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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같은 약재 창고

Author: 지호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4 08:20:44

최 상궁이 나인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나인은 양팔을 붙잡힌 채였고, 입고 있던 옥색 저고리의 고름은 반쯤 풀려 있었다.

최 상궁은 아무 말 없이 작은 보퉁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안에는 벗어 숨긴 연분홍 저고리와 청색 실이 없는 천이 들어 있었다.

그 아래에서는 검은 가루를 싼 종이까지 나왔다.

“세탁간 화덕에 태우려던 것을 잡았습니다.”

채원은 바닥에 엎드린 나인을 봤다.

“누가 시켰지?”

“아무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럼 박칠성에게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었어?”

나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채원은 잠시 그녀를 보다가 질문을 바꿨다.

“가족을 잡아갔나?”

나인의 어깨가 움직였다.

박칠성과 최만석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법이었다.

“네가 입을 다물면 일을 시킨 사람이 널 살려둘 이유가 없어. 박칠성을 죽이지 못했으니 실패한 책임까지 네게 돌리겠지.”

“말하면 더 빨리 죽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족부터 찾으러 갔어.”

나인이 고개를 들었다.

채원은 그 반응을 보고 물었다.

“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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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호빵
완전 꿀잼! 오랜만에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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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59. 닿지 않는 소식

    귀비 최씨는 해가 기울 때까지 창가를 떠나지 못했다.평소라면 이 시간이면 대전에서 사람이 왔다.임금이 찾거나, 적어도 오늘 밤 들겠다는 말 한마디는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아무도 오지 않았다.귀비는 찻잔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차는 이미 식어 있었다.“추국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느냐.”곁을 지키던 상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의금부 쪽도 문을 굳게 닫아, 정확한 소식은 알기 어렵사옵니다.”“정확한 소식이 아니어도 좋으니 들리는 대로 말해라.”상궁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최 내관이 추국장에 끌려갔고 병조판서 대감께서도 사가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신다 하옵고요.”귀비의 손끝이 찻잔 가장자리에 멈췄다.김태겸은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다. 최 내관 역시 궁 안의 길과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였다.둘이 한꺼번에 묶였다는 것은, 세자와 임금이 이미 상당한 곳까지 파고들었다는 뜻이었다.그런데도 임금은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그 사실이 가장 불안했다.임금이 의심하지 않는다면 굳이 찾을 까닭이 없었다.하지만 의심하고도 부르지 않는다면, 그건 더 나빴다.입을 열게 할 만큼의 증거가 아직 없거나, 자신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전하께서는 오늘 누구를 만나셨느냐.”“세자저하와 의금부 당상들을 보셨다 하옵니다.”“그뿐이냐.”“예. 귀비마마께서는 따로 찾지 않으셨사옵니다.”귀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세자가 윤정명 사건을 다시 들추기 시작했을 때, 귀비는 그저 죽은 세자빈의 억울함을 풀려는 미련쯤으로 여겼다.세자빈이 살아 돌아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살아났다고 해서, 이미 굴러간 판이 멈출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판은 멈추지 않은 것이 아니라 뒤집히고 있었다.문밖에서 발소리가 멎었다. 젊은 나인 하나가 급히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마마, 막 들어온 말이 있사옵니다.”“말해라.”“신태오가 조필규의 이름을 댔다 하옵니다. 그리고 조필규가 세자빈마마의 죽음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58. 자결로 꾸민 죽음

    신태오가 조필규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조필규가 고개를 저었다.“거짓이옵니다, 전하. 신태오는 제 죄를 덮으려 소인을 끌어들이는 것이옵니다.”이운이 물었다.“초여드레 밤, 네가 최 내관의 명패를 들고 세자빈의 처소에 갔느냐.”“아니옵니다.”“신태오는 그 명패를 보고 너를 들였다. 네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가 혼자 나오는 것도 봤다고 했다.”“신태오 혼자 한 말이옵니다.”임금이 내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관은 붉은 비단 위에 최 내관에게서 나온 명패를 올렸다.“최 내관은 명패를 준 적 없다고 한다. 너는 받은 적 없다고 하고, 신태오는 그 명패를 봤다고 한다.”임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셋 가운데 거짓을 고하고 있는 자가 있다. 누가 먼저 손가락을 잃을지 정해 볼까.”나장이 칼을 들어 보였다.조필규가 긴장한 얼굴을 들었다. “말해라.”조필규는 한참을 머뭇거렸다.“소인이 세자빈마마의 방 안에 들어갔사 옵니다."채원은 조필규를 바라봤다.“왜 들어갔지.”“병조판서 대감의 명이었사옵니다.”이운의 시선이 조필규에게 꽂혔다.“김태겸이 네게 직접 내린 명이냐.”“예, 저하.”“무슨 명이지.”조필규가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세자빈마마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게 하라 하셨사옵니다.”채원의 손끝이 식었다.임금이 말했다.“네가 한 일을 처음부터 말해라.”“한도겸이 몸종 설이를 처소에서 떼어 놓은 뒤, 소인은 신태오에게 최 내관의 명패를 보이고 방으로 들어갔사옵니다.세자빈마마께서는 께어계셨습니다.”조필규의 목소리가 흔들렸다."세자빈 마마의 목을 졸라 기절을 시킨 뒤 끈을 들보에 걸고 세자빈마마를 매달았사옵니다.”국문장 안이 조용해졌다.채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윤서아는 스스로 목을 맨 것이 아니었다.조필규가 자결로 꾸민 죽음이었다.“그 뒤에는.”“소인은 곧바로 방을 나왔사옵니다. 뜰을 빠져나올 때 설이가 대추차 쟁반을 들고 처소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윤서아는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설이는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57. 문밖의 사내

    편전 앞뜰 국문장에 신태오가 무릎을 꿇었다. 임금이 자리에 앉자 이운은 채원에게서 윤서아가 숨겨 둔 서찰을 받아 들었다.“초여드레 밤, 네가 동궁에 들어간 적 있느냐.”“없사옵니다, 전하.”“세자빈의 처소에는?”“더더욱 없사옵니다.”이운은 서찰을 펼쳤다.“세자빈이 남긴 글이다. 그날 밤, 누군가가 세자빈을 혼자 남게 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적혀 있다.등불이 꺼진 뒤라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문틈으로 검은 소매와 왼손 하나를 보았다고 했다.”그의 시선이 신태오의 왼손에 머물렀다.“병조 별감 가운데 왼손 엄지가 없는 자는 너 하나다.”신태오는 바닥에 이마를 댄 채 대답했다.“손 하나가 없다고 하여 소인이라 단정하실 수는 없사옵니다.”“그래서 한도겸을 불렀다.”나장이 한도겸을 앞으로 데려왔다. 한도겸은 신태오 곁에 무릎을 꿇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입을 열었다.“초여드레 밤, 최 내관이 소인에게 설이를 세자빈마마 처소에서 떼어 놓으라 했습니다.그날은 세자빈마마를 혼자 둘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최 내관이 몸을 움직였다.“거짓이옵니다, 전하. 소인이 그런 말을 한 적 없사옵니다.”“귀비전의 뜻이라 하셨습니다.”한도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설이를 다른 곳으로 보낸 뒤, 처소 앞 기둥 뒤에 선 사내를 보았습니다.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왼손 엄지가 없었습니다. 그자는 처소 문만 보고 있었습니다.”신태오가 고개를 들었다.“한도겸은 동궁에서 쫓겨난 자입니다. 소인을 본 것이 아닐 수도 있사옵니다.”이운이 신태오를 내려다봤다.“한도겸의 말이 거짓이고, 이 글에 적힌 사내도 네가 아니라는 말이냐.”“그러하옵니다.”“그럼 너는 초여드레 밤 동궁에 없었다.”“없었사옵니다.”“세자빈의 처소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신태오의 입술이 잠깐 흔들렸다.“소인은 방 안까지 들어가지 않았사옵니다.”이운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방 앞까지는 갔었단 말이군.”신태오는 더는 대답하지 못했다.“초여드레 밤, 너는 세자빈의 처소에 갔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56. 남겨진 글

    국문장이 끝난 뒤, 이운과 채원은 곧장 세자빈의 처소로 향했다.임금은 의금부 관리 둘과 궁녀 하나를 함께 붙였다.누군가가 문서를 숨기거나 없앴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뜻이었다.처소의 문이 열리자, 채원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이곳은 윤서아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방이었다.윤서아가 대들보에 매달린 채 발견됐던 곳. 그리고 강채원이 처음 눈을 뜬 곳이었다.창가의 낮은 탁자와 침상 곁의 향로는 그대로였지만, 그날의 어둠과 설이의 울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이운이 낮게 말했다.“무리하지 않아도 된다.”채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지금 봐야 해요.”누군가가 윤서아를 혼자 만들었다.그리고 최 내관은 그 뒤에 남은 서찰을 찾으려 했다.그렇다면 그 글은 단순한 유서가 아닐 수 있었다.백건이 한도겸의 진술서를 다시 펼쳤다.“최 내관은 세자빈마마의 처소를 확인하라 했다고 합니다.”이운이 방 안을 둘러봤다.“샅샅이 살펴라.”이운의 말에 궁녀가 책갑을 하나씩 꺼냈다.경전과 시집, 궁중 예법을 적은 책들이 차례로 탁자 위에 놓였다.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오래된 책 한 권이었다.표지는 낡았지만 손때가 유난히 많이 묻어 있었다.궁녀가 책을 들자,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딸각.책갑 바닥이 얇게 들렸다.그 아래에는 누렇게 바랜 종이 한 장이 접힌 채 놓여 있었다.채원의 손끝이 굳었다.이운이 먼저 종이를 집어 들었다.봉하지 않은 글이었다.누군가에게 보내기 전, 숨겨 둔 편지처럼 보였다.이운은 천천히 종이를 펼쳤다.글씨를 보는 순간, 그의 표정이 멈췄다.“서아의 글씨다.”채원은 말없이 그 편지를 바라봤다.윤서아가 이운에게 남기려 했던 글.하지만 끝내 전해지지 못한 글.이운이 낮은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저하께.”글은 길지 않았다.[저하께서 이 글을 보실 때, 제가 곁에 없다면 부디 제 말을 믿어 주세요.며칠 전부터 밤이면 누군가 제 처소 가까이 드나듭니다. 설이는 겁을 먹었지만, 제가 괜한 의심을 한다며 달랬습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55. 지워야 할 글

    편전 앞뜰의 국문장은 전날보다 더 엄중했다.임금이 편전 문턱 앞에 앉자 의금부 당상과 기록 관리들이 양옆에 섰다.뜰 가운데에는 나인 둘과 한도겸, 귀비전 최 내관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조필규와 신태오는 서로 말을 섞지 못하도록 떨어진 곳에 앉혀 두었다.임금이 먼저 박칠성을 죽이라는 쪽지를 받은 나인을 불렀다.“쪽지를 누가 주었지.”“귀비전 최 내관이었습니다. 박칠성이 입을 열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최 내관이 고개를 들었다.“거짓말이다. 내가 언제 네게 그런 쪽지를 주었느냐.”나인은 몸을 떨며 대답했다.“귀비마마의 심부름이라 하셨습니다.”임금은 두 번째 나인에게 시선을 돌렸다.“너는 세자빈의 처소를 뒤졌지.”“예, 전하.”“무엇을 찾았느냐.”“세자빈마마의 경대 안쪽 틈에서 서찰 한 장을 찾았습니다.”“누가 찾으라 했지.”나인은 한도겸을 바라봤다.“한도겸 나리께서 시키셨습니다. 찾은 서찰은 곧바로 나리께 드렸습니다.”임금이 한도겸에게 물었다.“그 서찰은 어떻게 했느냐.”“태웠습니다, 전하.”채원의 손끝이 굳었다.한도겸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최 내관이 제게 찾으라 했습니다.세자빈마마의 경대에서 나온 글은 한 글자도 남기지 말라 했습니다.편지를 펴 보니 윤정명 대감께서 세자빈마마께 보내신 서찰이었습니다.”“그 탄 조각이 네게서 나온 것이냐.”“예, 전하.”최 내관이 급히 소리쳤다.“한도겸은 동궁에서 쫓겨난 자입니다. 세자저하께 앙심을 품고 아무 말이나 하는 것입니다!”이운이 낮게 물었다.“그럼 네가 동궁에 들어간 적도, 한도겸을 만난 적도 없다는 말이냐.”“그렇습니다.”“동궁 후문을 지킨 군졸을 들라.”늙은 군졸 하나가 추국장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초여드레 밤, 귀비전 최 내관을 본 적 있느냐.”군졸은 잠시 최 내관을 보았다.“보았습니다, 저하. 해가 진 뒤 약상자를 들고 동궁 후문으로 왔습니다.귀비마마의 명패를 보이며 급한 심부름이라 하기에 들였습니다.”“약상자는 확인했나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54. 거짓의 값

    다음 날 아침, 편전 앞뜰에는 국문장이 마련되어 있었다.편전의 문이 열린 곳에는 임금의 자리가 놓였고, 그 아래로 의금부 당상과 기록 관리들이 차례로 섰다.뜰 한가운데에는 박칠성, 최억쇠, 신태오, 조필규, 귀비전 최 내관, 그리고 뒷쪽에는 나인둘과 한도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이운은 임금의 오른편에 섰다.채원은 조금 뒤에 서서, 죄인들 앞에 놓인 장부들을 바라봤다.궁문 출입부.병조 군령 장부.윤정명 사가 수색 기록.귀비전 약재 창고 장부.그리고 그들의 진술서.장부는 많았고, 증인도 늘어났다.하지만 어느 것도 결론이 되지는 못했다.신태오는 병조 쪽의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태겸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는 글이나 서명은 없었다.최 내관은 조필규에게 붉은 비단 꾸러미를 받았다고 했다.하지만 귀비가 인장을 숨기라 지시하는 모습을 본 것은 아니었다.조필규는 윤재경의 이름을 끌어들였다가 거짓이 드러났지만, 끝내 누구에게서 말을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정황은 모두 병조판서와 귀비를 가리켰다.그러나 손에 쥔 것은 서로 얽힌 의심뿐이었다.임금이 앞에 놓인 장부를 펼쳤다.“박칠성.”박칠성이 몸을 떨었다.“네가 윤정명 사가에서 칼 서른 자루를 보았다고 한 밤은 초여드레다.”“예, 전하.”“칼 서른 자루가 대장간을 나간 날은 초아흐레 새벽이다.”박칠성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네가 본 것이 칼이 아니라면 무엇이었느냐.”“저는… 어두워서 정확히 보지 못했습니다.”“처음 진술에는 정확히 서른 자루라고 적혀 있다.”박칠성은 바닥에 이마를 댔다.“누가 그렇게 말하라 하였느냐.”“모르옵니다. 저는 그저….”“그저 무엇이냐.”박칠성은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임금은 신태오를 불렀다.“너는 세자빈이 초여드레 밤 서문으로 궁을 나갔다고 적었다.”“예, 전하.”“직접 보았느냐.”신태오가 고개를 숙였다.“보지 못했습니다.”“그럼 왜 적었지.”“궁문 기록을 정리하라며… 날짜와 시각이 적힌 종이를 받았습니다.”채원의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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