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Chapter 11 - Chapter 20

98 Chapters

11.워크숍

안 발견했어도 됐는데.발견당해버린 시아는 시끄러운 도윤과 짝이 되어 버스를 타게 되었다. 도윤은 마치 여행을 가는 사람처럼 들떠 있었다.‘1박 2일로 회식 가는 걸 왜 좋아하지?’시아는 도윤의 밝은 성격이 가끔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어떻게 자라면 저렇게 티 없이 밝게 자랄 수 있을까? 아마도 돈이 많아서겠지?잘생긴 남자인 데다 부자 한정 스윗걸인 시아는 도윤이 하는 말에 하나도 빠짐없이 대답해주었다. 귀찮아 죽겠지만 나름 인맥인데 잘해놓으면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도윤은 창밖에 뭐가 보일 때마다 시아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시아는 처음에는 꼬박꼬박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영혼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도 도윤은 혼자서 잘도 웃고 떠들었다.시아는 숙소에 도착할 때쯤에는 기가 쏙 빠져 있었다. 깊은 산속 펜션 한 채를 다 빌려 각자 짐을 풀고 강당 같은 곳으로 모였다.[꼭 게임 같이 나가.][파이팅.]누가 봐도 몸치인 시아는 매년 따로 출전하지 않고 응원만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윤과 함께 꼭 나가야 했다. 나갈 수 있을 만한 종목을 훑어내렸다.‘이인삼각!’시아는 재빨리 자신의 이름 옆에 도윤의 이름까지 써버렸다.도윤이 뒤에서 시아에게 말했다.“제 이름은 왜 쓰시는 건데요?”놀리기 위한 눈이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같…… 같이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시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피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도윤이 그런 시아의 머리통 위에 커다란 손을 떡하니 얹었다.“흠…… 확실히 재밌겠네요. 나가죠?”‘다행이다.’시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에 올려진 도윤의 큰 손이 확실한 허락의 뜻같아 그냥 내버려 두었다.둘은 이인삼각 경기에 나가기 위해 발에 끈을 묶었다. 도윤이 끈을 묶으려고 주저앉아 발치에서 꼼지락거리는 동안, 시아는 생각 없이 도윤의 등에 팔을 올려 몸을 지탱했다.도윤이 끈을 다 묶고 일어서는 순간 시아의 중심이 휘청거리며 옆으로 나자빠지려 했다. 다행히 도윤이 재빨리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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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나 많이 못됐나?

한 손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받친 채, 다른 손으로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도윤이 빨개진 얼굴로 시아의 손을 붙잡았다. 커다란 손이 시아의 손을 덮었다.“사부님, 그만 드십시오!”혀가 살짝 꼬였으나 정신을 잃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눈에 시아는 지금 위험해 보였다.“어허! 내가 먹겠다는데!”시아가 그 손을 쳐내고 넘치는 술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안 될 것 같은데…….”도윤이 걱정스레 시아의 등 뒤로 손을 받쳤다. 몸에는 닿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이태가 그 모습에 묘하게 신경이 긁혀 혼자 술을 한 잔 넘겼다.그 사이 주여가 이태를 향해 고꾸라졌다. 술에 취해서 잠이 든 것이었다. 시아가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딩’[퀘스트 성공 : 권도윤의 호감도 +1]시아가 허공을 향해 비웃으며 말했다.“죽어도 신시아다 이거야.”이태가 쓰러진 주여를 수습하는 사이 퀘스트를 마친 시아는 자리를 벌떡 일어나 숙소를 향해 걸었다. 땅이 좌우로 흔들려댔지만 시아는 멈추지 않았다. 어지러운 느낌에 벤치 하나를 발견하고는 자리에 앉아 버렸다.도윤은 그런 시아를 보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두 개 사 왔다. 포장을 까서 시아에게 건네주자 시아가 말했다.“난 소프트가 좋은데.”“으이그, 그냥 먹어요!”도윤이 얄미운 듯이 말했다. 곧이어 자신도 포장을 하나 까서 먹기 시작했다.“도윤 씨.”“네.”시아가 도윤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나 많이 못됐나?”도윤이 선뜻 대답하지는 못했다. 잠시 침묵.“…조금?”시아가 별안간 깔깔대며 웃었다.못됐긴 못됐나 보네.“그런데 대리님은 또 많이 괜찮은 사람입니다.”시아가 웃음을 멈추더니 이번에는 눈에서 토독 하고 눈물이 떨어졌다.시아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도 같이 녹아 바닥으로 토도독 떨어졌다.‘고마워.’시아는 차마 목구멍으로 이 말이 나오지 않아서 그저 도윤을 바라보며 눈물만 걷잡을 수 없이 흘렸다.도윤은 갑자기 우는 시아의 모습에 당황해서 손바닥으로 조심스레 문질문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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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도윤과 데이트

회사에 도착한 버스는 토하듯 사람들을 내뱉었다. 시아는 조용히 떠밀려 내려와 흐르듯 전철로 빨려 들어갔다. 워크숍 내내 있었던 일들이 꿈같아서, 자신이 악녀가 아니라 주인공인 듯한 착각에 얼떨떨했다.[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한걸?][보통 이쯤에서 반 정도는 탈락했어][넌 할 수 있다]시아는 눈앞에 뜨는 퀘스트 창들의 대화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래. 이건 게임 같은 거고, 지면 퇴사당하고 시스템이 돼버리는 그런 거지 같은 상황인 거라고. 비록 그들의 호의가 시스템에 의한 것일지라도 승리하면 그만이라고. 시아는 혼자서 되뇌고 또 되뇌었다.집에 도착한 시아에게 도윤이 문자를 보내왔다.[대리님 잘 들어갔어요?]시아는 문자를 읽씹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시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천장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다음 날 도윤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시아는 회사 일인가 싶어서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도윤 씨, 전화했던데?”“아, 대리님. 제가 어제 읽씹을 당해서 걱정돼서 대리님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주소를 모르지 뭐예요?”시아가 당황해서 물었다.“우리 집에? 나왔다고?”정말로 밖에 있는지 주변이 소란스러웠다.“네. 또 울……까 봐 걱정돼서 문자했는데 읽씹당해서요.”시아는 빽 소리를 질렀다.“조용히 해! 내가 나갈게. 거기 어디야?”도윤은 그제야 차분하게 역 앞에 있는 카페 하나를 말했다. 시아가 부지런히 준비하다가 벽에 걸려 있던 양복을 발견했다.‘저번에 빌린 것도 가져다줘야지.’단정한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시아는 부지런히 도윤이 있는 카페로 달려갔다. 숨이 차올라 헉헉대며 도착한 카페에는 도윤이 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여기 양복. 전에는 고마웠어.”양복부터 내미는 시아를 보고 도윤이 호탕하게 하핫 하고 웃어버렸다. 손수건을 하나 꺼내 시아에게 내밀었다. 뛰어와 땀이 범벅이 된 상태였다.“이러다가 양복 도로 입고 가셔야겠는데요?”시아는 손수건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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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삼만천원이야

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 둘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집 앞에 선 순간 도윤이 먼저 말을 꺼냈다.“문자 답장 꼭 해요. 이제.”“알았어. 집착하지 마.”웃으며 농담을 던지고 뒤를 돌던 시아의 손목을 도윤이 잡았다.“진짜 걱정되니까 꼭 해요.”시아는 그의 정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돌리며 대충 말했다.“알았다니까?”그에게 잡힌 손이 뜨거웠다. 도윤의 눈동자가 달빛 아래서 찰랑거리고 있었다.시아는 뛰어가듯 집으로 들어갔다. 두근대는 심장은 분명 뛰어서 그러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따로있었다. 시아는 재빨리 외출복을 벗고 제일 먼저 로또를 펼쳤다.‘딩’[퀘스트 성공 - 로또 당첨]1, 5, 29, 33, 35……“오천 원 당첨이잖아!!”시스템의 농간에 시아가 절규했다. 퇴사의 꿈은 저 멀리 사라졌다.한 줌의 재가 된 시아는 넋을 놓고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시스템을 믿은 내가 바보지.’시아는 꼼짝도 하지 않고 한동안 그려왔던 퇴사 후 라이프를 마음속으로 정리했다.망할 시스템. 이건 기만이다. 시아가 허공에 대고 욕을했다.황금같은 일요일이 스쳐 지나가고 다시 월요일이 돌아왔다. 시아는 좀비처럼 터덜터덜 회사로 향했다.자리에 앉으니 도윤이 돌고래 인형에게 인사를 했다.“이름 지어줬어요?”“지어줘야 해?”도윤이 소근거리니 덩달아 속삭이는 시아였다.“그럼요! 제가 준 첫 선물인데!”도윤이 한껏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알았어, 얘는 삼만천원이야.”“그게 뭐예요!”도윤이 작게 성질을 냈다. 시아는 그 모습을 보고 꺄르륵 웃었다.이태가 지나가다가 그 둘의 모습을 봤다. 묘하게 도윤과 격 없어 보이는 시아의 모습이 자꾸 눈에 걸렸다. 자신과 있을 땐 그렇게 경직되던 여자가 도윤 앞에서는 허물없이 굴었다.이태는 이 감정의 이름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 언제나처럼 가면을 한 겹 뒤집어쓰고 그는 부장실로 들어갔다.본격적인 대규모 업데이트의 시작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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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부탁이야?

시아는 남의 부탁을 들어줘 본 적이 거의 없다. 누가 부탁도 잘 안 했고. 부탁 거절하기는 없는 거야? 잘할 자신 있는데.[진정한 악녀는 들어줄 건 다 들어준다구][맞아, 은근 다 해주고 부려먹어][다 해줘야 죽일 때 맘 편하지]‘누가 부탁을 해야 말이지.’“도윤 씨, 호호. 뭐 부탁할 거 없어?”시아가 웃으며 물었다. 도윤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없는 것 같아요.”“응. 부탁 있으면 나한테 해. 무조건.”시아가 살벌하게 웃으며 말하고는 모니터에 눈을 고정했다. 버그가 무조건 발생한다는 데 모든 것을 걸고 눈에 불을 켜고 일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날따라 더욱더 말을 거는 사람이 없어 실패를 직감하던 차였다.점심시간, 다시 밥알을 세며 먹는데 도윤이 말했다.“부탁인데 밥 좀 다 먹어요, 제발!”시아의 눈이 빛났다.“너? 부탁한 거야, 나한테?”와구와구 입에 음식을 넣기 시작했다. 오늘 꼭 잔반 없이 이 모든 음식을 다 먹어치우리라. 평소보다 많이 먹어 볼록하게 나온 배를 두드리며 시아가 웃었다.“나 다 먹었다?”도윤이 헛웃음으로 답했다.‘그래도 안 먹는 것보단 낫네.’그들은 식기를 정리하고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다시 말없이 이어지는 업무. 오늘따라 그 흔한 비품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시아는 속이 더부룩해 조용히 혼자 탕비실로 향했다. 그 안에는 차를 꺼내고 있던 권이태 부장이 있었다. 이태가 느릿하게 티백을 꺼내며 시아에게 물었다.“차, 같이 드실 겁니까?”‘이건 부탁인가?’[부탁이야?][부탁 인정][그냥 의문문 아니야?]믿져야 본전인 시아가 네, 하고 대답하고는 얼른 컵 두 개를 준비했다.“일은 할 만합니까?”이태가 무미건조하게 물었다.“할 만합니다.”시아 또한 그에 맞게 대답했다. 그들은 한동안 말없이 차만 호로록 마셨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태가 말없이 시아를 쳐다보며 차를 마셨다. 시아가 그의 눈을 피해 다른곳을 쳐다보며 차를 후후 불었다. 이태가 다 마신 컵을 씻었다.“그럼, 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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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단 잡숴 봐

“아…… 네. 전철까지만. 호호.”그렇게 시아와 지훈은 함께 로비를 빠져나갔다. 이태가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꽉 쥐었다. 지훈은 나이가 몇 살이냐는 질문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생각보다 말을 잘 꾸려나갔다. 시아는 대답을 계산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감을 뒀다.지하철역 앞에서 지훈이 수줍게 말했다.“진짜 첫눈에 반한 건 처음이라서요. 무례했으면 죄송합니다.”그제야 시아는 지훈의 얼굴을 제대로 봤다. 큰 눈에 남자다운 코, 굳게 닫힌 입술. 키도 크고 시아가 좋아하는 멋있는 사람 축에 속했다.“토요일에 식사… 부담스러우실까요?”“아니에요!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시아는 꾸벅 인사하고 얼굴에 부채질을 해가며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첫눈에 반했다고 해주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시아의 마음에 속도 없이 불이 붙었다. 잘생겼는데 노빠꾸 직진남에게 안 흔들릴 여자 나와 보라 그래. 집에 가는 내내 머릿속에서 ‘첫눈에 반해서’가 무한 재생됐다. 손부채질이 끝나지 않았다. 시아는 집에서도 자기 전에 이불을 한 번 걷어찼다.다음 날 출근한 시아는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지훈에게서 연락이 잔뜩 와 있었다.“잘 잤어요?”“회사 갔어요?”“많이 덥죠?”시아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장을 보냈다. 지훈은 소방관이었고, 시아처럼 규칙적으로 근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도윤이 옆자리에서 빈정거리며 말을 붙였다.“좋으십니까?”시아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여의 귀가 그 대화에 쫑긋 섰다. 아무래도 제 오빠와 관련된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더 잘 들렸다.점심시간에도 평소 찍지도 않던 식판 사진을 찍어 지훈에게 보냈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휴대폰만 만지고 있는 시아를 세 쌍의 눈동자가 쳐다봤다. 시아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혼자 킥킥댔다.그 모습에 도윤이 시아의 반찬을 하나 와앙 하고 훔쳐 먹었다. 시아는 별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이야기를 지훈에게 적어 보내느라 바빴다. 도윤이 쳐다보지도 않는 시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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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이제 알겠다.

근처에 공원이 있어 소화도 시킬 겸 걷기로 했다.지훈과 시아가 공원으로 향하던 중, 지훈이 자연스럽게 걷는 척 시아의 손을 잡았다. 시아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굳이 빼지는 않았다. 하늘은 맑았고 공원의 풀들은 푸르렀다. 바람마저 달콤한 순간이었다.그때 자전거에서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지훈은 거침없이 아이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팔과 다리를 확인하고 상처 부위를 살폈다.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더니 반창고를 꺼냈다. 아이의 상처에 턱하니 붙여주고는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시아의 눈에 그 모습이 너무나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심장이 멎어버렸다. 다시 시아에게 달려오는 지훈을 보며 시아는 인정했다.‘저 사람은 진짜 괜찮은 사람이다.’어느 정도 걷던 둘은 시내로 들어가 놀거리를 찾았다. 시아는 예쁘게 하고 온 김에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었다. 지훈을 데리고 인생네컷에 들어가 어색하게 포즈를 잡았다.지훈도 처음에는 어색해했으나 다음 장으로 갈수록 점점 능글맞게 잘 찍었다. 시아는 꾸미기 버튼을 눌러 지훈의 머리 위로 귀여운 별 하나를 박았다. 지훈이 펜을 이어 잡고는 하트 모양 이모티콘을 둘 사이에 박아 넣었다.시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었다. 지훈이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자연스럽게 한 손에는 사진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마주 잡은 채 밖으로 나왔다.그날 저녁, 지훈은 시아를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막상 헤어지려니 둘 다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잡고 있던 손에도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지훈이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시아 씨, 조금 급하지만 저랑 사귀어 주실래요?”시아는 잠시 지훈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하루 종일 자신을 향해 웃던 얼굴이 지금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생각해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좋아요!”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지훈의 볼에 먼저 쪽 소리 나게 입맞춤을 하고는 도망가듯 집으로 들어갔다.영혼이 나가버린 지훈은 볼을 만지작거리며 실실 웃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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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입맞춤

시아는 이제 연인이된 그의 투박한 손을 꼬물꼬물 잡고 지하철을 탔다. 처음 연애하는 연인들의 풋풋함이 그들 주위에 오라처럼 퍼져 있었다. 보는 이마저 설레게 하는 둘은 서로 어색하게 존댓말로 대화했다.“안 힘드세요?”시아가 지훈에게 조심스레 물었다.“하나도 안 힘든데요?”지훈이 시아의 손을 더 꽉 움켜쥐며 말했다.“시아 씨는 안 힘듭니까?”“힘들었는데 지금은 안 힘든 것 같아요.”시아가 솔직한 느낌을 지훈에게 말했다. 지훈은 얼굴이 달아올라 남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시아 씨는... 생각보다 직설적이신 것 같아요.”시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표현이... 심장이 너무 아픕니다.”그제서야 시아는 푸흡 웃었다. 그냥 있는 대로 말한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심장이 뛸 일인가? 이해는 안 갔지만 지금의 지훈은 충분히 귀여웠다. 시아는 까치발을 올려 지훈의 머리를 쓰담쓰담해 줬다. 지훈의 얼굴이 어디까지 빨개질지도 궁금했다. 이러다가 지훈이 익어버릴까봐 시아는 웃으며 손을 뗐다. 손을 잡고 집으로 걷는 길은 꽤 길었다.둘은 별빛 아래 한참을 걸어 집 앞에 도착했다. 지훈이 시아의 손을 놔주지 않았다. 시아도 억지로 빼지 않았다. 늦은 밤 동네는 조용했고 지훈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아는 대충 눈치채고 눈을 감고 기다렸다. 곧이어 머뭇거리던 지훈의 입술이 시아의 입술에 닿았다. 시아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술이 정말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 입술만 닿았을 뿐인데 밤하늘을 지훈과 손잡고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지훈이 짧은 입맞춤을 끝내고 시아의 얼굴을 엄지손으로 쓰다듬었다.“들어가요.”담백하게 보내주는 지훈이 더 마음에 든 시아는 한 번 더 지훈의 입에 쪽 하고 입맞춤을 한 뒤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갔다. 지훈은 하하 웃으며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조명은 깜빡이는데 지훈의 얼굴은 신호등마냥 붉게 불이 켜져 있었다. 지훈은 시아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시아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방정맞게 발을 동동 굴렀다. 잠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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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진정하시죠

‘그거구나.’“대리님보다 중요한 일이 있나 보죠.”“내 이야기 아니야!”시아가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붉히며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목적을 달성한 도윤이 음흉하게 웃으며 그 옆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시아는 문자를 하나 더 할까 고민하다가 자존심에 핸드폰을 내려놨다. 언젠간 답장이 오겠지. 매달리는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집착하는 여자로는 더욱!야근을 마치고 로비로 내려온 시아의 눈앞에 구릿빛 피부의 지훈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고 있었다. 시아는 언제 서운했냐는 듯 팔 벌려 지훈에게 뛰어갔다.“뭐예요, 말도 없이.”시아가 괜히 입을 삐죽 내밀었다.“빨리 퇴근하고 데리러 오려고 그랬어요. 미안해요.”시아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로비를 나갔다. 주여가 그 모습을 보고 떫떠름해했다. 도윤도 그 모습을 보고 차갑게 눈동자를 식혔다.시아는 오늘 있었던 화재 이야기에 대해서 물어봤다.“작은 소형 가전에서 난 불이었어요. 빨리 잡아서 다행이었어요.”시아가 지훈의 몸 곳곳을 확인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보려는 듯했다. 지훈이 다친 곳은 없다고 계속 확인시켜 줘도 믿지 못하는 눈초리로 쳐다봤다.“소방관이라 멋있었는데, 소방관이라 지금은 불안하네요.”시아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지훈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시아를 바라보며 껴안았다.“조심할게요.”시아는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는 것을 느끼며 말없이 지훈의 품에 한동안 안겨 있었다. 시아를 껴안은 팔뚝의 근육들이 어쩐지 듬직해 보였다. 시아는 오늘도 손을 잡고 한참을 걸어 집까지 같이 갔다.“아쉽다.....”지훈이 시아의 손끝을 잡으며 떨어지기 아쉬워했다. 시아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시아는 오늘도 뽀뽀가 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아쉬워하며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시아를 돌려세워 지훈이 입을 맞춰왔다. 껌을 하나 씹었는지 민트향이 나고 있었다. 첫날보다 조금 더 길게 입을 맞추고는 씨익 웃으며 떨어지는 지훈이었다.“토요일에 하루 종일 같이 있어요.”시아가 먼저 용기를 내어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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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문 닫지 마!

시아가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 비품실 문이 열리고 주여가 들어왔다.“부장님? 신 대리님!”주여의 눈에 눈을 감은 시아가 보였다. 부장이 들어오지 말라고 손짓했지만 이미 주여는 신 대리 옆으로 뛰어들어왔다.‘쾅.’“....”희미해지는 정신 속에 시아는 보았다.[퀘스트 성공 - 야근 끝]다행히 주여에게 핸드폰이 있었다. 시아는 또다시 이태의 등에 업히는 신세가 되었다. 주여가 도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도윤이 후다닥 들어와 문을 열었다.이태와 주여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문 닫지 마!”도윤은 놀라서 손으로 문을 꽉 잡았다. 이태가 열린 문 사이로 시아를 업고 병원으로 뛰었다. 다 젖어 축 늘어진 여자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헉헉대며 응급실로 들어선 이태는 시아의 속옷이 다 비치는 옷을 보고 조용히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었다.수액을 맞자 시아는 빠르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해는 져가고 있었고, 자신의 옆에는 권이태 부장이 앉아 있었다.“이번엔 탈진이랍니다.”보고서를 보고하는 것마냥 이태가 말했다.“푸흡.”“웃깁니까?”이태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더 터진 시아가 참지 못하고 하하하 소리를 내어 웃었다.그때 커튼이 열리고 지훈이 숨을 헉헉대며 들어왔다.“괜찮아요?”시아는 두 남자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했다.지훈이 부장을 향해 말했다.“시아 씨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이태는 딱히 별말을 하지 않았다. 느릿하게 앉아 있던 자리를 비켜줬을 뿐이었다.지훈이 이태의 얼굴을 보고서는 냉큼 자리에 앉아 시아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놀랐어요. 무슨 일이에요?”시아가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을 보며 이태가 병원 밖으로 나섰다.지금 비켜줘야 하는 상황이 맞는데 이상하게 열이 올랐다. 애써 구해놓은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는 기분이랄까.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여자였다. 왜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일까.이태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머리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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