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의 거친 안개를 헤치고 요한이 이끄는 체르노프의 무장 보트들이외딴섬의 선착장에 접근한 순간, 사방에서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알렉세이의 경호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침엽수림의 음산한 바람 소리만이 가득했다.“보스, 이상합니다. 덫인 것 같습니다.”부하의 만류에도 요한은 권총을 쥔 채 보트에서 내렸다.“닥쳐. 밀라가 이 안에 있어. 알렉세이의 목을 베기 전에 난 안 나가!”요한이 오두막을 향해 돌진하려던 바로 그 순간,숲속의 음영 속에서 수십 명의 정예 사수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이 입은 정장에는 이바노프 가문이 아닌,보로닌 가문의 금빛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리고 그들의 중심에서, 이반이 특유의 자상하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왔다.“아아, 요한 군. 여기까지 용케 찾아왔군. 내 힌트가 아주 유용했나 봐?”요한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이반을 노려보았다.“이반……! 당신이 왜....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거지? 알렉세이를 같이 무너뜨리기로 우리 가문과 약속했잖아!”“약속이라니, 착각이 좀 심하군.”이반은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그의 눈빛은 여전히 다정해 보였지만,그 안에는 뼈가 시릴 정도의 퇴폐적인 잔혹함이 도사리고 있었다.“난 알렉세이를 무너뜨리겠다고 했지,고작 너... 예수쟁이 신학도 기생오라비 같은 너한테 나의 레이디를 넘겨주겠다고 한 적은 없어. 넌 밀라를 감당할 그릇이 못되잖아, 안그래? 넌 알렉세이의 요새를 부수고 그의 전력을 깎아 먹는 사냥개 역할. 딱 거기까지. 그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주어서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그걸로 끝났어야지. 감히 내 여자가 있는 이곳까지 발을 들이면... 그건 좀 곤란하지, 사냥개 주제에.”이반의 다정한 대답과 함께, 보로닌의 사수들이 일제히 방화쇠를 당겼다.요한이 이끄는 체르노프의 대원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요한 역시 어깨와 다리에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 차가운 자갈밭 위로 쓰러졌다.
최신 업데이트 : 2026-09-2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