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이 별궁에서 돌아온 뒤에도 궁 안은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았다.귀비의 처분부터 밀린 국정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 있었고, 채원 역시 중궁전과 동궁전을 오가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이운이 도성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생겼다.전하를 대신해 민생을 살피는 공식 행차였다. “저도 가면 안 돼요?” 채원의 말에 이운이 서찰에서 눈을 들었다.“그대가 말이오?” “왜요. 세자빈은 궁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대가 따라나설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오.” “그래서 가고 싶은 건데요.” 채원은 답답하다는 듯 창밖을 한번 바라봤다. 귀비의 일이 끝나면 조금은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궁 안에서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말을 듣고 누군가의 속내를 헤아려야 했다. “바람이라도 좀 쐬고 싶어요.” 이운은 그런 채원을 잠시 바라봤다. 결국 다음 날, 채원은 이운의 행차에 함께 나섰다.도성 밖 백성들의 사정을 살피고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채원에게는 궁 안을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돌아가는 길, 채원은 가마의 작은 창을 걷어 밖을 내다봤다. 길가에는 행차를 구경하려는 백성들이 제법 모여 있었다.“마마를 뵙습니다.”누군가 외치자 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숙였다.채원은 얼른 창에서 얼굴을 뗐다.“이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요.”맞은편에 앉은 이운이 피식 웃었다.“아까는 그렇게 손을 흔들더니?”“애가 보고 있잖아요. 모른 척하기도 그렇고.”“그러다 도성 아이들과 모두 인사하겠소.”“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채원이 다시 창밖을 내다보려던 순간이었다.앞쪽에서 말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터졌다.히이잉―!가마가 크게 흔들렸다.“무슨 일이냐!”밖에서 호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채원과 이운이 동시에 창밖을 바라봤다.길 한쪽에서 짐을 싣고 오던 수레의 말이 놀라 날뛰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항아리가 깨지며 난 소리에 놀란 모양이었다.말이 앞발을
最終更新日 : 2026-10-06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