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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피 묻은 소매

ผู้เขียน: 아람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10-27 12:56:59

칼날이 옷깃을 찢고 지나가는 순간, 진서헌의 몸이 예령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그녀를 뒤로 밀어내면서도 끝내 팔을 거두지 않았다. 검은 두건의 사내가 다시 칼을 들어 올리자 장호가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달려들었다.

“마님, 물러서십시오!”

장호의 칼집이 사내의 손목을 내리쳤다. 짧은 칼이 돌바닥을 튀었고, 뒤따라온 호위 둘이 사내를 엎어 눌렀다. 장터의 비명은 그제야 한꺼번에 터졌다. 엎어진 좌판에서 은전이 굴러다녔지만 누구도 줍지 못했다.

예령은 진서헌을 붙들었다. 짙은 남색 소매 아래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가 웃으려 하자 예령의 표정이 굳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상처부터 봐야 합니다.”

“부인께서 다치지 않으셨으니 됐습니다.”

“저를 구하시려다 다치셨는데 어찌 괜찮다고만 하십니까.”

예령은 목에 둘렀던 얇은 비단을 풀어 그의 팔을 감쌌다. 피가 곧장 스며들었다. 진서헌은 잠시 예령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칼끝 앞에서도 태연하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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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178화. 칼날 뒤에 남은 것

    진서헌의 대답은 담담했다. 무겸은 더 묻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오늘의 칼날이 지나간 자리에는 상처 하나만 남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의원 앞을 떠나려던 무겸이 다시 걸음을 멈췄다. 진서헌의 팔을 감싼 붕대가 소매 아래로 비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곡식값을 두고 맞서던 사내가 오늘은 예령을 대신해 칼을 맞았다.“상처가 아물 때까지 무리하지 마시오.”“의원도 큰 상처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내 부인을 구하다 다친 상처요. 어찌 모른 척하겠소.”진서헌은 잠시 무겸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무겸의 말에는 빈말이 없었다. 그렇기에 진서헌 역시 가벼운 농담으로 대꾸할 수 없었다.“부인께서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무겸은 그제야 말에 올랐다. 진서헌은 말발굽 소리가 멀어진 뒤에도 한동안 문 앞에 서 있었다. 팔을 조금 움직이자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러나 자꾸 떠오르는 것은 칼날보다 자신을 붙들고 상처를 살피던 예령의 얼굴이었다.그날 저녁, 예령은 돌아온 뒤에도 쉬이 저녁상을 받지 못했다. 연화는 갈아입으려 벗어 놓은 옷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하고 놀라 달려왔다.“마님, 어디 다치셨습니까?”“나는 다치지 않았다. 진 상단주가 나를 구하다 팔을 베였어.”연화는 안도의 숨을 내쉬다가도 핏자국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예령은 옷을 한쪽에 접어 놓았다. 진서헌이 제 몸을 돌려 칼을 막아선 순간을 떠올리니 지금도 손끝이 서늘했다. 평소에는 웃으며 거래를 흥정하던 사람이었다. 오늘만큼은 그 웃음 뒤에 감추어진 용기가 고마웠다. 장터에서 들었던 옷 찢어지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때 진서헌이 자신을 밀어내지 않았다면 칼끝은 어디에 닿았을까.“장군님께서는 아십니까?”“의원까지 오셨다. 나보다 진 상단주에게 먼저 고맙다고 하시더구나.”말을 마친 예령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무겸이 자신의 손목에 남은 작은 상처까지 알아보았던 일이 떠올랐다. 그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마차 문을 열어 주었던 것도.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177화. 피 묻은 소매

    칼날이 옷깃을 찢고 지나가는 순간, 진서헌의 몸이 예령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그녀를 뒤로 밀어내면서도 끝내 팔을 거두지 않았다. 검은 두건의 사내가 다시 칼을 들어 올리자 장호가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달려들었다.“마님, 물러서십시오!”장호의 칼집이 사내의 손목을 내리쳤다. 짧은 칼이 돌바닥을 튀었고, 뒤따라온 호위 둘이 사내를 엎어 눌렀다. 장터의 비명은 그제야 한꺼번에 터졌다. 엎어진 좌판에서 은전이 굴러다녔지만 누구도 줍지 못했다.예령은 진서헌을 붙들었다. 짙은 남색 소매 아래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가 웃으려 하자 예령의 표정이 굳었다.“움직이지 마십시오. 상처부터 봐야 합니다.”“부인께서 다치지 않으셨으니 됐습니다.”“저를 구하시려다 다치셨는데 어찌 괜찮다고만 하십니까.”예령은 목에 둘렀던 얇은 비단을 풀어 그의 팔을 감쌌다. 피가 곧장 스며들었다. 진서헌은 잠시 예령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칼끝 앞에서도 태연하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상처가 깊지 않아야 할 텐데요.”“이 정도는 괜찮습니다.”“괜찮은지는 의원이 판단할 일입니다.”예령은 장호에게 가장 가까운 의원을 부르라 이르고, 붙잡힌 사내를 돌아보았다. 두건이 벗겨진 얼굴은 낯설었다. 사내는 땅바닥에 뺨을 붙인 채 중개인이 서 있던 자리를 힐끔거렸다. 그러나 모피를 사들이던 자들은 소동을 틈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천막 아래에는 빈 저울과 뒤집힌 나무함만 남아 있었다. 물건을 사겠다며 그토록 요란하게 사람을 모아 놓고, 정작 한 꾸러미도 챙겨 가지 않은 것이다.예령은 붙잡힌 사내를 바라보다가 장호에게 물었다.“저자가 처음부터 저를 노린 것이 맞습니까?”장호가 이를 악물었다.“예, 마님. 분명 마님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제가 한발 늦었습니다.”“장호 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선 사람부터 살펴 주십시오.”예령은 사내의 손에 묻은 먹물을 보았다. 검지 끝과 손톱 밑이 검었다. 칼을 쥐었던 자라기보다 종일 무언가를 적던 사람의 손이었다. 순간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176화. 칼끝이 향한 곳

    관문이 다시 열린 뒤 사흘째 되는 아침이었다. 성안의 장터에는 겨우내 묶여 있던 수레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남쪽에서 가져온 비단과 차, 북방의 모피와 약재가 처마 아래 쌓였고, 상인들은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밟으며 서로의 물건을 살폈다.예령은 상단 앞에 도착한 낯익은 마차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진가상회의 표식이 새겨진 문이 열리고 진서헌이 내려섰다. 그는 예령을 발견하자 마치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태연히 웃었다.“부인께서 먼저 오셨군요. 저는 늦지 않으려 새벽부터 길을 나섰는데.”“예고도 없이 오신 분을 기다리고 있을 줄 아셨습니까?”“기다리시지 않을 걸 알기에 일찍 온 것입니다.”능청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가 펼쳐 보인 종이를 보고 예령은 웃음을 거두었다. 북방의 장터에 새로 들어선 상인들이 모피를 한꺼번에 사들이겠다고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값을 내걸었고, 사흘 안에 물건을 넘기는 상회에만 계약하겠다고 했다.“값을 잘 쳐 주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사들이겠다는 물건이 너무 많습니다. 이 고을 상회들이 겨우내 모아 둔 것보다도요.”예령은 종이를 다시 읽었다. 구매자의 이름은 낯설었지만 거래를 중개하는 곳에는 태성상단의 표식이 찍혀 있었다. 얼마 전 군량 장부 사건에서 벗어나자마자 또다시 황기문의 이름과 마주할 줄은 몰랐다.“진 상단주께서는 이 거래를 막으시려는 겁니까?”“아니요. 먼저 물건을 살피려 합니다. 부인께서도 보셔야 할 듯해서요.”“어째서 저입니까?”“부인께서는 값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거래에 나서실 분이 아니지요. 저 역시 이번 거래가 어딘지 석연치 않습니다.”예령은 종이를 접어 돌려주었다. 말만 듣고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진서헌도 그 점을 아는지 더 설득하지 않았다. 대신 마당 끝에 세워 둔 마차를 가리켰다.“오늘 정오에 첫 물건을 공개합니다. 보시고도 시시하면 그대로 돌아오십시오.”그가 돌아가려는 순간 곽진이 말을 몰고 들어왔다. 뒤이어 무겸이 내렸다. 군영에서 돌아오는 길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175화. 머무는 동안

    군영을 떠난 마차가 성 안으로 들어섰을 때에도 예령은 한동안 창을 닫지 않았다. 눈발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횃불 아래 서 있던 무겸의 모습이 눈앞에 남아 있었다. 연화가 추위에 감기라도 들겠다며 몇 번이나 청하고 나서야 예령은 창을 내렸다.이튿날 새벽에는 밤새 내리던 눈이 멎었다. 마당에 찍힌 발자국이 희미한 푸른빛을 띠었고, 처마 밑에서는 얼음 녹는 물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예령이 아침상을 물린 참에 연화가 작은 나무함과 서신 한 통을 가져왔다.“마님, 군영에서 사람이 다녀갔습니다. 장군님께서 전하라 하셨답니다.”함 안에는 매화 무늬가 새겨진 은제 손난로가 들어 있었다. 가장자리가 닳고 뚜껑에는 작은 흠집이 있는, 새 물건은 아니었다. 함께 온 서신에는 밤사이 북쪽 초소를 살필 일이 생겨 이틀쯤 군영에 머물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끝에는 추운 날 먼 길을 다니지 말고 손을 따뜻이 하라는 짧은 당부가 붙어 있었다.예령은 서신을 접고 손난로를 들어 보았다. 어젯밤 자신에게 겉옷을 둘러 주던 사람이 떠올랐다. 새 물건을 구할 겨를도 없이 평소 쓰던 것을 보냈을 터였다.“장군께서는 손이 시리지 않으시다더냐?”“그것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군영에 심부름 가는 사람이 있으면 숯과 두툼한 장갑을 함께 보내라. 이 손난로도 돌려드릴까 했는데, 그러면 괜한 마음을 쓰신 셈이 되겠구나.”연화는 웃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예령은 함을 덮은 뒤 서신을 다시 펼쳤다. 낯선 불빛을 보았다는 전갈이 그리 위중한 일은 아니기를 바랐다. 무겸은 염려할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초소에 관한 일만큼은 직접 확인하고야 마는 사람이었다.아침이 밝자 예령은 상단으로 향했다. 관문이 열린 뒤 들어온 수레가 창고 앞에 서 있었고, 일꾼들은 평소의 속도로 곡식을 날랐다. 얼어붙은 강을 건너던 며칠이 먼일처럼 느껴질 만큼 마당은 평온했다. 예령은 그때 짐을 졌던 이들의 품삯이 빠짐없이 지급되었는지 살피고, 손을 다친 일꾼에게 며칠 더 쉬도록 했다.점심이 지나자 상단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174화. 불빛이 닿지 않는 곳

    군영의 잔치가 끝나 갈 무렵, 밤하늘에는 다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낮 동안 녹았던 눈이 찬바람에 얼어붙으면서 처마마다 가느다란 고드름이 맺혔다. 마당을 밝히던 횃불은 하나둘 꺼지고, 술기운에 달아올랐던 병사들의 목소리도 차츰 잦아들었다.예령은 무릎 위에 놓인 무겸의 겉옷을 가지런히 접었다. 돌려주려던 참에 막사 쪽에서 급히 걸어오는 병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곽진에게 몇 마디를 전한 뒤 물러났고, 곽진은 곧장 무겸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무겸의 얼굴에서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온기가 사라졌다.“먼저 들어가 보겠소.”예령이 고개를 들었다.“급한 일입니까?”“북쪽 초소에서 전갈이 왔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오.”그는 곽진에게 예령을 마차까지 모시라고 이른 뒤 막사로 향했다. 예령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병사들과 한솥밥을 나누던 사람과 지금 걸어가는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었다. 무겸에게는 잠시의 평온마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모양이었다.곽진이 다가와 말했다.“부인, 바람이 차갑습니다. 안에서 기다리시지요.”“장군께서는 늘 저렇게 밤늦게까지 일을 보십니까?”“전쟁 중에는 밤낮이 따로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편입니다.”담담한 대답이었으나 예령은 그 말에 담긴 세월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그녀가 후부에서 처음 만났던 무겸은 다리를 다친 채 사람들의 시선에서 물러나 있던 사내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누구도 그의 지난 상처를 먼저 떠올리지 않았다. 병사들은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을 놓는 듯했다.“곽진 님은 장군을 오래 모셨지요?”“예. 북방에 처음 오셨을 때부터 함께했습니다.”“그때도 지금과 같으셨습니까?”곽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희미하게 웃었다.“지금보다 말씀은 더 없으셨습니다. 다만 병사들이 굶는 꼴은 그때도 보지 못하셨지요.”예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겸이 어떤 사람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으나, 그를 오래 지켜본 이들의 입을 통해

  •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173화. 군영의 저녁

    해가 서산 너머로 기울 무렵, 군영의 취사장에서는 구수한 고기 국물 냄새가 피어올랐다. 평소라면 훈련을 마친 병사들이 말없이 지나갔을 마당에 긴 탁자가 놓이고, 커다란 솥에서는 김이 쉴 새 없이 솟았다. 눈이 녹아 질척해진 길 위로 장작을 나르는 발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였다.예령이 마차에서 내리자 곽진이 다가와 예를 갖췄다.“부인, 장군님께서는 막사에서 잠시 일을 보고 계십니다. 먼저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병사들이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다만 솥을 지키는 자들이 먼저 맛을 본다며 국물을 너무 퍼 마셔서 걱정입니다.”그 말에 예령이 웃었다. 연화는 가져온 보자기를 풀어 떡을 내놓았다. 갓 지은 떡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곳에 품고 온 덕분에 아직 말랑했다. 곽진이 그중 하나를 집으려다 연화의 눈길을 보고 손을 거두었다.“그건 장군님 드릴 것입니다.”“아직 손도 대지 않았다.”“손을 뻗으셨잖아요.”곽진은 억울하다는 듯 예령을 바라보았고, 예령은 모른 척 보자기를 다시 여몄다.잠시 뒤 무겸이 막사에서 나왔다. 군복 위에 두른 검은 겉옷에는 찬 기운이 묻어 있었다. 그는 예령을 발견하자 곧장 걸음을 옮겼다.“오래 기다렸소?”“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먼저 구경하고 있었습니다.”“볼 만한 것이 있소?”“장군께서 아시면 곤란해하실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무겸이 곽진을 돌아보자 그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장군님, 아직 술은 한 방울도 나가지 않았습니다.”“내가 술을 물었느냐?”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무겸은 못 들은 척 예령에게 안쪽 자리를 권했다. 탁자에는 투박한 사발과 나무젓가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화려한 그릇은 없었지만 누군가 정성껏 닦아 둔 흔적이 역력했다.그때 취사장을 맡은 늙은 병사가 커다란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예령 앞에 유독 큰 만두를 내려놓고는 뿌듯하게 수염을 쓸었다.“부인께 드리려고 속을 넉넉히 넣었습니다.”“이걸 혼자 다 먹으란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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