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Chapter 71 - Chapter 80

163 Chapters

71화: Z급의 숨 가쁜 크리스마스 1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일요일) 오전 8시 ​"으음..." ​일요일 아침. 게다가 크리스마스 당일이다. 어제 아동병원 봉사를 마치고 뻗어버린 탓에, 오늘은 점심때까지 이불 속에서 꼼짝도 안 할 계획이었다. 암막 커튼을 치고, 스마트폰 알람도 다 껐다. 완벽한 늦잠 계획. 남중국해 원정의 피로가 아직 근육 구석구석에 남아 있었다. Z급이고 뭐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 ​하지만 내 야심 찬 계획은 방문을 두드리는 조심스러운, 하지만 끈질긴 노크 소리에 산산조각 났다. ​똑똑. 똑똑. ​"오빠... 주무세요?" ​하루 씨의 목소리였다. 평소보다 한 톤 높고, 묘하게 들뜬 목소리. 나는 비몽사몽간에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단정한 베이지색 코트 차림의 하루 씨가 서 있었다. ​"......?" ​잠이 확 깼다. 평소의 편한 알바 복장이나 츄리닝이 아니었다. 머리도 예쁘게 땋아 내리고, 화장도 살짝 한 상태였다. 은은한 비누 향과 섬유 유연제 향기가 훅 끼쳐왔다. ​"아, 죄송해요. 깨우려던 건 아닌데... 인기척이 없어서." "아닙니다. 무슨 일이세요? 아침부터 곱게 차려입으시고. 어디 가십니까?" "저기... 오늘 저녁에 식구들 다 같이 파티하기로 했잖아요. 이모님이 바쁘셔서 제가 장을 봐야 하는데, 짐이 좀 무거울 것 같아서요. 혹시 시간 되시면..."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말끝을 흐렸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영락없이 데이트 신청하는 소녀였다. 짐꾼이 필요하다는 건 핑계고, 이건 명백한 '데이트 신청'이었다. 거절? 하숙집 막내이자, 이 집의 듬직한 머슴으로서 그럴 순 없지. 게다가 저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왔는데 돌려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다. ​"가시죠. 세수만 하고 나갈게요. 5분만 기다리세요." ​* ​오전 9시. 자갈치 시장. ​크리스마스 당일이자 일요일이라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연말 대목을 맞은 상인들의 외침과 흥정하는 손님들의 소음이 섞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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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Z급의 숨 가쁜 크리스마스 2

오후 1시 30분. 남포동 레스토랑. ​통제구역 경계선 바로 바깥에 있는, 전망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산항 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창가 자리였다. 내 앞에는 티본스테이크와 크림 파스타가 놓여 있었다. 하와이에서 스테이크 질린다고 했는데, 미혜 누나 앞이라 그런지 군말 없이 잘만 들어갔다. ​"맛있어?" "네. 근데 누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을 줬어요? 진짜 어디 가요?" "크리스마스잖아. 너랑 단둘이 보내는 건 처음이고." ​누나가 턱을 괴고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전의 하루 씨가 '수줍은 신혼'이었다면, 오후의 미혜 누나는 '노련한 연인'의 느낌이었다. 여유가 넘쳤다. ​"너 오면 주려고 준비한 게 있어." ​누나가 의자 옆에 뒀던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 ​"자, 선물." "이게 뭔데요? 비싼 거면 안 받습니다." ​열어보니 짙은 네이비색 털목도리가 들어있었다. 브랜드 제품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코가 좀 삐뚤빼뚤하고 매듭이 어설픈 게, 100% 수제품이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게 아니라, 한땀 한땀 뜬 정성. ​"내가 짠 거야. 뉴튜브 보고 하긴 했는데... 좀 못생겼어도 하고 다녀." "오... 누나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 똥손인 줄 알았는데." "시끄러. 내 거라고 침 바르는 거니까 딴말하지 마. 다른 여자들이 못 넘보게 목줄 채우는 거야." ​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누나의 섬유 유연제 향기가 목도리에서 났다. ​"잘 어울리네. 역시 내 안목." ​매듭을 지어주던 누나의 손길이 멈췄다. 누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속눈썹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 숨소리가 섞일 듯했다. ​쪽. ​기습적인 볼 뽀뽀. 소피아 때와는 다른, 립글로스 향이 나는 진득하고 현실적인 입맞춤이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볼에 남았다. ​"이건 덤이야. 오늘 하루 종일 내 생각 해." ​누나가 여우처럼 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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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스카우트 전쟁과 철수의 결심 1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직장인들에게는 지옥 같은 요일이지만, 백수... 아니, 휴가 중인 나에게는 그저 평화로운 평일일 뿐이었다. 식구들은 모두 출근하거나 학교에 갔고, 하숙집에는 최 여사님과 나, 그리고 방구석 폐인 철수만 남아 있었다. ​"날씨 좋네." ​나는 마당 평상에 앉아 레비아탄(스마트워치)의 화면을 닦고 있었다. 어제 루돌프 코스프레하느라 붙였던 뿔 장식 떼어내고, 빨간 페인트 지우느라 정비병들이 꽤나 고생했을 거다. ​[형님. 근데 내 코 진짜 깨끗해진 거 맞아? 아직 좀 빨간 거 같은데.] "기분 탓이야. 술 덜 깨서 그래." [로봇이 술을 왜 마셔!] ​녀석과 투닥거리고 있을 때였다. ​부아아앙- ​골목 입구에서 묵직하고 정숙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트럭이나 군용차 소리가 아니었다. 기름칠 잘 된 최고급 세단의 소리. ​"뭐고? 또 뉴튜버들이가?" ​부엌에서 최 여사님이 나오셨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골목 입구 검문소의 헌병들이 차단봉을 올리고 경례를 붙이고 있었다. 정식으로 출입 허가를 받은 차량이라는 뜻이다. ​끼이익- ​대문 앞에 멈춰 선 차들은 번쩍거리는 검은색 세단 세 대였다. 가운데 차량, 엠블럼을 보니 [마이바흐]다. 회장님 차. 뒷문이 열리고, 명품 정장으로 온몸을 휘감은 중년의 남녀가 내렸다. 그들의 가슴팍에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금색 뱃지가 달려 있었다. ​[해운대 길드].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영남권 최대, 전국 랭킹 5위 안에 드는 거대 길드. 그리고... ​"어...?" ​2층 창문 틈으로 그들을 훔쳐보던 철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태, 태수야! 나 좀 숨겨도! 절대 나 있다고 하지 마라!" ​철수가 헐레벌떡 1층으로 뛰어 내려왔다. 녀석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와 그라는데? 빚쟁이가?" "아이다! 우리... 우리 엄빠다!" "뭐?" ​저 사람들이 철수 부모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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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스카우트 전쟁과 철수의 결심 2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긴요. F급 주제에 객기 부리고 나가더니, 결국 짐만 되고 있겠죠? 능력도 없는 게 자존심만 세서 원." ​윤 회장도 혀를 찼다. ​"그 녀석 보면 전해주시오. 당장 짐 싸서 집으로 들어오라고. 내 회사 경비 자리라도 하나 줄 테니, 쥐죽은 듯 살라고. 더 이상 밖에서 망신시키지 말고." ​부모님의 말이 비수가 되어 철수의 방문을 뚫고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못난 놈. 짐. 망신.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겠지만, 방식이 틀려 먹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그만하시죠." ​내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실내 온도가 순식간에 뚝 떨어졌다. [빙정]의 기운이 은연중에 흘러나왔다. 창문에 하얀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 ​"윽...?" ​S급에 준하는 A급 헌터인 윤 회장 부부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본능적인 공포. Z급의 살기는 그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철수는 짐이 아닙니다. 이 하숙집의 자랑스러운 식구고, 제 친구입니다." ​나는 그들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F급? 등급이 전부입니까? 철수 머리는 S급입니다. 국내 1위 [삼천 그룹] 수석 입사를 노리고 밤새워 공부하는 인재를 몰라보시다니, 길드장님들 눈이 옹이구멍이시네요." ​"사, 삼천 그룹...?" ​"예. 아드님은 부모님 빽 안 쓰고, 자기 힘으로 저거노트 만드는 연구원이 되겠다고 피 터지게 노력 중입니다. 그런 아들을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마셔야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십시오. 전 돈보다 의리가 중요하고, 자기 자식 귀한 줄 모르는 리더 밑에는 안 들어갑니다." ​"이, 이보게! 하 준위!" "나가시라고 했습니다." ​나는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밖에서 불어온 찬 바람보다, 내 눈빛이 더 차가웠으리라. 기세에 눌린 두 사람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고 쫓겨나듯 나갔다. ​"두고 보자... 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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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우리 오빠가 Z급인데 1

​크리스마스의 열기가 식고, 다시 평범한 일상이 찾아왔다. 연말이라 그런지 거리는 여전히 들떠 있었지만, 백수... 아니, 휴가 중인 군인에게는 그저 나른한 평일 오전일 뿐이었다. ​"아... 심심하다." ​나는 하숙집 거실 소파에 늘어져 리모컨만 까딱거리고 있었다. 철수는 삼천 그룹 면접 결과를 기다리며 도서관으로 출근했고(합격 기원!), 최 여사님은 연말 장을 보러 가셨다. 할머니는 노인정 망년회 가셨고, 미혜 누나와 하루 씨는 가게 대목이라 바쁘다. 집에는 나와 내 손목에 붙어있는 껌딱지, 레비아탄뿐이었다. ​[형님. 심심하면 게임이나 하자. 내가 국방부 서버 우회해서 미국 서버 뚫어줄게.] "됐다. Z급 동체 시력으로 게임하면 재미없어. 총알 날아오는 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데 무슨 재미냐." ​남중국해 원정 이후 일주일이 훌쩍 지났지만, 리 웨이에게서는 아직 소집 명령이 없었다. 이그니스 그놈도 조용하고, 세상은 멸망할 것 같더니 또 묘하게 평화롭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인가. 몸이 근질거려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지잉- 지잉- ​내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 [김희선 (A급 중딩 꼴통)]. ​"어, 희선아. 왜? 학교 안 갔나? 땡땡이냐?"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아니 억울해 미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햄!! 햄!! 내 좀 살려도!! 내 지금 억울해가꼬 복장 터져 죽을라 칸다!" ​"왜? 누가 괴롭히나? 괴수 나왔나?" -"아이다! 내 학교에서 허언증 환자 취급받고 있다! 애들이 내 말 안 믿는다!" ​사정은 이랬다. 희선이가 다니는 [부산 예술체육중학교]. 이제 중2인 녀석이 다니는 학교에서 오늘 5교시에 '전문직업인 초청 강연(진로의 날)' 행사가 있는데, 학교 측에서 섭외했던 B급 헌터가 당일 펑크를 냈다는 거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근데 반장 가시나가 내보고 비꼬는 거 아이가! '니네 오빠가 Z급이라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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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우리 오빠가 Z급인데 2

지잉- ​레비아탄의 외부 스피커가 학교 전체를 울렸다. 베이스가 빵빵해서 건물이 울릴 정도였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하나 둘.] [여기 2학년 3반 김희선 학생 학교 맞습니까?] ​교장 선생님이 벌벌 떨며 마이크를 잡았다. ​"마, 맞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치이익- ​레비아탄의 가슴 콕핏 해치가 열렸다.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한 남자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칼주름 잡힌 정복. 어깨에는 황금색 다이아몬드. 그리고 선글라스. ​나는 운동장 단상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벗으며 희선이가 있는 쪽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 ​"김희선 학생 보호자, 아크 부대장 하태수 준위. 일일 강사로 왔습니다." ​정적. 그리고 1초 뒤. ​"꺄아아악!!!!" ​학교가 떠나가라 함성이 터졌다. 희선이의 어깨가 성층권까지 솟아오르는 게 보였다. 녀석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었다. * ​강당. 나는 단상 위에 마련된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 전교생 500명의 눈동자가 나에게 꽂혀 있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 교장 선생님조차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하태수입니다." ​내가 입을 열자마자 여학생들이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오늘 진로 특강 펑크 났다면서요? 우리 희선이가 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밥 먹다가 숟가락 놓고 왔네요." ​나는 앞줄에 앉아 있는 희선이를 가리켰다. 녀석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반장(친구 B)을 툭툭 치고 있었다. 반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고개도 못 들고 있었다. ​"강연이라... 뭐 뻔한 얘기는 재미없고." ​나는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여기 꿈이 헌터 또는 저거노트 파일럿인 사람 손?"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예체능 중학교라 그런지 각성자 지망생이 많았다. ​"내리세요. 웬만하면 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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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Adieu 2025 1

​2025년 12월 31일. 지구 멸망이니, 대격변이니 해도 시간은 흐르고, 기어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하숙집은 아침부터 전쟁터였다. 아니, 잔치판이었다. ​"태수야! 니 힘 좀 쓰라! 이 석화(굴) 껍데기 좀 까라! 손 조심하고!" "성배 씨! 그 횟감 좀 썰어보이소! 칼 잘 든다!" ​최 여사님이 진두지휘하는 부엌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오늘 메뉴는 겨울 바다의 제왕 [대방어 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석화 찜], 그리고 얼큰한 [우럭 매운탕].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호화로운 라인업이었다. 새벽 시장에서 내가 직접 공수해 온, 펄떡거리는 놈들이었다. ​"햄! 이 굴 진짜 크다! 내 주먹만 하다!" "오빠, 이거 초장에 찍어 먹어도 돼? 지금?" ​희선이와 히나가 찜통 앞에서 침을 흘리며 기웃거렸다. ​"기다려라. 다 같이 먹어야지. 의리 없이 먼저 먹나." "치... 하나만 주지." ​식구들은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혜 누나와 하루 씨는 쑥갓과 미나리를 다듬고 있었고, 할머니는 묵은지를 꺼내 썰고 계셨다. 사람 사는 냄새. 밥 짓는 냄새. 이보다 더 완벽한 평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단 한 곳.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쥐 죽은 듯 조용한 방이 하나 있었다. ​1층 구석방. ​그곳에는 세상의 모든 근심을 짊어진 한 남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야. 윤철수. 밥 안 먹냐?" ​내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앓는 소리만 들려왔다. ​"으어어... 못 나간다... 나 찾지 마라... 내버려 둬..." ​철수였다. 오늘 오후 6시. [삼천(Samcheon) 그룹] 하반기 신입 사원 공채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다. 저거노트 연구직. 경쟁률 500대 1. F급 일반인인 녀석이 부모님 도움 없이 오로지 실력 하나로 뚫어야 하는 바늘구멍이었다. ​"야, 밥심으로 버텨야지. 나와서 방어 한 점 해라. 기름기 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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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Adieu 2025 2

​[축하합니다.] [귀하는 삼천 그룹 2026년 상반기 신입 사원 공채(연구 개발직)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배치 부서: 부산 저거노트 연구소 제1팀] ​"......" ​정적. 철수가 눈을 떴다. 화면을 봤다. 다시 눈을 비비고 봤다. 글자가 바뀌지 않았다. '축하합니다'. ​"......어?" ​철수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으아아아아아악!!!!!" ​철수가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노트북이 날아갈 뻔했다. ​"됐다! 됐다! 나 됐다!!!! 붙었다고!!!" ​"와아아아아!!!" ​하숙집이 떠나가라 함성이 터졌다. 최 여사님이 철수의 등짝을 팡팡 후려치며 통곡하셨다. ​"아이고 장하다! 내 새끼 장하다! 니가 해낼 줄 알았다!" "어머니... 저 됐어요... 진짜 됐어요..." "그래! 그래! 이제 다리 뻗고 자라!" ​미혜 누나와 하루 씨도 박수를 치며 기뻐했고, 성배 아저씨는 "내가 이럴 줄 알고 양주 꼬불쳐놨지! 오늘 다 죽자!" 하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희선이와 히나는 철수를 끌어안고 방방 뛰었다. ​"오빠, 축하해!" "햄! 한턱 쏴라! 아니, 우리가 쏜다!" ​철수가 비틀거하며 일어서더니, 나를 쳐다봤다. 녀석의 얼굴은 콧물 눈물 범벅이 되어 엉망이었다. ​"태수야... 흐어어엉..." ​"축하한다, 인마." ​나는 녀석을 꽉 안아줬다. ​"나... 나 이제 사람 구실 한다... 부모님한테... 안 부끄럽다..." "그래. 내가 뭐랬냐. 넌 F급이 아니라니까. 니 머리는 S급이라니까." ​녀석은 내 품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일어선 사내의 눈물. 그 어떤 S급 헌터의 승전보보다 값진 승리였다. 남중국해에서 괴수를 잡았을 때보다 더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 뭐 하노! 잔치해야지!" ​최 여사님이 눈물을 쓱 닦으며 소리치셨다. ​"오늘 다 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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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새해에는 떡국을 1

"으어어..."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아니, 이미 반쯤 갈라져서 뇌수가 질질 새고 있는 건 아닐까. 익숙한 내 방 천장을 노려보며 침대 위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어제 대방어 회에 굴찜을 안주 삼아 들이부었던 소주와 맥주의 혼합물들이, 위장 벽을 긁어대며 격렬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Z급 신체 능력이고 나발이고, 알코올 분해 효소 앞에서는 얄짤없다. ​"물... 물 좀..." ​갈라진 목소리로 허공에 손을 뻗는 찰나. ​"일나라!! 해가 중천이다, 이 화상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사자후와 함께 최 여사님의 등짝 스매싱이 날아들었다. ​짝-!! ​"아악!" ​정확히 명치 뒤쪽, 숙취로 뭉쳐있던 근육을 강타하는 매서운 손맛. 아프진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막혀있던 숨통이 탁 트이는 기적의 물리 치료였다. ​"어제 그리 퍼마실 때부터 내 이럴 줄 알았다! 퍼뜩 인나서 세수하고 기어 내려온나! 떡국 다 퍼졌다!" "이모... 나 속 쓰려 죽겠는데..." "속 쓰릴 땐 뜨끈한 국물이 최고다! 빨리 안 오면 니 몫은 짬통에 버릴 끼다!" ​쾅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혔다. 여사님의 협박은 빈말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좀비처럼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화장실로 향했다. 찬물로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가니, 거실은 이미 구수한 고기 육수 냄새로 진동하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태수 얼굴이 반쪽이 됐네. 이리 와 앉아라." ​할머니가 인자한 미소로 내 자리를 챙겨주셨다. 식탁 위에는 김이 펄펄 나는 커다란 대접들이 놓여 있었다. 뽀얗게 우러난 사골 국물에 얇게 썬 가래떡, 그리고 소고기 고명과 지단이 수북하게 올라간 최 여사님표 특제 떡국. 그 치명적인 비주얼을 보자마자, 반란을 일으키던 위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꼬르륵거리며 항복을 선언했다. ​"자, 다들 묵자! 새해 복 마이 받고!" ​성배 아저씨가 숟가락을 들며 선창했다. 하지만 아저씨의 표정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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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새해에는 떡국을 2

이그니스. 제2 군단장, 염마 이그니스. 놈의 압도적인 불꽃의 기운이 좌표계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홀로그램 너머로도 뚜렷하게 느껴졌다. ​[범위가 어딘지는 알겠는데, 정확한 문(Door)의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어. 이그니스 놈의 심장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차원의 틈새 좌표를 실시간으로 왜곡시키고 있거든. 놈들도 바보는 아니야. 형님이 신살창에 접근하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거지.] ​"하... 미치겠네."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기껏 자격 증명까지 다 마쳐놨더니, 정작 템을 주울 수가 없다니. 이그니스 그 자식, 싸우다 말고 튀더니 뒤에서 이런 비열한 수작을 부리고 있었단 말인가. ​"뚫고 들어갈 방법은 없어? 네 출력으로 밀어붙인다던가." [무리야. 힘으로 차원의 벽을 뚫으려다간 형님 몸이 먼저 시공간의 압력에 갈려나갈걸? 저 방해 전파를 없애려면, 원흉인 이그니스의 심장을 직접 박살 내는 수밖에 없어.] "결국 그놈부터 조져야 템을 먹을 수 있다는 소리네. 게임 참 그지같이 만들어놨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 군단장급을, 그것도 지난번에 내 목숨을 앗아갈 뻔했던 이그니스를 신살창도 없이 맨몸과 레비아탄만으로 다시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위이이잉-!! 위이이잉-!! ​그때, 짜증을 식힐 새도 없이 주머니 속의 군용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경박한 사이렌 소리. 아크 부대 직통 핫라인이었다. 불길한 예감이 척추를 타고 찌릿하게 흘러내렸다. ​"네, 하태수입니다." -[하 준위! 새해 아침부터 미안하네만, 상황이 터졌어!] ​수화기 너머 사령관님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갈라져 있었다. 주변으로 오퍼레이터들의 비명 같은 보고 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어딥니까. 남중국해 쪽입니까?" -[아니! 정반대야! 북쪽, 베링해협(Bering Strait) 한가운데서 엄청난 규모의 마력 폭풍이 관측됐네!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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