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재미난 일을 해볼까.”어스름한 새벽.태양이 떠오르기 전의 수도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웠다.거리를 밝히는 수백 개의 마도등이 아직 밤을 붙잡고 있었고, 성벽 위에서는 경비병들이 변함없이 창을 세운 채 순찰을 돌고 있었다.황궁의 집무실에서도 몇몇 창문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밤새 서류를 붙잡고 씨름하는 관리들.곧 시작될 하루를 준비하는 상인들.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일하고.누군가는 백성을 위해 고민하고.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하지만.그 모든 풍경을 수도에서 가장 높은 시계탑 위에 앉아 내려다보는 한 여자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흠.”금빛 머리카락이 새벽바람을 타고 길게 흩날렸다.휘이이잉—찬 공기가 볼을 스쳐 지나가자 여자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접었다.세이아 룬 트리비아.트리비아 백작가의 장녀.사교계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조용하고 겁 많은 영애라는 소문이 붙어 있는 여자.그리고.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가진 여자.바람에 흩날리는 금빛 머리카락 사이로 자수정이 박힌 귀걸이가 은은하게 빛났다.겉보기에는 평범한 장신구였다.조금 값비싸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어디에서나 볼 법한 귀걸이.하지만 세이아에게 이것은 장신구가 아니었다.족쇄였다.동시에.그녀의 목숨을 붙들어 주는 안전장치이기도 했다.세이아가 손끝으로 귀걸이를 천천히 돌렸다.차갑고 매끄러운 자수정의 감촉.어릴 적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몸에 지니고 살아온 물건이었다.잠을 잘 때도.식사를 할 때도.외출할 때도.언제나.하지만.가끔은.아주 가끔은.너무 얌전히 사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세이아의 입꼬리가 장난스럽게 올라갔다.“조금만 놀아 볼까.”달칵.작은 소리와 함께 귀걸이가 귀에서 빠졌다.순간.콰아아아아—!억눌려 있던 마력이 폭발하듯 몸 밖으로 터져 나왔다.보랏빛 빛무리가 세이아를 중심으로 거대한 파동처럼 퍼졌다.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새벽 공기를 흔들었
Last Updated : 2026-08-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