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의 말에 서연의 손이 잠깐 굳었다. 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이며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쥐었다."우진아,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였을 뿐이야. 신경 쓰지 말고 푹 자자, 응?""응, 엄마."우진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불을 덮었지만, 아이의 깊은 눈동자에는 여전히 어른 못지않은 총명한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서연은 아이가 잠들 때까지 곁을 지키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우진아, 널 절대로 빼앗기지 않아. 그 남자의 손에 결코 널 넘겨주지 않을 거야.'이를 악물고 버텨온 5년이었다. 도현에게서 필요한 것은 우진을 살릴 공여 검사와 재단 승인뿐이었다. 그 외의 어떤 것도 그 남자에게 허락할 생각은 없었다.***같은 시각, 선진의료원 본관 12층 VIP 접견실. 탁 트인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급 스위트룸. 도현은 묵직한 가죽 소파에 다리를 꼰 채, 비서실장이 올린 결연 대상 아동 서류철을 넘기고 있었다."이번 분기 결연 신청 아동 48명 가운데 인지검사와 추천서, 보호 환경을 종합해 5명을 우선 면담 대상으로 추렸습니다."서류 맨 위에는 붉은색 ‘긴급 치료 우선’ 띠가 붙은 파일이 한 권 끼워져 있었다. 도현은 이름을 확인하려 했지만, 그때 접견실 문이 열렸다.비서실장의 보고에 도현의 날카로운 턱선이 서늘하게 굳어졌다."성적만 좋은 아이를 찾는 게 아니야. 낯선 환경에서도 자기 판단을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후계 교육을 버틸 아이여야 해."도현의 말이 차갑게 떨어지자 실장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 접견실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명품 원피스를 화려하게 차려입은 오유라가 들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고급 가죽 백과 함께 두툼한 추천서가 들려 있었다."도현 씨! 아직도 그 골치 아픈 입양 서류 보고 있어요?"유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도현의 곁으로 다가와 소파 팔걸이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었다."우리 병원 재단 이사진 조카 중에 진짜 똑똑한 영재가 있거든요. 굳이 근본도 모르는 고아나 서민 아이들을
Last Updated : 2026-08-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