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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붉은 혼서: Chapter 11 - Chapter 20

26 Chapters

11화. 딸을 알아보지 않는 어머니

“장례를 집에서 치른다.”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손이 멈췄다.심완은 국을 뜨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시신을 보셨습니까?”“대리시에서 시신을 다 살피는 대로 보내기로 했다.”“제 물음은 그게 아닙니다.”세린이 아내를 보았다.심완의 다음 말은 나오지 않았다.맞은편에 앉은 문수기가 입을 열었다.“아버지, 아직 려화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릅니다. 대리시에서도 다른 사람일 수 있다고—”“네 누이가 사라졌고, 누이의 혼례복을 입은 시신이 나왔다.”“얼굴을 확인해야 합니다.”“이미 우리 집안의 일은 골목마다 돌아다니고 있다. 얼굴을 확인하겠다고 시간을 끌면 소문만 커진다.”“사람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세린은 생선 접시를 다시 반듯하게 놓았다.“그렇다면 더 찾아야겠지. 장례와 별개로.”수기는 입을 다물었다.세린은 생선 가시를 골라내고 살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심완의 숟가락은 식어가는 국에 그대로 잠겨 있었다.“려화의 혼례는요?”그녀가 겨우 물었다.“신랑 집안에는 병으로 미룬다고 전했다.”“죽었다고 하지 않으시고요?”“아직은.”그 한마디에 심완이 고개를 들었다.세린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수기는 아침상을 물리기도 전에 문상객 명단을 가져왔다. 예부 관리와 친척들, 신랑 집안 어른들, 혼담을 맡은 계화사 사람들의 이름이 차례로 적혀 있었다.“안왕부에도 부고를 보내야 합니까?”“보내라.”“려화와 직접 왕래가 없었습니다.”“직접 왕래가 있어야 예를 갖추는 것은 아니다.”수기는 명단에 안왕부를 더했다. 붓을 누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누이를 찾는 사람은 누구입니까?”세린이 아들을 바라보았다.“네가 찾고 있지 않느냐.”수기는 대답하지 않았다.수기는 전날부터 사람을 풀었다. 한 명은 성문으로 보냈다. 나머지는 서고와 려화의 방을 뒤지게 했다.그가 가장 먼저 물은 것은 누이가 어느 길로 갔느냐가 아니었다.“집안 장부나 서찰 가운데 없어진 것이 있는지부터 찾아라.”식당 밖에서 기다리던 청도는 두 사람의 말을 모두 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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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반듯한 침방

“아씨께서 드시지 못하던 향신료라 빼려 했습니다.”“장례 음식은 문씨 집안의 법도대로 한다.”“하지만 아씨께서는—”“손님이 먹을 음식이다.”청도의 손에서 뚜껑이 미끄러졌다. 날카로운 놋쇠 모서리가 손바닥을 그었다.피가 향신료 위로 한 방울 떨어졌다.세린의 눈썹이 움직였다.“새것으로 바꿔라.”그가 떠난 뒤 부엌 어멈이 청도의 손을 잡았다.“깊게 베였어.”청도는 손을 빼냈다.“천만 감으면 됩니다.”“아씨가 죽었다는데 울지도 않니?”청도는 팔각 통을 닫았다.“울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시면 그때 울겠습니다.”부엌 어멈은 다시 묻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대문 쪽에서 빗장 걷는 소리가 났다.“대리시에서 왔습니다!”시비 하나가 행랑을 가로질러 뛰었다. 장례 물건을 나르던 사람들은 벽으로 붙었고, 시신을 실은 들것이 그 사이로 들어왔다. 들것 채가 문턱을 넘을 때마다 덜컹 울렸다.살피기를 마친 시신은 흰 천에 싸여 있었다. 얼굴만 확인할 수 있도록 천이 접혀 있었다. 한유백과 노탁이 들것 옆에 섰고, 문씨 집안사람들이 대청에 모였다.심완은 향을 피우는 손을 두 번이나 헛짚었다.세린이 아내 옆에 섰다.“확인하시오.”유백이 얼굴을 덮은 천을 내렸다.물에 불었던 붓기는 조금 빠졌지만 낯선 얼굴이었다.려화는 왼쪽 눈썹 끝에 아주 작은 점이 있었다. 어릴 때 정원에서 넘어져 생긴 흉터도 턱 아래에 남아 있었다. 이 여인에게는 둘 다 없었다.심완은 얼굴보다 귀를 보았다.려화의 오른쪽 귓불은 어릴 때 귀걸이가 찢어져 세로로 갈라져 있었다. 관 속 여인의 귓불은 온전했다.“부인.”유백이 불렀다.“따님이 맞습니까?”심완의 입술이 열렸다.아닙니다.그 말은 목까지 올라왔다.세린의 손이 그녀의 등 뒤에 닿았다. 밀지도 않았고 붙잡지도 않았다. 손바닥 하나가 옷 위에 가만히 놓였을 뿐이었다.대청 밖에는 시비와 하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수기는 문상객 명단을 쥐고 있었고, 청도는 피 묻은 천을 감춘 손으로 향합을 받치고 있었다.심완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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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정실과 애첩

“려화 때문에 이러는 거요?”“당신 때문입니다.”“지금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서른 해 가까이 부부 노릇을 했습니다. 싫다는 말을 안 했다고 좋아한 것은 아니에요.”세린의 손가락이 굳었다.“내가 당신을 함부로 대한 적은 없소.”“함부로 하지 않았지요. 날짜를 정했고, 불을 끄게 했고, 제가 몸을 굳혀도 끝날 때까지 모른 척했어요. 그러고는 늘 먼저 돌아누웠지요.”“그게 무슨 잘못이오?”심완은 잡고 있던 그의 손목을 놓았다.“당신에게는 아무 잘못도 아니겠지요. 매일 상을 반듯하게 놓는 것과 같은 일이었으니까.”세린의 손이 어깨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손가락 네 개가 눌렸던 자리가 상복 위로도 욱신거렸다.그는 풀어놓은 고름을 다시 묶었다. 매듭의 양쪽 길이까지 맞춘 뒤 손을 거두었다.“내일 문상객이 일찍 올 거요.”“알고 있습니다.”그는 겉옷을 다시 입고 침방을 나갔다.서쪽 뜰에서는 작은 등불 하나가 켜져 있었다. 애첩 유단희의 방이었다.단희는 문이 열리자 읽던 책을 덮었다. 상중이라 비녀와 분을 모두 치웠지만, 풀어 내린 머리와 엷은 속적삼은 감추지 않았다. 세린은 문턱에 신을 벗고 들어가 그녀 앞에 앉았다.“오늘은 부인마님 방에 드시는 날 아니었습니까?”“오늘은 아니오.”“들어갔다가 나오신 얼굴인데요.”단희는 더 묻지 않고 그의 관을 벗겨주었다. 꽉 눌렸던 이마에 붉은 선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손끝으로 그 자리를 문지르자 세린이 눈을 감았다.“제 시비 둘을 상청으로 데려가셨습니다.”“장례 동안만이오.”“돌려보내달라고 말씀해주세요. 부인마님은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내일 말하지.”단희는 그제야 세린의 옷깃을 느슨하게 풀었다. 세린이 그녀의 허리를 잡아 가까이 당기자 단희의 등이 탁자 모서리에 닿았다. 그의 손이 속적삼 아래로 들려는 순간, 단희는 손목을 붙잡아 멈췄다.“저를 서쪽 뜰에서 내보내지 마세요.”세린이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다 고개를 들었다.“누가 내보낸다고 했소?”“아무도요. 그래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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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청묵재의 빈자리

“쓴 사람 손과 시간은 안 타잖아요.”남자는 동전 세 닢을 책상 위에 던졌다.곡우는 한 닢을 밀어 돌려줬다.“두 닢이면 됩니다.”“더 받지 그래?”“더 받으면 제가 도둑이고, 덜 받으면 장궤가 화냅니다.”“그 여자가 돌아오기나 하겠어?”곡우는 서찰을 화로에 넣었다.“돌아옵니다.”남자는 코웃음을 치고 나갔다.곡우는 동전 두 닢을 크기대로 맞춰 돈궤에 넣었다. 빈칸이 너무 많았다.점심 무렵에는 청묵재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관인이 두 개였다며?”“그 아비가 숨겨둔 걸 딸이 쓴 게지.”“문씨 신부하고 같이 달아나려다 들켰다던데.”“누구한테 들었어?”“지금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뒤에 선 사람은 청묵재 안을 보겠다고 앞사람 어깨를 눌렀고, 아침에 문턱에 침을 뱉었던 남자까지 어느새 맨 앞에 섰다.두옥선이 주점에서 물 한 바가지를 들고 나왔다.“안 비키면 발에 붓는다.”“사람한테 물을 뿌리면 어떡해!”“그럼 남의 가게 문부터 막지 마.”앞줄이 반걸음 물러났다. 뒤에서 밀던 사람은 피하지 못하고 신발이 젖었다.곡우는 가게 앞에 작은 상을 놓고 외상 장부를 펼쳤다.“구경은 공짜여도 외상은 아닙니다. 이름 부르면 앞으로 나오세요.”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렸다.“장궤가 없다고 장부까지 죽은 건 아니에요.”곡우가 밀린 값을 받기 시작하자 구경꾼은 금세 절반으로 줄었다.동전이 열두 닢 쌓일 때쯤 종이 장수가 아들 마진과 함께 나타났다.종이 장수는 청묵재 앞의 사람들을 보고 혀를 찼다.“소문 구경에도 자릿세를 받아야겠구나.”“좋은 생각입니다. 종이값에서 빼주시겠어요?”“그건 다른 이야기지.”마진은 아버지 뒤에서 헛기침했다.“진 낭자가 돌아온 뒤 다시 오는 것이 좋겠습니다.”“돈 받으러 오셨으면서 왜 돌아가요?”“관청 사건에 괜히 이름을 올릴 필요는 없으니까요.”마진은 말하면서 골목 끝을 보았다.곡우도 그쪽을 보았다.어젯밤 검은 마차가 서 있던 자리였다.마진이 자꾸 골목 끝을 보자 곡우가 그 앞을 막아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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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팔 년 전에 죽은 여자

첫 번째에는 종이 장수인 아버지가 소매를 잡았다. 두 번째에는 노탁이 앞을 막았다. 세 번째에는 안에서 곡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또 돌아가려는 겁니까?”마진이 뒤를 돌아보았다.“당신은 왜 여기까지 왔습니까?”“장궤가 여기 갇혀 있으니까요.”“증언할 사람은 접니다.”“그러니 도망치지 않는지 보러 왔지요.”아버지가 아들의 등을 밀었다.“들어가.”마진은 더 버티지 못했다.심문실에서 경연은 마진과 그 아버지를 따로 앉혔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말을 듣지 못하게 문까지 닫았다.마진은 전날 밤 일을 네 번 말했다. 청묵재 골목 끝의 검은 마차, 타지 않겠다고 버틴 회색 장옷의 여자, 백 장궤가 기다린다는 장은의 말, 청도를 살리고 싶으면 타라는 협박은 네 번 모두 같았다.“그 여자가 문려화인지 어떻게 압니까?”고환이 물었다.“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그럼 다른 여자일 수도 있겠군요.”“청묵재에서 나온 여자는 그 사람 하나였습니다. 제가 가게 문이 열리는 것부터 봤습니다.”“왜 곧바로 알리지 않았습니까?”마진은 무릎 위에 놓인 손을 움켜쥐었다.“관청에 이름이 오르는 게 싫었습니다.”“지금은 괜찮고요?”“지금도 싫습니다.”문밖에 있던 아버지가 헛기침했다.마진은 문을 한 번 보고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버지가 본 건 본 거라고 했습니다.”경연은 기원에게 증언을 다시 읽게 했다. 마진은 틀린 대목 두 곳을 고쳤다. 마차가 동쪽으로 간 것이 아니라 북쪽 길로 꺾였고, 장은이 려화의 팔을 잡은 것은 마차에 타기 전이 아니라 타고 난 뒤였다.경연이 물었다.“장은을 다시 보면 알아볼 수 있습니까?”“예. 우리 가게에 여러 번 왔습니다.”“왜 왔지요?”“계화사에서 혼례에 쓸 물건을 주문하러 왔습니다. 종이만이 아니라 상자, 끈, 초를 파는 집에도 다녔습니다.”고환이 기록을 보았다.“계화사에서 일하는 마부가 손님을 데리러 간 것뿐일 수도 있습니다.”경연이 답했다.“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 장은을 찾아 직접 물으면 되겠군.”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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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금연의 이름

“팔 년 전에 계화사에서 전갈이 왔소. 금연이가 먼 고을에서 병으로 죽었다고. 딸도 그 뒤로 사라졌고.”“그런데 살아 돌아왔군요.”“지난가을에 밤중에 찾아왔소. 이름을 부르지 말아달라더군. 관청에는 자기가 죽은 사람으로 적혀 있어서 들키면 다시 끌려간다고 했어.”“누가 죽었다고 꾸몄는지는 말했습니까?”황 노파는 고개를 저었다.“딸을 찾으려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만 했소.”교령이 문밖에서 말했다.“사흘 전에도 딸을 찾았다는 사람이 왔습니다.”노탁이 문을 열었다.“누구였습니까?”“계화사 마부였습니다. 장은이라고 했어요.”방 안에서 황 노파가 얼굴을 들었다.“그자가 금연이를 데려갔소.”“강제로 데려갔습니까?”“아리를 만나게 해준다고 했어. 금연이는 바늘도 놓지 못하고 따라나갔소.”노탁은 곧장 경연에게 돌아갔다.기원은 기록고에서 나금연의 이름을 찾았다.팔 년 전 봄, 폐병으로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신고한 사람은 계화사 소속 중매인 장은이었다.노탁이 찾아간 그날 오후, 장은은 계화사 마구간에서도 사라졌다.마차 한 대와 말 두 필이 함께 없어졌다.경연이 여옥 회랑을 지날 때 요분이 소의의 밥상을 들고 나왔다. 보리밥은 절반도 줄지 않았다.경연이 창살 앞에 서자 소의가 몸을 일으켰다. 대충 묶은 머리가 한쪽 어깨로 흘러내렸고 도톰한 입술은 말라 있었다.“왜 먹지 않았습니까?”소의는 그보다 요분 손의 밥상을 먼저 보았다.“죄인이 밥투정을 해도 됩니까?”“아직 죄인이 아닙니다.”“그런데 문은 잠겨 있군요.”“따뜻한 죽을 다시 넣어드리겠습니다.”“그 값은 나중에 무엇으로 갚습니까?”“갚지 않아도 됩니다.”소의의 까만 눈에 경계가 또렷해졌다.“값 없는 것이 더 곤란합니다.”경연은 요분에게 새 밥상을 가져오라고 한 뒤 돌아섰다. 소의는 뜨거운 죽의 김이 거의 사라진 뒤에야 숟가락을 들었다.* * *그날 밤 교령이 침선방으로 돌아왔을 때, 뒷방에서는 사각사각 대패 미는 소리가 났다.남편 서강은 침상 앞에 엎드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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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꺼지지 않은 등불

“불은 두세요.”“무서운 일이 있었어?”“죽은 줄 알았던 사람을 봤어요.”“아는 사람이었고?”교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서강은 침상 밖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이불 위에 손바닥을 펴놓자 교령이 그 위에 자기 손을 올렸다.“당신 예전 이야기도 언젠가는 해줄 거지?”교령은 그의 손가락 사이에 손을 끼웠다.“오늘은 그냥 안고 자요.”서강은 그녀를 품 안으로 당겼다. 교령의 허리끈은 끝내 다시 묶이지 않았지만, 조금 전까지 웃고 흔들리던 침상은 밤새 조용했다.* * *진소의는 여옥에서 사흘째 아침을 맞았다.요분은 문을 열자마자 밥그릇부터 보았다. 전날 저녁에 준 보리밥이 절반 남아 있었다.“입에 안 맞소?”“먹을 만했습니다.”“먹을 만했는데 왜 남겼어?”“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요분은 그릇을 들고 냄새를 맡았다.“상한 것도 아니고.”“제가 상한 것 같습니다.”요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 정도면 나갈 때가 됐네.”“나갑니까?”“내가 정하는 일은 아니지.”요분은 허리에서 열쇠를 꺼냈다.“소경 나리가 기다리오.”소의가 심문실로 들어가자 경연은 포승을 채우지 말라고 했다. 책상 위에는 나금연의 사망 기록과 마진, 교령, 황 노파의 증언이 놓여 있었다.“우물 시신은 문려화가 아닙니다.”경연이 먼저 말했다.“알고 있습니다.”“시신을 살핀 내용을 들었습니까?”“옥 안에서도 사람들 발소리는 들립니다. 문씨 집안사람이 다녀간 뒤에는 옥졸들이 나이 이야기를 했습니다.”경연은 나금연의 기록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침선방 사람들이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이름은 나금연입니다.”소의가 이름을 읽었다.“팔 년 전에 죽었군요.”“어제 죽은 사람에게 팔 년 된 사망 기록이 있습니다.”“문려화 낭자는 살아 있는데 죽은 남자의 아내로 적혔고요.”두 기록이 책상 위에 나란히 놓였다.경연이 물었다.“계화사를 압니까?”“혼담을 주선하고 혼수의 값도 매기는 곳으로 압니다.”“마진은 문려화가 그곳 마부의 마차에 타는 것을 봤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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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미끼로 풀려난 여자

요분은 옥문 앞에서 소의의 비녀와 허리끈을 돌려주었다.“다시 오지 마시오.”“노력하겠습니다.”“노력으로 되는 데가 아니야.”요분은 소의의 머리에 비녀가 비뚤게 꽂힌 것을 보고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밖에 가서 고쳐 꽂아.”대리시 옥문을 나서자 두옥선이 기다리고 있었다.옥선은 소의의 얼굴을 확인하고도 안지 않았다. 두꺼운 천으로 감싸온 국 항아리의 뚜껑부터 열었다.“먹어.”“여기서요?”“안에서 사흘이나 재워줬으면 밥은 먹여 보냈어야지.”노탁이 뒤에서 말했다.“옥에서도 밥은 줍니다.”옥선이 그를 훑어보았다.“그럼 네가 먹어봤어?”노탁은 대답하지 않았다.소의는 옥문 앞 돌계단에 앉아 국물을 마셨다. 무와 닭고기가 오래 끓어 형태가 거의 남지 않은 국이었다. 옥선은 소의가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사건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다 먹고 나서야 말했다.“이제 가자.”청묵재까지 돌아가는 길에 옥선은 앞서 걸었다.소의는 옥선의 뒷모습을 보았다. 머리 비녀는 평소보다 낮게 꽂혀 있었다. 신발 뒤축에는 마르지 않은 밀가루 반죽이 붙어 있었다.“이모.”“왜.”“고맙습니다.”“국값은 받을 거야.”“예.”“옥에 갔다 왔다고 외상으로 먹을 생각 하지 마.”“예.”옥선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청묵재 문 앞에서는 곡우가 장부를 들고 기다렸다.“장궤.”곡우는 달려오지 않았다. 소의를 위아래로 한 번 확인한 뒤 장부를 펼쳤다.“사흘 동안 번 돈이 스물여덟 닢, 받은 외상이 열두 닢입니다. 종이값은 못 냈고 숯은 반 수레만 샀습니다. 손님 셋이 맡긴 글을 찾아갔고, 한 사람은 태워달라고 해서 품삯 받고 태웠습니다.”“잘했어.”소의가 곡우의 장부를 덮었다.소의는 곡우의 얼굴을 보다가 다시 장부로 시선을 내렸다.“글씨가 많이 반듯해졌네.”곡우의 입술이 삐죽해졌다. 소의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았다.“사흘 치 방값은 월급에서 빼겠습니다.”소의의 두 손이 잠시 허공에 멎었다. 한 손이 곡우의 팔 위에 어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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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청묵재를 두드린 자

노탁이 문틈으로 골목을 살폈다.곡우는 청도의 다친 손을 보았다.“누가 그랬어요?”“제가 베었습니다.”“그 대답은 이미 문씨 저택에서 했겠지요.”청도가 고개를 들었다.소의가 물었다.“우물에서 나온 시신은 문려화 낭자가 아니지요?”“아닙니다.”“어머니도 알고 있습니까?”“부인께서는 얼굴을 보셨습니다. 아씨가 아닌 줄 알면서 딸이 맞다고 하셨어요.”“왜요?”청도는 감긴 손을 가슴 앞으로 끌어당겼다.“제 남동생이 사라졌습니다. 장은이라는 자가 찾아왔어요. 시신을 려화 아씨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동생부터 죽이겠다고 했습니다.”노탁이 물었다.“문 부인도 같은 협박을 받았습니까?”“부인께서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아씨가 아니라고 말씀하려던 순간 문 대인이 등 뒤에 손을 대셨습니다.”“려화 낭자는 어디 있습니까?”“사흘 전 제가 뒷문을 열어드렸습니다. 그 뒤로는 못 봤어요.”“계화사 마차에 타는 것을 본 사람이 있습니다.”청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그럼 살아 계실 수도 있겠네요.”“관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장례가 끝나면 아씨는 죽은 사람이 됩니다. 돌아오셔도 자기 이름으로 집에 들어올 수 없어요.”“공식적으로 증언하시겠습니까?”청도는 고개를 저었다.“동생을 먼저 찾아주세요.”그때 앞문을 누군가 세게 두드렸다.쾅. 쾅. 쾅.“청도야.”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네 동생 데리러 가야지.”* * *“청도야.”앞문이 다시 흔들렸다.“네 동생 데리러 가야지.”청도가 뒤뜰 문으로 달려가자 곡우가 먼저 빗장을 붙들었다.“이쪽으로 나가면 골목이 막혀요.”노탁은 가게 안의 등잔 두 개를 껐다.“소리 내지 마십시오.”문밖의 사내가 웃었다.“대리시 포졸도 있군.”쾅!문짝 가운데가 안으로 휘었다. 빗장이 홈에서 반쯤 빠졌다.노탁은 곡우와 청도를 책상 뒤로 밀었다. 소의가 붉은 관인과 장부를 한꺼번에 품에 안았다.두옥선이 옆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 손에는 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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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한 상에 앉지 않는 사람

노탁은 도삼을 끌고 대리시로 갔다.한 시진 뒤, 말발굽 소리가 골목 앞에서 멈췄다.노탁이 먼저 들어왔고 경연과 유백이 뒤따랐다. 경연은 관복 위에 검은 겉옷을 걸쳤다. 유백은 약재함을 들고 있었다.유백은 청도의 손부터 살폈다.“상처가 다시 벌어졌습니다.”“동생을 먼저 찾아주세요.”“그건 포졸이 할 일이고, 이건 제가 할 일입니다.”그는 약을 바르고 새 천을 감았다.경연은 소의에게 물었다.“도삼이 한 말을 처음부터 들려주시겠습니까?”소의가 답하기 전에 옥선이 문턱에 섰다.“밥부터 먹어.”“지금은—”“아까는 칼 든 놈 때문에 못 먹었고, 이제는 관원 때문에 못 먹어? 사람은 먹고 살아야 말도 해.”옥선은 뒤뜰에 상을 폈다. 남은 쌀에 조를 섞어 끓인 죽과 절인 무, 두부 한 접시가 전부였다.작은 상 하나에 일곱 사람이 앉기는 비좁았다. 노탁의 무릎이 곡우의 무릎에 부딪혔고, 유백은 약재함을 발뒤로 밀어놓았다. 청도는 문 가까이에 앉았다.경연만 서 있었다.소의가 자리를 조금 옮겼다.“한 끼 드시지요.”경연은 결국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무릎이 옆 사람과 닿을 만큼 좁은 상이었다. 그는 관복 소매를 두 번 접어 그릇에 닿지 않게 하고, 비뚤어진 숟가락을 반듯하게 놓았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동작이었다.상 아래에서 소의의 무릎이 그의 무릎에 닿았다. 경연은 즉시 다리를 거두려 했지만 뒤에는 벽이 있었다. 소의도 자리를 옮길 곳이 없어 치맛자락만 당겨 덮었다. 얇은 천 두 겹을 사이에 둔 채 닿은 무릎이 죽을 반 그릇 먹는 동안 떨어지지 않았다.경연은 남의 옷자락이 스치는 것조차 견디지 못했다. 그런데 소의의 무릎에서 전해지는 열은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숟가락을 들 때마다 다리가 조금씩 눌렸다. 그 작은 마찰만으로도 아랫배가 단단하게 조였다.소의를 그대로 당겨 제 허벅지 위에 앉히고 싶었다. 겹겹이 가린 치맛자락 아래로 손을 넣고 가느다란 허리를 붙든 채, 저 붉은 입술에서 담담하지 않은 소리가 나올 때까지 몸을 맞대는 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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