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는 남의 부탁을 들어줘 본 적이 거의 없다. 누가 부탁도 잘 안 했고. 부탁 거절하기는 없는 거야? 잘할 자신 있는데.[진정한 악녀는 들어줄 건 다 들어준다구][맞아, 은근 다 해주고 부려먹어][다 해줘야 죽일 때 맘 편하지]‘누가 부탁을 해야 말이지.’“도윤 씨, 호호. 뭐 부탁할 거 없어?”시아가 웃으며 물었다. 도윤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없는 것 같아요.”“응. 부탁 있으면 나한테 해. 무조건.”시아가 살벌하게 웃으며 말하고는 모니터에 눈을 고정했다. 버그가 무조건 발생한다는 데 모든 것을 걸고 눈에 불을 켜고 일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날따라 더욱더 말을 거는 사람이 없어 실패를 직감하던 차였다.점심시간, 다시 밥알을 세며 먹는데 도윤이 말했다.“부탁인데 밥 좀 다 먹어요, 제발!”시아의 눈이 빛났다.“너? 부탁한 거야, 나한테?”와구와구 입에 음식을 넣기 시작했다. 오늘 꼭 잔반 없이 이 모든 음식을 다 먹어치우리라. 평소보다 많이 먹어 볼록하게 나온 배를 두드리며 시아가 웃었다.“나 다 먹었다?”도윤이 헛웃음으로 답했다.‘그래도 안 먹는 것보단 낫네.’그들은 식기를 정리하고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다시 말없이 이어지는 업무. 오늘따라 그 흔한 비품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시아는 속이 더부룩해 조용히 혼자 탕비실로 향했다. 그 안에는 차를 꺼내고 있던 권이태 부장이 있었다. 이태가 느릿하게 티백을 꺼내며 시아에게 물었다.“차, 같이 드실 겁니까?”‘이건 부탁인가?’[부탁이야?][부탁 인정][그냥 의문문 아니야?]믿져야 본전인 시아가 네, 하고 대답하고는 얼른 컵 두 개를 준비했다.“일은 할 만합니까?”이태가 무미건조하게 물었다.“할 만합니다.”시아 또한 그에 맞게 대답했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차만 호로록 마셨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태가 말없이 시아를 쳐다보며 차를 마셨다. 시아가 그의 눈을 피해 다른곳을 쳐다보며 차를 후후 불었다. 이태가 다 마신 컵을 씻었다.“그럼, 좀
Last Updated : 2026-08-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