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월요일 오후 7시 15분.은소예는 자신의 작업실 문을 열자마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창가에 놓아둔 화분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어?”그녀는 가방을 내려놓고 주변을 살폈다.책상 위에도 없고, 책꽂이 옆에도 없었다.분명 토요일까지 창가에 놓여 있던 작은 화분이었다.소예는 휴대폰을 꺼냈다.은소예: 여보, 혹시 내 작업실 화분 가져갔어?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신시안: 무슨 화분?은소예: 창가에 있던 작은 거.신시안: 나는 안 가져갔는데.소예는 고개를 갸웃했다.그때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건물 관리사무소에서 남긴 안내문이었다.창가에 놓인 화분이 넘어져 복도 쪽으로 흙이 흘러나와 임시 보관 중입니다. 관리실로 문의해 주세요.소예는 안내문을 읽고 한숨을 쉬었다.“아이고, 내 화분.”오후 7시 40분.소예는 관리실에서 화분을 돌려받았다.다행히 식물은 크게 상하지 않았지만 화분 가장자리가 조금 깨져 있었다.관리인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창문을 열어두셨던 것 같더라고요. 바람에 넘어졌나 봅니다.”“제가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네요.”소예는 화분을 받아 들었다.“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작업실로 돌아온 그녀는 흙을 정리하고 화분을 임시 받침에 올려놓았다.그러다 문득 웃음이 나왔다.“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었더니 관리할 것도 늘었네.”오후 9시.집으로 돌아온 소예는 현관에서 시안과 마주쳤다.“왔어?”“응.”시안은 그녀가 들고 있는 깨진 화분을 보고 물었다.“그건 왜 그래?”“오늘 사고 났어.”“무슨 사고?”“내 화분이 바람에 넘어졌대.”시안은 화분을 살펴봤다.“많이 깨졌네.”“응. 식물은 괜찮은 것 같은데 화분은 바꿔야겠어.”시안은 그녀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그럼 주말에 같이 보러 갈까?”소예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내가 고를 거야.”시안이 웃었다.“또 출입 금지야?”“그건 아니고.”소예는 장난스럽게 그를 가리켰다.“대신 당신한테 청구할 게 있어.”시안이 눈썹을 올렸
월요일 오후 3시 20분.은소예는 작은 상가 건물 3층에 서 있었다.지난주부터 알아보던 개인 작업실의 계약을 마무리하는 날이었다.임대인은 계약서와 시설 점검표를 내밀었다.“사용하시다가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네. 확인했습니다.”소예는 계약 기간과 관리비, 원상복구 조건을 다시 확인한 뒤 서명했다.이제 이 공간은 정식으로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됐다.임대인이 돌아가자 소예는 텅 빈 방 한가운데 섰다.창문으로 오후 햇살이 길게 들어왔다.“드디어 내 공간이네.”그녀는 가방에서 줄자를 꺼냈다.책상을 놓을 자리, 의자를 둘 위치, 작은 수납장까지.하나씩 치수를 재며 휴대폰에 기록했다.그러다 벽 한쪽을 바라봤다.“여기는 조금 특별하게 꾸며야겠어.”화요일 오후 7시 10분.신시안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거실에 쌓인 상자들을 발견했다.“여보, 이게 다 뭐야?”소예는 상자 하나를 열고 있었다.“작업실에 가져갈 물건.”“벌써 이렇게 많이 샀어?”“많이 산 건 아니야. 필요한 것만 골랐어.”시안은 상자에 적힌 품목을 읽었다.“조명, 책꽂이, 러그…….”그러다 작은 상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이건?”소예가 재빨리 빼앗았다.“그건 안 돼.”“왜?”“비밀이야.”시안은 웃었다.“작업실에 비밀이 많네.”“당연하지. 내 공간이니까.”“그럼 나는 언제 초대해 줄 거야?”소예는 잠시 생각했다.“완성되면.”“이번 주?”“아마 다음 주?”시안이 장난스럽게 물었다.“그전에는 출입 금지야?”소예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응.”“남편도?”“특히 남편.”시안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뭘 잘못했는데?”소예는 상자를 품에 안았다.“당신이 자꾸 도와주려고 하잖아.”“그게 문제야?”“이번에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꾸며보고 싶어.”시안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초대받을 때까지 기다릴게.”소예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좋아.”목요일 오후 6시 40분.소예는 작
월요일 오후 6시 20분.은소예는 퇴근길에 은행에 들렀다.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금액을 다시 확인했다.몇 년 동안 조금씩 모아둔 돈이었다.회사에서 받는 급여와 별개로, 자신의 이름으로 관리해 온 개인 자금.특별히 쓸 곳이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그저 언젠가 자신만을 위해 큰돈을 쓰고 싶은 순간이 오면 망설이지 않으려고 모아둔 돈이었다.바이크를 구입한 뒤에도 그 돈은 꽤 남아 있었다.그런데 오늘, 소예는 새로운 생각을 했다.“은소예 고객님.”창구 직원이 그녀를 불렀다.소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네.”“어떤 업무 도와드릴까요?”“제 개인 계좌를 정리하려고요. 만기된 예금도 확인하고 싶고요.”상담을 마친 소예는 은행을 나섰다.그리고 혼잣말했다.“이 정도면 충분하겠는데?”오후 8시.신시안은 식탁에서 소예가 가져온 서류 봉투를 발견했다.“여보, 은행 다녀왔어?”“응.”소예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개인 계좌 좀 정리했어.”“무슨 일 있어?”“아니. 그냥 돈 쓸 계획이 생겨서.”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바이크 관련해서?”“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뭔데?”소예는 웃었다.“아직 비밀.”시안은 더 묻지 않았다.대신 자신이 만들던 액세서리함을 가져왔다.“그럼 이것 좀 봐줘.”소예는 눈을 반짝였다.“완성했어?”“거의.”작은 원목 상자 안에는 반지와 귀걸이를 구분해서 넣을 수 있는 칸이 있었다.소예는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어머, 이거 진짜 예쁘다.”“안쪽 천은 아직 붙여야 해.”“내가 골라도 돼?”“당연하지.”소예는 잠시 생각했다.“짙은 녹색 벨벳.”시안이 웃었다.“그럴 줄 알았어.”“왜?”“당신이 좋아하는 색이잖아.”소예는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역시 우리 남편.”수요일 오후 12시 40분.소예는 점심시간에 한 건물 앞에 서 있었다.유리문에는 작은 글씨가 붙어 있었다.개인 작업실 임대 상담소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안에는 작은 방 세 개
월요일 오전 9시 20분.은소예는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묘한 시선을 느꼈다.공차연이 그녀를 보더니 웃음을 참았고, 김도윤은 평소보다 지나치게 정중하게 인사했다.“좋은 아침입니다, 본부장님.”“좋은 아침이에요.”소예는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두 분, 저한테 할 말 있어요?”공차연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본부장님, 혹시 주말에 바이크 사셨어요?”소예가 눈을 크게 떴다.“그걸 어떻게 알아요?”김도윤이 휴대폰을 내밀었다.화면에는 시안이 촬영한 사진이 떠 있었다.진주빛 바이크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소예의 모습이었다.사진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우리 집에서 가장 신난 사람.소예는 눈을 깜빡였다.“이걸 어디서 봤어요?”“대표님 공개 사진 계정이요.”공차연이 대답했다.“어제 올리셨던데요?”소예는 휴대폰을 꺼냈다.정말이었다.시안은 사진 수업을 시작하면서 만든 계정에 그녀의 사진을 올려놓았다.물론 소예가 마음에 들어 했던 사진이었고, 게시해도 좋다고 허락한 사진이었다.문제는 따로 있었다.댓글이었다.대표님 사진 실력이 점점 좋아지시네요.본부장님 너무 멋있으세요.바이크까지 타신다고요?그리고 마지막 댓글.혹시 대표님도 같이 타시나요?소예는 피식 웃었다.“아직 제가 실제로 도로에서 탄 건 아닌데요.”공차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멋있어요. 저도 면허 따보고 싶어졌어요.”“관심 있으면 교육부터 알아보세요. 생각보다 배울 게 많아요.”김도윤이 장난스럽게 물었다.“대표님은 뒤에 타실 예정입니까?”소예는 서류를 펼치며 대답했다.“그건 대표님께 직접 물어보세요.”오전 11시 40분.소예는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문을 열자 시안이 서류에서 고개를 들었다.“본부장님?”소예는 문을 닫고 팔짱을 꼈다.“신시안 씨.”시안이 웃었다.“왜?”“당신 사진 계정, 생각보다 보는 사람이 많더라?”“아.”시안은 바로 알아들었다.“회사 사람들이 봤어?”“응. 아침부터 바이크 이야기 들었
금요일 오전 10시 15분.은소예는 휴대폰으로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고객님께서 계약하신 이륜차의 출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예약하신 시간에 방문하시면 인도받으실 수 있습니다.]“드디어!”소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마침 서류를 전달하러 들어온 공차연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본부장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소예는 환하게 웃었다.“제 첫 바이크가 나왔대요.”“아! 전에 말씀하신 그 오토바이요?”“네. 오늘 오후에 찾으러 가요.”공차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본부장님이 오토바이 타시는 모습은 상상이 잘 안 돼요.”“왜요?”“평소에는 워낙 우아하시잖아요.”소예는 웃음을 터뜨렸다.“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우아하면 안 되나요?”“아니요! 오히려 엄청 멋있으실 것 같아요.”소예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중에 사진 보여줄게요.”오후 3시 30분.소예는 예정된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섰다.오늘은 미리 일정을 조정해 둔 날이었다.엘리베이터 앞에서 시안과 마주쳤다.“여보.”시안은 주변을 살피더니 웃었다.“본부장님, 퇴근하십니까?”소예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였다.“네, 대표님. 오늘은 중요한 개인 일정이 있어서요.”“저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그럼 같이 가시죠.”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소예는 시안의 팔을 잡았다.“나 너무 신나.”“알아.”“어떻게 알아?”“오늘 아침부터 세 번이나 출고 이야기했잖아.”소예는 웃었다.“세 번밖에 안 했어?”“아마 더 했을걸.”오후 4시 10분.매장에 도착하자 직원이 두 사람을 안내했다.“은소예 고객님, 차량 준비됐습니다.”소예는 직원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걸음을 멈췄다.은은한 진주빛이 감도는 흰색 바이크가 전시 공간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검은색 시트와 은색 부품이 어우러진 모습은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근사했다.“와…….”소예는 천천히 다가갔다.“진짜 예쁘다.”시안은 옆에서 그
토요일 오전 9시 30분.은소예는 침대에 앉아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화면에는 한 통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주문하신 상품의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늘 오후부터 수령 가능합니다.]소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드디어 완성됐네.”그때 욕실 문이 열렸다.신시안이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왔다.“뭐가 완성됐어?”소예는 재빨리 휴대폰을 뒤집었다.“아무것도.”시안이 눈썹을 올렸다.“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웃어?”“내가 웃으면 안 돼?”“그건 아니지만.”시안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오늘 뭐 할 거야?”“오후에 잠깐 나갔다 오려고.”“어디?”“비밀.”시안은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비밀이 많네.”소예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부부라고 모든 걸 미리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그건 맞지.”“그러니까 오늘은 각자 시간 보내기.”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나도 목공 작업실에 다녀올게.”소예는 속으로 안도했다.계획대로였다.오후 1시 10분.소예는 짙은 보라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미디스커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목적지는 작은 맞춤 제작 공방이었다.“은소예 고객님이시죠?”“네. 주문한 물건 찾으러 왔어요.”직원은 포장된 나무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소예는 포장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안에는 가죽으로 만든 카메라 스트랩이 들어 있었다.평범한 스트랩은 아니었다.짙은 갈색 가죽 안쪽에 작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당신의 시선으로 발견한 세상을 응원해. — 소예소예는 손끝으로 글자를 쓸어봤다.“예쁘네요.”“요청하신 문구 그대로 새겼습니다.”“감사합니다.”그녀는 스트랩을 다시 포장했다.시안의 첫 사진 전시회가 끝난 뒤부터 준비한 선물이었다.전시회에서 남편이 작품 앞에 서 있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대표라는 직함도, 회사에서의 책임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이야기하던 얼굴.그 표정을 앞으로도 자주 보고 싶었다.오후 3시 40분.소예는 집으로 돌아왔다.그런데 현관에 들어서는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