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그 사이 정신을 차린 은별이 재훈의 품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빠져나가려 하면 더 끌어당기는 늪처럼, 재훈이 그녀를 감은 팔에 더 힘을 주었다.은별은 이 순간이 너무 창피해, 빗물이 되어 저 멀리 흘러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불과 몇 시간 전에 이정후 대표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응원도 받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었다.한데 지금은 정재훈 때문에 부끄러워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었다.하는 일 없는 놈팽이 같은 차림새로 무작정 나타나서는 다짜고짜 정후를 향해 핏대를 세우는 정재훈.은별은 이 순간 그가 너무 미웠고, 창피했으며, 정후를 볼 낯이 없었다.이 상황에서 아무 말도 못 하며, 백치처럼 정재훈의 품에 안겨 있고 싶지도 않았다.은별은 저를 두르고 있는 재훈의 팔을 잡았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이를 악물며 힘을 준 적이 있었던가.은별은 이가 으스러지도록 힘을 주어 재훈의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그와 정면으로 마주 섰다.그녀의 얼굴 위로 세찬 비가 때리듯 내리쳤다.우산 따위 필요 없었다.차라리 지금은 이 모습이 더 나으리라.“정재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빨리, 대표님께 사과해!”“미쳤어? 고은별?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너, 진짜!”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그때, 은별의 머리 위로 우산이 씌어 졌다.정후의 우산이었다.“은별 씨, 괜찮습니다.”“대, 대표님….”“추울 텐데 어서 들어가세요.”“정말…, 정말 죄송합니다.”은별은 정후에게 부끄럽고 미안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철없는 애인을 만나는 대가를 오늘 대놓고 철저히 치르고 있는 그녀였다.정재훈의 성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물불 안 가리는 천둥벌거숭이인 줄이야.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커리어에 큰 역할을 하는 출판사 대표 앞에서.하….달콤한 초콜릿인 줄 알았더니, 쓰디쓴 독약이었다.그걸 알고 꿀꺽꿀꺽 삼킨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고은별 자신이었다.정후는 여전히 씩씩거리
Last Updated : 2026-09-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