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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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당신이 대표를 그만두면

어느 날 밤.신시안이 갑자기 물었다.“내가 대표 아니면 어때?”은소예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갑자기 무슨 소리야.”“그냥.”“회사 그만두게?”“그건 아니고.”시안은 잠시 생각했다.“언젠가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잖아.”소예가 리모컨을 내려놓았다.“왜 그런 생각 했어?”“요즘 네가 팀장 된 거 보면서.”“그게 무슨 상관인데.”“나는 계속 대표인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서.”소예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시안은 진지했다.“사실 나는 당신이 대표라서 다시 만난 거 아닌데.”“알아.”“그럼 뭐가 걱정돼.”“네가 실망할까 봐.”소예가 어이없는 듯 웃었다.“신시안.”“응.”“나 당신 백수여도 좋아했을 것 같아.”시안의 눈이 커졌다.“진짜?”소예가 잠시 고민했다.“아.”“뭐.”“백수 오래 하면 조금 싫을 수도.”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현실적이네.”“당연하지.”소예도 웃었다.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대표라서 당신인 게 아니잖아.”“응.”“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생기면 말해.”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허락해줄 거야?”“또 허락.”소예가 손등을 꼬집었다.“같이 이야기하자는 거지.”“알겠습니다.”잠시 뒤 소예가 물었다.“근데 진짜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아직은 없어.”“그럼 왜 물었어.”시안은 소예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졌다.“그냥 확인하고 싶었어.”“뭘.”“네가 내 직함 말고 나를 좋아하는지.”소예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그의 볼을 잡았다.“이렇게 귀찮은 사람을 대표라서 좋아하겠어?”시안이 웃었다.“그럼 뭘로.”소예가 가까이 다가갔다.“신시안이라서.”시안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직함도.회사도.과거의 결혼도.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이름 하나였다.신시안.은소예.서로가 선택한 한 사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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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소예가 출장 가는 날

이번에는 은소예가 혼자 출장을 가게 됐다.이틀 일정의 제주 출장.신시안은 아침부터 캐리어 주위를 맴돌았다.“충전기 챙겼어?”“응.”“약은?”“안 아파.”“그래도.”“챙겼어.”“비행기 몇 시.”“당신이 예약 일정까지 봤잖아.”시안은 할 말이 없었다.소예가 웃었다.“나 이틀만 가.”“알아.”“왜 이렇게 불안해.”“당신 혼자 출장 처음이잖아. 결혼하고.”“결혼 전에는 잘만 다녔어.”시안의 표정이 조금 시무룩해졌다.소예가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줬다.“보고 싶으면 전화해.”“자주 해도 돼?”“회의 중에는 안 돼.”“밤에는?”“가능.”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메시지가 왔다.[도착하면 연락.]소예는 사진 한 장을 찍어 보냈다.[공항 도착.]제주에 도착해서도.[도착.]호텔에 들어가서도.[체크인.]그때 시안에게서 답장이 왔다.[나 너무 귀찮아?]소예는 잠시 웃었다.[조금.]답장이 없었다.소예가 바로 한 줄을 더 보냈다.[근데 싫진 않아.]몇 초 뒤 전화가 걸려왔다.“왜 전화해.”“목소리 듣고 싶어서.”“나 이제 미팅 가야 돼.”“30초만.”소예는 호텔 창가에 서서 웃었다.“말해.”“보고 싶어.”“출발한 지 세 시간 됐어.”“그래도.”“나도.”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뭐?”“나도 보고 싶다고.”“다시.”“싫어.”소예는 전화를 끊었다.다음 날 밤 서울로 돌아왔을 때 시안은 공항에 나와 있었다.“왜 왔어.”“데리러.”“차 보내도 되잖아.”“내가 오고 싶었어.”소예는 캐리어를 넘겨주고 자연스럽게 시안에게 안겼다.“보고 싶었어.”이번에는 먼저 말했다.시안이 웃으며 소예를 더 깊게 안았다.잠깐 떨어져 있는 것조차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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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네가 없어도 괜찮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신시안은 은소예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운전은 기사님이 하시는데 왜 이렇게 꼭 잡아.”“이틀 못 잡았잖아.”“이틀.”“길었어.”소예가 창밖을 바라보며 웃었다.집에 도착하자 시안은 캐리어를 정리하려 했다.“놔둬. 내가 할게.”“같이.”“당신 내일 일찍 출근하잖아.”“너도.”두 사람은 결국 바닥에 앉아 짐을 풀었다.소예가 출장지에서 산 작은 기념품을 꺼냈다.“이거.”“뭔데.”“당신 거.”작은 열쇠고리였다.시안이 받아 들고 한참 바라봤다.“왜 그렇게 봐.”“네가 출장 가서 내 생각 했다는 거잖아.”“선물 샀으니까 그렇겠지.”“좋네.”소예는 옷을 정리하다 말했다.“근데 나 이번 출장 가서 좀 알았어.”“뭘.”“나 당신 없어도 괜찮더라.”시안의 표정이 굳었다.소예가 바로 웃었다.“끝까지 들어.”“응.”“혼자 자도 괜찮고.”“…….”“혼자 밥 먹어도 되고.”시안의 표정이 점점 더 좋지 않아졌다.소예가 그의 손을 잡았다.“그래도 같이 있는 게 더 좋더라.”그제야 시안이 숨을 내쉬었다.“그 말을 먼저 하지.”“당신 반응 보려고.”“못됐다.”소예가 웃었다.“예전에는 당신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시안이 조용히 들었다.“그래서 당신이 늦으면 더 불안했고, 연락 없으면 버림받은 것 같았고.”소예는 잠시 말을 멈췄다.“지금은 알아.”“뭘.”“나는 당신 없어도 살 수 있어.”시안의 손이 조금 굳었다.소예가 손가락을 얽었다.“근데 당신이랑 살고 싶은 거야.”시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게 더 좋은 말이지?”소예가 물었다.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리고 소예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필요해서 함께 있는 관계가 아니라.혼자서도 괜찮지만 함께 있고 싶어서 선택하는 관계.두 사람은 이제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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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다시 오는 봄

두 번째 결혼 후 첫 봄이 왔다.은소예는 주말 아침 거실 창문을 열었다.따뜻한 바람이 들어왔다.“나가자.”소예가 말했다.소파에 누워 있던 신시안이 눈을 떴다.“어디.”“벚꽃.”“사람 많아.”“그래서 싫어?”시안은 바로 일어났다.“아니.”두 사람은 집 근처 공원을 걸었다.사람들이 많았지만 소예는 신경 쓰지 않았다.시안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다.“우리 작년에는 이때 뭐 했지?”시안이 물었다.소예는 생각했다.“아직 다시 결혼하기 전이었나.”“응.”“회사에서 몰래 만나던 때.”“그때가 더 설렜어?”소예가 웃었다.“조금?”시안의 표정이 굳었다.“지금은 안 설레?”“왜 이렇게 쉽게 낚여.”“대답.”소예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지금도 설레.”“진짜?”“응.”그리고 조금 장난스럽게 덧붙였다.“가끔.”시안이 한숨을 쉬었다.소예는 웃으며 그의 팔에 매달렸다.“대신 지금은 편해.”“그건 좋은 거야?”“응.”소예가 말했다.“예전에는 설레는데 불안했어.”시안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지금은?”“설레고 편해.”“그럼 됐네.”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바람이 불자 꽃잎이 떨어졌다.소예의 머리카락 위에 꽃잎 하나가 내려앉았다.시안이 손으로 떼어줬다.“사진 찍자.”“갑자기?”“작년에도 찍었잖아.”소예는 휴대폰을 꺼냈다.두 사람은 벚꽃 아래에서 나란히 섰다.사진을 찍은 뒤 소예는 화면을 확인했다.“우리 이제 진짜 부부 같아.”시안이 어이없다는 듯 봤다.“결혼한 지 몇 달인데.”“그냥.”소예는 사진을 저장했다.첫 번째 결혼 때는 함께 맞은 계절들이 기억 속에서 흐릿했다.이번에는 하나씩 남기고 싶었다.봄도.여름도.가을도.겨울도.같은 사람과 다시 처음부터 살아가는 기분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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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내 이름을 걸고

은소예의 팀이 맡은 프로젝트가 회사 내에서 예상보다 큰 성과를 냈다.그리고 외부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팀장님 이름으로 인터뷰가 나갈 겁니다.”홍보팀의 말에 소예는 잠시 굳었다.“제 이름으로요?”“네.”과거에는 회사 대표나 임원 이름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이번에는 실무 책임자인 소예가 직접 소개되는 기사였다.인터뷰 당일.기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대표이사와 부부 관계라는 점이 업무에 영향을 주진 않나요?”예상했던 질문이었다.소예는 잠시 생각했다.“영향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기자가 고개를 들었다.“다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 관계가 제 업무 평가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회사 내부 절차를 분리했습니다.”소예는 차분하게 말했다.“저 역시 남편의 이름이 아니라 제 이름으로 평가받는 게 중요합니다.”며칠 뒤 기사가 공개됐다.시안은 집에서 기사를 읽고 있었다.“왜 그렇게 진지하게 봐.”소예가 물었다.“좋아서.”“뭐가.”“여기.”시안이 한 문장을 가리켰다.‘제 이름으로 평가받는 게 중요합니다.’소예는 웃었다.“당연한 말인데.”“응.”시안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래서 더 좋아.”“내가 당신 이름 싫다는 뜻 아니야.”“알아.”시안은 소예를 바라봤다.“은소예라는 이름이 먼저 있어야 신시안 아내도 있는 거잖아.”소예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그걸 이제 알았어?”“예전에는 몰랐지.”시안은 솔직했다.“내가 널 사랑하면 내 삶 안에 넣으면 되는 줄 알았어.”소예는 그의 옆에 앉았다.“지금은?”“네 삶 옆에 내 삶을 놓는 거.”소예가 웃었다.“말 잘하네.”“배웠으니까.”그날 밤 소예는 자신의 이름이 크게 적힌 기사를 다시 한번 읽었다.누구의 전처도.누구의 아내도 아닌.은소예.그리고 그 이름 옆에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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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우리 집에 불이 켜지면

야근이 끝난 밤.은소예는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를 올려다봤다.거실 창에 불이 켜져 있었다.신시안이 먼저 들어왔다는 뜻이었다.그 불빛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피로가 조금 가셨다.현관문을 열자 음식 냄새가 났다.“왔어?”시안이 주방에서 나왔다.“뭐 해?”“밥.”소예가 놀랐다.“당신이?”“왜.”“먹을 수 있는 거 맞아?”“너무하는데.”식탁에는 조금 어설픈 파스타가 놓여 있었다.소예가 한입 먹었다.시안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어때.”“음.”“왜.”“먹을 수는 있어.”“은소예.”소예는 웃음을 터뜨렸다.“맛있어.”“진짜?”“응.”두 사람은 늦은 저녁을 먹었다.소예가 식탁을 바라보다 말했다.“나 요즘 집 오는 게 좋아.”시안이 고개를 들었다.“원래 안 좋았어?”“예전에는 집이 그냥 쉬는 곳이었어.”“지금은?”소예가 시안을 바라봤다.“당신 있는 곳.”시안의 표정이 멈췄다.“그런 말 갑자기 하지 마.”“왜.”“심장에 안 좋아.”소예가 웃었다.설거지를 마친 뒤 두 사람은 거실에 나란히 앉았다.소예는 피곤한 듯 시안의 무릎에 머리를 올렸다.시안이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었다.“내일도 늦어?”“아마.”“밥 해놓을게.”“오늘보다 나아질 자신 있어?”“연습하면.”소예는 눈을 감았다.“그럼 기대해볼게.”한참 뒤 소예가 말했다.“어릴 때는 집이라는 게 장소인 줄 알았거든.”“응.”“근데 아닌가 봐.”시안의 손이 멈췄다.“그럼 뭔데.”소예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돌아오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소예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밤늦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켜져 있는 불 하나.그게 두 사람에게는 결혼의 가장 평범하고 확실한 모습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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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남편의 생일

신시안의 생일이 다가왔다.은소예는 일부러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척했다.“이번 주 토요일 뭐 해?”시안이 물었다.“일 있어.”“토요일인데?”“강연.”사실은 거짓말이었다.시안의 표정이 조금 시무룩해졌다.“몇 시까지.”“저녁까지.”“그래.”그날 아침.시안은 정말 소예가 나가는 줄 알고 먼저 회사 일정으로 향했다.소예는 그가 나가자마자 준비를 시작했다.거창한 파티는 아니었다.직접 만든 음식.작은 케이크.그리고 선물.저녁 일곱 시.시안이 집에 들어왔다.거실이 어두웠다.“소예야?”불이 켜졌다.“생일 축하해.”시안이 그대로 멈췄다.“강연은?”“거짓말.”“너 거짓말 못 한다며.”“오늘만.”시안은 한동안 식탁을 바라봤다.“이거 다 네가 했어?”“응.”“왜.”소예가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남편 생일이니까.”시안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왜 울 것 같아?”“아니.”“맞는데.”“안 울어.”소예는 선물을 내밀었다.“열어봐.”상자 안에는 시계가 들어 있었다.시안이 한참 바라봤다.“비싼데.”“당신도 내 승진 때 비싼 펜 줬잖아.”소예는 시계를 직접 채워줬다.“이번에는 늦지 말라고.”시안이 웃었다.“의미가 그거야?”“응.”“무섭네.”소예도 웃었다.촛불을 켠 뒤 소예가 물었다.“소원 빌어.”시안은 눈을 감았다가 바로 떴다.“됐어.”“벌써?”“응.”“뭔데.”“말하면 안 이루어진다며.”“진짜 그런 거 믿어?”“오늘부터.”한참 뒤 침실에서 소예가 다시 물었다.“진짜 소원 뭐였어.”시안은 소예를 끌어안았다.“지금이 오래 가는 거.”소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의 품 안에서 작게 말했다.“그건 같이 빌자.”이번에는 한 사람만의 소원이 아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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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아내의 생일

몇 달 뒤에는 은소예의 생일이 돌아왔다.신시안은 한 달 전부터 이상하게 행동했다.“뭐 준비하지?”소예가 물었다.“아무것도.”“거짓말.”“진짜.”“당신 거짓말 티 나.”시안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생일 당일.소예는 평소처럼 출근했다.회사에서도 작은 축하를 받았다.그런데 오후가 되자 팀장이 말했다.“오늘 일찍 퇴근해.”“왜요?”“대표 지시 아니야.”팀장이 웃었다.“팀장 생일인데 우리가 보내주는 거야.”소예는 조금 일찍 회사를 나왔다.집으로 가려는데 시안에게 메시지가 왔다.[주소 보낼게. 여기로 와.]도착한 곳은 작은 사진관이었다.“여기 왜?”시안이 기다리고 있었다.“사진 찍으려고.”“무슨 사진.”“우리.”소예의 눈이 커졌다.“갑자기?”“웨딩사진 말고 평범한 사진이 별로 없잖아.”둘은 정장도 드레스도 입지 않았다.평소 옷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섰다.처음에는 어색했다.하지만 몇 장 지나자 자연스럽게 웃기 시작했다.촬영이 끝난 뒤 시안이 작은 앨범을 건넸다.안에는 지금까지 둘이 찍은 사진들이 정리되어 있었다.벚꽃 아래.여행.신혼집.집에서 찍은 셀카까지.“이걸 언제 만들었어?”“조금씩.”소예는 페이지를 넘겼다.마지막 장은 비어 있었다.“여긴?”시안이 말했다.“앞으로 채우려고.”소예의 눈가가 조금 뜨거워졌다.“생일 선물이 이거야?”“하나 더 있어.”“또?”시안은 소예의 손을 잡았다.“오늘 하루 네가 하고 싶은 거.”소예가 웃었다.“진짜?”“응.”“그럼 집 가자.”시안이 놀랐다.“끝?”“응.”“좋은 데 예약했는데.”“취소해.”“왜.”소예가 그의 팔짱을 꼈다.“오늘은 집에서 당신이랑 있고 싶어.”시안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결국 둘은 집으로 돌아갔다.배달 음식을 시키고.영화를 보고.앨범을 다시 펼쳤다.소예는 마지막 빈 페이지를 손끝으로 만졌다.앞으로 채울 날들이 이미 많다는 사실이,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좋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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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우리에게 필요한 거리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항상 붙어 있을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신시안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이번 주말 친구들이랑 여행 간다고?”“응.”은소예가 태연하게 캐리어를 꺼냈다.“나 없이?”“여자들끼리 가는데 당신이 왜 가.”“그냥.”시안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소예가 웃었다.“이틀이야.”“알아.”“저번 제주 출장 때도 살았잖아.”“출장이랑 여행은 다르지.”“뭐가.”“놀러 가는 건데 내가 없잖아.”소예가 손으로 시안의 볼을 눌렀다.“귀찮아.”“가지 마?”“갈 거야.”시안은 더 붙잡지 않았다.“잘 다녀와.”소예가 조금 놀랐다.“진짜?”“당신 시간도 있어야지.”여행 동안 시안에게서 연락은 생각보다 적게 왔다.아침에 한 번.밤에 한 번.소예는 오히려 이상했다.결국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왜 연락 안 해.]답장이 바로 왔다.[방해할까 봐.]소예가 화면을 보다가 웃었다.[조금은 해도 돼.]전화가 걸려왔다.“왜.”“조금은 해도 된다며.”“바로 전화하라는 뜻은 아니었는데.”“끊을까?”“아니.”소예는 숙소 베란다로 나갔다.“뭐 했어?”“집에 있었어.”“심심했겠다.”“조금.”“내일 가.”“알아.”시안이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재밌게 놀아.”소예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응.”“나 신경 쓰지 말고.”“이미 쓰이는데.”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소예가 웃었다.“보고 싶긴 해.”시안의 목소리가 금세 밝아졌다.“나도.”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소예는 깨달았다.서로에게 필요한 건 항상 붙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떨어져 있어도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그 거리까지 사랑 안에 포함시키는 일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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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결혼하고도 혼자 있고 싶은 날

어느 날은 특별한 이유 없이 혼자 있고 싶었다.은소예는 퇴근 후 집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말했다.“나 오늘 좀 혼자 있고 싶어.”신시안이 소파에서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 있어?”“아니.”“회사?”“그것도 아니고.”소예는 잠시 고민했다.“그냥 혼자 있고 싶은 날.”시안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내가 뭘 했어?”“아니라고.”“화난 거 아니야?”“응.”시안은 한동안 소예를 바라봤다.예전이었다면 이유를 알아내려고 계속 물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진짜?”“응.”“서운하지 않아?”“조금.”솔직한 대답이었다.소예가 웃었다.“그래도 이해해줄게.”시안은 서재로 들어갔다.소예는 거실에 혼자 남아 음악을 틀었다.책을 읽고.차를 마셨다.누구와 대화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했다.두 시간이 지나자 이상하게 시안이 궁금해졌다.서재 문을 열어보니 그가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뭐 해.”“일.”“혼자 있으라며.”“끝났어.”시안이 고개를 들었다.“벌써?”“응.”소예가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서운했어?”“조금.”“미안.”“미안할 건 아니지.”시안이 노트북을 닫았다.“필요하면 또 말해.”소예가 눈을 깜빡였다.“괜찮아?”“응.”시안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같이 산다고 모든 시간을 같이 써야 하는 건 아니잖아.”소예는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당신 진짜 많이 배웠네.”“누구 때문에.”“나 때문에?”“응.”소예가 웃었다.“나도 배웠어.”“뭘.”“혼자 있고 싶다고 말해도 버림받지 않는 거.”시안의 손이 소예의 손을 감쌌다.“그건 절대 아니야.”두 사람은 그날 새로운 규칙 하나를 더 배웠다.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이,사랑이 식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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