하... 진짜 귀찮게 구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레비아탄을 뒤로 살짝 물렸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 내가 가진 힘이 부족한 게 아니다. 놈의 덩치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기상 현상 그 자체이다 보니, 팔 하나 다리 하나 얼려 부순다고 해서 끝날 싸움이 아니었던 거다. ​'이래서 자연재해가 무섭다니까.'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애초에 내가 언제부터 무기 탓, 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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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얼어붙은 뇌신(vs 칼라드볼그) 3

​[2026년 1월 1일. 오후 4시 50분 / 베링해협 상공] ​콰직-!! 쩌저적! ​시야를 새빨갛게 물들이는 경고등 불빛 사이로 기분 나쁜 금속음이 콕핏 내부를 찢어발겼다. 레비아탄의 무릎 장갑판 일부가 뜯겨 나가며, 초고압 진공을 머금은 칼라드볼그의 폭풍이 20미터짜리 강철 거인을 시커먼 북극해의 해수면을 향해 사정없이 짓눌렀다. ​[경고! 기체 프레임 한계 하중 도달! 이대로 압력에 계속 노출될 시, 자세 제어가 불가능합니다!] "버텨, 이 깡통아! 명색이 뇌전의 군주였던 놈이 바람개비 따위한테 무릎 꿇을래?" ​나는 오히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짐승처럼 웃었다. 귀찮게 구네. 확실히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자연의 폭력은 덩치 값,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베링해협의 바다 전체를 끝없이 집어삼키며 몸집을 불리는 저 무식한 회전력은 분명 껄끄러운 변수였다. ​하지만 내 눈동자 속에 공포나 조바심 따위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히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이 지독한 압박감이 내 단전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빙정(氷精)의 아가리를 강제로 벌려놓으며 끝없는 투쟁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덩치로 찍어 누르겠다? 그럼 그 덩치째로 갈아버리면 그만이지.' ​나는 조종간에서 아예 두 손을 놔버렸다. 그리고 양손을 교차해 내 가슴팍, 정확히는 빙정의 코어가 위치한 단전 위로 겹쳐 올렸다. ​[형님! 조종간 놓으면 어떡해!] "조종은 필요 없어. 지금부터 레비, 네 심장의 모든 제어권을 내 빙정으로 넘겨." ​순간, 레비아탄의 시스템이 멈칫했다. 기계의 동력원을 인간의 생체 마력 코어에 완벽하게 종속시킨다는 건, 전례가 없는 미친 짓거리였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씨발, 몰라! 가보자고! 안전장치 전면 해제!] ​우우우웅-!!!! ​레비아탄의 심장이 펄떡이는 소리가 콕핏을 넘어 내 심장 박동과 완벽하게 일치하기 시작했다. 테라와트(TW)급의 막대한 뇌전 에너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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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얼어붙은 뇌신(vs 칼라드볼그) 4

삐익- 삐익- ​"하아... 하아..."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전신의 근육이 기분 좋게 뻐근했다. 한계 너머까지 마력을 쥐어짠 뒤에 찾아오는, 승리자만이 누릴 수 있는 나른한 피로감이었다. ​"수고했다, 깡통아." ​[형님... 진짜 미친 스펙이네.] 레비아탄의 기계음이 마치 어이없는 웃음처럼 지직거렸다. ​나는 헬멧의 바이저를 올리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하늘과 바다를 잇는 거대한 얼음 기둥. 그 속에 갇힌 채 영원한 침묵에 빠진 제4 군주의 흉측한 실루엣이 달빛을 받아 서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주 통쾌한 마무리였지만, 처리해야 할 업무가 하나 남았다. ​"야, 레비." [왜?] "저거... 군주의 심장(마석)은 어떻게 꺼내냐?" ​내 질문에 레비아탄도 잠시 침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놈의 코어는 저 거대한 50킬로미터짜리 얼음 토네이도의 한가운데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었다. 내가 만든 거대한 빙하가 놈을 가둔 완벽한 감옥이 된 탓에, 심장을 빼먹으려면 저 산맥 같은 얼음을 끝도 없이 파고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포기해. 우리 둘이서 저거 파내다간 내일 아침 식사도 못 맞춰. 어차피 영구 동토로 봉인해놨으니까 놈은 손가락 하나 못 까딱해.] "하, 광역기로 통째로 얼려버렸더니 템 줍기가 빡세네. 뭐, 내 밑에 일할 사람 많은데 굳이 내가 삽질할 필요는 없지." ​나는 콕핏의 메인 통신 패널을 켰다. 지독한 극소용돌이가 멎으면서 먹통이었던 위성 통신망이 다시 연결되고 있었다. ​-[치직... 칙... 하 준위! 응답하라! 여기는 아크 본부! 베링해협의 기상 이변이 갑자기 소멸했다! 무사한가!] ​사령관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렸다. ​"예, 사령관님. 저 멀쩡합니다. 놈은 통째로 얼려놨습니다." -[어, 얼려? 그 수십 킬로미터짜리 폭풍을 다 얼렸단 말인가?!] "예. 그래서 문제가 하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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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폭풍의 심장 1

​[2026년 1월 5일. 오전 8시 / 부산 남포동 하숙집] ​"아이고, 우리 철수 인물 훤하네! 넥타이 쪼매만 더 땡기자. 그래, 됐다!" ​월요일 아침부터 하숙집 거실이 부산스러웠다. 최 여사님이 빳빳하게 다려진 남색 정장을 빼입은 철수의 옷깃을 여며주며 활짝 웃으셨다. 짧게 깎은 머리에 각 잡힌 수트 차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츄리닝 무릎을 늘어뜨린 채 방구석에서 썩어가던 폐인은 온데간데없고, 이제 막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듬직한 청년 하나가 서 있었다. ​"어머니, 저 다녀오겠습니다. 첫 출근이라 일찍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오냐, 오냐! 가가 윗사람들한테 인사 싹싹하게 하고! 기죽지 말고 밥 단디 챙기묵고!" ​오늘. 1월 5일은 윤철수가 국내 1위 기업인 삼천 그룹 저거노트 연구소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현관문 앞에 선 철수는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녀석의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빛나고 있었다. ​"야, 윤철수. 쫄지 마라. 네 머리가 최고라고 세 번 복창하고 들어가." "그래, 태수야. 니 말대로 내 머리가 무기다 생각하고 들이받고 올게." ​내가 소파에 기대앉아 툭 던진 응원에 철수가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부엌 쪽에 서 있던 미혜 누나가 갓 내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담아 철수의 손에 쥐여주었다. ​"자, 카페인 수혈하면서 가. 첫날부터 꾸벅꾸벅 졸면 안 되니까." "누나, 고마워! 잘 마실게!" ​철수가 현관문을 열고 힘차게 나서는 뒷모습을 보며, 식구들 모두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괴수들이 바다 건너에서 호시탐탐 대륙을 노리는 미친 세상이지만,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 빌어먹을 영하 80도의 극지방까지 날아가서 뼈 빠지게 굴렀던 이유가 바로 저런 풍경 하나를 지켜내기 위함이었지. ​"어이구, 시원하다." ​나는 미혜 누나가 나를 위해 따로 타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겨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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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폭풍의 심장 2

​[아크 부대 지하 7층 / 특수 격리 구역] ​쿠쾅-! 콰아아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귀를 찢는 듯한 폭음이 지하 벙커를 뒤흔들었다. 두께 1미터짜리 납과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육중한 격리실 문이 찌그러질 듯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 있었다. 복도에는 붉은색 비상등이 미친 듯이 회전했고, 연구원들과 경계 병력들은 혼비백산하여 방호벽 뒤로 몸을 숨긴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하, 하 준위님! 오셨습니까!" ​방탄유리 너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령관이 나를 발견하고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왔다. ​"안에 상황은요?" "보시다시피 최악이네. 베링해협에서 캐온 직후까지만 해도 얌전한 얼음덩어리였는데, 해동 장치에 넣자마자 저 지랄을 떨기 시작했어. 현재 격리실 내부 기압이 측정 불가능한 수치로 치솟고 있네!" ​나는 방탄유리 너머의 격리실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가로세로 30미터의 거대한 밀폐 공간. 그 한가운데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지름 2미터 남짓한 시퍼런 구체. 그것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압축된 폭풍이자, 날 선 진공의 칼날들이 미친 듯이 회전하는 믹서기 그 자체였다. 베링해협 전체를 뒤덮었던 그 거대한 재앙의 에너지가 저 작은 구슬 하나에 미어터질 듯이 응축되어 있는 셈이다. ​카가가가각-!!!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공 칼날들이 격리실 내벽을 무자비하게 긁어대며 시퍼런 불꽃을 튀겼다. 당장이라도 티타늄 벽을 찢고 나와 벙커 전체를 갈아버릴 기세였다. ​"하 준위! 자네가 얼려놓은 거니까 제발 어떻게든 저 폭주 좀 잠재워 주게!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막대한 차세대 동력원인데, 이대로 두면 에너지원은 고사하고 부대랑 같이 통째로 날아가게 생겼어!" ​사령관이 다급하게 내 소매를 붙잡으며 외쳤다. 목숨 걸고 캐온 막대한 마석 덩어리를 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당장 다 죽을 판이니 속이 바싹 타들어 갈 만도 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목을 좌우로 꺾어 뼈를 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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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폭풍의 심장 3

벙커 복도를 통째로 뜯어버릴 기세로 밀어닥치는 진공의 해일. 하지만 그 해일은 내 코앞 1미터에서 마치 투명한 벽에 부딪힌 듯 쩍, 하고 얼어붙어 산산조각이 났다. ​"시끄러워." ​내가 문지방을 넘어 격리실 내부로 한 걸음 내디딘 찰나. 방금 전까지 미쳐 날뛰며 벙커를 부수려던 폭풍의 코어가 일순간 멈칫했다. ​파아아앗-! ​내 몸을 중심으로 창백한 백색의 냉기가 돔 형태로 뻗어 나가며 격리실 내부의 공간을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극저온의 압도적인 패기.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허공에서 발악하는 코어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휘이이잉-!! 코어가 생존 본능을 발휘하며 수백 개의 진공 칼날을 내게 쏘아 보냈다. 하지만 날카로운 칼날들은 내 피부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바스라지며 새하얀 눈송이로 변해버렸다. 물리적인 타격 따위는 애초에 이 절대영도의 영역 안에서 성립조차 하지 않는다. ​"바다에서 몸집 불리고 있을 때나 좀 귀찮았지. 이렇게 알맹이만 똑 떨어져 나온 마당에, 네가 내 구역에서 뭘 어쩔 건데." ​나는 코어 바로 앞까지 다가가, 주머니에서 뺀 오른손을 시퍼렇게 소용돌이치는 폭풍의 눈구녕 한가운데로 거침없이 쑤셔 넣었다. ​"키기기기긱-!!" ​코어가 내 팔을 갈아버리려 미친 듯이 역회전을 걸었지만, 내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냉기가 그 회전력을 강제로 짓뭉개며 코어의 맥통을 완벽하게 틀어막아 버렸다. 쩍! 쩌저적-!! ​초고압의 기체로 이루어져 있던 코어가, 내 손아귀 안에서 완벽한 고체의 형태인 투명한 [푸른 보석]으로 굳어버렸다. 군주의 심장이, 한낱 조약돌처럼 내 손에 쥐여진 것이다. ​"아주 깔끔하네." ​방탄유리 너머에서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지켜보던 사령관과 연구원들은 턱이 빠질 듯이 입을 벌린 채 굳어버렸다. 대자연의 재앙을 맨손으로 제압해버리는 규격 외의 괴물. 그게 나다. ​나는 꽁꽁 얼어붙은 코어를 한 손에 든 채, 반대쪽 손으로 얼음 칼날(빙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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