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복은 짙은 뿔테 안경을 코끝까지 거칠게 추켜올리고, 땀과 먼지로 때가 절은 작업 모자를 이마에 깊숙이 눌러쓴 채 제주경찰서 로비의 구석진 그늘을 짐승처럼 서성였다. 정연우라는 여대생을 쥐어짜 내어 뜯어낸 정보에 따라 현직 경찰이라는 김유라의 동선을 대조하던 놈의 음흉한 시선이, 로비 한구석 벽면에 걸린 대형 텔레비전 화면으로 불쑥 꽂혔다.시뻘건 속보 자막이 화면을 흉포하게 가로지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속보] 서귀포 남단 해상 조난 ‘청풍 3호’ 승선자 명단 발표승선자 : 선장 김도진, 장성봉, 김인아,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 괘도한타이틀 아래 ‘괘도한’이라는 가짜 이름과 함께, 낯익은 흑백 여권 사진이 툭 튀어나왔다. 그 순간 주동복의 시뻘건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정없이 일렁였다.‘…형?’이름은 비록 괘도한이라는 생소한 가명이 적혀 있었지만, 화면 속 사진은 의심의 여지조차 없이 일란성 쌍둥이인 자신과 완전히 판박이인 그 서늘하고도 잔인한 눈매, 그리고 코 옆의 미세한 검은 점까지 자신의 형인 주동치의 얼굴이었다.주동복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바닥에 곤두박질칠 것 같은 벼락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짐승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망상과 의심으로 뒤엉키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 형이 왜 하필 저 배에 타고 있는 거야? 그것도 왜 괘도한이라는 이름으로? 설마 신분을 세탁하고 숨어든 건가? 왜? 아니, 그보다 저 조난된 배가 지금 연락이 끊겨 실종됐다고?’주동복의 뇌리에 시커먼 불안감이 치밀어 올라 심장을 조여왔다.주동복은 8년 만에 지옥 같은 교도소 감방에서 기어 나온 자신처럼, 형 주동치 역시 그 지독하고 악랄한 한국 계집 ‘꽃뱀’ 김유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آخر تحديث : 2026-10-25 اقرأ المزيد