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천두일의 자백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전하를 해하려 한 사람이 이운이라는 그의 진술과 달리, 당시 궁인들의 증언과 출입 기록이 하나둘 맞지 않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천두일에게 접근한 사람이 귀비의 측근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천두일은 결국 진술을 번복했다.세자를 보았다는 것도, 이운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도 모두 거짓이었다.그날 오후, 별궁의 문이 열렸다.이운이 궁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중궁전 앞은 일찍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중전과 대신들, 궁인들까지 나와 세자를 기다렸다.채원도 중전의 곁에 서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운이 모습을 드러냈다.며칠 사이 얼굴은 조금 수척해져 있었다. 하지만 걸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별궁에 갇혀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꼿꼿했다.채원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려다 멈췄다.사람들이 보고 있었다.이운 역시 채원을 발견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지만 그뿐이었다.“중전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이운이 먼저 중전에게 예를 갖췄다.중전은 그런 아들의 손을 붙잡았다.“돌아왔으면 됐다.”짧은 말이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채원은 그 모습을 보며 겨우 웃었다.이운이 이번에는 채원에게 시선을 돌렸다.“세자빈도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남이라도 된 것처럼 점잖은 말투였다.채원도 태연하게 고개를 숙였다.“저는 한 일이 없습니다. 저하께서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다행입니다.”이운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채원은 모른 척했다.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은 거기까지였다.그 뒤로도 한동안 이운은 대신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야 했다. 별궁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몸에 이상은 없는지 묻는 말이 이어졌다.채원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돌아왔다.분명 눈앞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이운이 별궁으로 끌려간 뒤부터 제대로 잠든 날이 없었다. 김태겸을 찾고, 귀비의 뒤를 쫓고, 천두일의 진술을 뒤집을 방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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