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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1 - チャプター 100

121 チャプター

91. 세 번째 무리

“들켰다.”재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건이 채원 앞을 막아섰다. 창고 앞쪽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재경은 도사를 일으켜 세웠다.“걸을 수 있겠나?”“예…….”“백건, 이 사람 데리고 뒤로 나가.”채원도 검을 뽑았다.“저도 남아요.”“서아야.”“또 그 소리 하지 마요.”재경이 대꾸하기도 전에 앞문이 거칠게 열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창고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도사를 데려가라!”채원이 먼저 달려드는 사내의 검을 피해 몸을 틀었다. 손목을 쳐 검을 떨어뜨린 뒤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자, 옆에서 달려든 자는 재경이 막아섰다.좁은 창고 안에서 검 부딪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뒤로!”재경이 외쳤다.백건이 도사를 부축해 뒷문으로 향하는 순간, 이번에는 뒤쪽에서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안에 있다!”백건의 걸음이 멈췄다.뒤쪽에도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그런데 앞에서 들어온 자들과 복색이 달랐다. 두 무리는 서로를 발견하자 채원 일행보다 먼저 상대를 경계했다.“누구냐?”검은 옷의 사내가 물었다.뒤쪽에 선 자가 검을 뽑으며 대꾸했다.“비켜라.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김태겸이다.”채원과 재경의 시선이 마주쳤다.이들은 한패가 아니었다.앞에서 들어온 자들은 도사를 노렸고, 뒤에서 들어온 자들은 김태겸을 찾고 있었다.“김태겸은 여기에 없다.”재경이 말하자 뒤쪽 사내의 표정이 굳었다.“이미 누가 데려갔어요.”채원이 덧붙였다.그 말에 사내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 역시 김태겸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눈치였다.그때 창고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몰려왔다. 한두 필이 아니었다.“모두 검을 내려놓아라!”우렁찬 외침과 함께 군사들이 앞뒤 골목을 막았다. 가운데 있던 군관이 앞으로 나섰다.“중전마마의 명이다. 이곳에 있는 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모두 잡아들이라 하셨다.”검은 옷의 사내들이 먼저 움직였다. 창고 옆문을 부수고 달아나자 군사 몇이 곧장 뒤를 쫓았다. 뒤쪽 무리도 흩어졌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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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직인을 만진 사람

“그날 직인을 꺼낸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었다고요?”채원의 물음에 직인을 관리하는 서리가 장부를 펼쳐 보였다.“예, 마마. 보시는 대로 반출 기록이 없습니다.”“기록 말고요. 직접 본 사람이 있냐고요.”서리가 잠시 머뭇거렸다.“직인은 매일 확인합니다. 그날도 분명 보관함 안에 있었습니다.”채원은 장부 대신 보관함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꺼운 나무함에는 작은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서리가 열쇠를 꺼내 열자 안쪽에 김태겸의 직인이 놓여 있었다.재경이 물었다.“열쇠는 몇 개지?”“둘입니다. 하나는 제가 가지고 있고, 다른 하나는 도사께서 보관하십니다.”“그날도?”“예.”재경은 함께 온 백건에게 눈짓했다. 이미 확인한 바로는 두 사람 모두 문제의 명령서가 작성된 시각 다른 관리들과 함께 있었다. 몰래 직인을 꺼내 쓸 만한 틈이 없었다.채원은 직인을 집어 들었다. 다른 물건으로 바꿔치기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열쇠가 하나 더 있거나, 누군가 두 사람 가운데 하나의 열쇠를 손에 넣었다는 뜻이었다.그때 재경이 장부 한쪽에서 손을 멈췄다.“이건 뭐지?”서리가 가까이 다가왔다.“직인 확인 기록입니다.”“그런데 이날만 수결이 없군.”채원도 장부를 들여다봤다. 매일 같은 시각 직인의 상태를 확인한 뒤 담당자가 수결을 남겼다. 그런데 명령서가 작성된 바로 그날, 확인했다는 글자는 있으면서도 그 옆이 비어 있었다.“누가 확인했어요?”“아마 제가 했을 겁니다.”“아마?”“날짜가 오래되어 정확히는…… 단순히 수결을 빠뜨린 것 같습니다.”“매일 하던 걸 하필 그날만?”서리의 얼굴이 굳었다.그때 뒤쪽에서 장부를 정리하던 늙은 서리 하나가 자꾸 이쪽을 훔쳐보는 것이 채원의 눈에 들어왔다.“할 말 있어요?”갑작스러운 질문에 늙은 서리가 움찔했다.“아닙니다.”“아닌 얼굴인데.”서리는 주변을 살피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날 밤…… 사람이 하나 오긴 했습니다.”앞에 있던 서리가 놀라 돌아봤다.“무슨 소리냐?”“도사께서 안 계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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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별궁의 화살

우물가에서 돌아온 뒤에도 채원은 좀처럼 찜찜함을 떨쳐내지 못했다.굽은 손가락을 가진 내관. 수결이 빠진 장부. 사라진 늙은 서리까지. 분명 무언가를 잡은 것 같기는 한데, 막상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김태겸이 사라진 뒤부터 계속 그랬다. 하나를 알아내면 또 다른 의문이 생겼고, 그 의문을 쫓으면 사람 하나가 사라졌다. 누군가 일부러 자신들을 같은 자리에서 맴돌게 만드는 기분이었다.“내관 명부는 내가 알아보마.”재경이 먼저 말했다.“손가락이 굽었다는 것만으로 찾을 수 있을까요?”“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채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표정이 밝아지지 않았다. 또 명부를 뒤지고, 사람을 찾고, 그 사람에게서 새로운 단서를 얻는다고 해도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그때 중궁전에서 사람이 왔다.“세자빈마마. 중전마마께서 찾으십니다.”채원은 곧장 중궁전으로 향했다. 중전은 사람들을 모두 물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오늘 밤 별궁으로 가거라.”채원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저하를 뵐 수 있는 겁니까?”“별궁을 지키는 군사들은 이미 내 사람들로 바꿔놓았다. 만나게 해주는 것까지 막을 자는 없을 게다.”채원은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이운이 별궁에 갇힌 뒤 한 번도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감사합니다, 마마.”“감사는 나중에 하거라. 운이를 데리고 나올 방법부터 찾아야지.”“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운이에게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는 것까지다. 그 이상 움직이면 오히려 운이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채원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천두일의 거짓 자백을 밝히고 김태겸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네 얼굴이라도 보면 그 아이가 좀 나을 게다.”채원은 잠시 중전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마마.”그날 밤 채원은 백건과 함께 별궁으로 향했다.입구를 지키던 군사들은 이미 채원을 알고 있었다. 중궁전의 명을 확인한 군관이 별다른 제지 없이 길을 열었다.문이 열렸다.방 안에 있던 이운이 고개를 들었다.순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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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살아 있는 자객

두 번째 화살이 창호를 뚫고 날아들었다.채원은 이운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채 몸을 틀었다. 화살은 기둥에 깊숙이 박혔다. 곧바로 밖에서 고함이 터졌다.“자객이다!”중전이 별궁의 경비를 교체해둔 덕에 대응은 빨랐다. 군사들이 사방에서 지붕을 에워쌌고, 백건도 검을 뽑아 들고 뛰어들었다.“마마!”“지붕 위예요!”검은 그림자가 처마 끝을 타고 달렸다. 채원은 창밖을 보자마자 놈이 향하는 곳을 알아챘다. 정문 쪽이 아니었다. 별궁 뒤편 담장으로 이어지는 가장 낮은 지붕이었다.“뒤쪽 막아요! 저기로 내려갈 거예요!”백건이 곧장 몸을 돌렸다.채원도 따라나가려 했지만 이운이 손목을 붙잡았다.“어딜 가느냐.”“잡아야죠.”“네가 왜 잡아!”“저 사람 놓치면 또 처음부터예요.”채원이 손을 빼내려는 순간 지붕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자객이 뛰어내린 모양이었다. 채원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이운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예상대로였다. 자객은 담장 아래로 떨어진 뒤 곧장 몸을 굴려 충격을 흘렸다. 보통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달아나는 와중에도 중심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았다.채원이 뒤를 쫓았다.“거기 서!”자객이 힐끗 뒤를 돌아봤다. 곧바로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았다. 채원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놈이 몸을 돌리는 순간 어느 쪽으로 칼이 들어올지 어깨부터 보였다.오른쪽.채원은 칼이 나오기도 전에 몸을 낮췄다. 칼날이 머리 위를 스쳤다. 그대로 자객의 팔 안쪽으로 파고들어 손목을 틀었다. 자객이 버티자 채원은 맞서 힘을 주지 않고 몸의 방향을 바꿨다. 놈의 중심이 무너지는 순간 다리를 걸었다.쿵.자객이 바닥에 처박혔다.뒤따라온 백건이 곧바로 놈의 목에 검을 겨눴다.“움직이지 마라.”군사들이 달려들어 자객의 팔을 꺾었다. 그 순간 자객의 턱이 움직이는 것을 채원이 봤다.“입!”채원이 놈의 얼굴을 잡았다. 이를 악물지 못하도록 턱을 비틀자 작은 환약 하나가 입 밖으로 떨어졌다.백건의 표정이 굳었다.“독입니다.”“죽게 두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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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같은 적

진원군이라는 이름이 나왔지만 채원은 곧바로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자객이 오래전 진원군이 지휘했던 군영 출신이라는 것뿐이었다. 그자가 군영을 떠난 뒤 누구의 사람이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오히려 채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귀비였다.이운을 별궁에 가둔 일부터 김태겸을 죽이려 한 일까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적지 않았다. 세자를 죽이려 했다고 해서 이상할 사람도 아니었다.날이 밝자 채원은 귀비의 처소를 찾았다.귀비는 이미 별궁에서 벌어진 일을 들은 듯했다. 채원을 보자마자 차갑게 웃었다.“이번에는 세자를 죽이려 했다고 따지러 왔느냐?”“아니에요?”“내가 했다면 네가 이렇게 찾아와 물을 수 있었겠느냐.”“마마가 하신 일이 지금까지 다 성공한 건 아니잖아요.”귀비의 표정이 굳었다.“입조심하거라.”“어젯밤 저하께 화살을 쏜 자를 잡았어요.”그 말에 귀비의 눈빛이 달라졌다.“살아 있느냐?”채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귀비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일부러 말을 아꼈다.“누가 시켰는지는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그런데 나부터 찾아왔구나.”“마마가 제일 먼저 생각났으니까요.”귀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지금 세자가 죽으면 누가 가장 먼저 의심받겠느냐.”채원은 잠자코 있었다.“김태겸 일도 끝나지 않았고, 너는 내가 한 짓을 캐고 다니고 있다. 그런 판에 내가 세자를 죽인다?”귀비가 찻잔을 내려놓았다.“내가 세자를 없애고 싶다 해도 지금은 아니다.”채원도 그 말만큼은 반박하기 어려웠다.귀비는 잔인했지만 생각 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 이운이 죽는다면 중전과 조정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할 곳은 이곳이었다.“자객이 누구냐.”“말씀드릴 수 없어요.”“나를 범인 취급하며 찾아와놓고?”“아니라고 하셨으니 됐잖아요.”채원이 돌아섰다.“그 말을 믿느냐?”“그건 제가 정할게요.”채원이 문으로 향하려는데 상궁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쟁반 위에는 새로 우린 차와 다과가 놓여 있었다.“마마, 약차를 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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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진원군

귀비의 처소에서 나온 뒤에도 채원은 머릿속이 복잡했다.김태겸을 빼돌린 사람, 이운을 죽이려 한 사람, 귀비에게까지 칼을 들이민 사람. 같은 자의 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자신들이 쫓던 것보다 더 큰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건 분명했다.문제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귀비처럼 욕망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김태겸처럼 흔적을 남기지도 않았다. 일이 벌어진 뒤에야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채원이 중궁전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세자빈마마 드십니다.”문이 열리자 중전과 마주 앉아 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나이가 지긋했지만 허리가 곧았다. 옅은 회색 도포에 장신구 하나 제대로 걸치지 않은 차림이었다. 왕실 종친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소박했다.채원도 얼굴은 알고 있었다.진원군 이겸.전하의 아우이자 세자이운에게는 숙부가 되는 사람이었다. 조정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는 좀처럼 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인물이었다.“세자빈을 뵙습니다.”진원군이 먼저 예를 갖췄다.채원도 인사를 받았다.“오랜만에 뵙습니다.”“마마께서 고생이 많으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목소리도 온화했다.진원군은 세자가 별궁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입궁했다고 했다. 중전에게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전하께서 하루빨리 쾌차하셔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중전이 한숨을 내쉬었다.“좀처럼 차도가 없으십니다.”“운이까지 그런 일을 겪었으니 마마께서 얼마나 심란하시겠습니까.”이운의 이름이 나오자 채원이 진원군을 바라봤다.“별궁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강직한 아이였는데 전하께 위해를 가하려 했다니, 나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저도 믿지 않습니다.”채원이 곧장 말했다.진원군이 채원을 바라봤다.“그렇겠지요.”불쾌해하지도, 반박하지도 않았다.“부부가 서로를 믿지 않는다면 누가 믿겠습니까.”너무나 당연한 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진원군은 잠시 더 중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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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김태겸의 행방

진원군의 이름이 조정에서 거론된 다음 날, 채원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어왔다.김태겸을 봤다는 사람이 있었다.귀비의 처소에서 사라진 뒤 행방이 묘연했던 자였다. 도성을 빠져나갔을 거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도성 서쪽의 한 객점이었다.“내가 다녀오마.”재경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채원은 잠시 망설였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자신도 따라나섰을 것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으니까.하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라버니가 다녀와 주세요. 저는 궁에 있을게요.”재경이 뜻밖이라는 듯 바라봤다.“웬일이냐. 같이 가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저도 그러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궁을 비우는 게 더 마음에 걸려요.”이운은 여전히 별궁에 갇혀 있었고, 전하의 병세도 나아지지 않았다. 거기에 어제부터 조정에서는 진원군에게 국정을 맡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채원은 생각할수록 이상했다.“김태겸을 찾아도 바로 잡지는 마세요. 누구와 있는지부터 봐주세요.”“누군가 숨겨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냐?”“그럴 가능성도 있잖아요. 김태겸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살아 있다면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요.”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다.”그가 돌아서자 채원이 다시 불렀다.“오라버니.”“왜.”“위험하면 무리하지 말고 돌아오세요.”재경이 피식 웃었다.“그 말을 네 입으로 들으니 이상하구나.”채원도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그러니까 더 잘 들으세요.”재경은 객점에서 김태겸을 찾지 못했다. 대신 그를 기억하는 주인을 만났다.“사흘 전쯤이오. 사내 몇이 찾아왔는데 김 대감이 그들과 함께 나갔소.”“끌려간 건 아니었습니까?”“그런 것 같지는 않았소. 제 발로 따라나섰으니까.”주인이 알려준 방향은 도성 북쪽이었다.몇 번의 수소문 끝에 재경은 외진 곳에 자리한 기와집 하나를 찾아냈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가였지만 담장 주변을 지키는 자들이 눈에 걸렸다.재경은 맞은편 골목에 몸을 숨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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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귀비의 몰락

아침부터 조정이 뒤집혔다.귀비가 그동안 저질렀던 일들을 입증할 증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전하의 탕약에 손을 댄 정황부터 궁인들을 매수한 기록, 김태겸을 통해 대신들과 은밀히 거래한 장부까지.그동안 채원과 이운이 하나씩 쫓아다니며 겨우 맞춰왔던 조각들이 마치 누군가 처음부터 정리해놓았던 것처럼 완벽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채원은 중궁전에서 그 자료들을 넘겨보다 손을 멈췄다.이상했다.분명 자신들이 찾던 증거였다. 이것만 있으면 귀비는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었다.그런데 기쁘지가 않았다.“이걸 누가 가져왔대요?”중전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사헌부에 익명으로 들어왔다더구나.”“한꺼번에요?”“그래.”채원은 다시 장부를 내려다봤다.자신들이 알고 있던 내용만 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 보는 이름과 거래 내역도 있었다. 김태겸 정도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었다.어젯밤 돌아온 재경의 말이 떠올랐다.김태겸은 진원군의 호위가 드나드는 집에 있었다.그렇다면 이것 역시 우연일 리 없었다.“마마.”채원이 중전을 바라봤다.“이건 누군가 귀비마마를 잡으려고 내놓은 겁니다.”“그게 무슨 말이냐?”“증거를 찾은 게 아니라 필요한 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중전의 표정이 굳었다.그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중전마마. 사헌부에서 귀비마마에 대한 국문을 청하였다 하옵니다.”채원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시작됐다.아니.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마지막 단계인지도 몰랐다.귀비의 처소는 하루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문 앞을 지키던 궁인들은 사라졌고 대신 군사들이 자리를 지켰다. 귀비의 측근들은 이미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었다.귀비 역시 더는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전하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상황이라 최종 처분은 미뤄졌지만 대신들은 귀비의 품계를 거두고 별궁에 유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채원이 처소에 들어섰을 때 귀비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놀랍도록 태연한 모습이었다.“왔느냐.”채원은 문 앞에 멈춰 섰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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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돌아온 세자

귀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천두일의 자백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전하를 해하려 한 사람이 이운이라는 그의 진술과 달리, 당시 궁인들의 증언과 출입 기록이 하나둘 맞지 않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천두일에게 접근한 사람이 귀비의 측근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천두일은 결국 진술을 번복했다.세자를 보았다는 것도, 이운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도 모두 거짓이었다.그날 오후, 별궁의 문이 열렸다.이운이 궁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중궁전 앞은 일찍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중전과 대신들, 궁인들까지 나와 세자를 기다렸다.채원도 중전의 곁에 서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운이 모습을 드러냈다.며칠 사이 얼굴은 조금 수척해져 있었다. 하지만 걸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별궁에 갇혀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꼿꼿했다.채원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려다 멈췄다.사람들이 보고 있었다.이운 역시 채원을 발견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지만 그뿐이었다.“중전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이운이 먼저 중전에게 예를 갖췄다.중전은 그런 아들의 손을 붙잡았다.“돌아왔으면 됐다.”짧은 말이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채원은 그 모습을 보며 겨우 웃었다.이운이 이번에는 채원에게 시선을 돌렸다.“세자빈도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남이라도 된 것처럼 점잖은 말투였다.채원도 태연하게 고개를 숙였다.“저는 한 일이 없습니다. 저하께서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다행입니다.”이운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채원은 모른 척했다.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은 거기까지였다.그 뒤로도 한동안 이운은 대신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야 했다. 별궁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몸에 이상은 없는지 묻는 말이 이어졌다.채원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돌아왔다.분명 눈앞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이운이 별궁으로 끌려간 뒤부터 제대로 잠든 날이 없었다. 김태겸을 찾고, 귀비의 뒤를 쫓고, 천두일의 진술을 뒤집을 방법을 찾았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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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끝난 줄 알았다

며칠 만에 동궁의 아침이 조용했다.누가 잡혀갔다는 소식도, 새로운 증좌가 발견됐다는 보고도 없었다. 이운이 돌아온 뒤에도 정신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었지만 오늘 아침만큼은 달랐다.채원은 오랜만에 이운과 마주 앉아 아침상을 받았다.“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무엇이 말이오?”“밥 먹는 거요. 이렇게 앉아서.”이운이 젓가락을 들다 말고 채원을 봤다.“그대는 그동안 밥도 먹지 않았소?”“먹긴 먹었죠. 그냥 입에 넣은 거지.”채원은 아무 생각 없이 국을 한 숟갈 뜬 뒤 반찬 몇 가지를 차례로 집었다. 그러다 생선 가시를 발라내던 이운을 보며 무심코 말했다.“저 그것 좀 패스.”이운의 손이 멈췄다.“무엇을 한다고?”채원도 멈췄다.“……안 먹겠다고요.”“그런데 패스는 무엇이오?”“그냥 넘어간다는 뜻이에요.”“어디 말이오?”“멀리서 온 말.”이운이 수상하다는 듯 채원을 바라봤다.“또 시작이군.”“뭐가요?”“가끔 그대가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 것 말이오.”채원은 태연하게 밥을 먹었다.“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어디서 살다 왔기에 그러는지 궁금하군.”채원의 젓가락이 순간 멈췄다.이운이 눈을 가늘게 떴다.“왜 그러오?”“아무것도 아니에요.”“수상한데.”“밥이나 드세요.”채원이 얼른 화제를 돌리며 이운의 그릇에 반찬을 하나 올려놓았다.이운이 내려다봤다.“나는 이것을 싫어하오.”“그럼 패스하세요.”“…….”채원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이운도 어이가 없는지 입가가 조금 올라갔다.그 모습을 보던 채원의 웃음이 잠시 잦아들었다.이런 시간이 얼마 만인지 몰랐다.전하가 쓰러진 뒤부터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이운은 별궁에 갇혔고, 귀비를 쫓는 동안 몇 번이나 위험한 일을 겪었다.그런데 지금은 이운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왜 그렇게 보시오?”“그냥요.”“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소?”“아뇨.”채원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냥 있는지 확인한 거예요.”이운의 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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