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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ผู้เขียน: 천외선인
심유진은 겉옷을 걸친 뒤 마당에 있는 긴 의자에 누웠다.

이미 늦가을이라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고, 밤공기는 더욱 차가웠다.

찬바람이 불자 심유진은 몸을 움츠리며 옷깃을 여몄다.

싸울 때마다 박진성은 늘 이런 식으로 심유진을 벌했다.

겉으로는 정신 차리라고 하는 말이지만, 실상은 심유진을 모욕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지금의 심유진은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았다.

오랜 세월 자신이 집착했던 것이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졸음이 밀려와 막 잠들려던 순간, 따뜻한 손이 심유진의 옷 속으로 들어왔다.

심유진이 곧바로 눈을 뜨자, 욕망으로 가득 찬 박진성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았지만, 심유진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했다.

예전 같았으면 열정적으로 응하며 박진성이 좋아하는 대로 맞춰 줬겠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역겨웠고 그의 손길이 거부감으로 다가왔다.

심유진의 달라진 태도를 눈치챈 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

심유진은 박진성의 손을 밀어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몸이 좀 안 좋아서.”

마치 아직도 화가 난 사람처럼 보이자 박진성은 곧바로 짜증을 냈다.

“아직도 희연이 일로 나한테 삐져 있는 거야?”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지금 희연이랑은 그냥 친구 사이라고. 그렇게 속 좁게 굴지 좀 마.”

박진성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아서 심유진은 눈을 감고 반응하지 않았다.

심유진이 감히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이 박진성은 몹시 불쾌했다.

“정말 봐주니까 기고만장하네. 희연이 말이 맞았어. 내가 너한테 너무 잘 해줬어.”

“감히 나한테 이런 태도를 보여? 앞으로 내가 너한테 손 하나라도 대나 봐.”

쾅!

거세게 문 닫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심유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예전 같았으면 박진성이 조금이라도 불쾌해하는 기색을 보이는 순간, 심유진은 곧바로 자세를 낮추고 비굴하게 용서를 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 놓기로 마음먹었기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심유진은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부녀를 위한 영양 가득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대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천천히 마셨다.

이혼 합의서에는 이미 서명을 마쳤으니, 이제 효력이 발생하기만 기다리면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그런 생각을 하자 심유진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이렇게나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집착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새삼 느껴졌다.

강희연은 SNS에 무려 5분이나 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이런 글이 함께 적혀 있었다.

[내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언제나 곁에 나타나 주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서 정말 행복해요.]

영상 속 박진성은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가정적인 남편처럼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심유진은 저런 박진성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박진성은 주방의 기름 냄새를 싫어해서 심유진을 위해 단 한 번도 요리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강희연의 집에서 즐겁게 그녀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심유진은 그저 대충 훑어본 뒤, 끝까지 보지도 않고 휴대폰을 소파에 던져두었다.

박진성이 어젯밤 자신이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든, 아니면 이미 심유진을 떠나 첫사랑과 함께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든 더 이상 상관없었다.

박진성이 당장이라도 이혼하자고 한다면, 심유진은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2층에서 내려오던 박수정은 심유진을 못 본 척하고 식탁 앞에 가더니, 평소의 푸짐한 아침이 없는 것을 보고는 심유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또 게으름 피운 거야? 빨리 밥해. 나 배고파.”

심유진은 무표정하게 박수정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딸의 마음속에 자신은 한 줌의 자리도 없고, 가사도우미만도 못한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생각을 하자 속으로 쓴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한층 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배고프면 사과나 식빵 먹어.”

박수정은 잠시 멍해졌다.

심유진이 이렇게 무심한 태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곧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박수정은 입꼬리를 비틀면서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벌써부터 심유진을 골탕 먹일 방법을 떠올린 듯했다.

“이건 당신이 해야 할 일이야. 당신은 매일 빈둥거리기만 하잖아.”

“아빠가 당신을 먹여 살리지 않았다면 벌써 거리로 나앉았어. 지금 빨리 밥해. 안 그러면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잠시 박수정을 바라보던 심유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길게 말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했다.

“강희연한테 가. 강희연이 네 엄마가 됐으면 좋겠다며?”

박수정을 뒤로한 채 심유진은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지난 몇 년간 박진성이 사준 옷들이 걸려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 초반 몇 년간 사준 옷들이었다.

최근 몇 년간 박진성은 심유진에게 아무것도 사주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번 돈도 전부 박진성이 관리했다.

심유진에게는 장보는 돈 일부만 남겨줬을 뿐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돈이 생길 때마다 박진성에게 손을 벌려야 했고, 그때마다 알뜰하지 못하다거나 돈을 헤프게 쓴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그 생각을 하니 너무나 우스웠다.

강희연에게는 몇백만 원짜리 선물도 서슴없이 사주면서, 심유진은 고작 몇십만 원짜리 오븐 하나 바꾸자고 해도 물질적인 여자라는 소리를 했다.

심유진은 무표정하게 옷들을 정리해 가방에 담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리려고 했다.

막 문을 나서는데, 마침 돌아온 박진성과 마주쳤다.

박진성의 손에는 장미꽃 한 다발이 들려 있었다.

심유진은 박진성을 본 체도 않고, 쓰레기통으로 걸어가 옷이 든 가방을 전부 던져버렸다.

투명한 가방이라 안에 든 것이 훤히 보였기에, 박진성은 그것이 자신이 심유진에게 사준 옷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보았다.

심유진이 다가오자 박진성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사준 옷들을 다 버렸다고? 나는 어젯밤에 희연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어쩔 수 없이 갔던 거야. 그러니까 너도 그만...”

박진성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싶지 않아서 심유진은 말을 끊었다.

“옷이 작아졌어. 이제는 입을 수가 없거든.”

심유진의 얼굴에는 담담함이 가득했고, 눈빛에는 낯선 거리감이 어려 있었다.

박진성은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스치면서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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