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북한산 아래 대장간으로 갔던 호위가 돌아왔다.“대장간은 비어 있었습니다. 이웃에 물으니 어젯밤 늙은 장인이 짐도 챙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고 합니다.”이운이 바로 물었다.“스스로 떠난 흔적이었나?”“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문 안쪽에서 피를 발견했습니다.”장부의 날짜를 확인해줄 사람이 한발 먼저 사라졌다.하지만 호위는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검게 그을린 장부 한 권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가장자리는 불에 타 너덜너덜했지만, 안쪽 몇 장은 남아 있었다.“대장간 화로에서 찾았습니다. 누군가 급히 태우다 말고 달아난 모양입니다.”백건이 장부를 조심스럽게 펼쳤다.수레바퀴를 수리한 날짜와, 수레를 맡긴 자의 이름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초아흐레.옆에는 조필규의 수결과 같은 표식이 남아 있었다.장부에 적힌 날짜, 최만석의 진술, 대장간에 타다남은 장부의 수리 기록이 모두 같은 날을 가리켰다.채원은 탁자 위에 놓인 증거들을 보다가 문득 한숨이 나올 뻔했다.휴대폰 한 대만 있었어도 전부 사진부터 찍어놨을 텐데.사진 한 장이면 끝날 일을 누가 보고, 누가 만지고, 어디에 보관했는지까지 일일이 기록해야 했다. 하지만 없는 물건을 아쉬워해봐야 생길 리 없었다.“장부들을 따로 보관해야 합니다.”이운이 물었다.“한곳에 두지 않겠다는 거냐?”“한곳에 뒀다가 없어지면 전부 끝나잖아요. 장부는 저하께서 가지고 계시고, 대장간 장부는 최 상궁에게 맡기는 게 좋겠습니다.”“동궁 안에서 누군가 증거를 없앨 거라고 보는군.”“한도겸이 저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아직 다른 사람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잖아요.”이운은 반박하지 않았다.채원은 확인한 증거를 옮기기 전에 누가 발견했고, 누가 가져왔으며, 누구에게 넘겼는지까지 기록하게 했다.“이것도 적어주세요. 장부를 열어본 사람과 다시 봉한 사람도 전부요.”백건이 채원을 봤다.“그런 것까지 필요합니까?”“나중에 우리가 장부를 바꿔치기했다고 나오면 그때 가서 아니라고 해봐야 소용없
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