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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作者: 천외선인
심유진은 강희연이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 변화가 없었다.

“난 이미 모든 걸 포기했어. 너랑 뭘 두고 다투지 않을 거야.”

강희연은 비웃으며 말했다.

“됐거든. 정말 떠날 생각이었으면 진작 떠났겠지. 지금까지 뻔뻔하게 붙어 있는 건 결국 돈 때문이잖아.”

“아, 맞다. 지난번에 진성 오빠가 너한테 보낸 장미꽃 어땠어? 향이 아주 좋았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심유진의 얼굴빛이 변하면서 표정이 복잡해졌다.

강희연조차 자신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박진성은 전혀 몰랐다.

남에게 팔려 가면서도 그 사람 대신 돈까지 세어 주는 꼴이었다.

결국 박진성의 마음속에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진성이 딸을 데리고 나왔다.

박진성은 심유진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수정이가 어려서 철이 없어. 내가 이미 잘 타일렀어. 조금 있다가 우리 가족끼리 크루즈 타러 가자.”

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재빨리 콘서트 티켓 두 장을 꺼내 보였다.

“이 밴드 우리 대학 때부터 정말 좋아했잖아. 오늘이 그 밴드의 마지막 콘서트야.”

박진성은 잠시 멈칫하며 마음속으로 갈등했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강희연을 우선으로 삼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심유진의 이상한 변화를 뚜렷하게 느끼고 있었기에, 먼저 크루즈에 타서 야경을 보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여기서 또 강희연을 선택하면, 심유진이 그 결과를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심유진이 자신을 미칠 듯이 사랑해서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신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박진성은 처음의 결정을 지켰다.

“미안, 그 밴드 이제 안 좋아해. 그리고 아내한테 먼저 약속했어.”

말을 마치고 박진성은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상황은 강희연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평소 박진성은 강희연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었는데, 오늘은 저 못난이 때문에 자신을 거절하다니.

강희연은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채 심유진을 노려보았다.

“이 천한 년,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심유진은 강희연과 길게 말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았다.

입을 열어 말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심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에, 강희연은 오히려 자신을 일부러 무시하며 자극하려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분노에 미쳐버린 강희연은 탁자 위에 있던 커다란 장미꽃 다발을 집어 들더니, 심유진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한 번, 또 한 번. 있는 힘을 다해 휘둘렀다.

이내 심유진은 꽃가루를 과도하게 들이마시고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얼굴은 새빨개지고 호흡은 점점 가빠졌다.

강희연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진성 오빠가 누굴 선택하는지 한번 보자고!”

말을 마친 강희연도 바닥에 쓰러지더니 배를 움켜쥐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박진성이 방에서 나왔을 때, 바닥에는 두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한 명은 숨쉬기조차 힘들어 얼굴이 시뻘게진 아내였고, 다른 한 명은 배를 감싼 채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첫사랑이었다.

박진성은 긴장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심유진은 지금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빨리 병원에 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일단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다.

“진성아, 빨리 나 병원에 데려가 줘. 나 이제 못 버티겠어.”

잠시 멍해 있던 박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유진을 부축하려는 순간, 강희연이 그의 다리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나 배가 너무 아파! 누가 칼로 배를 찌르는 것 같아. 나도 못 참겠어!”

박수정은 강희연 곁으로 달려가 쪼그려 앉더니, 심유진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다 저 못난이가 일부러 희연 이모를 자극해서 그래요! 희연 이모가 화가 나서 쓰러진 거예요.”

“아빠가 누굴 더 신경 쓰는지 시험해 보려고 지금 연기하는 거라고요! 빨리 희연 이모부터 병원에 데려가죠!”

박진성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고, 심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염치없는 짓을 하다니, 너 정말 사람도 아니야!”

박진성은 심유진의 생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강희연을 안아 들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심유진의 마음은 끝없는 절망에 휩싸였다.

방금 전까지도 박진성에게 기대를 걸었던 자신이 너무나 우스웠다.

심유진은 손을 뻗어 간신히 소파 위의 휴대폰을 더듬어 집어 들고 정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곧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심유진은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정아진은 침대 옆에 서서 답답하다는 듯이 심유진을 내려다보았다.

“너 정말 죽고 싶어? 내가 조금만 늦게 왔어도 너 죽었어!”

심유진은 말없이 침묵에 잠겼다.

이번에는 병원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이혼 합의서 효력이 발생하는 날, 심유진은 퇴원 수속을 마쳤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박진성은 심유진의 생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보니, 바닥에는 이미 마른 꽃잎만 흩어져 있었다.

마치 자신의 실패한 결혼처럼,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짐을 정리한 심유진은 이혼 합의서를 탁자 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두었다.

얼마 되지 않는 짐을 들고서, 심유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오랫동안 살아온 이곳은 집이 아니라 감옥이었다.

이곳을 떠나는 것은,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미 비행기표를 예약해 두었던 심유진은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탑승 대기 중, 휴대폰이 울렸다.

박진성의 전화였다.

심유진은 받지 않고 바로 끊어버린 뒤, 휴대폰 전원을 꺼 버렸다.

이제부터 어디에 있든, 심유진과 박진성은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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