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은별이 손님방에서 뒤척이며 잠을 청했지만, 낯선 곳에서 쉽사리 잠이 올 리가 없었다.그리고 조금 전 거실에서 나눈 선주와의 대화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은별아, 그럼 재훈 씨한테는 뭐라고 말할 거야? 이렇게 무작정 나온다고 끝날 관계가 아니잖아.”“영화제 끝나고 오면 말해야지. 집에서 만날 생각은 없어. 밖에서 볼래.”“만나서 뭐라고 얘기할 건데?”“거짓말이었다고. 사랑한다는 말, 거짓말이었다고 말할 거야.”“너…, 재훈 씨에 대해 여전히 사랑 아닌 거 맞아?”“글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난 재훈이를 사랑하는 거겠지.”“너, 재훈 씨 이해해보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잖아.”“맞아…. 그런데 선주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토록 이기적인 내가 재훈이 옆에 있다고 과연 재훈이가 행복할까? 난… 아니라고 생각해.”“그건, 네 생각이지. 재훈 씨는 행복할 수도 있어.”“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지칠 거야. 그리고 우리는 또, 똑같은 상황들을 반복하겠지.”“피하기만 하지 말고, 부딪혀 볼 생각은 없어? 너를, 재훈 씨한테 더 보여줄 생각은 없냐는 거야.”“선주야, 나… 그럴 용기가 없어.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남자한테 나를 다 드러내고 싶지는 않아.”“하아….”선주가 두 사람의 관계에 답답해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은별 또한 무수한 상처 가운데 살아왔던 친구다.기태의 빈자리를 어린 남자 재훈에게 무턱대고 내준 경솔함의 대가가 이런 어려운 사랑이라면, 차라리 기태를 따라 프랑스에 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하지만 은별은 기태를 따라갈 용기도, 재훈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낼 용기도 없는 친구였다.선주는 그런 친구가 답답하면서도 마냥 안쓰러웠다.사랑에 우선순위가 있다면, 은별은 지금 누굴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은별아.”“응.”“넌, 너를 사랑하니?”“…뭐?”“난, 네가 무엇보다 널, 사랑했으면 좋겠어. ”“….”은별의 입에서 곧장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