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1.워크숍

Author: 엣뀽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2 13:39:13

안 발견했어도 됐는데.

발견당해버린 시아는 시끄러운 도윤과 짝이 되어 버스를 타게 되었다. 도윤은 마치 여행을 가는 사람처럼 들떠 있었다.

‘1박 2일로 회식 가는 걸 왜 좋아하지?’

시아는 도윤의 밝은 성격이 가끔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어떻게 자라면 저렇게 티 없이 밝게 자랄 수 있을까? 아마도 돈이 많아서겠지?

잘생긴 남자인 데다 부자 한정 스윗걸인 시아는 도윤이 하는 말에 하나도 빠짐없이 대답해주었다. 귀찮아 죽겠지만 나름 인맥인데 잘해놓으면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

도윤은 창밖에 뭐가 보일 때마다 시아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시아는 처음에는 꼬박꼬박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영혼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도 도윤은 혼자서 잘도 웃고 떠들었다.

시아는 숙소에 도착할 때쯤에는 기가 쏙 빠져 있었다. 깊은 산속 펜션 한 채를 다 빌려 각자 짐을 풀고 강당 같은 곳으로 모였다.

[꼭 게임 같이 나가.]

[파이팅.]

누가 봐도 몸치인 시아는 매년 따로 출전하지 않고 응원만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윤과 함께 꼭 나가야 했다. 나갈 수 있을 만한 종목을 훑어내렸다.

‘이인삼각!’

시아는 재빨리 자신의 이름 옆에 도윤의 이름까지 써버렸다.

도윤이 뒤에서 시아에게 말했다.

“제 이름은 왜 쓰시는 건데요?”

놀리기 위한 눈이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같…… 같이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시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피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도윤이 그런 시아의 머리통 위에 커다란 손을 떡하니 얹었다.

“흠…… 확실히 재밌겠네요. 나가죠?”

‘다행이다.’

시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둘은 이인삼각 경기에 나가기 위해 발에 끈을 묶었다. 도윤이 끈을 묶으려고 주저앉아 발치에서 꼼지락거리는 동안, 시아는 생각 없이 도윤의 등에 팔을 올려 몸을 지탱했다.

도윤이 끈을 다 묶고 일어서는 순간 시아의 중심이 휘청거리며 옆으로 나자빠지려 했다. 다행히 도윤이 재빨리 허리를 감싸 안아 시아를 잡아챘다.

뜨거운 손이 허리에 닿자 시아가 삐그덕거렸다. 도윤이 빙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끈을 묶는 사람 몸에 기대면 어떻게 해요?”

시아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사과했다.

“미…… 미안!”

“미안하면 잘해봐요.”

도윤이 웃으며 시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가까이 붙여놓고 보니 생각보다 체구가 작았다. 도윤은 어쩐지 웃음이 나와 하핫 웃으며 구령을 맞춰 앞으로 나아갔다.

구령을 맞추며 연습하던 시아와 도윤이 출발선에 섰다. 긴장한 시아가 도윤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도윤이 움찔하며 온몸에 살짝 힘을 넣었다.

‘준비.’

‘탕!’

시작하자마자 시아가 박자를 놓쳐 쿠당탕 엎어졌다. 무릎이 조금 까져 피가 배어 나왔다. 도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시아가 일어나 다시 도윤의 허리를 잡았다.

“하나, 둘. 하나, 둘.”

처음 몇 걸음은 계속 발이 엉켰지만, 도윤이 시아의 속도에 맞춰 보폭을 줄였다. 시아도 이를 악물고 구령을 따라갔다. 구령을 맞춰 앞으로 나아간 둘은 비록 꼴찌였지만 완주할 수 있었다.

시아를 벤치로 데리고 간 도윤이 무릎의 상태를 봤다. 멀리서 하얀 조끼를 입은 이태가 구급상자를 들고 뛰어왔다. 도윤의 옆으로 들어온 이태가 무릎을 꿇고 앉아 시아의 무릎에 솜을 톡톡 문질렀다.

시아가 생각보다 쓰라려 쓰읍 소리를 내며 아픔을 참았다. 이태가 잠시 시아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무심하게 연고를 면봉에 발라 더욱더 살살 상처를 두드렸다. 시아가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도윤이 가장 큰 반창고를 떼서 무릎에 턱하니 붙여줬다.

“감사합니다.”

이태는 주섬주섬 쓰레기들을 치우고 가볍게 목례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

도윤이 상처에 얼굴을 기웃대며 괜찮냐고 물었다.

‘아파!’

“괜찮아요. 호호호.”

“제가 보폭이 너무 컸죠.”

도윤은 자신을 탓하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딩.’

[퀘스트 성공 : 권도윤의 호감도 +1]

무릎을 갈아서 퀘스트를 성공했다.

도윤은 그 뒤로 똥강아지처럼 시아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시아가 뭘 하려 하면 도윤이 먼저 나서서 전부 해치워버렸다. 나름 편리해서 시아는 딱히 따로 말하지 않았다.

윈윈 조합이랄까?

숙소로 찢어져서야 헤어진 그들은 저녁 회식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이태와 주여가 나란히 앉아 있었고 그 앞을 시아와 도윤이 채웠다.

드디어 이 워크숍의 본 목적인 하루 날 잡고 술 먹기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테이블마다 웃음소리가 터졌다. 낮에 운동회를 하느라 지쳐 있던 직원들도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금세 목소리가 커졌다. 시아 역시 익숙하게 소주와 맥주병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시아는 폭탄주를 제조하면서 도윤에게 슬슬 가르쳐줄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컵은 이렇게 올리고 양은 이 정도?”

“해봐도 될까요?”

손을 탁 들어 올리며 시아가 거절했다.

“나중에 나랑 따로 연습하고 지금은 내가 할게.”

“오오, 네 사부님!”

시아는 턱을 치켜들며 폭탄주를 제조했다. 모두에게 상냥하게 한 잔씩 권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딩.’

[퀘스트 : 여자 주인공 먼저 술 취하게 만들기

성공 시 : 권도윤 +1 / 실패 시 : 권이태 +1]

이게 무슨 퀘스트냐? 어쩌라는 거냐? 성공하라는 거냐? 실패하라는 거냐? 뭘 하라는 거냐? 즐기라는 거냐?

시아는 두 남자 중 하나를 골라서 퀘스트를 수행해야 했다.

‘그래도 도윤이가 편하니까.’

시아는 주여를 취하게 하기로 결심했다. 오늘 같은 날 안 취하는 게 더 이상하다. 몸은 고됐고, 정신은 갉혔다. 시아는 양심을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시아는 신나서 폭탄주 묘기를 보여주며 주여의 잔을 채워주었다.

“시아 씨는 폭탄주를 어떻게 이렇게 잘해. 나도 나중에 알려줘.”

주여가 살짝 취기가 올랐는지 흥겨워 말했다.

‘너는 아무도 안 시키니까 몰랐겠지.’

시아가 속으로는 비아냥대면서 눈으로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과장님. 호호호호.”

이태가 그렇게 웃는 시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속마음을 읽힌 것 같아 재빨리 눈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시아 씨는 취한 적이 별로 없군요.”

이태가 시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잔을 들어 건배를 하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잔을 받아들며 시아가 대답했다.

“술이 조금 센 편입니다. 호호.”

술을 한 잔 쭉 들이켰다.

시아는 자신 있었다.

그러나 몇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버스에서 무리해서 정신력을 쓴 것, 운동회에서 무리해서 체력을 쓴 것.

목으로 넘어가는 술이 오늘따라 유난히 화끈했다.

취하지 않을 것 같았던 시아의 몸이 빠르게 무너졌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13.도윤과 데이트

    회사에 도착한 버스는 토하듯 사람들을 내뱉었다. 시아는 조용히 떠밀려 내려와 흐르듯 전철로 빨려 들어갔다. 워크숍 내내 있었던 일들이 꿈같아서, 자신이 악녀가 아니라 주인공인 듯한 착각에 얼떨떨했다.[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한걸?][보통 이쯤에서 반 정도는 탈락했어][넌 할 수 있다]시아는 눈앞에 뜨는 퀘스트 창들의 대화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래. 이건 게임 같은 거고, 지면 퇴사당하고 시스템이 돼버리는 그런 거지 같은 상황인 거라고. 비록 그들의 호의가 시스템에 의한 것일지라도 승리하면 그만이라고. 시아는 혼자서 되뇌고 또 되뇌었다.집에 도착한 시아에게 도윤이 문자를 보내왔다.[대리님 잘 들어갔어요?]시아는 문자를 읽씹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시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천장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다음 날 도윤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시아는 회사 일인가 싶어서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도윤 씨, 전화했던데?”“아, 대리님. 제가 어제 읽씹을 당해서 걱정돼서 대리님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주소를 모르지 뭐예요?”시아가 당황해서 물었다.“우리 집에? 나왔다고?”정말로 밖에 있는지 주변이 소란스러웠다.“네. 또 울……까 봐 걱정돼서 문자했는데 읽씹당해서요.”시아는 빽 소리를 질렀다.“조용히 해! 내가 나갈게. 거기 어디야?”도윤은 그제야 차분하게 역 앞에 있는 카페 하나를 말했다. 시아가 부지런히 준비하다가 벽에 걸려 있던 양복을 발견했다.‘저번에 빌린 것도 가져다줘야지.’단정한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시아는 부지런히 도윤이 있는 카페로 달려갔다. 숨이 차올라 헉헉대며 도착한 카페에는 도윤이 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여기 양복. 전에는 고마웠어.”양복부터 내미는 시아를 보고 도윤이 호탕하게 하핫 하고 웃어버렸다. 손수건을 하나 꺼내 시아에게 내밀었다. 뛰어와 땀이 범벅이 된 상태였다.“이러다가 양복 도로 입고 가셔야겠는데요?”시아는 손수건을 받아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12.나 많이 못됐나?

    한 손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받친 채, 다른 손으로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도윤이 빨개진 얼굴로 시아의 손을 붙잡았다.“사부님, 그만 드십시오!”혀가 살짝 꼬였으나 정신을 잃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눈에 시아는 지금 위험해 보였다.“어허! 내가 먹겠다는데!”시아가 그 손을 쳐내고 넘치는 술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안 될 것 같은데…….”도윤이 걱정스레 시아의 등 뒤로 손을 받쳤다. 몸에는 닿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이태가 그 모습에 묘하게 신경이 긁혀 혼자 술을 한 잔 넘겼다.그 사이 주여가 이태를 향해 고꾸라졌다. 술에 취해서 잠이 든 것이었다. 시아가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딩’[퀘스트 성공 : 권도윤의 호감도 +1]시아가 허공을 향해 비웃으며 말했다.“죽어도 신시아다 이거야.”이태가 쓰러진 주여를 수습하는 사이 퀘스트를 마친 시아는 자리를 벌떡 일어나 숙소를 향해 걸었다. 땅이 좌우로 흔들려댔지만 시아는 멈추지 않았다. 어지러운 느낌에 벤치 하나를 발견하고는 자리에 앉아 버렸다.도윤은 그런 시아를 보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두 개 사 왔다. 포장을 까서 시아에게 건네주자 시아가 말했다.“난 소프트가 좋은데.”“으이그, 그냥 먹어요!”도윤이 얄미운 듯이 말했다. 곧이어 자신도 포장을 하나 까서 먹기 시작했다.“도윤 씨.”“네.”시아가 도윤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나 많이 못됐나?”도윤이 선뜻 대답하지는 못했다. 잠시 침묵.“…조금?”시아가 별안간 깔깔대며 웃었다.못됐긴 못됐나 보네.“그런데 대리님은 또 많이 괜찮은 사람입니다.”시아가 웃음을 멈추더니 이번에는 눈에서 토독 하고 눈물이 떨어졌다.시아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도 같이 녹아 바닥으로 토도독 떨어졌다.‘고마워.’시아는 차마 목구멍으로 이 말이 나오지 않아서 그저 도윤을 바라보며 눈물만 걷잡을 수 없이 흘렸다.도윤은 갑자기 우는 시아의 모습에 당황해서 손바닥으로 조심스레 문질문질 눈물을 닦아줬다. 수도꼭지마냥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11.워크숍

    안 발견했어도 됐는데.발견당해버린 시아는 시끄러운 도윤과 짝이 되어 버스를 타게 되었다. 도윤은 마치 여행을 가는 사람처럼 들떠 있었다.‘1박 2일로 회식 가는 걸 왜 좋아하지?’시아는 도윤의 밝은 성격이 가끔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어떻게 자라면 저렇게 티 없이 밝게 자랄 수 있을까? 아마도 돈이 많아서겠지?잘생긴 남자인 데다 부자 한정 스윗걸인 시아는 도윤이 하는 말에 하나도 빠짐없이 대답해주었다. 귀찮아 죽겠지만 나름 인맥인데 잘해놓으면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도윤은 창밖에 뭐가 보일 때마다 시아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시아는 처음에는 꼬박꼬박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영혼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도 도윤은 혼자서 잘도 웃고 떠들었다.시아는 숙소에 도착할 때쯤에는 기가 쏙 빠져 있었다. 깊은 산속 펜션 한 채를 다 빌려 각자 짐을 풀고 강당 같은 곳으로 모였다.[꼭 게임 같이 나가.][파이팅.]누가 봐도 몸치인 시아는 매년 따로 출전하지 않고 응원만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윤과 함께 꼭 나가야 했다. 나갈 수 있을 만한 종목을 훑어내렸다.‘이인삼각!’시아는 재빨리 자신의 이름 옆에 도윤의 이름까지 써버렸다.도윤이 뒤에서 시아에게 말했다.“제 이름은 왜 쓰시는 건데요?”놀리기 위한 눈이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같…… 같이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시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피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도윤이 그런 시아의 머리통 위에 커다란 손을 떡하니 얹었다.“흠…… 확실히 재밌겠네요. 나가죠?”‘다행이다.’시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둘은 이인삼각 경기에 나가기 위해 발에 끈을 묶었다. 도윤이 끈을 묶으려고 주저앉아 발치에서 꼼지락거리는 동안, 시아는 생각 없이 도윤의 등에 팔을 올려 몸을 지탱했다.도윤이 끈을 다 묶고 일어서는 순간 시아의 중심이 휘청거리며 옆으로 나자빠지려 했다. 다행히 도윤이 재빨리 허리를 감싸 안아 시아를 잡아챘다.뜨거운 손이 허리에 닿자 시아가 삐그덕거렸다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10.소문x2

    아니. 안 한다. 이 모태솔로들아. 지금 고백각도 아니고 성공해도 문제, 실패해도 문제다. 그냥 무슨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을 선택하겠다.[잘 선택해.][그래. 곱하기는 다 조심해야 해.]시아는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이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표정이다. 가끔 보여주는 사회용 미소가 시아는 묘하게 더 불편했다. 시아는 답답한 분위기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부장님.”“네.”“사회용 미소 그거 별로예요. 지금이 나아요.”이태가 바로 사회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악!”“이거 말입니까? 저도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까요?”이태가 다시 태연한 무표정으로 대꾸했다.“저한테는 사회생활 안 하시네요?”“해드릴까요?”인조 미소를 띠우며 시아에게 장난을 치는 이태였다.시아가 결국 참지 못하고 푸핫 하고 웃어버렸다. 아무도 모르는 부장님의 개구쟁이 같은 면을 알게 돼서 그런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부장님, 아까 저 업고 뛰어서 병원 오신 거 맞죠?”“네.”어쩐지 무표정인데도 이태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아있어요!”“괜찮습니다. 직원 복지입니다.”이태가 말하며 슬쩍 입가를 가렸다. 처음 보는 행동이었다. 시아는 어쩐지 그가 귀여워 웃음이 터져 나왔다.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포커페이스로 돌아온 이태는 수액이 다 들어갈 때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정말 최고의 회사 복지였다.‘딩’[퀘스트실패 - 소문X2]그리고 다음 날.시아는 곱하기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신시아 씨가 권이태 부장을 꼬시려고 앞에서 쓰러진 척 연기했다.’‘신시아가 몸으로 권이태를 꼬셨다.’‘신시아가 김주여를 죽이려고 했다.’‘그들은 삼각관계였다.’‘권이태가 주여를 만나면서 시아와 바람을 피웠다.’‘그래서 병원에 둘만 남아 있었는데 무엇을 했을지 모른다.’아침드라마 한 편이 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곧 기자가 들이닥쳐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09.이태의 이상형

    “길고 긴 러브샷을 끝내고 다시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시아는 가방을 들고 몰래 살금살금 음식점 밖으로 빠져나갔다.“어디 가십니까?”아까 그 개발팀 직원이었다.“데려다드리면 안 됩니까?”응, 안 됩니다.직원은 많이 취해 보였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시아가 재빨리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팔을 잡혀버렸다.“저 생각보다 괜찮은 놈입니다. 왜 알아보지도 않고 싫어하십니까?”“아니요, 안 싫어요. 호호호. 팔 좀 놔주실래요?”개발팀 직원이 고개를 들어 시아를 정면으로 쳐다봤다.“그러면 저 만나주실 겁니까?”시아가 난색을 보였다.“죄송합니다.”시아의 팔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아악, 아파요.”그때 밖으로 나온 이태가 개발팀 직원의 손아귀를 세게 잡아 벌렸다.“그만하시죠.”이태의 키와 덩치에 눌린 직원이 황급히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이태가 손목을 놓자 직원은 다급하게 회식 장소로 뛰어 들어갔다.이태가 말했다.“저 직원은 교육 조치 해놓겠습니다.”“아, 감사합니다.”시아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잡혔던 팔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멍이 들 기세였다.팔을 내려다보며 ‘힝’ 하고 작게 울고는 이태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 했다. 이태가 붉어진 팔뚝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데려다주겠습니다.”“아니.”[미쳤어?!][거절을 거절해!][지금이 기회인데!]“너무 감사합니다.”시아의 태세 전환은 빨랐다.이태는 ‘잠시만’이라고 하더니 회식 장소로 돌아가 옷가지를 챙겨 나왔다. 대리기사를 불러 내비게이션에 시아의 집 주소를 찍어 넣었다.차 뒷좌석에 같이 앉았지만 할 말은 없는 이상한 상태가 되었다.‘퀘스트 뭐 해.’[우리도 예상 못 했어. 기다려.]예상은 시아도 못 했다.이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시아 씨는 제가 불편합니까?”시아가 질문의 의도를 몰라 이태를 쳐다봤다.“……네.”이태가 고개를 돌려 시아와 눈을 맞췄다.“그러면 왜 자꾸 따라다닙니까?”시아는 이태와 눈동자가 맞닿자 시선을

  • 남주를 빼앗으라는데, 진짜 빼앗아버렸다.   08.러브샷!러브샷!

    다행히 웬만한 것들은 다 환불 처리를 받아줬다. 시아는 피눈물을 흘리며 허공을 바라보다가 꾸짖었다.“돈 문제는 예민하니까 이런 건 미리 말해 줘.”시아는 다른 건 다 참아도 경제적인 문제는 못 참았다.[미안해][쏘리해][누가 사래?]마지막에 누구야. 너 당장 이 방에서 나가!시아는 발로 이불을 뻥뻥 차며 오늘 했던 모든 일들을 후회했다.“맞다, 양복.”밤이 늦었지만 24시간이니까 열려 있겠지 하며 빠르게 양복을 찾으러 갔다. 비싼 양복이라고 했는데 이걸 잊고 있다니, 신시아 네가 미쳤구나.소중한 양복을 찾아서 집에 고이 걸어 놓고 악몽을 꾸며 잠이 들었다. 분명 몸은 자고 있는데 어느새 영혼이 퀘스트 창이 돼서 악녀들과 같이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안 돼, 안 돼!”시아가 허공에 손을 저으며 일어났다.[그렇게 싫었어?][그러면 남자 주인공과 사귀면 돼][여자 주인공이 되어 줘]아침부터 심란하게 퀘스트 창이 말을 걸었다. 제일 먼저 보는 게 문자도 아니고 퀘스트 단톡방이라니. 심지어 탈퇴도 할 수가 없다.세안 후 단정한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었다. 미인계가 안 된다면 일 잘하는 멋진 누나 스타일로 꼬셔 주겠다.‘퀘스트들, 들었지? 오늘의 콘셉트는 일 잘하는 멋진 누나야. 알았어?’[옛썰][알았썰][일 못하잖아]마지막에 너 누구냐고. 나중에 찾아가게 된다면 너의 목부터 조르겠다.시아는 뿌득뿌득 이를 갈며 회사로 향했다.오늘 칼퇴를 하고 불금을 제대로 즐겨 버리겠다. 그동안의 스트레스들이여. 곧 천도시켜 주마.시아가 목례로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아서 누구보다 미친 듯이 일을 했다. 버그를 오늘 안으로 다 끝장내겠다는 일념으로 찾고 또 찾고 찾아 버렸다.불타는 클릭을 하는 모습을 본 도윤이 궁금해서 물어봤다.“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아니? 없는데?”말 시키지 마라. 바쁘니까. 직장인의 금요일은 건드리는 거 아니란다.시아는 말 한마디 없이 거북목으로 컴퓨터를 들여다봤다. 이태가 지나가면서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