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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作者: 천외선인
식사가 끝난 뒤, 박진성은 집에 가서 차 한잔하자는 강희연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약간의 미안함과 죄책감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심유진에게 몇 마디 부드럽게 말해 주면서 달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유진이 자신을 완전히 투명 인간 취급하자, 박진성은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오늘 희연이 생일이라서 나랑 수정이가 같이 축하해 준 거야. 그런데 거기까지 따라와?”

“이제 아주 대단한 짓까지 하는구나. 그렇게까지 뻔뻔해질 줄은 몰랐어.”

심유진은 여전히 박진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저 이 남자가 너무나 우습게 느껴질 뿐이었다.

‘겉부터 속까지 이미 다 썩어 버렸어.’

다른 여자와 어울리고 있는 건 자신이면서, 모든 책임은 오히려 심유진에게 떠넘겼다.

정말 책임 전가 하나만큼은 타고난 사람이었다.

박진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심유진을 노려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박진성이 조금이라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면, 심유진은 곧바로 잘못을 빌고 사과했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이 아니어도 박진성은 마음대로 화를 내며 심유진을 쥐고 흔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수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런 심상치 않은 변화에 박진성은 은근히 불안해지면서 이유 모를 초조함이 밀려왔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나하고 희연이는 그냥 친구라고. 절대 남녀 관계 같은 건 아니야. 너도 좀 나만 쳐다보지 말고 너 자신한테나 신경 써!”

심유진은 여전히 박진성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조용히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나도 이제 내 자신한테 집중해야겠어.”

그 말에 박진성은 완전히 폭발했다.

박진성은 심유진이 일부러 자신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빈정대는 투로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분노한 박진성은 탁자 위의 과일 접시와 컵을 모조리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심유진은 미동도 없이 조용히 TV만 바라보았다.

박진성은 눈이 벌게진 채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밖에서 일하는데, 너는 집에서 귀부인처럼 호강하고 있잖아. 뭐가 부족해서 그래?”

“수정한테 엄마가 없게 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참고 산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 너 같은 못난 여자랑 이혼했어!”

또 그 익숙한 패턴이었다. 온갖 말로 심유진을 정신적으로 옥죄는 것이다.

심유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분명히 말했잖아. 나는 신경 쓰지도 않았고 화도 안 났어.”

그 말에 박진성은 솜뭉치를 때리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화가 나도 제대로 풀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박진성은 심유진이 일부러 연기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유진이 무슨 생각을 하든, 이번 일이 이렇게 끝날 리는 없었다.

“희연이 일은 네가 직접 가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 그 전까지는 계속 마당에서 자!”

말을 마치고 박진성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심유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음에는 슬픔도 기쁨도 없었고, 오직 평온함만이 가득했다.

박수정이 아래층으로 뛰어내려와서 심유진 앞에 섰다.

“또 아빠 화나게 했지? 당신처럼 못생긴 사람이 우리 아빠랑 어울릴 리가 없잖아. 난 희연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빨리 나가!”

심유진은 평온한 눈빛으로 박수정을 바라보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얼마 안 남았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희연 이모가 곧 네 엄마가 될 테니까.”

말을 마치고 마당으로 나가려는데, 박수정이 심유진을 불러 세웠다.

“나 라면 먹고 싶어. 빨리 가서 만들어 줘. 계란 프라이도 하나 올리고, 노른자는 반숙으로!”

심유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마디만 남겼다.

“네 희연 이모한테 가서 만들어 달라고 해.”

뒤에서 박수정이 내뱉는 험한 말이 들려왔다.

6살짜리 여자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지독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심유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 딸마저 포기하기로 했다.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되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더 이상 마음 쓸 필요도 없었다.

그 후로도 박진성은 여전히 딸을 데리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박진성은 그런 방식으로 심유진을 고통스럽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심지어 집을 나서면서도 말했다.

“희연에게 가서 무릎 꿇고 빌지 않으면, 우리 둘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야.”

심유진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 부녀와 멀리 떨어질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을 일이었고, 두 사람 곁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저녁 무렵, 강희연에게서 영상이 하나 도착했다.

침대에 앉은 강희연이 웃통을 벗은 박진성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영상이었다.

굳이 말이 필요 없었다.

이 짧은 영상 하나면 충분했다.

강희연은 심유진을 자극하고 싶었던 것이다.

남편의 마음조차 붙잡지 못하는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심유진은 반응하지 않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려서 방해받지 않도록 해두었다.

강희연만 그런 게 아니었다.

평소 SNS에 거의 글을 올리지 않던 박진성마저 은근히 진심을 드러내는 글을 여러 개 올렸다.

박진성도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심유진은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이제 곧 자유로워질 거야.’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부녀에게 마음을 쓰지 않게 되자, 심유진은 자신의 시간이 넉넉해졌음을 느꼈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었다.

박진성은 심유진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깎아내렸다.

하지만 회사가 막 시작됐을 때만 해도, 중요한 계약 건들은 전부 심유진이 직접 나가서 성사시켰다.

모든 것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심유진이 임신을 하게 되자,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정으로 돌아왔다.

회사 지분의 3분의 1도 심유진 명의로 되어 있었다.

떠나기 전에 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앞으로의 자신을 위한 보장이 될 터였다.

그런 생각을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있을 때, 박진성이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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