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판 / 당신의 밤에 들어가겠습니다 / 적어도 질투는 내 감정이다

Share

적어도 질투는 내 감정이다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1 13:54:02

마차 유리창에 붙어 있던 검은 깃털이.

사락.

천천히 재로 변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핏빛으로 번졌던 글씨도 뒤따라 흐려졌다.

두 번째 날개가.

마지막 한 획까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세이아와 카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덜컹.

마차가 어두운 길을 달렸다.

밤은 깊었고.

수도를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는 사람 사는 불빛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직 마차 앞에 매달린 마도등만이 희미한 빛을 뿌렸다.

세이아는 창문에서 천천히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카일이 아직 잡고 있었다.

조금 전.

‘누구도 먼저 보내지 않는다.’

그렇게 약속하며 맞잡은 손.

은빛 날개 문양은 이미 희미해졌지만.

체온은 그대로였다.

세이아가 손가락을 조금 움직였다.

카일의 시선이 바로 내려왔다.

“왜.”

“아직 잡고 계셔서요.”

“놓으라고 했나?”

“아니요.”

“그럼.”

카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대로 있지.”

세이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대공 전하.”

“왜.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당신의 밤에 들어가겠습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창조자는 삶을 소유하지 않는다.』문장이 완성되는 순간.라시엘의 가슴이 갈라졌다.콰아아앙―!금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빛이 황실 성역을 가득 채웠다. 검은 심장에 생긴 균열은 가느다란 선으로 끝나지 않았다. 목을 타고 어깨로, 다시 등 뒤로 번지더니 열세 장의 날개 전체를 순식간에 뒤덮었다.쩌적.쩌저적.『복종하라.』『희생하라.』『창조자를 위해 죽어라.』날개마다 새겨져 있던 명령의 문장들이 하나씩 부서졌다.검은 글자가 재처럼 흩어졌다.그와 동시에 열두 날개의 몸을 짓누르던 힘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리네아가 바닥을 짚고 있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움직여.”떨리는 손이 천천히 들렸다.한 마디.한 마디.자신의 몸에 다시 명령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로한도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명령의 사슬을 끊으며 상처 입었던 날개 뿌리는 여전히 피투성이였지만, 온전히 남아 있는 붉은 날개에서 다시 흰 불꽃이 피어났다.“드디어.”거친 숨 사이로 웃음이 섞였다.“저 재수 없는 명령이 좀 조용해지는군.”다른 날개들도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몸 깊숙이 남은 검은 흔적까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명령에 복종하도록 만들어진 오래된 습관도.무릎을 꿇으라는 힘에 먼저 반응하던 육체의 기억도.아직 남아 있었다.그러나 분명 달라졌다.이제 라시엘이 한마디 한다고 해서 그들의 몸 전체가 곧바로 굴복하지는 않았다.라시엘은 갈라진 자신의 가슴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피는 흐르지 않았다.상처 안쪽에는 검은 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그 깊은 곳에서 거대한 눈이 번뜩였고, 수천 개의 입과 손이 균열 바깥을 향해 몸부림쳤다.『틀렸다.』수많은 목소리가 겹쳤다.『창조한 자가 주인이다.』세이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가슴 한가운데가 불에 타는 듯 뜨거웠다.세 개의 창조의 핵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부담은 분산되었다. 엘리아와 네이라, 에드윈, 리네아와 로한까지 힘을 보탰다.그래도 대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입가로 보랏빛 피가 흘렀다.무

  • 당신의 밤에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선택한 삶의 주인

    “드디어.”검은 카일이 말했다.“둘만 남았군.”세이아는 움직이지 않았다.검은 바다가 발목을 삼키고 있었다. 차가운 물결이 종아리까지 차올랐지만 지금 그녀에게 그보다 선명한 것은 눈앞의 남자였다.은빛 머리카락 사이로 검은 깃털이 흩날렸다. 푸른색이어야 할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등 뒤에는 열세 장의 검은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입가에 걸린 미소까지 라시엘과 닮았다.그런데.방금 자신을 부른 목소리만큼은 분명 카일의 것이었다.“카일.”세이아가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렀다.붉은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었다.“그래.”그가 대답했다.“내 이름을 알고 있군.”세이아의 손끝이 떨렸다.“저를 기억합니까?”“기억하지.”“어디까지요?”“전부.”검은 카일이 천천히 걸어왔다. 발밑의 바다는 그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주인을 맞이하듯 양옆으로 갈라졌다.“네가 처음 내 꿈에 들어왔던 밤.”한 걸음.“푸른 숲.”또 한 걸음.“에메랄드빛 호수.”세이아의 숨이 잠시 멎었다.그건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기억이었다.“네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검은 카일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내 벗은 등을 훔쳐봤던 순간까지.”세이아의 얼굴이 굳었다.“……훔쳐본 적 없습니다.”“그렇게 당황하는 것도 기억나는군.”“그때는 전하께서 먼저…….”세이아는 말을 멈췄다.지금 따질 일이 아니었다.그런데 그가 너무 자연스럽게 기억을 꺼내는 바람에 잠깐 정말 카일과 대화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그리고 바로 그 틈을 노린 것처럼.검은 손이 세이아의 목을 향해 뻗었다.“……!”세이아가 상체를 뒤로 젖혔다.손끝이 목선을 스쳤다. 곧바로 보랏빛 힘이 터졌다.콰앙―!검은 카일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반응은 좋군.”세이아는 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손끝으로 쓸었다.“누구입니까?”“방금 카일이라고 불렀잖아.”“당신은 카일이 아닙니다.”붉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무엇을 보고 그렇게 확신하지?”“카일은 저를 시험하려

  • 당신의 밤에 들어가겠습니다   기억을 빼앗겨도 너를 찾는다

    “이제야.”라시엘의 붉은 눈이 천천히 휘었다.“당신을 완전히 죽일 수 있겠군요.”열세 장의 검은 날개가 펼쳐진 순간, 황실 성역을 채우고 있던 빛이 일제히 꺼졌다.은빛도, 보랏빛도, 이르에게서 흘러나왔던 마지막 금빛도 검은 깃털 아래로 삼켜졌다. 단순히 어두워진 것이 아니었다. 마치 이 공간에서 ‘빛난다’는 현상 자체가 눌려 버린 듯했다.쿵―!둔중한 충격음과 함께 열두 날개의 몸이 동시에 아래로 떨어졌다.“……윽!”리네아는 반사적으로 푸른 힘을 끌어올렸다. 손끝에 물방울이 맺혔지만 형태를 이루기도 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깨가 짓눌리고 허리가 꺾였다. 스스로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었다.“몸이…… 움직이지 않아.”로한도 불꽃 검을 바닥에 깊숙이 박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명령의 사슬을 끊어 냈던 날개 뿌리의 상처가 다시 벌어지며 피가 흘렀다. 온전히 남아 있는 붉은 날개가 검은 기운에 잠식되듯 어두워졌다.“날개가 명령을 기억하고 있어.”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내가 아니라…… 몸이.”다른 날개들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이름을 되찾았다. 역할을 거부했고, 자신의 삶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몸 깊숙이 새겨진 모든 흔적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오래되고 깊은 무언가가 라시엘의 등장에 반응하고 있었다.복종하라.침묵하라.무릎을 꿇어라.세이아는 입술을 깨문 채 라시엘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열세 장.균형조차 맞지 않는 기묘한 숫자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의 날개 하나는 나머지와 달랐다. 검은 깃털 사이로 금빛 문장들이 끊임없이 흘렀다. 읽으려 하면 사라지고, 시선을 돌리면 다시 나타났다.“제0날개…….”세이아가 낮게 중얼거리자 라시엘의 시선이 움직였다.“그 호칭을 아는군요.”“리네아가 말했습니다.”“리네아.”그가 이름을 천천히 되뇌었다.무릎 꿇은 푸른 머리의 여인을 내려다보는 붉은 눈에 희미한 흥미가 떠올랐다.“스스로 붙인 이름입니까?”리네아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몸은 여전히 명령에 짓눌려 있

  • 당신의 밤에 들어가겠습니다   내 선택은 내 것이다

    카일은 자신을 휘감은 금빛 사슬을 내려다보았다.사슬 위로 수많은 글자가 번쩍였다. 수호자. 검. 창조자의 충성자. 명령받는 자. 그리고 그 모든 역할의 가장 위에 새겨진 하나의 이름.첫 번째 날개.기억나지 않았다.자신이 정말 그 이름으로 불렸던 시절도, 누구의 명령을 받고 검을 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복종하라.지켜라.명령을 따르라.검을 내려놓아라.“……윽.”루미에르를 쥔 손이 떨렸다.의지와 상관없이 손가락이 하나씩 풀렸다. 곧게 버티고 있던 무릎마저 천천히 꺾였다.“카일!”멀리서 세이아의 목소리가 들렸다.카일의 눈빛이 흔들렸다.세이아.손등에 적혀 있던 이름이 흐려지고 있었다.보랏빛 글자가 하나씩 사라졌다.“제 이름을 보세요!”카일이 고개를 들었다.검은 나무의 뿌리와 금빛 계약 사이, 세이아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아와 네이라의 손을 잡은 채 보랏빛 빛 속에 서 있었다.“당신은 첫 번째 날개가 아닙니다!”금빛 사슬이 더 강하게 조여 왔다.『너는 내 검이다.』“카일 레온 에스트라드입니다!”『너는 명령을 위해 태어났다.』“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입니다!”『너는 헤르미아를 지키지 못했다.』카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강제로 보았던 기억의 조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피를 흘리던 헤르미아. 자신을 성역 밖으로 밀어내던 손. 기억을 잃은 채 떨어져 나가던 자신.이르가 그의 가장 깊은 곳에 속삭였다.『이번에도 모두 죽일 것이다.』카일의 손가락에서 힘이 빠졌다.챙―.루미에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세이아의 얼굴이 굳었다.“카일!”쿵.그가 결국 한쪽 무릎을 꿇었다.금빛 사슬이 목과 가슴을 완전히 감싸며 은빛 날개까지 짓눌렀다. 이르의 얼굴에 천천히 웃음이 번졌다.『결국 똑같군.』그러나 그 순간.카일의 손이 바닥을 짚었다.루미에르를 향하지 않았다.자신의 손등.거의 지워져 버린 보랏빛 글자 위로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세이아.글자는 희미했다.

  • 당신의 밤에 들어가겠습니다   버리는 대신 이어 주겠습니다

    『자.』금빛 사슬이 세이아와 카일의 목을 조였다.『이번에는 누구를 버릴 거지?』이르의 목소리가 성역 전체를 울렸다.검은 나무의 중심, 수많은 뿌리와 계약서 사이에서 은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눈을 감은 채 매달려 있었다. 온몸은 금빛 사슬에 묶여 있었고 가슴에는 심장 대신 검은 계약서가 박혀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이르라는 이름이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저 여인이 정말 헤르미아인지, 헤르미아의 일부인지, 아니면 이르가 만들어 낸 또 다른 형상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이르의 목숨과 저 여인의 계약이 연결되어 있었다.적어도 지금 보이는 구조만으로는.이르를 죽이면 헤르미아도 죽는다.이르를 살려 두면 빼앗긴 이름들이 다시 그의 소유로 돌아간다.세이아는 목을 조이는 사슬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손바닥이 찢어지며 피가 흘러내렸지만 시선만은 이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또.”힘겹게 숨을 삼킨 세이아가 말했다.“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군요.”『그게 선택이다.』이르가 웃었다.『하나를 살리려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지. 세상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그건 당신이 만든 방식입니다.”『무엇이 다르지?』“전부 다릅니다.”세이아는 사슬이 살을 파고드는 고통 속에서도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즉시 금빛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목에서 피가 흘렀다.카일의 미간이 사납게 좁혀졌다.“세이아.”“괜찮―”“그 말은 하지 마.”즉시 잘린 말에 세이아가 입을 다물었다.그래. 이제는 그 말로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기억을 잃었어도.세이아는 짧게 숨을 골랐다.“조금 아픕니다.”“조금?”“……많이.”“그게 낫군.”이 상황에서도 그답다는 생각이 들어 세이아는 잠시 웃을 뻔했다. 하지만 곧 다시 이르를 바라보았다.“선택은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일이 아닙니다.”『같은 말이다.』“아니요.”세이아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무엇을 책임질지 정하는 일입니다.”이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결국 하나를 포기하게 될 것이

  • 당신의 밤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름을 잊어도 다시 선택한다

    “당신은.” 카일의 푸른 눈에 낯선 혼란이 번졌다. “누구지?” 세이아의 숨이 멎었다. 손은 여전히 맞잡혀 있었다. 체온도, 손가락의 감촉도, 조금 전까지 자신을 놓지 않겠다던 힘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카일의 눈 안에서 자신만 사라져 있었다. “…카일.” 세이아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카일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낯선 단어를 들은 사람처럼 자신의 가슴께를 내려다본 그가 천천히 되물었다. “그게 내 이름인가?” “맞아요.” 목 안쪽이 뜨겁게 조여 왔지만 세이아는 울지 않았다. 지금 무너져서는 안 됐다. “당신의 이름은 카일입니다. 카일 레온 에스트라드. 북부의 대공이고, 첫 번째 날개의 환생이자…….” 말끝이 흐려졌다.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까.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지켜 왔는지, 자신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한 사람의 삶과 관계를 짧은 문장 몇 개로 되돌릴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카일이 물었다. 세이아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기억 속에는 이제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지금만큼은 숨길 이유도 없었다. 과거의 카일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앞으로 어떤 마음을 선택할지도 잠시 내려놓았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세이아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카일의 눈빛이 흔들렸다. 주변의 소리가 순간 멀어졌다. 성역을 뒤흔드는 굉음도, 아르젠의 웃음도, 이름을 잃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도. “당신이.” 카일이 천천히 되물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네.” 세이아는 피하지 않았다. “많이 좋아합니다.” 보랏빛 계약 문양이 희미하게 빛났다. 아르젠의 힘에 거의 지워져 가던 문양이었다. 그러나 세이아가 자신의 마음을 직접 입 밖으로 꺼낸 순간, 아주 미약하게나마 다시 살아났다. 카일이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이것도 당신과 이어진 건가?” “네. 저와 이어진 계약입니다.” “내가 선택한 건가?” 이번에는 세이아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