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은 굳은 얼굴로 이혼 합의서를 집어 들었다.그 위에는 자신의 이름이 서명되어 있었다.문뜩 기억이 났다.얼마 전 크게 다툰 뒤, 심유진을 일부러 자극하고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합의서를 꺼내서 서명까지 했던 것이다.요즘 심유진이 달라진 모습을 떠올리자, 박진성은 화가 치밀어 올라 그 몇 장의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처음부터 이혼할 생각이었던 거였어?”박진성의 눈에 심유진은 그저 가정주부에 불과했다.‘매일 출근도 하지 않고 사모님처럼 살아가는 주제에, 감히 이혼을 입에 올리다니?’박진성은 휴대폰을 꺼내 심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무릎 꿇고 용서를 빌기만 한다면, 마지못해 한 번 더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박진성은 몸이 굳어졌다.심유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데다가, 휴대폰도 꺼져 있는데 대체 어디서 그녀를 찾는단 말인가?박진성은 점점 더 난폭해지더니, 집 안의 물건들을 마구 집어 던졌다.겨우 마음이 가라앉은 뒤에야 박진성의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아마도 심유진은 잠시 도망치고 싶었을 뿐일 것이다.가정주부에 아무런 수입도 없고, 그동안 자신도 심유진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았으니 밖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돌아올 것이다.그때가 되면, 이런 짓을 한 대가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이렇게 모든 생각을 정리한 박진성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병실 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강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모가 네 엄마가 됐으면 좋겠지? 그럼 앞으로 이모 말 잘 들어야 해.”“그날 심유진이 먼저 이모한테 욕하고, 먼저 손을 댔다고 말하는 거야. 알겠지? 그렇게 하면 이모가 곧 네 엄마가 될 수 있어!”강희연은 박수정의 볼을 쓰다듬으며 얼굴에는 다정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계산하는 기색이 가득했다.박수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나는 희연 이모가 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 못난이는 희연 이모 발끝에도 못 미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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