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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01 - チャプター 110

121 チャプター

101. 혼담

진원군의 아들 이휘와의 혼담.생각할수록 말이 되지 않았다. 김태겸은 죄를 추궁받는 처지였고 행방조차 묘연했다. 하루아침에 집안의 문턱을 넘던 사람들까지 자취를 감췄다. 그런 집안의 딸을 왕실 종친이 며느리로 들이겠다고 했다.서령은 다음 날 아침 진원군의 사람을 불렀다.“거절하겠습니다.”사내가 예상했다는 듯 물었다.“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그쪽에서 더 잘 아실 텐데요.”서령은 봉투를 그대로 돌려주었다.“아버지가 어떤 처지인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이런 집안에 혼담을 넣을 이유가 없잖아요.”사내는 봉투를 받지 않았다.“그렇다면 대감마님을 직접 뵙고 말씀하시지요.”서령의 눈빛이 달라졌다.“저를 만나겠다고 하셨어요?”“낭자께서 혼담을 의심하신다면 직접 설명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잠시 망설이던 서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좋아요. 저도 묻고 싶은 게 있으니까.”진원군은 도성 안 별저에서 서령을 기다리고 있었다.방으로 들어선 서령은 몇 걸음 앞에서 멈춰 정중히 예를 올렸다.“대감께 인사드립니다.”“왔구나. 앉거라.”서령은 진원군이 권한 뒤에야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보내주신 서찰은 감사히 받았습니다.”“헌데 얼굴을 보니 감사하다는 말을 하러 온 것은 아닌 듯하구나.”서령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송구하오나, 소녀가 감히 받아들일 수 있는 혼담이 아닌 듯합니다.”진원군은 놀라지 않았다.“어찌하여 그리 생각하느냐?”“대감께서 그 이유를 모르시지는 않으실 듯합니다.”서령은 최대한 말을 골랐다.“아버지께서 어떠한 처지에 놓이셨는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집안의 여식을 대감의 며느리로 들이시겠다 하시니…… 소녀로서는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진원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내 뜻이 궁금하더냐?”“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쭙고 싶습니다.”“네가 김태겸의 딸이기 때문이다.”서령의 눈빛이 흔들렸다.예상하지 못한 대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숨기지 않을 줄은 몰랐다.“하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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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이휘

진원군이 자리를 비운 뒤에도 서령과 이휘는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조금 전까지 진원군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아직 찻잔이 남아 있었다. 서령은 그것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도련님께서도 원치 않으시는 혼사라 들었습니다.”이휘가 서령을 바라봤다.“그렇습니다.”“그렇다면 대감께 분명히 말씀드려주셨으면 합니다. 소녀 역시 이 혼사를 받아들일 뜻이 없습니다.”“이미 그리 말씀드렸습니다.”담담한 대답이었다.이휘는 더 할 이야기가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령은 잠시 망설이다 그를 불러 세웠다.“도련님.”이휘가 걸음을 멈췄다.“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말씀하십시오.”서령은 말을 고르듯 잠시 침묵했다.“혹 제 집안의 처지 때문에 이 혼사를 꺼리시는 것입니까?”이휘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어찌하여 그리 생각하십니까?”“아버지께서 죄를 추궁받고 계시고, 집안 역시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이런 집안의 여식과 혼인하라는 말씀을 달갑게 여기실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그건 낭자의 짐작입니다.”서령이 눈을 들었다.“하면 이유가 무엇입니까?”“제 혼인이 아버님의 거래에 쓰이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입니다.”이휘는 잠시 서령을 바라보다 덧붙였다.“낭자가 김태겸 대감의 여식이라는 사실과는 관계없습니다.”서령은 선뜻 믿지 못했다.“소녀를 가엾게 여기셔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가엾게 여긴 적 없습니다.”예상 밖의 대답에 서령의 눈빛이 흔들렸다.이휘는 조금도 비꼬는 기색 없이 말했다.“오늘 처음 뵌 분을 제가 무엇을 안다고 가엾게 여기겠습니까.”서령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위로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저렇게 잘라 말하니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말씀이 제법 냉정하시군요.”“괜한 동정을 드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틀린 말은 아니었다.서령은 이휘를 다시 바라봤다.진원군의 아들이니 당연히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적어도 혼사에 대해서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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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다시 몸이 먼저

이운이 별궁에서 돌아온 뒤에도 궁 안은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았다.귀비의 처분부터 밀린 국정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 있었고, 채원 역시 중궁전과 동궁전을 오가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이운이 도성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생겼다.전하를 대신해 민생을 살피는 공식 행차였다. “저도 가면 안 돼요?” 채원의 말에 이운이 서찰에서 눈을 들었다.“그대가 말이오?” “왜요. 세자빈은 궁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대가 따라나설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오.” “그래서 가고 싶은 건데요.” 채원은 답답하다는 듯 창밖을 한번 바라봤다. 귀비의 일이 끝나면 조금은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궁 안에서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말을 듣고 누군가의 속내를 헤아려야 했다. “바람이라도 좀 쐬고 싶어요.” 이운은 그런 채원을 잠시 바라봤다. 결국 다음 날, 채원은 이운의 행차에 함께 나섰다.도성 밖 백성들의 사정을 살피고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채원에게는 궁 안을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돌아가는 길, 채원은 가마의 작은 창을 걷어 밖을 내다봤다. 길가에는 행차를 구경하려는 백성들이 제법 모여 있었다.“마마를 뵙습니다.”누군가 외치자 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숙였다.채원은 얼른 창에서 얼굴을 뗐다.“이건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요.”맞은편에 앉은 이운이 피식 웃었다.“아까는 그렇게 손을 흔들더니?”“애가 보고 있잖아요. 모른 척하기도 그렇고.”“그러다 도성 아이들과 모두 인사하겠소.”“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채원이 다시 창밖을 내다보려던 순간이었다.앞쪽에서 말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터졌다.히이잉―!가마가 크게 흔들렸다.“무슨 일이냐!”밖에서 호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채원과 이운이 동시에 창밖을 바라봤다.길 한쪽에서 짐을 싣고 오던 수레의 말이 놀라 날뛰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항아리가 깨지며 난 소리에 놀란 모양이었다.말이 앞발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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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소문

채원이 아이를 구했다는 이야기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도성 안에 퍼졌다.처음에는 행차를 직접 본 사람들의 입에서 시작됐다. 놀란 말이 수레를 끌고 달려드는데도 세자빈이 피하지 않고 길 한가운데 있던 아이에게 뛰어들었다는 이야기였다.“내가 바로 거기 있었다니까. 호위군보다 마마께서 먼저 뛰어나가셨어.”“세자빈마마께서 직접?”“아이를 품에 안고 바닥을 구르셨다니까.”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이야기가 붙었다. 주막에서도, 장터에서도, 우물가에서도 세자빈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말 한 필은 어느새 두 필이 되었고, 뒤집힌 수레가 채원을 덮쳤다는 말까지 생겨났다.하지만 아무리 이야기가 부풀어도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 있었다.세자빈이 백성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제 몸을 던졌다는 것이었다.그 소문은 당연히 궁 안에도 들어왔다.“제가 맨손으로 말을 잡았다고요?”채원이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상궁이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그리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옵니다.”“수레 피하기도 바빴는데 말은 언제 잡았대요?”“소문이라는 것이 본디 사람의 입을 거칠수록 커지는 법이 아니겠사옵니까.”채원은 붕대를 감은 손목을 내려다봤다.“이러다 며칠 지나면 제가 수레도 집어 던졌다고 하겠네요.”“무엇을 집어 던진다는 것이오?”익숙한 목소리에 채원이 고개를 들었다.이운이었다.상궁과 나인들이 곧장 물러나자 이운은 채원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붕대가 감긴 손으로 향했다.“손은 어떻소?”“괜찮아요.”이운의 눈썹이 올라갔다.채원은 곧바로 말을 고쳤다.“어제보다 많이 나아졌어요.”“어깨는?”“그것도요.”이운은 못 미더운 얼굴이었다.채원이 슬쩍 화제를 돌렸다.“저하도 들으셨어요? 제가 맨손으로 말을 잡았대요.”“들었소.”“말도 안 되잖아요.”“그보다 더한 말도 있더군.”“또 뭐요?”“수레를 한 손으로 막았다던데.”채원이 입을 다물었다.이운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지금 웃으신 거죠?”“아니오.”“웃었는데.”“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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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빌려 쓴 권력

서령에게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전갈이 온 것은 늦은 밤이었다.진원군의 별저에서 돌아온 지 사흘 만이었다. 전갈에는 다음 날 해가 지면 집 뒤편 골목으로 나오라는 말만 적혀 있었다.서령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약속한 시각에 나가자 낯선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내는 인사도 없이 앞장섰다.골목을 몇 번이나 돌아 도착한 곳은 도성 외곽의 허름한 기와집이었다.“들어가시지요.”서령은 문을 열고 들어가다 걸음을 멈췄다.방 안에 김태겸이 앉아 있었다.“아버지.”김태겸이 고개를 들었다.살아 있다는 말은 들었다. 그러나 직접 보는 것은 달랐다.얼굴은 전보다 수척했고 흰머리도 부쩍 늘어 있었다.옷차림은 단정했지만 한때 병조판서로 위세를 떨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서령이 급히 다가갔다.“정말 살아 계셨군요.”“그래.”“어디 계셨던 겁니까? 어찌하여 사람 하나 보내지 않으셨어요?”“보낼 수 없었다.”김태겸의 시선이 문밖으로 향했다.서령도 따라 돌아봤다. 자신을 데려온 사내가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진원군 대감이 아버지를 데리고 계신 겁니까?”김태겸의 표정이 굳었다.“그자가 너에게 무슨 말을 했느냐?”“혼담을 보내셨습니다.”김태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혼담?”“이휘 도련님과의 혼담입니다.”“안 된다.”대답은 즉시 나왔다.“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어째서입니까?”“진원군에게서 멀어져라. 그자가 무엇을 약속하든 믿지 말고, 무엇을 내어준다 해도 받지 마라.”서령은 잠시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버지께서는 진원군 대감과 무슨 거래를 하신 겁니까?”김태겸이 입을 다물었다.“귀비마마를 무너뜨린 증거를 넘기셨습니까?”“그래.”“그뿐입니까?”“내가 가진 것은 이미 다 내주었다.”“살기 위해서요?”김태겸은 고개를 저었다.“너를 살리기 위해서였다.”서령의 눈빛이 흔들렸다.김태겸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러니 더는 진원군과 엮여서는 안 된다. 그자는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다.”“그런데도 제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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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부부

이운이 채원의 소매를 걷어 올리자 팔에 남은 멍이 드러났다.며칠 전 행차에서 아이를 구하다 다친 상처였다. 의원은 이미 아물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이운은 그 말을 듣고도 직접 약을 가져왔다.“저하, 의원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습니까.”“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벌써 사흘째 확인하고 계십니다.”이운은 못 들은 척 약을 묻힌 천을 집어 들었다. 상처를 닦는 손길이 조심스러워 채원은 괜히 웃음이 났다.“이러다 저하께서 의원보다 약 바르는 솜씨가 좋아지시겠습니다.”“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네가 다시 다치지만 않는다면.”“그건 장담하기 어렵습니다.”이운이 고개를 들었다. 채원은 얼른 시선을 피했지만 이미 늦었다.“그날 수레가 달려드는 것을 보고도 망설이지 않았지.”“아이가 있었으니까요.”“네가 다칠 수도 있었다.”“알고 있었습니다.”이운은 더 따지지 않았다. 대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마지막 매듭을 묶을 때까지 채원이 움직이지 않자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렸다.“다음에는 나도 생각해다오.”채원은 장난스럽게 대답하려다 그만두었다.이운은 자신이 다친 것을 꾸짖는 게 아니었다. 눈앞에서 채원을 잃을 뻔했던 순간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듯했다.“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이운이 소매를 내려주었다.“그 말은 믿어도 되겠느냐?”“노력하겠다는 뜻으로 들어주십시오.”이운은 결국 웃고 말았다.두 사람이 차를 마시려던 때, 밖에서 내관이 아뢰었다.“저하, 내일 조강에서 종사의 후사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 하옵니다.”이운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누가 그 일을 꺼냈느냐?”내관은 몇몇 대신의 이름을 아뢰었다. 모두 세자가 별궁에서 돌아온 뒤 왕실의 안정을 거론하던 자들이었다.이운은 더 묻지 않고 물러가라 명했다.채원은 식어가는 찻잔을 내려다봤다.세자가 돌아왔으니 이제 후사를 논할 차례라는 것이다.왕은 여전히 병석에 있었고, 조정에서는 진원군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었다. 왕실의 앞날이 불안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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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혼례

서령과 이휘의 혼인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은 며칠 지나지 않아 궁에도 전해졌다.진원군이 직접 혼담을 추진했고, 서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아직 혼례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양가에서 뜻을 모았으니 절차만 남은 셈이었다.채원은 최 상궁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놀라 되물었다.“서령 낭자가 정말 혼인을 받아들였다고요?”“그러하옵니다. 진원군 대감의 아드님인 이휘 도련님과 혼례를 올린다 하옵니다.”“김태겸의 죄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는데요?”“그 때문에 말이 많사옵니다. 허나 진원군 대감께서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합니다.”채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김태겸은 귀비와 손잡고 조정에서 권세를 누렸던 인물이었다. 귀비가 몰락한 뒤 그의 집안도 무너졌다. 그런 집안의 딸을 진원군이 며느리로 맞아들인다는 것이다.진원군은 왕이 쓰러진 뒤부터 조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운이 별궁에 갇혔을 때는 왕실의 어른이 국정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채원은 그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는 김태겸의 딸이었다.“저하께서는 이 혼사를 알고 계십니까?”“이미 전해졌을 것이옵니다.”채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운은 채원이 찾아오자 읽던 서책을 덮었다.“서령의 혼담 때문이냐?”“벌써 들으셨습니까?”“진원군 숙부께서 직접 추진하신 혼사다. 궁에 알려지지 않을 수 없지.”채원은 맞은편에 앉았다.“저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정치적인 혼인이겠지. 진원군 숙부께서 김태겸의 집안을 거두어들인다는 뜻도 될 테고.”“하지만 김태겸은 이미 귀비마마를 무너뜨릴 증거를 넘겼잖습니까. 진원군 대감께서 더 얻으실 것이 있습니까?”이운은 잠시 생각했다.“김태겸은 오랫동안 병조판서로 있었던 사람이다. 관직에서 물러났다고 그가 맺어온 인연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원군에게는 충분히 이득이 될 수 있는 혼사였다. 귀비의 몰락에 관여한 뒤 그쪽 인물까지 품는다면 조정에 보여줄 명분도 생긴다.하지만 서령은 달랐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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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두 여자

서령이 세자빈을 뵙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것은 혼담이 결정된 지 닷새 만이었다.혼인을 앞두고 문안을 올리고 싶다는 이유였다. 채원은 잠시 생각하다 만남을 허락했다.서령이 궁을 찾은 것은 이튿날 오후였다.오랜만에 마주한 서령은 이전과 달랐다. 화려한 장신구를 피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들어와 예를 올렸다.“세자빈마마를 뵈옵니다.”“오랜만이군요. 앉으세요.”서령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최 상궁이 차를 올리고 물러가자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먼저 입을 연 것은 채원이었다.“혼인이 정해졌다 들었어요. 축하해요.”“황공하옵니다. 마마께서도 저의 혼사를 들으셨군요.”“진원군 대감 댁의 혼사인데 궁에서 모를 수 있나요.”서령은 찻잔을 내려다보며 옅게 웃었다.“소녀도 이리 빨리 정해질 줄은 몰랐사옵니다.”“이휘 도련님과는 혼담이 오가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나요?”“혼담이 나온 뒤 처음 뵈었사옵니다.”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혼인 당사자들이 서로를 잘 모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다만 서령이 이 혼담을 받아들인 이유는 여전히 궁금했다.“김태겸 대감의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하겠어요.”서령의 손이 잠시 멈췄다.“아버지의 일은 소녀가 감당해야 할 일이옵니다.”“그렇게 생각해요?”“아버지께서 하신 일까지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뜻밖의 대답이었다.예전의 서령이라면 아버지를 변호하거나 채원의 말을 경계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잘못을 부정하지 않았다.그렇다고 채원을 용서한 얼굴도 아니었다.“마마께서는 아버지의 일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셨지요.”채원은 서령을 바라봤다.“그 일을 원망하나요?”서령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은 뒤 입을 열었다.“원망하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요.”최 상궁이 문밖에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아버지께서 사라지신 뒤 저희 집안은 하루아침에 달라졌사옵니다. 문안을 오던 이들이 발길을 끊고, 오래 알고 지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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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이휘의 선택

진원군이 아들을 부른 것은 서령과의 혼담이 정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이휘가 서재에 들어서자 진원군은 읽던 서찰을 접었다.“혼례 준비는 잘되고 있느냐?”“집안에서 알아서 진행하고 있사옵니다.”“네 혼례인데 그리 무심해서야 쓰겠느냐.”이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원했던 혼인은 아니었지만 서령을 만나본 뒤에는 거절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진원군은 차를 마시다 말고 화제를 바꾸었다.“요즘 조정이 어수선하다는 것은 너도 알 것이다. 세자가 돌아왔다 하나 귀비의 일로 흔들린 조정이 아직 안정되지 못했지.”“전하께서 병석에 계시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그래서 하는 말이다. 세자의 자리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이휘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뜻이십니까?”“나라의 앞날을 위해 다른 선택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왕실에는 너도 있지 않으냐.”이휘는 한동안 아버지를 바라봤다. 자신을 부른 이유가 이제야 분명해졌다.“소자는 세자 저하의 자리를 탐낸 적이 없사옵니다.”“탐내지 않았다고 기회까지 외면할 것이냐?”“그것은 기회가 아니옵니다. 전하께서 살아 계시고 세자 저하께서도 건재하신데 어찌 소자에게 그 자리를 말씀하십니까?”진원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내가 당장 세자를 끌어내리겠다고 하였느냐?”“그런 뜻이 아니시라면 어찌 소자의 이름을 거론하셨습니까?”진원군은 찻잔을 내려놓았다.“정세는 하루아침에 바뀐다. 그때가 오면 네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소자는 원하지 않사옵니다.”“네 뜻만으로 정해질 일이라 생각하느냐?”이휘는 그 말에서 아버지의 속내를 읽었다. 진원군은 아들의 의사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마련할 자리에 이휘가 올라서기를 바라고 있었다.“아버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이 일을 생각하셨습니까?”진원군은 대답하지 않았다.이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자는 이운 저하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오를 생각이 없사옵니다.”“앉거라.”“혼례는 아버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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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독살

윤재경의 이름이 다시 조정에 오른 것은 서령과 이휘의 혼담이 결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사헌부에서 올라온 상소에는 이미 죽은 것으로 알려진 윤재경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윤정명 일가에 씌워졌던 역모 혐의가 거짓으로 밝혀진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당시 조정에는 윤재경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보고되었고, 그 기록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그런데 죽었다던 사람이 살아 돌아다니고 있었다.더구나 그 일에 세자가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이운은 상소문을 읽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윤재경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렸느냐?”“상소를 올린 사헌부 관리가 제보를 받았다 하옵니다. 재경이 도성에서 목격되었다는 말도 덧붙였사옵니다.”“상소의 요지는 무엇이냐?”“당시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어찌하여 그가 살아 있는지 밝히라는 것이옵니다. 또한 세자 저하께서 그 일에 관여하셨다면 그 경위도 조사해야 한다 하옵니다.”이운은 상소문을 내려놓았다.재경을 살린 것은 후회하지 않았다. 죄 없이 죽어야 했던 사람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기록과 재경의 생존 사이에는 분명히 설명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당시의 형 집행 기록을 가져오라.”“명을 받들겠사옵니다.”“그리고 윤재경에게도 사람을 보내라. 당분간 도성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전하라.”관리가 물러나자 이운은 다시 상소문을 펼쳤다.상소를 올린 자는 재경을 역적으로 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집안에 씌워졌던 죄가 거짓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그러면서도 형 집행 기록이 사실과 다르게 남아 있는 까닭을 물었다.쉽게 반박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채원은 상소 소식을 듣자마자 이운을 찾아왔다.“오라버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문제 삼는다고요?”“그렇다.”“역모 혐의가 거짓이라는 건 이미 밝혀졌잖습니까.”“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조정에는 재경의 형이 집행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채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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