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57 チャプター

10. 짐승의 유희

조철호 팀장이 결재판을 들고 문부열 과장의 집무실을 나섰을 때, 그의 얼굴은 잿빛이었다. 복도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유라가 그에게 달려갔다.“팀장님, 결재 났습니까? 주동치, 그놈 괘도한이라는 위조한 여권으로 우리 관할에서 활보하고 있다고요. 지금 안 잡아들이면 어떤 짓을 할지 몰라요!”조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유라에게 내밀었다. 빨간 펜으로 그어진 것이 유라의 심장을 난도질했다.“김 경사, 과장님이 퇴짜 놓으셨다. 짐승을 잡으려면 놈보다 월등해야 하는데, 나약한 여경을 사지로 보내서 어떤 욕을 먹으려는 거냐고… 나까지 호되게 닦달당했어.”유라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여경이라서 안 된다는 편견,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문부열의 음흉한 의도를 유라는 본능적으로 읽어냈다. 유라는 조 팀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문부열의 집무실을 거칠게 열고 들어갔다.“과장님! 허락해주십시오. 제가 놈을 체포할 자신이 있습니다!”문부열은 돋보기를 내리며 서늘하게 웃었다. 문 과장은 이미 유라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느긋하게 의자 뒤로 몸을 기댔다.“자신감만으로 짐승을 잡을 순 없지, 김 경사. 주동치는 사람 멱을 따는 걸 취미로 삼는 놈이야. 자네처럼… 가녀린 몸뚱이로는 놈의 장난감밖에 안 돼.”문부열의 시선이 유라의 제복 위로 도드라진 가슴과 탄탄한 골반을 끈적하게 훑었다. 그의 눈에는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가학적인 흥분이 서려 있었다.“과장님…”“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자네의 월등함을 증명해봐. 마침 우리 팀에 만년 형사 강태호 경장이 있지? 이번 진급에서 자네 같은 어린 여자한테 밀려서 배알이 꼴릴 대로 꼴린 친구야. 가만, 강 형사는 유도, 합기도 도합 10단이 넘는 인간 병기지.”문부열은 비릿한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매트 위에서 강 경장을 상대로 최소한 버티거나 이겨봐. 그럼 내 직권으로 자네가 단독 수사하는 것을 허락해주지. 아, 대신 부상은 각오해야 할 거야. 강 경장은 지금 자네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거든.”이것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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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냥개의 역습

매트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함께 유라의 신체가 허공을 그리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 찰나였다. 거친 마찰음과 함께 유라의 도복 상의가 강태호의 투박한 손아귀와 매트의 마찰력을 견디지 못하고 명쾌한 파열음을 내며 찢겨 나갔다.쫘악—!순간 어깨부터 가슴팍까지 사정없이 찢긴 도복 조각이 나풀거렸다. 그 안에서 8년 전 폐건물의 악몽처럼,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던 김유라의 하얀 속살이 공기 중에 무참히 쏟아져 나왔다.격렬한 격투와 추락의 충격으로 인해, 땀에 젖은 스포츠 브래지어는 그녀의 풍만한 볼륨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위태롭게 드러났다. 브래지어 컵 위로 터져 나올 듯 솟구친 포탄 같은 유방이 격렬한 호흡을 따라 파르르 떨리며 요동쳤다.“…아!”유라는 본능적으로 찢긴 도복 깃을 여미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연무장의 차가운 조명 아래, 훈련으로 다져진 탄력 넘치는 가슴골과 매끄러운 어깨가 노골적으로 노출되었다. 수치심으로 인해 유라의 얼굴은 핏기가 가신 채 하얗게 질렸고, 쇄골 근처의 흉터는 선명한 낙인처럼 붉게 달아올랐다.관람석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있던 문부열은 허리를 들어 올리며 안경 너머 눈동자를 번들거렸다. 놈은 물고 있던 시가를 떨어뜨릴 뻔했다.‘저거였군. 저 단정한 제복 안에 숨겨져 있던 그 탐스러운 과육이…. 거칠게 일렁이는 저 가슴을 짓이기면 어떤 맛이 날까. 강태호, 저 무식한 놈이 판을 제대로 깔아주는구먼.’강태호 역시 멈춰버렸다. 씩씩거리던 거친 숨소리가 멈추고, 놈의 시선은 유라의 얼굴이 아닌,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에 고정되었다. 놈의 하복부에선 이미 비릿한 욕망이 들끓고 있었다.“흐, 흐흐…! 경사님. 몸매 하나는 기가 막히는구먼. 경사로 입직한 것이 스폰 때문인 건가?”강태호는 비열한 조롱을 내뱉으며, 다시 한번 유라를 유린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놈의 눈엔 이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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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냥개와 하이에나

김유라의 상반신 도복 사이로 드러난 살결 위로 땀방울이 흥건하게 흘러내렸지만, 그녀의 눈빛은 서늘한 칼날이었다. 유라는 문부열의 코앞까지 상체를 바짝 들이밀며 선언했다.“약속대로 단독 수사를 허가해 주시죠. 짐승을 잡는 방법은, 짐승보다 더한 사냥개가 되는 것뿐이라는 걸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문부열의 손끝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그는 입술을 핥으며 유라의 노출된 쇄골부터 매끄러운 목선까지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지독한 수치심과 분노 속에서도 오히려 그 독기를 뿜어내는 유라의 기세에 그는 멈칫했다. 그때 한 가닥으로 묶은 긴 머리칼이 흐트러져 이마에서 나풀거리는 가운데 땀 냄새가 섞인 처녀 특유의 체취는 놈의 욕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좋다. 주동치 수사…”순간 문부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엉겁결에 유라가 풍기는 기세에 수락하려던 그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유라의 브래지어 컵 위로 출렁이는 묵직한 가슴에 머물렀다.“글쎄, 한 판만으로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군. 방금은 자네가 가진 그 훌륭한 무기 때문에 강 경장이 한눈판 것 같거든.”문부열은 노골적으로 유라의 가슴을 턱으로 가리키며 뇌까렸다.“저런 포탄 같은 걸 코앞에 두고 정신 차릴 사내가 어디 있겠나? 이건 실력이 아니라… 일종의 미인계에 당한 거지. 안 그래?”문부열은 유라의 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낮게 읊조렸다. 뜨거운 숨결이 유라의 젖은 귓가를 적셨다.“한 판 더 하게. 이번엔 제대로 된 실력을 보고 싶군. 만약 이번에도 자네가 버틴다면… 그땐 주동치 수사권뿐만 아니라 자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지. 하지만 지면 말이야…”문부열은 유라의 찢긴 도복 너머, 땀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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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굶주린 하이에나들

연무장을 나서는 유라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문부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짓씹던 시가 연기가 안경 너머 그의 눈동자를 뿌옇게 가렸지만, 그 속에서 번들거리는 음침한 광기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소태를 씹은 듯 일그러졌던 그의 입가가 서서히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뒤틀렸다.‘그래, 바로 이거야. 고분고분하게 꼬리 흔드는 강아지는 금방 질리거든. 김유라… 그 찢어진 도복 사이로 땀 흘리며 나를 쏘아보던 그 서늘한 눈빛, 그게 내 아랫도리를 얼마나 뜨겁게 달궈놓았는지 아나?’문부열은 자신의 허벅지 위로 떨어진 시가 재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껐다. 뜨거운 열기가 손가락 끝을 자극했지만, 그은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이게 얼마 만이야?’여교수와 가졌던 짜릿했던 희열 이후 10년 만에 그를 뜨겁게 달구는 여자를 접한 그의 심장은 거세게 요동쳤다.강하면 강할수록, 그 도도한 자존심이 층층이 쌓여 있을수록, 그것을 하나씩 발가벗겨 발밑에 무릎 꿇릴 때의 성취욕에 따른 전율은 비할 데가 없었다. 문부열에게 유라는 이제 단순한 부하 직원이 아니었다. 주동치를 잡기 위해 사지에 뛰어드는 그 처절한 정의감이, 그에게는 가장 맛깔스러운 성찬으로 보였다.‘주동치 수사권? 얼마든지 가져가. 놈을 잡기 위해 자네가 한계까지 몰릴 때, 사방이 막혀서 피눈물을 흘리며 나를 찾아올 수밖에 없을 때… 그때가 바로 내가 네년을 진흙탕 속에 처박아 유린할 시작이니까.’문부열은 연무장 매트 위에 떨어진 유라의 찢긴 도복 자락을 느릿하게 집어 들었다. 그는 그 찢긴 천을 코끝에 가져가 유라의 땀 냄새와 비릿한 체취를 깊게 들이마셨다.“기대되는군, 네년이 주동치의 목줄을 잡을지, 아니면 내 밑에서 목줄을 차게 될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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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짐승의 발톱

전신을 찌르는 냉기에 정신이 서늘하게 깨어났다. 8년 전 대륙에서 건너온 짐승과 주동치, 그리고 이곳의 포식자들까지. 유라에게 제주도는 이제는 치유의 섬이 아니었다. 그것은 놈들을 사냥하기 위해 발을 들였으나, 자칫하면 자신의 몸마저 내어주어야 할 도살장이었다.샤워실을 나선 유라는 젖은 몸 위에 팽팽하게 달라붙는 제복을 걸쳤다. 물기를 머금은 피부 위로 서늘한 옷감이 감길 때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짐승의 혓바닥이 온몸을 핥는 듯한 기묘한 전율이 일었다. 허벅지 홀스트에 권총을 꽂는 그녀의 손길엔 망설임이 없었지만, 탄력 넘치는 허벅지를 조여오는 가죽끈은 마치 장차 그녀를 구속할 치욕의 결박처럼 기분 나쁘게 피부를 파고들었다.유라는 알지 못했다. 지금 갖춰 입은 이 빳빳한 제복이, 머지않아 문부열의 은밀한 밀실에서 조각조각 찢긴 제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를 굴복시키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작 놈들이 준비한 덫은 유라의 도도한 자존심과 그 풍만한 육체 그 자체일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꿈도 꾸지 않았다.이제 사냥개는 씻김굿을 마쳤다. 거울 속에 비친 유라의 눈빛은 서늘했으나, 그 뒤편 어둠 속에는 끈적한 가래 섞인 문부열의 웃음소리와 강태호의 비열한 음심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주동치, 네놈의 멱을 따는 대가가 내 영혼을 파는 것이라면….’유라는 입술을 비릿하게 깨물며 복도로 나섰다. 날 선 제복 바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풍만한 둔부를 따라 팽팽하게 긴장감을 자아냈다. 그것은 곧 시작될 피의 축제를 알리는 서막이자, 아름다운 사냥개가 스스로 목줄을 차고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비정한 행진이었다.이제 남은 것은 하이에나들의 비명을 안주 삼아 시작될 사냥뿐이었으나, 제주의 밤바람은 이미 그녀의 향기에 취한 포식자들의 굶주린 숨결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한편, 대륙의 또 다른 괴물이자 주동치의 일란성 쌍둥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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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태풍 전야

주동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타실로 향했다. 그는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며 선장 김도진에게 말을 걸었다.“혼자 배 운항하려면 고생이 많겠네요? 이거 손이 많이 갈 텐데.”주동치는 무심한 척 조타실의 계기판과 기관실 입구를 낱낱이 훑었다. 젊은 선장 김도진은 확실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에, 구릿빛 피부 아래로 꿈틀대는 근육질의 몸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을 주었다.‘저런 놈은 정면으론 힘들지. 허점을 노려야 해….’주동치는 점퍼 안쪽 발골칼을 확인하고, 비대한 흉물이 닿아있는 허벅지를 은밀히 문질렀다. 그의 눈은 이미 선장의 목덜미와 기관실의 연료 밸브를 사냥개의 시선으로 분해하고 있었다.평화로운 낚싯배 투어라는 가면 아래, 피 냄새를 맡은 짐승의 발톱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비릿한 바다 냄새에 습한 비 기운이 섞여들자 요동치는 파도 소리가 갑판을 집어삼켰다. 바다가 성을 내기 시작하면 인간의 비명 따위는 포말 속에 허망하게 묻히는 법이었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시야를 가릴 것이고, 몰아치는 천둥은 단칼에 목숨을 끊는 소음조차 은폐해 줄 터였다.주동치는 때를 가늠하고 있었다. 심장보다 차갑고 뱀의 혀처럼 끈질긴 놈. 품속의 칼은 대륙에서 수십 명의 계집을 도살할 때부터 그의 신체 일부나 다름없었다.‘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는다. 저 멍청한 남편 놈부터 시작하면 돼.’주동치는 팔짱을 낀 채 선창에 서서 넘실거리는 수평선을 응시했다. 머릿속에선 이미 피비린내 나는 시나리오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욕망이 들끓을수록 그의 심장은 기괴하게 요동쳤다.선장 김도진. 굴곡진 근육과 독수리 같은 눈매를 가진 그 사내는 분명 까다로운 적수였다. 하지만 주동치는 놈의 치명적인 급소를 보았다. 바로 여자였다. 아까 선교에서 여자가 건네는 메달을 받을 때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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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짐승의 눈

그때 유라는 주동치의 쌍둥이 동생이 제주도 가까운 곳에서 조경 가위를 휘두르며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주동치의 행적을 좇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제주 본섬의 짐승 주동복이 모은 그 ‘피 묻은 돈’이 정보원의 손을 거쳐 유라의 목줄을 옥죄기 시작하는 순간, 비정상적인 비극의 톱니바퀴는 돌이킬 수 없이 맞물려 돌아가게 될 것이었다.제주 시내의 공기는 태풍 '하이탕'의 북상 소식에 기분 나쁘게 눅눅해진 상태였다. 내일이면 진로가 결정된다는 불확실한 예보 때문인지, 거리를 가득 메운 관광객과 현지인들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분주했다. 그 인파 섞인 소음 사이로 유라는 낡은 재킷을 걸친 채, 제주의 구석진 뒷골목들을 이 잡듯 뒤졌다.공안의 요청으로 광수대에서 확보한 정보는 단 하나. 주동치가 ‘괘도한’이라는 위조 여권으로 제주에 입국했다는 것. 놈이 어느 구석에 처박혔는지, 혹은 누구를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라의 심장은 터질 듯이 초조했다.‘괘도한… 그 짐승이 제주도에 나타났는데, 이 넓은 섬 어디에 숨어있는 거지? 관할권이니 태풍이니 하는 핑계로 발이 묶여 있는 사이, 놈은 이미 다른 제물을 사냥하고 있을지도 몰라.’유라의 이목구비는 서늘한 칼날처럼 날이 서 있었다. 땀에 젖어 목덜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타이트한 청바지 위로 드러난 탄탄한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가 남성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유라의 시선은 오직 행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스캔하며 주동치의 흔적을 찾는 데만 집중되어 있었다.“빌어먹을… 어디야, 어디 숨어있는 거야!”유라는 입술을 비릿하게 깨물었다. ‘괘도한’이라는 이름으로 예약된 허름한 숙소와 환전소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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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짐승의 시간

주동치의 눈에 멀리 수평선을 집어삼키는 먹구름이 가득 들어왔다.‘시간이 됐다. 신이 나를 위해 무대를 준비하는군.’주동치는 담배꽁초를 갑판 바닥에 비벼 껐다. 그는 무심한 표정을 가장한 채, 손가락 끝을 품속 깊숙한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가죽 칼집. 그 안에 잠든 것은 평범한 부엌칼 따위가 아니었다. 뼈와 살 사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질긴 인대를 끊어내기 위해 태어난, 가늘고 긴 발골칼이었다.손끝이 칼집 위를 천천히 내리눌렀다. 얇고 예리한 칼날의 윤곽이 가죽 너머로 섬뜩하리만치 또렷하게 전해졌다. 믿기지 않을 만큼 가늘고, 집요하게 뻗은 날카로운 예기. 그는 잠시 숨을 멈추고 그 감각에 집중했다.지금 당장 칼자루를 쥐고 꺼내 든다면, 그 서늘한 칼날은 손끝의 아주 미세한 떨림조차 여과 없이 전달할 터였다. 살점을 가르는 데 불필요한 힘조차 필요치 않은, 지나치게 예민하고 오만한 흉기. 그 존재를 오롯이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에서 도파민이 뜨겁게 끓어올랐다.서서히 주머니에서 손을 빼냈다.하지만 발골칼의 차가운 잔상은 품속 어둠 속에서 조용히 피의 갈증을 견디며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아직은 아니다.’그는 아무런 동요도 없는 평범함을 가장하여 비릿한 해무 속으로 태연히 걸음을 옮겼다.한편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도진이 휴대용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이상하네, 왜 신호가 안 터지지?”“바다 한가운데잖아. 이런 일 흔하지 않나?”무심히 곁을 지나치는 주동치의 어눌한 말투와 살쾡이 같은 눈빛. 도진의 심장에 불길한 경고등이 켜졌지만, 바다가 먼저 움직였다.콰아앙—!집채만 한 파도가 질풍처럼 몰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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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짐승의 사냥

거짓말처럼 파도가 잦아들었다. 변화무쌍한 제주의 바다는 금세라도 낚싯배를 산산조각내어 집어삼킬 듯 흉물스럽게 날뛰더니, 거짓말처럼 숨을 죽인 채 기이할 정도로 평온한 수면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구원이 아니었다. 사상 최악의 초대형 태풍 하이탕이 마침내 그 거대한 본색을 드러내기 직전, 숨을 고르는 찰나의 유예이자 가장 소름 끼치는 폭풍전야였다.‘…이제 시작인가.’주동치는 바로 이 기이한 고요함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풍의 진짜 본진이 들이닥쳐 배를 뒤흔들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생기기 전, 모든 것이 멎은 이 완벽한 진공 상태야말로 사냥을 끝마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다.파도가 잔잔해진 수면 위로 하늘은 빛 한 점 없이 소름 끼칠 만큼 짙은 정적에 잠겼다. 마치 거대한 자연의 재앙이 덮치기 직전 숨을 죽인 형국이었다. 바다 위를 이리저리 떠돌던 갈매기조차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폭풍전야의 고요 속에서, 오직 청풍 3호 낚싯배만이 홀로 위태롭게 수면 위를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그 절대적인 어둠의 틈새에서 주동치가 천천히, 그리고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켰다. 놈의 충혈된 눈동자가 가늘어지며, 굶주린 짐승의 입꼬리가 참을 수 없는 욕정으로 비릿하게 뒤틀렸다.주동치는 입안에 고인 끈적한 침을 꿀꺽 삼키며 삐걱거리는 선실 문턱을 넘었다. 1년 전 상하이의 눅눅한 골목에서 놓쳤던 대어의 기억이 아랫배를 타고 후끈하게 들끓었다. 당시 자신의 급소를 사정없이 짓밟고 도망쳤던 그 저주할, '김유라'를 떠올리게 하는 서늘한 척추의 전율. 하지만 눈앞에는 그 계집을 잊게 할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풍만하고 완벽하게 무력한 제물이 발가벗겨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이야. 이 암캐는 이제 온 세상이 무너져도 절대 도망칠 수 없어.’태풍이 삼킬 바다 한가운데, 폭풍 전야의 기괴한 정적 속에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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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사냥개와 하이에나의 섹스

객실 문이 닫히자마자 유라는 몸을 조이던 가죽 재킷을 벗어 바닥에 무심하게 내던졌다. 거칠고 탁한 방 안의 공기 속에서, 땀에 젖어 살결에 찰싹 달라붙은 티셔츠 위로 그녀의 풍만한 굴곡이 조명 아래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강태호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짐승처럼 씩씩거렸다. 유라는 그런 그의 턱을 손끝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며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네놈이 바란 게 이런 거였잖아. 내 몸뚱이 하나 얻으면 세상 다 가진 것 같았겠지.'유라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강태호의 귓가에 입을 바짝 갖다 대었다.“너, 내 몸 보고 환장했잖아. 안 그래? 오늘 똑똑히 보여줄게. 대신,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네 그 비루한 아랫도리도 영영 병신으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이것은 유혹이 아니었다. 거역할 수 없는 지배자의 명령이자 철저하게 계산된 심리적 압박이었다. 유라는 강태호의 저열한 열등감과 왜곡된 성욕을 자극하고, 자신의 육체를 미끼로 던져 그의 영혼에 김유라라는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강태호는 수치심과 광기 어린 욕정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허우적대며 유라의 발치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객실 안은 비릿한 땀 냄새와 강태호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다. 유라는 사내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은 채 침대 헤드에 처박았다. 강태호는 자신이 이 완숙하고 도도한 여경의 육체를 유린하고 짓밟고 있다고 착각하며 광기 어린 표정으로 돌진했다.그러나 그 격렬한 육체적 충돌 속에서도 유라의 눈동자는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가웠다. 어두운 밤 창밖에 몰아치는 제주 바다를 응시하는 그녀의 시선엔 쾌락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강태호의 등 근처에서 꿈틀대는 그 저열한 근육의 움직임과 헐떡이는 호흡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며, 그의 뇌리에 김유라라는 절대적 지배자의 각인을 새기고 있을 뿐이었다.&l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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